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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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아내가 연애하던 시절에 선물로 준 책이다. 자기가 읽다가 다 못읽었는데 읽고서 뒷부분 이야기해달라고 내게 줬던 책이다. 그런 책을 결혼하고 2년이 되는 시점에 읽다니 무척이나 무책임한 남편이다. 운동을 하다가 런닝 머신에서 한 시간을 걷는다는 것이 무료해서 읽기 시작했다. 이렇게 읽게 된 책이지만 거기에서 발견한 가치는 무척이나 값진 것이다.

  이책의 주제는 꿈을 이루어 가는 사람에 대한 것이다. 적절하게 성경과 이슬람교의 내용, 범신론적인 내용들을 믹스하여 기록한 작가의 필치는 무척이나 유쾌하다. 그러면서도 순간순간 던지는 이야기들은 나의 가슴을 찌르는 날카로운 것들이다. 인생에서 꿈을 꾸는 사람은 많지만 꿈을 이루는 사람은 적다는 아주 단순한 진리를 이야기하며 우리에게 꿈을 꾸는 사람이 아니라 꿈을 이루는 사람이 되는 것이 훨씬 더 유쾌한 일이라고 작가는 속삭이고 있다. 이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고 움직이는 사람은 산티아고와 같이 자기의 보물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문학의 특성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글의 중간중간에 간격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어 하는 사이에 다른 내용으로 넘어가기도 하고 두리뭉실 넘어가기도 한다. 마지막의 결론은 파랑새라는 동화책의 반전을 빌려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쉽게 읽히지만 쉽게 넘어가서는 안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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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전병욱 지음 / 규장(규장문화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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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을 쓰다가 포기했다. 그러다가 의무감에, 자신만의 만족감에 다시 쓰기 시작한다. 나는 대체로 이런 부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전병욱 목사의 설교집은 무척이나 싫어한다. 그의 이야기가 내용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내용이 내 마음에 불편해서이다. 전병욱 목사는 참 자신감이 강한 사람이다. 너무나 강해서 때론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 것 같다. 기독교인으로 살아오면서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조심해 온 나로서는 무척이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삶의 방식이다. 일종의 파쇼라고나 할까?

  "이제 문제다. 왜 이렇게 못살아. 이렇게 살아."라는 설교를 할 때마다 그런 고민을 해보지 않을까? 내가 하는 설교에 대해서 과연 책임질 수 있을까? 원수를 사랑하라 설교 했다면 원수를 사랑하지는 못할망정 사랑하는 시늉은 내야 하지 않을까? 과연 이 책에 다루는 내용들을 본인은 얼마나 삶으로 표현해내고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전병욱 목사의 설교를 들으면서 은혜를 받는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그다지 은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이 불편하다. 그의 끝모르는 자신감도 마음에 걸리고, 깐죽거리는 듯한 설교 스타일도 마음에 들지 않고,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던지는 이야기들이 상처가 되지 않을까 마음이 조심스럽다. 그러다보니 전병욱 목사의 설교는 듣지 않게 된다. 정신 건강을 위해서. 많은 목회자들이 전병욱 목사의 설교집을 베끼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큰 교회를 향한 열망이 아닐까? 이렇게 설교하면 우리 교회도 커지겠지 하는 단순한 무식에서 연유하지 않을까?

  두번은 읽고 싶지 않은 책이다. 런닝머신 위가 아니라면 읽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책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책을 이렇게 편집하고 이만한 가격을 받는 것 자체가 사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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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들의 제국주의 - 한.중.일을 위한 평화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3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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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8일 노무현 대통령 자이툰 부대를 방문하다.

  매번 책을 읽고 서평을 쓸때마다 사진을 하나씩 찾아본다. 각 책의 내용을 단 하나의 컷으로 표시할 수 있는 사진을 찾아본다. 이 사진을 찾는 일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느 순간 보았던 기사를 떠올리기도 하고 이렇게 저렇게 신문 기사를 뒤지고 인터넷을 뒤지다가 간신히 하나식 찾아내곤 한다. 이 책을 읽고 사진을 찾는 일도 마찬가지로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 어려움의 성격은 지금까지와는 너무 다르다. 지금까지는 사진을 찾지 못하여 어려움을 겪었다면 이번에는 너무나 많은 사진 가운데 어느 것을 선별하느냐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 사회 속에는 제국주의를 닮아가려는 속성이 너무나 만연해 있다는 의미이다.

  내 조국인 대한 민국은 참 묘한 구석이 있는 나라이다. 미국 사람들도 믿지않는 미국 정부를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나라이다. 아무리 국민들이 불안에 떨어도 미국 정부가 보증한다면 믿어야 한다, 쇠고기가 그렇게 걱정인데 된장 고추장은 어떻게 먹냐는 말을 아무런 고민도 없이 함부로 내뱉는 사람들이 이나라를 이끌어 가고 있는 실세들이다. 사회 개혁을 이야기하면 빨갱이로 몰아 붙이고, 빨갱이는 백주 대낮에 맞아 죽어도 상관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나라가 2008년의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복잡한 세계 전략과 군사 전략에 대한 이해도 없이 무조건적으로 미국은 6.25의 은인이라 말하는, 그러면서도 쓰러져가는 명나라의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명의 편에 섰다가 청나라에 침범당한 조상들의 무지몽매함을 한껏 비웃는 나라, 이것이 내가 살고 있는 21세기의 대한 민국이다. 너무나 미국을 사랑하시는 분들이 넘쳐난다. 이곳이 대한민국이 아닌 미국의 코리아주로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뒤틀린 시각이 아닐 것이다.

  미국 닮기는 영화를 비롯한 문화와 패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교육을 비롯하여 경제, 군사 분야까지 온 분야를 두루 포함하고 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에게 있어서 미국은 신의 나라요, 자유주의 국가요, 닮고 싶은 모델이다. 지금까지 정권들은 이것들을 조용하게 숨겨왔지만 이명박 정부는 백주 대낮에 거리낌 없이 한다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이다. 오죽하면 워싱턴 포스트지에서 토니블레어를 제치고 이명박 대통령이 부시의 새로운 애완견이 되었다고 비꼬겠는가?

  왜 그렇게도 미국을 닮고 싶어 하고 미국 없으면 죽는 줄 아는가? 대한민국 지도층들이 촌놈이기 때문이다. 촌놈이 서울 오면 서울의 번잡함에 압도되어 버리고 만다. 마찬가지로 촌놈인 한국의 지도층들이 미국을 가까이에서 보고 경험하게 되면서 미국에 압도되어 버렸다. 그 거대한 압도감에서 벗어나는 길은 최대한 미국을 닮아가는 것이다. 미국에게 숙이고 들어가는 것이다. 한미 군사동맹 강화라는 측면에서 미국이 돌려 주겠다는 전시작전권도 돌려받으면 안된다고 이야기하는 보수꼴통이 넘쳐나는 이유도 이것이 아니면 설명이 안된다. 미국과의 안보강화, FTA 타결을 위해서는 국민이 어찌 생각하든 쇠고기를 열어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기가막힌 생각을 대통령과 장관이 갖고 있는 것도 미국을 닮고 싶은 열망이 아니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미국에서 강력한 대선 후보인 오바마가 한미 FTA를 재협상하겠다고 외치는 마당에서도 부시 정권에서  FTA 인준이라는 장밋빛 꿈을 꾸는 정부를 바라보며 기가 차서 말이 안나온다. 그것이 던져주는 영향력을 제외하고 말이다.)

  그렇다. 대한민국에는 미국 아니면 죽는 줄 아는 촌놈들이 넘쳐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을 닮고 싶어한다. 미제국주의를 닮고 그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한류 상품이라는 이름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된 문화침략, 국익이라는 명목하에 평화재건의 기치를 걸고 파병된 자이툰 부대, 그리고 한나라당의 딴지 걸기에 대한 반격으로 급작스럽게 행해진 노무현 대통령의 자이툰 부대 방문. 이 모든 과정을 꼼꼼히 살펴본다면 우리는 이미 제국주의를 위한 첫발을 내딛고 있는 것이 나 다름이 없다. 제도뿐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마음에서도 말이다. 한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 이 사진을 바라보면서 감격적인 눈물을 흘리거나 가슴이 뭉클해지지 않았었는가?

  촌놈들의 제국 주의는 무척 슬플 수밖에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촌놈은 촌놈이다. 촌놈들만의 삶이 있다. 촌놈들의 삶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스스로 촌놈인 줄 모르고 미국을 닮고 싶어하는 갑제형님 같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일본과 중국에 대해서는 그렇게 강성으로 밀어 붙이면서도 이상하게 미국 앞에만 서면 왜 그리 작아지는 사람들이 많은지...

  우리나라 지도층들이 분명히 알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국가는 미국보다는 일본과 중국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세계 10권의 군사 대국 가운데 3개가 몰려 있는(북한을 제외하고) 동북아에는 전쟁의 그림자가 가실 날이 없을 것이다. 미국 군산복함체들은 이러한 동북아의 위기를 적절히 조장하고 확대할 것이다.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 말이다.

  이미 동북아는 제국주의의 발걸음을 내 딛기 시작했다. 중국 유학생들의 폭동, 일본의 독도 문제, 중국의 동북공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과 중국사이에서도 발생하는 문제가 한반도를 전쟁의 위기로 내 몰수도 있다. 게다가 북한이라는 변수가 있으니 전쟁의 위기는 더 커질 것이다. 만일 북한이 남한의 새로운 식민지로 전락해 버린다면 그 위험은 더 커질 것이다.

  촌놈은 촌놈으로 좋다. 욕심을 조금 버리고 유유자적하며 살아가는 정다운 촌놈이 좋다. 욕심부려 제국주의를 닮아간다면 그 길은 결국 북한의 내 동포들을 동포가 아니라 착취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서울이 이미 지방에 해왔듯이. 향후 북한에 남한 사람들이 진출해 "지역경제를 위해 이렇게라도 땅 사주는 것을 고마워하라"는 이동관식의 발언을 거침없이 던질날이 오지 않을 거라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제국주의 노선, 강경주의 노선, 민족주의 노선에 침몰하지 말고 평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라. 무임 승차객들이 두려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

ps. 뭐랄까? 책이 너무 성의가 없달까? 왠지 그런 느낌을 받았다. 내 생각에는 1만원 정도의 가격을 받는 것이 적절하게 생각될 정도의 편집인데 1만 2천원이다. 이 페이스로 가면 우석훈 시 책에 대해서 반감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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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위대하지 않다 (양장)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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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을 보면서 왜인지 도올 김용옥씨가 생각이 났다. 기독교에 대하여 독설을 내뱉으면서 자기의 독설을 무시하지 말라고, 생명력이 다한 기독교가 자기를 통하여 새롭게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하던 그의 말이 생각이 났다. 매우 듣기 거북한 말이었다. 기독교가 잘못되었다는 비판의 말이 귀에 거슬리는 것이 아니라 마치 자신이 기독교에 대하여 무엇인가 대단한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이야기하는 그 어디서 연유하는지 모르는 교만한 말 때문이었다.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던 그의 요한복음 강의는 사실 일반 신학자들의 이야기, 아니 4년제 신학대를 제대로 졸업하고 대학원을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했고 고민하고 있을 법한 이야기의 발꿈치에도 못미쳤기 때문이다. 화려한 언변과 자극적인 이야기들로 청중들의 시선을 잡아 끌고 마치 그것이 전부인양 이야기하는 그 의기양양함은 불편하다 못해 가식적이라는 생각까지 불러 일으켜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을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만들어 주었다. 만약 그의 강의가 "기독교에 새로운 생명력을 제시하겠다."는 자신만만한 말에 책임질 수 있을만큼 훌륭한 내용이 있었다면 나는 그에 대하여 이렇게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히친스의 책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서양판 도올 김용옥씨를 보는 듯 하다. 이미 그의 책 "자비를 팔다."라는 책도 읽어 보았다. 그의 이야기가 틀린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그만의 독창적인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전투적으로 기독교 까기에 몰입헤 있고, 마더 테레사 까기에 몰입해있다. 비판하기가 아닌 "까기"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만일 내가 히친스와 잘 아는 사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내가 마더 테레사보다 더 정치와 종교를 겹합시킨 가증한 사람(히친스의 논리에 의하면)이라 가정하자. 그래도 히친스는 나를 비판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고? 나는 마더 테레사만큼 유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명하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사상을 알리고 유명해지려는 속셈이 조금이라도 없을가? 아니 생각보다 많을 것이다.

  히친스를 옹호하는 사람들, 이 책을 읽고 "역시 종교는 나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나의 이런 생각을 단순히 히친스 까기라고 비난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에 대한 모종의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읽고 단 며칠만에 이 책을 독파한 나로서는 책을 덮으면서 많은 실망을 느꼈다. 도킨스의 책보다는 무척 읽기가 쉽다. 그러나 논리적이지 못하다. 단순무식하게 전투적일 뿐이다. 노란색 책 표지가 왠지 "이 책은 옐로우 페이퍼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 책에서 비판하는 종교의 이야기들은 분명 역사적인 사실이다. 내 종교가 기독교라 그런지 다른 것들이야 잘 모르겠다만(물론 여기에 기록된 타 종교에 관한 것들은 알겠다. 타종교에 관하여 무지한 내가 이해했다는 것은 결코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의 이야기가 상식 수준의 이야기를 크게 떠벌리고 있다는 반증이다.) 가독교에 관하여 히친스가 짚었던 것들은 결코 독창적인 것도 아니고 새로운 것도 아니다. 기독교 역사상 수많은 사람들이 생각해왔던 것들이고 나름대로 결론을 얻었던 것들이고, 그 결론들이 깨어지고 새로운 답을 찾는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일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히친스의 책에 관하여 논리적으로 반론을 제기할 만한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물론 종교적인 생각을 가지고 비판을 한다면 "종교는 원래 선한 것을 내놓을 수 없다."라는 원천 봉쇄의 오류를 히친스가 저지를 것이 분명하지만. 전혀 종교적이지 않은 관점을 가지고도 히친스의 말을 비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논리가 부실하다는 이야기이다. 종교의 옐로우 페이퍼라 표현한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쯤되면 알 것이다.

  히친스가 성경의 논리를 쓰러드리기 위해, 기독교를 비난하기 위해 사용한 수없이 많은 내용들은 특별할 것 없는 신학의 한 조류들이다. 이것에 대한 반박학설들도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히친스는 오직 자신의 논리에만 맞는 부분들을 발췌하여 자신의 논리를 보강하는데에 사용했을 따름이다. 이 책에 적힌 이야기들 가운데 70%는 내가 23살 이전에 학교에서 고민했고 이야기하고 설익은 결론을 내렸던 질문들이다. 물론 지금도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완전하게 자리잡은 것은 아니다. 내 이성과 판단을 가지고 여전히 돌아보고 답을 모색하고 점검해 보는 과정중이다. 물론 평생 이 작업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런 질문들을 마치 자신이 발견한 기독교의 잘못인양 비판하는 모습을 보면서 도올 선생의 거만한 말투가 떠올랐 반발감이 앞선다. 차라리 이 책보다는 도킨스의 책이 훨씬 진지하고 설득력이 있다.

  이 책을 보면서 히친스는 분명 유대인이지 않을가 생각을 해봤다. 왠지 히친스의 생각을 그가 그렇게 좋아하는 프로이드의 사상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히친스가 유대인이라면 그는 아버지 살해를 경험한 아들들이 겪는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이 책을 통해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신이라는 완전무결한 존재를 부정한다. 그를 부정해서 자신이 자유로운 존재, 완전 계몽된 존재, 완전무결한 이성적인 존재로 거듭나고 싶어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신을 공격한다. 전투적으로 공격한다. 그리고 그 신의 자리에 자신을 대신 세운다. 이제 자신을 숭배하는 나르시즘적인 생각을 굳힌다. 자신은 이성적인 존재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자신과 같은 공범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왠지 이책이 풍기는 분위기가 이것이다.

  이 책을 읽고 무신론에 빠진 사람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차라리 도킨스의 책을 보라. 이 책을 읽고 무신론에 빠진다는 것은 당신이 생각이 아닌 감정에 좌지우지된다는 뜻이다. 이 책을 읽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하고 싶다. 가볍게 봐라. 책을 덮으며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결론은 "히친스는 위대하지 않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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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불복종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이레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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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우리 사회가 시끄럽다. 국익이라는 이름하에 개인의 자유가 침해 되었기 때문이다. 외통부에서 외교적인 마인드로 일을 벌여 놓고 국민에게는 닥치고 처먹으라는 식의 이야기가 넘쳐난다. 이것을 바라보면서 국민들이 손에 불을 들고 일어섰다. 촛불을 들고 일어선 민심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좌빨"이라는 구시대적인 발상을 가지고 배후가 누구인지 밝혀 내는데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도무지 밝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당연하다. 배후가 없기 때문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정치권만 외면한다. 이 정도면 꼴통도 여간 꼴통이 아니다. 게다가 보수 우익 단체들이 한 목소리 거든다. 거기에는 창피하게도 한기총이 들어 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논리로 사람들을 밀어 붙인다. 도대체 어느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빨갱이는 지옥에 가고 우파는 천국에 간다는 논리를 무엇인가? 반공이 복음이 되는 이상 야릇한 기독교의 가르침은 무엇인가?

  1987년 6월 10일 시민들은 전두환 독재 권력에 맞서 싸웠다. 그리고 승리를 쟁취하였다.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가에 의하여 개인의 자유가 억압된다는 것이 순응해야할 논리가 아님을 알았기 때문이다. 국가의 권력이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가장 단순하지만 명확한 진리가 법보다 상위에 있다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불의에 순응할 때 양심있는 이들이, 소로우 표현에 의하면 '한사람으로서의 다수'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6월 10일 민주 항쟁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 날을 맞이하여 많은 시민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기 위하여 모였다. 고시철폐를 외치고, 이명박 정권 퇴진을 외친다. 전국민으로부면 얼마 안되는 숫자이지만, 분명 이들 가운데 아무 생각 없이 나오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들은 한 사람으로서의 다수이다. 아니 한 사람으로서의 다수가 아니어도 좋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모였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종식시키고 생존을 효율적으로 보장받기 위한 제도가 국가라면, 나서서 생존을 위협하는 국가란 없어져야 할 것이다. 유의미한 소수를 무시하고 다수의 논리로, 국익의 논리로 몰아 붙인다면 그것이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지진 국가라 하더라도 민주주의라는 이름은 떼어버리라. 이미 국민재권의 원칙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왕조 시절에도 왕들은 끊임없이 민심을 살폈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민심을 살피고 먹을 것을 보장해 주는 왕은 아무리 많은 실정을 한다고 할지라도 민초들에게 버림을 받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대단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민심을 살피지 못하고 독선적으로 흐른다면 민심은 너무나 급격하게 식어버리고 그들의 지지를 거두어 버렸다. 온갖 도덕적인 흠에도 불구하고 경제만 살릴 수 있다면이라는 생각으로 열화와 같은 지지를 보냈던 민심이 이젠 그들의 지지를 거두어 가고 있다. 인터넷 워리어라 불리던 사람들 뿐 아니라, 열렬한 한나라당 지지층까지 그들의 지지를 거두어 가고 있다. 취임 100일만에 10%후반대의 지지율을 자랑하는 현 정권의 문제가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민심은 천심이다. 그 천심이 촛불을 들었다. 광화문을 밝히는 정도이지만 천심이 막혀 버린다면 이들은 광화문을 밝히는 촛불로 청와대를 태우고, 여의도를 태울지도 모른다. 아무리 외교가 중요하고, 미국이 중요하다고 할지라도 현 정권은 미국의 정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권이다. 이들이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지 미국이 아니고 미국 축산업자가 아니다.

  촛불집회가 과격해 졌다. 애국가와 헌법1조가가 아침이슬로 바뀌었다. 고시철폐 구호가 정권퇴진 구호로 바뀌었다. 이젠 님을 향한 행진곡이 나올지도 모른다. 군대를 동원하는 불상사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만 알아두라.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권은 오래가지 못했다는 것을. 정부에 의하여 개인의 자유가 억압된다면 국민들은 기거이 일어날 것이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비난하고, 말릴지라도 양심이 살아 있는 단 한사람이 일어날 것이다. 이것은 누구도 억압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 사람이 다수를 깨울 것이다. 부디 현 정권이 민심을 살피기를 바란다.

PS. 시민의 불복종만 읽어도 좋았을 것을. 뒤에 있는 에세이들은 시민의 불복종과는 그다지 연관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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