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파? 눈먼 돈, 대한민국 예산 - 256조 예산을 읽는 14가지 코드
정광모 지음 / 시대의창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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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금에 대한 짧은 생각

  하나: 세금은 쉽게 내자.

  어느 순간인가 세금을 납부하러 은행에 가지 않게 되었다. 인터넷 세금 납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들어가서 회원 가입하고 지로번호만 넣으면 세금에서부터 공공요금까지, 심지어는 벌금까지 다 납부할 수 있게 되었다. 세상 참 좋아졌다는 생각을 한다. 예전에는 불편해서 어떻게 은행까지 갔을까? 첨단 세상에 살고 있는 내 자신이 무척이나 자랑스럽다.

  둘: 연말 정산을 꼭 하자.

  연말 정산을 위해 열심히 영수증을 챙긴다. 편의점이야 괜찮지만 동네 음식점에서 현금영수증을 발급받기가 눈치가 보인다. 발급해달라면 인상부터 쓴다. 괜히 죄인이 되는 것 같다. 내가 아는 사람은 담배를 사면서 꼭 두갑을 산다. 현금영수증 때문이다. 예전보다 담배가 더 늘은 것 같다. 보험료도, 신용카드도, 의료비도 모두 꼼꼼히 챙긴다. 비록 힘들기는 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단 몇푼이라도 돌려 받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연말 정산시 왜 돈을 더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미 근로세도 냈고, 소득세도 냈고, 간접세란 세는 다 냈는데 왜 세금 덜 냈다고 더 받아가지? 정말 영수증 챙기는 것이 전쟁이다.

  셋: 또 깔아?

  연말만 되면 보도블럭 교체가 너무 잦다. 작년에도 깔은 것 같은데, 또 까네. 차라리 저 돈으로 하수도 정비나 해주지. 아니면 놀이터 페인트 칠이라도. 정말 필요한데는 안쓰고 꼭 연말에 몰아서 멀쩡한 보도블럭 교체하고, 멀쩡한 아스팔트를 뜯어 버린다. 여기저기 땜빵된 도로는 우리 나라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착잡하다. 저렇게 땡빵할 것이면 차라리 비포장이 낫지 않을까? 땜빵한 고속도로를 달릴 때마다 사고날까봐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내년에도 또 하겠지?

  재작년인가 처갓집을 갔을 때였다. 아산시의 명동 거리라고 부르는 시내 한복판을 걸으면서 아산시가 미쳤다는 생각을 해봤다. 멀쩡했던 아스팔트를 다 뜯어내고 보도블럭을 새로 교체한 것인데 그 블럭이 영 마음에 안든다. 제딴에는 멋을 낸다고 울퉁불퉁하게 조각한 돌맹이들을 깔아 놓았던 것이다. 마치 고궁처럼. 그런데 이게 영 마음에 안든다. 지나가다가 구두가 돌에 채이길 몇 번일까? 결국 한 사람이 넘어졌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가는 엄마들도 무척이나 힘겨워 보인다. 사람들의 통행이 이정도로 많다면 차라리 먼젓번에 깔았던 아스팔트가 낫지 않았을까? 물론 그것도 연말에 몇번씩 뜯었다 고쳤다 해서 누더기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내가 결혼하기 바로 전에 설계 사무소를 다녔다고 하는데 그 공사를 계획하고 실시한 공무원을 봤다고 한다. 너무 자랑스러워 하더란다. 화가 나서 뭐라 말하고 싶지만 사무실에 피해가 갈까봐 참았다고 했다. 나와 아내만의 생각이 아닌 것 같았다. 결국 그 비싼 돌 보도블럭은 1년도 못되어 평범한 아스팔트로 교체되었다. 사람들에게 한번도 안물어보고 보도블럭을 설치했다가 시민들이 불편하다고 클레임을 걸어서인지 바꾸어 버린 것이다. 그 공사를 시행한 공무원은 지금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아산시는 돈이 좀 있는 지자체이다. 아산시에 현대와 삼성 공장이 내려 왔기 때문이다. 신도리코도 있고. 예전에는 참 가난한 동네였는데 지금은 부유한 지자체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골목마다 비싼 카메라가 높이 달려 있다. 불법 주정차 단속을 위한 카메라이다. 그 카메라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서울에서도 뜨문뜨문 다는 것인데 아산시에는 그 좁은 골목에 집중적으로 깔려 있다. 차가 있어도 별 지장 없고 예전에도 주정차 금지 구역임에도 불법주차가 많았지만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불법주정차 단속용 카메라를 집중으로 배치해 버린 것이다. 돈이 참 많은 지자체다. 그런데 그 아산시에도 가난한 사람들, 사회적인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참 많이 있다. 카메라 하나면 그들 가운데 몇명을 일년동안 도와줄 수 있을텐데 전혀 그런 것은 생각하지 않나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맞아, 그랬어, 그랬군." 이런 생각에 고개를 끄떡거리다 보니 책이 다 넘어갔다. 어렵게 세금 내는 데, 우리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어느새 눈먼 돈이 되어버렸다. 못먹는 놈이 병신 취급받는 눈먼 돈, 주인 없는 돈이 되어버렸다. 피같은 돈이 그렇게 변해 버렸다. 국민들이 몰라서 가만히 있는 줄 안다. 멀쩡한 보도블럭 갈고, 도로 땜빵하고, 말도 안되는 축제 유치하고, 기억에 돈 주면서 흥청망청 쓰는 돈이 되어버렸다. 손해를 보면 기억이 투자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손해를 보면서 도로 건설하고 항만 건설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돈이 되기 때문이다. 최소 이익을 보전받고, 공사비를 챙기고. 공사 중간 유통을 하면서 마진 먹고, 업소 관리하며 관리비 받으니 꿩먹고 알먹고 아닌가? 뻔히 알면서도 내버려두는 정치권. 우석훈씨가 했던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우리 나라 정치인 가운데 건설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이야기가 왜 그리 생각이 나던지. 건설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없으니 이번에는 아예 건설업 CEO출신을 대통령으로 앉히지 않았던가? 그래서 대한민국을 주식회사로 표현하시지 않으셨던가? 대한민국 주식회사를 자처하신다면 기업답게 운영을 하시던가? 인사는 기업답게 하면서 예산은 지금처럼 하시면 어찌하시려는지?

  어렵게 낸 돈이다. 이 돈이 못먹는 놈이 병신 취급받으면서 이놈저놈 다 먹는다면 소로우를 본받고 싶어진다. 차라리 감옥에 갇히는 한이 있어도 말이다. 못받는 빚이다, 세금이다 말하며 비자금 만들어 둔 사람들은 그냥 내버려 두고 열심히 내는 사람들에게만 뭐라하는 이상한 국가에서 세금을 납부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갈등이 되는 일이다. 세금 납부는 가능한 쉽게, 연말 정산은 가능한 어렵게, 그리고 가능한 적게. 이것이 우리나라 세금 정책의 본질이다. 오늘도 동네 골목길은 어김없이 아스팔트를 갈아 엎고 땜빵을 한다. 그 위로 폐지 수집하시는 할머니께서 굽은 허리를 펴지 못해 구부정하게 유모차를 끌면서 몇천원의 일당을 위해 박스를 줍고 계신다. 아침 운동하고 돌아오는 길에 그 광경을 보는 내 눈은 눈물이 날 것처럼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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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 - 인권 운동가 오창익의 거침없는 한국 사회 리포트
오창익 지음, 조승연 그림 / 삼인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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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가장 바람직한 정치인 상은?’이란 글을 통해 “대한민국의 부자들의 95%는 젊은 날 검소와 절제와 노력으로 재산을 모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명박 정부의 ‘강부자 내각’을 옹호하는 듯한 주장을 펼쳐 파문이 일고 있다.
  그는 11일 홈페이지에 올린 이 글에서 “부정부패로 돈을 벌었던 시절이 언제였습니까? 그 시절은 바로 그 옛날 권위주의적 정치시절이었습니다”라며 “부정부패는 우리 사회에서 지금 엄격한 잣대로 응징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대한민국 부자들의 95%는 젊은 날 검소와 절제와 노력으로 재산을 모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멸치볶음과 김치만의 도시락을 집에서 싸갖고 다니며 열심히 일하셨던 분들이 더 많다”고 썼다.
  전 의원은 한 네티즌이 쓴 ‘가장 바람직한 정치인상은?’이란 글에 대해 ‘다 부정부패 수단으로 부자가 되었다’는 인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이것은 공부 잘 하는 사람은 다 고액 과외를 하고 컨닝을 해서 성적을 좋다는 식의 논리와 다르지 않다”며 “고액과외한 학생이라고 다 좋은 대학에 가거나 좋은 성적을 내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2008년 5월 14일자 기사

  장안의 화제를 몰고다니시는 전여옥 의원이다. 지금은 친박연대라는 당에 소속되어 있는데 한나라당에 복당했는지 궁금하다. 네티즌들에게 전오크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으시는 등 맹활약하고 계신 분이다. 이분의 이야기를 들으면 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너무나 쉽게 뽑아 낼 수 있다. 양극화, 부정부패, 독재권력, 열심이라는 신화, 고액과외, 부의 세습, 사회 갈등 등등 이 몇줄의 기사를 통하여 우리는 한국에만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충분히 유추해 낼 수가 있다.

  내가 나온 대학은 예체능대학처럼 진로가 상당히 좁은 학교이다. 대학을 다니면서 같이 공부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안면을 익힌 사람이라면 평생을 살아가면서 거의 다 만나게 되어 있는 곳이 내가 다니는 학교의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흔히 이렇게들 농담을 하곤한다.

  "혈연, 지연, 학연, 이 세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에 제일은 학연이라."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일 것이다. 물론 다른 나라에도 혈연, 학연, 지연은 일종의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인간적이며 사회적인 편익을 제공한다. 일종의 사회적인 윤활유라고 할까? 그러나 한국에서는 혈연, 학연, 지연이 인간관계나 사회를 잘 돌아가게 만드는 윤활유가 아닌 동력을 제공해 주는 휘발유가 되어 버렸다. 아무리 어렵고 불가능한 일일지라도 혈연, 지연, 학연을 거치면 모든 것이 가능해 져버린다. 만일 나폴레옹이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불가능이 없다는 것을 훨씬 더 일찍 알았을 것이다.(물론 내가 그 카르텔 안에 들어가 있지 못하다면 그 일은 내게 불가능한 일이 될 것이지만) 일족을 따지고, 고향을 따지고, 학연을 따진다. 대학교,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 심지어는 유치원에 군대까지 동원할 수 있는 인맥은 모두다 동원한다. 이렇게 만난 인연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면야 할말이 없지만 대체로 이런 억지로 만들어낸 만남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쉽다. 이것이 한국이 겪고 있는 가장 큰 병폐이다.

  이런 한국 땅에서 불편함을 겪지 않으려면, 아니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일류 대학에 가야한다. 가능하면 일류 고등학교도 가야한다. 의사, 검사, 판사 등 사로 끝나는 직업군을 선택해야 하며, 이렇게 모은 재산을 잘 굴려야 한다. 땅 사고, 집사고, 적당한 때에 팔아 넘겨야 한다. 적절한 카르텔의 도움을 받는다면 몇 십배의 이익을 얻는 것이야 땅짚고 헤엄치기다. 다들 하니 양심의 가책도 없다. 이렇게 해서라도 돈을 굴려줘야 경제가 돌아간다는 이상한 애국심도 있다. 부정부패를 이야기하면 전여옥 의원처럼 적당하게 말을 돌리면 된다. "이 세상이 어느 세상인데..." 이 세상이 어느 세상이긴, 무한경쟁, 승자독식,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그렇게 정확하게 이루어지고 보여지고 있는 나라가 아니던가? 차떼기해서 돈을 모은 한나라당의 전적이 불과 5년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으신 것일까?

  대한민국하면 떠 올리는 것 중 빠질 수 없는 한가지 영어다.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것이 왜 그리 영어에 목숨을 거는 사람이 많은지. 공부를 하기 위해서도, 영국이나 미국에 나가기 위해서도 아니고 그냥 한다. 엄마 아빠를 매우기 전에 파더, 마더를 배우는 나라다. 그러니 엄마아빠를 가지고 사행시를 지으라니 "엄마는 마덜, 아빠는 빠덜"이라는 빈곤한 문장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리라. 효과도 없는데 영어를 잘 하기 위한 일념으로 혀 수수을 시키는 엄마나 모든 것 다 팽개치고 자식 조기 유학보내고 빵과 우유로 식사하면서 택시 운전하는 아빠나 영어 못하면 죄인이요 낙오자요 삼류인생 취급 받는 자식이나 안타깝기는 매일반이다.

  친구들이 외국에 유학을 갈 때마다 농담으로 던지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요즘은 개나 소나 다 나가니 남아 있어야 떠." 본인 나름대로의 불루오션 전략이다. 영어 잘 하기에 맢서서 한국말이나 잘 가르쳤으면 좋겠다. 요즘은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글들이 너무 많다. 작문 실력은 물론이고 일기 쓰는 모습, 댓글다는 모습조차 버거워 보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인터넷에서 논점도 없고 감정만 가지고 버벅대는 사람을 일컬어 초딩이라 부른다. 초딩만도 못한 글쓰기 실력이라는 뜻이겠지? 받아쓰기조차 제대로 못하면서 ABC를 가르치는 나라는 아마도 한국 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외교관으로 나가면서 딸랑 영어 하나 가지고 나가는 황당한 모습이 당연하게 받아 들여지지 않을까? 조선시대 역관은 최대 6개국어를 구사했다고 하던데 도무지 우리나라 외교관은 모국어는 제대로 하려나?

  인수위 시절에 어린쥐가 유행했다.(그 덕인지 요즘 대통령께서는 쥐로 지칭되고 있다.) 이게 제대로 된 발음이라고. 그러나 영국에서는 그냥 오렌지라고 한다더라. 서양 사람이 듣기에 조금도 차이가 없다고. 세계에서 가장 영어 못하는 민족이 일본인이요, 그 다음이 한국이라더라. 그런데 왜 그리 영어에 목숨을 거는지? 국어와 국사를 영어 몰입 교육 시키겠다는 바보같은 나라. 원어민 교사를 서울권의 모든 초등학교에 배치했다고 자랑스레 이야기하는, 그러면서도 청와대 홈페이지조차 제대로 된 영어를 사용하지 못해 외국인들에게 조롱당하는 멍청한 정부. 아마도 이런 코미디는 "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것일 것이다.

PS.책은 300p 정도이지만 그리 어렵고 부담이 가지 않는 책이다. 다시 한번 우리를 돌아볼 수 있는 내용들이다. "십중팔구 한국에는 없는!"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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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傳 - 역사를 뒤흔든 개인들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 한국사傳 1
KBS 한국사傳 제작팀 엮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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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눞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나는 역사를 참 좋아한다. 역사를 보면 사람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처음 역사를 접할 때 역사란 영웅들의 행적을 기록해 놓은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러나 오랜 세월 역사를 즐겨온 뒤 얻은 결론은 "역사는 민초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수많은 민초들 가운데 몇몇이 대표로 이름을 올리는 것이 오늘날 우리가 보게 되는 역사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한국사 傳이라는 책은 민초의 이야기를 그들의 대표자를 중심으로 풀어 놓은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울고 웃고, 가슴 아픈 감정을 느낀 것이리라.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위대한 왕족, 귀족, 영웅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소소한 사람들이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이들의 삶을 통하여 한국사를 조명해 본다는 것은 무척이나 즐거운 일일 것이다. 이 작업을 수행하면서 이런 즐거움에 푹 빠졌을 한국사 傳 제작팀에 부러움과 질투의 마음을 동시에 담아 박수를 보낸다.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져 묻혀 버린 사람들을 한명씩 조심스럽게 발굴해 내는 작업은 가슴설레이는 작업이다. 더군다나 그 작업이 우리의 삶에 지혜의 빛을 던져 줄 수 있는 작업이라면 말해 무엇하랴.

  나는 이 책을 청와대에 보내고 싶다. 여의도 국회에 보내고 싶다. 한나라당 당사, 민주당 당사, 각 정당 당사에 보내고 싶다. 이 책을 읽고 조금이나마 느끼는 것이 있다면 지금과 같은 답답한 정국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거란 희망을 품어본다. 대한 민국 1%, 소위 말하는 지도층들은(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돈을 많이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 지도층이라 자처하는) 자기들이 역사를 만들어 가는 주체라고 착각하고 살아간다. 그러나 이들은 역사의 주체가 아니다. 이들이 역사의 주체로 기록된다면 이들이 지도층이라서가 아니라 국민의 한 일원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사실을 기억한다면 지금처럼 함부로 말하지도 행동하지도 않을 것이다.

  신문을 보면 답답한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보수와 진보라 자처하지만 우리 나라엔 보수와 진도보는 없다. 극 수구 꼴통과 덜 수구 꼴통만이 있을 뿐이다. 국민이 촛불을 들면 빨갱이라 욕한다. 빨갱이는 어디 가서 맞아 죽어도 하소연할 수 없는 나라가 2008년의 대한민국이다. 3조 이상의 재산을 가지신 모 의원께서는 버스 요금 70원을 이야기하면서 서민경제를 살리겠단다. 민초란 말도 사라져 버리고 서민이라는 말이 넘쳐 난다. 서민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이들은 그럼 국민도 아닌가? 명박산성을 쌓아 국민과 의사소통하는 대통령, 한대 맞았다고 수백명 잡아 넣는 민중의 지팡이 경찰, 검찰의 중립성을 당당하게 외치던 5년전 기개를 아직도 간직하고 네티즌을 단속하는 검찰, 국민의 말을 자기들 입맛대로 요리하는 국민의 신문 조중동 이 현실을 100년 후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까?

  역사는 민초들의 이야기이다. 이 책에 기록된 시대에 살던 지도층들은 모두 사라져 버렸지만 민초는 살아 남았다. 바람불면 넘어지고, 울어버리지만 끊질기게 일어난다. 서슬퍼런 노론도, 청나라도, 일제도 모두 사라졌지만 이 땅의 민초들은 살아 남았다. 그리고 역사를 기록해 간다. 그러기에 촌놈들이 날 뛰는 대한민국에도 희망이 있다. 촛불이 꺼져버린다 할지라도 그 불씨는 민초들의 마음에 계속 남아 타오를테니. 오늘 밤 왠지 바람에 눕는 풀소리가 듣고 싶어진다.

PS. 역사 스페셜에 비하여 책이 고급스러워 졌다. 그러나 내용은 역사 스페셜이 훨씬 나은 것 같다. 내가 한국사 傳 프로그램을 못봐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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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들의 이야기 2 - 꺼지지 않는 꿈
한홍 지음 / 두란노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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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작만한 후속작이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런데 난 1권보다는 2권이 훨씬 낫다고 말하고 싶다. 1권이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끼워 넣었다면 2권에서는 오직 성겨의 이야기들 가운데 왕들의 이야기와 선지자들의 이야기만을 기록하고 있다. 어느 왕 시대에 어느 선지자가 있었고, 어느 국가와 외교적인 관계를 맺었는지, 전쟁을 했는지 세세하게 기록해 놓았다. 이 책을 제대로 읽고 싶다면 옆에 성경을 펴 놓고 읽어라. 개역개정판이 어렵다면 표준새번역이나 쉬운번역을 가져다 놓고 읽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이스라엘과 유다로 갈라진 두 나라는 역사적으로 대립을 하기도 하고 인척관계를 맺어 동맹을 맺기도 했다. 그리고 수없이 많은 외적들의 침략에 승리하기도 하고 퍄하기도 하였다. 이 모든 사건들을 바라보면서 선지자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왕에게 대언하기도 했다. 이 모든 기록들을 연표별로 정리하여, 사건별로, 선지자별로 잘 구분하여 놓았다. 어지럽게 늘어 놓은 사건들을 알아보기 쉽도록 깔끔하게 정리한 느낌이랄까? 역사적인 면에서, 성경적인 면에서 1권보다 훨씬 낫다 평가하고 싶다.

  1권과 2권을 다 읽고 나면 열왕기와 역대서를 다 읽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혼자서 이 부분을 읽는 것이 어려웠던 사람들이라든지, 이 부분에 대하여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면 보조교재로 사용해도 무방할 듯하다. 다만 다른 이야기에 현혹되지 말고, 리더십에 현혹되지 말고 역사적인 부분에만 집중해서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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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들의 이야기 1 - 분열왕국의 시작
한홍 지음 / 두란노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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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방대한 분량도 분량이지만, 100년 전에 사용된 고어체도 성경을 읽는데 방해가 된다. 그러나 한번 읽는 방법을 알게 된다면 삼국지보다 더 재미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문화적으로, 사회적으로, 역사적으로 여러가지 배경지식을 가지고 읽는다면 삼국지를 읽듯이 쉽세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재미로 성경책을 읽는다고 할까? 내 생각에 성경은 재미로 읽어야 한다. 재미로 읽어야 그 가운데 은혜를 받게 되는데 성경을 대다수의 기독교인들은 의무감을 가지고 읽는다. 그러니 성경의 깊은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부에서만 발을 담그다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리더십이 아니다. 저자 한홍 목사는 리더십에 관련한 책들을 많이 내는 사람이다. 느헤미야도, 여호수아도 리더십으로 풀어낸 사람이다. 빈말을 던지는 사람들, 말장난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알찬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너무나 같은 내용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한홍 목사의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무엇인가 대단한 리더십의 원칙을 발견하고자 생각했다면 무척 실망하게 될 것이다. 리더십의 원칙에 대해서는 특별한 것이 없다. 그러나 이 책의 가장 큰 가치는 성경을 재미로 읽도록 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인 사실들을 간략하게 풀어서 알아듣기 쉽게 썼다. 게다가 여러가지 도표와 지도를 덧붙여서 기록했기 때문에 교회에서 혹시 열왕기 상하와 역대 상하에 대하여 공부를 하고 싶다면 이 책을 놓고 함께 읽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내용이 조잡한 감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솔로몬에 대한 치적을 이야기하면서 하는 성막의 의미와 설명이라는 부분은 굳이 들어갔어야 했을까라는 의문을 던져본다. 이렇게 저렇게 내용의 흐름을 지루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중간중간에 끼워져 있는 것들이 있지만 꼭 한번 읽어볼만한 책이다. 성경을 재미있게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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