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롱이가 세상을 떠난지 만 하루가 지나간다. 

20여년 전 제니가 밤에 자다가 홀연히 떠난 기억이 있어 혹시 녀석도 그렇지 않을까 내심 조마조마 했다. 그래도 가족이 보는 앞에서 떠났으니 다행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녀석의 마지막을 온전히 지켜줬을까를 생각하면 그렇지 않은 것도 같다. 어제 아침 밥을 먹는데 녀석은 평소 습관대로 끽끽대고 울었는데 그 소리가 왠지 예사롭지가 않았다. 이상하다 싶긴했지만 별일 있겠나 싶어 먹던 밥이나 마져 먹고 봐줘야지 했다. 아마도 그 소리는 녀석이 가겠다고 마지막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거였지도 몰랐다. 녀석은 전날만큼 물을 먹지는 않았지만 물조차 안 먹으면 세상 떠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안은가 보다.


오후로 들어갈무렵 엄마가 나를 부르기에 방에서 나와봤더니 다롱이가 마지막 숨을 내쉬고 있었다. 몸은 또 오물로 뒤덮혀 있었고 엄마가 씻기겠다는 걸 과연 다롱이가 버텨줄까 싶어 당장은 씼기지 말자고 했다. 하지만 엄마는 마지막 가는 길 깨끗하게 해 줘야 한다고 강행했고 녀석은 몸을 다 씼기자마자 곧 바로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이렇게 허망하게 갈 줄 알았다면 아까 아침에 끽끽댔을 때 즉시 가서 봐 줄걸 괜시리 후회가 남았다.  


우리 집은 내가 태어나기 훨씬 이전부터 개를 키워왔던 것 같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워낙 개를 좋아하셨을뿐 아니라 늘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았으니 개를 안 키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동안 별별 개들이 우리 집을 거쳐 갔다. 그걸 여기에 일일이 다 쓸 수는 없고, 우리가 개를 키우지 않기로 한 건 지금의 집으로 이사 오면서부터였다. 언제나 개를 키우고 살 줄 알았는데 살다보니 이런 때도 오는구나 만감이 교차했다. 하지만 워낙 개와 함께 살아왔기 때문에 개 없이 산다는 건 쉽지 않았다. 개를 안 키운지 3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마음의 헛헛함이 여간해서 사라지지 않았다. 하나 좋은 것이 있다면 집은 깨끗해진다는 점. 그렇게 산지 3년이 되었을 때 결국 다롱이를 받아들이고 말았다. 의도했던 것은 아니고 먼 친척의 딸이 키우던 개가 새끼를 낳아 그 중 한마리가 반강제로 우리 집에 맡겨졌다. 순간 장막이 걷히듯 마음의 헛헛함이 사라졌고 개를 키우던 집은 이렇게 반운명적으로 다시 키우게 되는가 보다 했다.


물론 키우면서 즐겁고 행복한 일이 많았지만 힘들고 짜증나는 일도 많았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도 있지만 어떻게 꽃으로도 때리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러면 녀석은 어디든 구석으로 숨기에 바빴다. 그래도 바로 어제 같은 날을 생각해 가급적 화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걸 녀석은 알까. 


이번에 다롱이의 마지막을 지키면서 18년 동안 반려동물에 대한 생각이 정말 많이 바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개를 그렇게 오래 키웠어도 장례업체를 이용해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슬픈 것은 슬픈 것이고 자본주의 세상을 사니 화장 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업체에서는 처음엔 20만원에서 플러스 알파를 얘기해서 그 정도라면 부담도 없고 괜찮네 했다. 하지만 막상 죽은 다롱이를 넘겨주고나니 얘기는 달랐다. 가장 기본적인 것만을 했는데도 거의 45만원을 육박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어디는 50만이 넘는데도 있다고 한다. 반려동물 사체가 쓰레기봉투에 버려지고 야산에 매립되기도 한다는 말에 살았을 땐 어쩌고 양심도 없다 했는데 과연 그럴만도 하겠다 싶다. 생각 똑바로 박힌 사람이나 업체를 이용하지, 삐뚤어지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은 장례 비용도 상당한 부담이겠다 싶다. 전체 반려견의 13%만이 가족이 보는 앞에서 죽는다고 하지 않는가.


나중에 인터넷을 들어가 보니 반려견 요양원도 있고 펫시터도 있다는 걸 알았다. 다롱이가 밤에 잠을 못자고 보채고 있을 때 엄마는 요양원이라도 있으면 보내고 싶다고 했다. 개 호텔도 있고 애견 까페, 유치원도 있다는데 요양원이라고 없으려고. 하지만 이용이 용이할까 싶기도 하다. 집과 가까운 곳에 있어서 언제든지 왕래가 가능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주인이 자기를 버렸다 할 것아닌가. 가격도 만만치 않을 거고. 펫시터도 그럴 것이다. 요는 없는 사람은 개도 키우지 못한다는 얘기다.


더구나 반려동물법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가 본데 등록은 물론이고 선진국처럼 하루에 한 번은 꼭 의무적으로 산책을 시켜야 한단다. 독일은 하루에 두 번이고, 일정 교육을 받아야 키울 수 있다고 들었다. 물론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너무 강화하다보면 오히려 키우지 안하겠다고 하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그렇지 않아도 반려견이 죽으면 더 이상 키우지 않겠다는 사람도 생각 외로 많이 본다. 그렇다면 유기견들은 입양될 길이 더 막히는 건 아닐까. 사실 우리 집도 더 키우고 싶어도 키울 수가 없다. 그건 비단 감정의 문제만이 아니다.개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만 갖추어진다면 당연 키울 생각이 없진 않다. 법만 강화하고 합리적인 정책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아직도 다롱이가 낑낑거리는 환청을 들을 것만 같다. 마지막에 녀석의 몸에서 났던 쿰쿰한 냄새도 콧끝을 맴돌고 있는 것만 같다. 녀석이 건강했을 때의 동선이 눈에 밟힌다. 지금도 미안한 건 다롱이를 많이 산책시켜주지 못했다는 것이다.ㅠㅠ 동물은 사람같이 영혼이 없어 죽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데 어제 세상을 떠난 다롱이를 생각하니 무지개 다리 건너편에서 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죽어서라도 다시 만나 보게. 이 녀석을 잊는데는 또 얼마나 걸리려나. 


다시 개가 살지 않는 집으로 돌아왔다. 18년만이다. 그동안 다롱이는 장수했고, 사는 동안은 비교적 건강하게 살았으니 여한은 없다. 오늘은 모처럼 방해 받지 않고 편한 잠을 잤다. 슬픈 건 사실이지만 뭔가 시험 하나를 통과한 것처럼 홀가분한 마음도 한켠 든다. 그동안은 다롱이가 없는 삶은 상상하기도 싫었는데 막상 녀석이 없는 하루를 시작해 보니 그도 살아야지 싶다. 물론 살면서 새록 새록 생각은 나겠지만 그도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동안 녀석을 돌보느라 맘대로 하지 못했던 일들을 앞으로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역시 오래 전에 올렸던 다롱이 사진을 다시 한 번 올려본다.

다롱아, 그동안 무지개 다리 이쪽에서 사느라고 고생했어. 그쪽에서 잘 지내고 있어.

조금 있다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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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8-16 20: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저번에 올려주신 글 이후로 염려되었는데 다롱이가 무지개 다리 저쪽으로 갔군요. ㅠㅇㅠ
노견을 키우다보면 그 이전에는 보지 못하던 것들이 보이게 되나봐요. 귀엽고 예쁜 강아지들만 눈여겨보다가
여기저기 몸이 불편해진 노견들 키우시는 분들을 병원이나 산책길에 만나면 어찌나 대단해보이고 아름다워보이던지요.
맘고생 많으셨고 다롱이는 좋은 추억안고 다리 저쪽에서 더이상 아프지 않은 상태로 기다릴거라고 믿습니다~♡♡♡

stella.K 2021-08-17 18:10   좋아요 2 | URL
지금도 다롱이가 정말 많이 보고 싶습니다.
저에겐 자식이나 다름없는 녀석이었거든요.
제 수명을 다하고 간 반려견도 갈 때되면 이렇게 마음이 아픈데
이런저런 사연으로 자식을 가슴에 묻어야 했던 사람들은 어떨까요.
김히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자꾸 다롱이 슬픈 얘기만 올려서 미안하기도 한데 미미님이 위로해 주셔서
너무 힘이되고 고맙습니다.. 미미님도 많이 힘드실텐데.
미미님 힘드실 때 저도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scott 2021-08-16 2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롱이는 분명 스텔라 케이님과 함께 살았던 18년 동안 행복과 사랑으로 충만 했을 겁니다.
2021년 여름 견디기 힘들 만큼 무더운 날씨 속에서 다롱이 곁에서 스텔라 케이님과 가족 분들 모두 고생과 걱정 많이 하셨으리라, 항상 곁에 있던 다롱이의 빈자리가 얼마나 클지 ㅠ.ㅠ
담 생에 분명 좋은 인연으로 다시 만날 것 같습니다.
스텔라 케이님 다롱이가 보고 싶으면 보고 싶은데로 서재방에 글이나 사진 올리시면서 맘 속 슬픔 덜어 내셨으면,,,
다롱이가 남기고 간 사랑과 기쁨 스텔라 케이님 가족 모두에게 좋은 추억만 남았을 것 같습니다.
기운차리세요 ^ㅅ^


stella.K 2021-08-17 13:05   좋아요 2 | URL
싫어요.ㅎㅎ 이곳에 남기지는 않을 것 같아요.
청승 떤다고 싫어할 거예요.ㅋ
대신 b 사이트에 남겨 볼까 합니다.
거기도 제 계정이 있는데 요즘 글을 안 올렸더니
죽었냐? 왜 글을 안 올리냐 독촉을 받아서 그쪽에서 청승을 떨까 합니다.
거긴 아는 사람도 없어서 누가 와서 보나 신경도 안 써요.ㅋ

그동안 걱정해주시고 마음 써 주신 스캇님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정말 올여름은 유달리 혹독한 것 같습니다. 이제 쫌 있으면 시원한 바람이 불겠지요.
네. 말씀대로 기운 차리겠습니다. 쫌만 기다리소서.ㅋㅋ

얄라알라 2021-08-16 23: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플에, 공감 버튼 선택폭 없이 ˝좋아요˝ 밖에 없어 ˝좋아요˝를 누르고도 마음이 그러네요. 슬픕니다. 스텔라 K님 지난 번 올려주신 다롱이 페이퍼 며칠 되지도 않은 것 같았는데. 눈에 아른거리시겠어요. 동선과, 또 큼큼했다 하시는 냄새와 많은 것들이...

stella.K 2021-08-17 13:56   좋아요 2 | URL
아, 북사랑님 고맙습니다.
정말 그렇죠? 좀 다양한 이모티콘을 쓸 수 있으면 좋을텐데.
남 좋은 일에도 좋아요. 슬픈 일에도 좋아요를 눌러야 하니 대략 난감이예요.
이도저도 할 수 없으면 예전처럼 공감을 하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번 주를 넘기지 못할 수도 있겠다고.
딱 맞았어요. 어쩔 수 없죠. 시간 가면 괜찮아질 겁니다.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희선 2021-08-17 01: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아프시겠습니다 다롱이를 돌보지 않아서 편하다 하셨지만, 마음은 헛헛할 듯합니다 가끔 꿈에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꿈에서라도 만나기를 바랍니다 아직은 아니겠지, 했는데 그날 무지개 다리를 건너다니... 해준 것보다 해주지 못한 게 더 많이 생각날 듯합니다 다롱이 오래 살지 않았나 싶어요 stella.K 님한테도 그 시간이 짧지 않겠습니다


희선

stella.K 2021-08-17 18:15   좋아요 2 | URL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날 새벽에 잠깐 꿈을 꿨는데
내용이 좀 좋았어요. 좀 오래 꿨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무튼 깨고나서
뭐 좋은 일이 있을까 했는데 꿈은 반대긴 반대인가 봅니다.‘
다롱이 떠나는 줄도 모르고 꿈에 마음을 뺐기다니.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으니 그것으로 족합니다. 다롱이도 그건 알지 않을까
싶어요. 엄마가 너무 힘들어 짜증을 낼 때도 제가 다 막아줬거든요.ㅋ
죽으면 다롱이와 제니가 무지개 다리 입구에서 기다려주지 않을까 싶어요.
하지만 그 녀석들 말고도 돌봐주지 못한 녀석들도 많은데 걔네들은
저 보면 아는 척도 안 할 것 같아요. 인간이 죄가 많죠.ㅋㅋ

바람돌이 2021-08-17 02: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롱이가 아프더니 결국..... 스텔라님 가족과 함께 했던 시간들동안 다롱이는 행복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더 아프지 않고 편안해졌으리라 믿어요. 사람도 동물도 같이 사는 이는 가족인데 가족의 죽음에 누가 초연할 수 있겠어요. 다롱이의 명복을 빌고 스텔라님께도 위로를 전합니다.

stella.K 2021-08-18 19:18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저도 그러리라 믿어요.
하나님은 왜 그렇게 한 없이 약하고 사랑스러운 녀석들은 만들어서
마지막에 이렇게 마음을 아프게 만드시는지 모르겠습니다.ㅠ
이 세상 모든 반려동물들이 행복하게 살다 죽었으면 합니다.
우리 다롱이는 상위 13% 안에 드는 사랑스러운 녀석이죠.^^

hnine 2021-08-17 05: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목보고 철렁했습니다.
아마도, 한동안 환청도 들리고 어디서 금방 튀어나올 것 같고, 다롱이 특유의 냄새가 아직도 나는 것 같고, 그렇겠지요.
stella님 마음 너무 아프지 않게, 그 기간을 잘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다롱이, 안녕....

stella.K 2021-08-17 14:34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그제는 비교적 잘 잤는데
어제는 이 페이퍼를 써서 그런지 자다깨다를 반복했습니다.
제니 땐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좀 힘드네요.
없고 보니 비록 아프더라도 있는 게 난가 싶기도 해요.
살아서 잠잘 땐 그나마 난데 깨서 낑낑대면 이 녀석을 어떻게
해줘야 하나 늘 난감했죠. 이렇게 아플바엔 차리리 죽는 게
낫겠다 싶었는데 없고 보니 정말 허전하네요.
그래도 이렇게 여기서 위로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고
고마운 마음도 듭니다.
h님네 반려견은 잘 지내고 있죠?
모쪼록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책읽는나무 2021-08-17 06: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18년이면 장수했네요.
계속 생각나고 잊혀지지 않을 긴 시간이네요.
무지개 다리 저편에선 더이상 아프지 않겠죠.
몇 년 전 친구가 키우던 강아지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 같이 화장터에 가서 장례 치렀던 기억이 나네요.강아지를 키워 보질 않아 절차들이 생소했었습니다.
그래도 종이꽃에 누워 있었던 강아지는 죽은 게 아니고 꼭 편안하게 잠을 자고 있는 것처럼 보여 보내주는 마음이 편하더라구요.
암튼 저도 다롱이의 명복을 빌겠습니다.

stella.K 2021-08-17 14:47   좋아요 3 | URL
책나무님 잘 지내시죠?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부터 이곳에서 다시 활동하시는 게
보여 내심 반가웠습니다.
친구분 슬픈 일에 같이 동행하셨군요. 잘하셨네요.
저는 가 볼 수도 있다고 하는데 차마 볼 수가 없을 것 같아 모든 걸
믿고 맡겼죠. 다롱이가 섭섭해 했을까요?
업체 사람들이 수위 입은 강아지 사진을 보여줬는데 생소했지만 귀엽긴
하더군요. 종이꽃도 깔아주니 가는 길이 호사였을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2021-08-20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23 1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제 다롱이는 곡기를 완전히 끊었다. 지난 월요일부터 물 외엔 아무 것도 먹지 않는다. 벌써 몸은 비쩍 말라 더 이상 마를 것도 없을 것 같은데 1주 전보다 더 말라 구겨진 종이조각 같다. 그래도 무슨 기운이 있는 건지 습관적으로 잠을 깨서는 여전히 제법 굵은 소리로 낑낑거린다. 그 정도라면 이제 기운이 빠져서 힘도 없을 텐데 아직도 본능 같은 습관이 살아있는 걸까 신기할 정도다. 


이제 더 이상 다롱이 때문에 울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는데 어제 녀석이 생각 보다 많은 양의 똥을 싼 것을 보고 좀 놀라다 결국 울컥하고 말았다. 먹은 것도 없는 녀석이 쌀 똥이 어딨다고 이렇게나 많이 싼 걸까. 그러지 않아도 전날도 똥을 쌌기 때문에 더 놀라더랬다. 이런 걸 두고 죽을 똥을 쌌다고 하는 건가? 그런데 그것도 아니었다. 빈 속에 약을 먹이는 것이 아닌데 그래도 녀석이 밤새도록 울까봐 그러느니 차라리 재우는 게 낫겠지 싶어 강제로 약을 먹인 것이 탈이나 아침에 묽은 똥을 쌌다. 정말 녀석의 예정된 시간이 가까이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럴 리 없을 거라는 건 잘 알면서도 녀석이 입맛을 다시고 낑낑거리는 것이 혹시 뭘 먹겠다는 걸 우리가 못 알아차리는 건 아닐까 싶어 녀석이 평소 끼니처럼 먹고 있는 견빵을 오늘도 가루처럼 잘게 부수어 물에 약간 되직하게 이겨서 입에 넣어 줘 봤다.역시 처음 한 두 번은 먹는 척 하더니 이내 뱉어내고 만다. 그럴 줄 알면서도 하는 인간의 이런 헛짓거리를 동물들은 비웃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러라지. 그럼 어떡하니? 이게 사랑인 것을. 


어제는 내친김에 그동안 미뤘던 반려동물 장례 대행업체에도 전화를 해 보았다. 처음엔 전화를 받지 않아 유령업체인가 했더나 조금 있으니 저쪽에서 찍힌 우리집 전화번호를 보고 전화를 해 준다. 엄마가 받았는데 옆에서 들으니 목소리가 젊은 남자 목소리인 것이 제법 친절하다. 시에서 지원하는 업체라고 강조하던데 과연 믿어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믿을 수 밖에. 알겠지만 우리나라는 개를 먹는 습관이 있어 그에 따라오는 온갖 흉흉한 얘기가 지금도 여전히 떠돌고 있으니 그쪽에서도 강조하는 것이 아니겠는가.요는 언제고 다롱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거든 언제든지 전화해 달라고 개인 전화번호까지 가르쳐 준다. 이 부분에 대해 혹시 알려줄 말이있다면 댓글 달아주기 바란다. 



(한 12년전쯤에 찍은 사진이다.)


그리고, 난 사진 같은 거 남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다롱이 사진은 거의 없는데 아주 오래 전 내 서재에 올렸던 게 있어 다시 한 번 봤다. 다시 보니 털에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것이 정말 철없어 봐는 개 한마리가 찍혀있다. 정말 다롱이에게 이런 시절이 있었나 싶게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다. 작년 이 맘 때 찍어 둔 사진을 아직도 지우지 않았는데 지금의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다른 것이 있다면 작년 이맘 땐 그래도 간간히 걸어다니고 용변은 꼭 화장실에 봤다는 것. 물론 식구들이 번갈아 가며 데려다 놓곤 했다. 어쨌든 이런 녀석을 이제 곧 얼마 안 있으면 못 볼 거라고 생각하니 믿기지가 않는다. 오늘도 녀석이 낑낑거릴 때마다 안아 주었다. 이렇게 해서라도 녀석의 시간을 늦을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부질없다. 내일도 일어나면 녀석이 숨쉬고 있는 걸 지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녀석은 습관처럼 내일 새벽에도 깨어서 낑낑거릴 것 같지만.

안녕, 다롱아. 내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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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12 21: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 반려견도 떠나기 몇주 전 부터 다롱이 같은 증세 보였어요, 저희는 그때 주택가에 살아서 뒷 마당에 뭍어 주었는데 주변 지인들은 애견 장례업체 통해서 하더군요 경기도 지역에 이런 업체가 많다는 건만 알고 있습니다.

stella.K 2021-08-13 19:09   좋아요 2 | URL
그러셨군요. 저희도 20년 전 제니를 마당에 묻어준 적이 있습니다.
근데 지금은 이게 불법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야산 같은데 불법매립도 그렇고.
그래봐야 솜방망이 처벌인 것 같아요.
가끔 반려동물 사체가 쓰레기봉투에서 발견되기도 한다니 말입니다.
얼마 전 뉴스를 들으니 반려동물 장묘를 활성화시키는가 본데
좀 의외다싶더군요. 이미 어느 정도 되어 있는 줄 알고 있는데
그게 아닌가 해서요.
다롱이 죽으면 직접 가서 화장하는 걸 지켜봐 줘야할 것 같은데
그렇게 못할 것 같습니다. 볼 용기도 없고 아마 코로나 때문에
업체측에서 좋아할 것 같지도 않고.
아, 정말 사람이나 짐승이나 사별은 넘 힘든 것 같습니다.ㅠ

청아 2021-08-12 21: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곡기를 끊다니ㅠ 저희 츄츄도 요즘 질환이 더 늘어난데다 숨쉬는걸 힘들어해요. 그래도 밥은 먹는데..다롱이 ㅠㅇㅠ
츄츄도 다롱이도 편안히 갔으면 좋겠네요.

stella.K 2021-08-13 19:17   좋아요 1 | URL
반려동물은 자기가 어디가 아프다고 말을 못하니
결국 먹는 걸로 건강 정도를 파악할 수 밖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직 밥은 먹는다고 하니 앞으로 좀 더 살지 않을까 싶네요.
미미님도 마음 단단히 잡수시고 끝까지 잘 돌 봐 주시기 바랍니다.
힘내시구요.^^

희선 2021-08-13 23: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롱이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많이 실감하시겠습니다 아픈 모습 보는 것도 마음 아플 텐데, 그날이 찾아오면 더 힘들겠네요 편안하게 가면 좋을 텐데, 지금까지 아파서 힘들었겠습니다 다롱이한테 남은 시간 많이 힘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희선

stella.K 2021-08-15 19:56   좋아요 2 | URL
네. 나중엔 물도 안 먹는 날이 오고 그러면 진짜 간다던데
아직은 물그릇을 입에 대주면 먹긴하더군요.
그게 얼마나 갈지 모르겠습니다.
밤에 깨면 죽었을까 하고 아침에 살아있는 거 확인하면
만감이 교차합니다. 안도감도 있지만 오늘은 살겠나 힘들면 가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죠.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현직 부장 판사가 쓴 극을은 의구심 반, 질투 반으로 보고 있었다. 난 아직 문유석의 책을 읽어 본 것이 없지만 그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사람이 이젠 극본까지 썼으니 그는 악마가 맞는 것 같긴하다.


내가 먼저 이 드라마에서 눈에 들어 온 건 대통령의 이미지다. 자국의 영화건 외국의 영화건 지간에 대통령의 이미지는 대체로 점잖거나 우유부단하거나, 아니면 자나칠 정도로 똑똑하거나 어쨌든 굳이 나쁜 이미지로 그리진 않는다. 그게 주인공이건 조연이건 단역이든 말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의 대통령은 파격적이게도 찌질이로 나온다. 그것을 반증이라도 하듯 대통령 역을 맡은 배우가 목소리가 진짜 찌질하다. 이런 대통령은 보다가도 처음 본다. 찌질하다 못해 약간 사이코 같기도 하고.


이쯤되면 아무래도 작가의 사상을 의심해 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뭐지...? 현직 대통령에 대해 불만을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건가? 아니 그 보단 원래 사법 개혁이란 미명하에 법조인들과 대통령이 그다지 좋은 관계는 아니었으니 그걸 이런 식으로 냉소라도 하겠다는 건가 싶기도 하다. 


사실 애초에 이 드라마를 볼 생각을 했던 건 주인공을 맡은 지성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니까. 관건은 판사 역을 맡은 지성을 얼마나 악마 같이 나오는가인데 언제나 그렇듯 드라마는 초반의 기선제압이 관건인만큼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솔직히 괜찮겠나 싶은 의구심이 반이었다. 하지만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 작가는 끝까지 작가여야 하는데 작가가 너무 유명해서일까 주인공이 보여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작가가 보인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주인공 강요한은 어느 순간 악마가 아닌 정의의 사도로 바뀌어 있다. 물론 여기서의 악마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 악마가 아니다. 그냥 악랄함의 상징적 표현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 자신이 얼마나 변신에 능하고 지략이 뛰어난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적어도 그가 악마가 아닌 새로운 정체성을 드러내는 싯점은 또 다른 주인공 가온이 사고로 강요한(지성 분)의 집에서 치료를 받으면서부터다. 그 전까지 가온은 강요한을 끊임없이 의심했는데 강요한의 집에 머물면서 점점 강요한을 신뢰하게 되거나 혹은 감정이입을 하게 만든다. 또한 그렇게 되면서 이상한 성 같은 강요한의 집은 차츰 천국이 되어간다. 그때부터 드라마는 급격히 힘을 잃고 그렇고 그런 범작이 되어버린다. 요즘의 드라마가 16회분이라는 것을 상정할 때 (한 20년 전에는 18회 20회를 했다. 그것에 비하면 짧아지긴 했지만 지금은 16회분도 길어 보인다. 14나 12회로 줄여도 좋을 것 같은데 제작비를 생각하면 제작측으론 다소 아까운 측면이 있을 것이다) 이런 드라마는 주인공을 괴롭히는 적대자가 있어 팽팽한 접전을 보여줘야 하는데 웬지 너무 일찍 그 장막을 거두어 들인다. 가온도 생각 보다 일찍 강요한의 편이 되고 그의 조카도 뭔지 원수지간인데 가온의 출연으로 의기투합하게 되고, 쓸만한 적대자로 보였던 최경희 법무부 장관도 지난 주 자살로 종결해 버린다. 최경희 법무부 장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것도 작가의 뭔가의 숨은 의도가 있는가 간파된다.


이제 종반을 치닫는 싯점에서 강요한이 유일하게 남은 적대자는 과거 강요한이 어릴 때 집에서 하녀로 일했던 정선아다. 그랬던 그녀가 어떻게 지금의 '사회적 책임 제단' 대표가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인생 유전은 보여주지 않고 그저 단순히 전 대표를 간단하게 죽임으로 그 자리를 이어 받는 것으로 설정하고 있다. 아무리 디스토피아(말이 디스토피아지 드라마는 그저 만화 같다.)를 그린다곤 하지만 캐릭터가 너무 얄팍하다.   


아무튼 둘이 뭔가 팽팽한 긴장감을 주긴 하지만 정선아는 강요한에 필적할만한 악녀가 아니다. 그것을 가장했을뿐 하녀라는 말에 부르르 떠는 걸 보면 나약하고 자신의 이름을 한자로도 쓸 줄 모르는 텅빈 뇌를 가진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그런 정선아를 강요한이 퇴폐시키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더구나 여자 아닌가. 지금까지 작가는 여자를 여자답게 그린 게 없다. 드라마 시청의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문유석 작가는 이 드라마를 어떻게 마무리지을건지 궁금하다기 보단 걱정된다. 


모르긴 해도 드라마는 영화 <베트맨> 시리즈를 많이 참고 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이런 드라마는 꿈동산을 만들어 좋으면 안 된다. 강요한의 환경은 시종일관 지옥이어야 한다. 그 지옥을 끊임없이 헤치고 헤쳐가야 시청자들이 몰입해 보면서 주인공에게 갈수록 신뢰와 애정을 느끼는 것이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때가 없어 보인다. 지성은 무슨 역을 맡아도 실망시키지 않는다. 차경희 역의 장영남의 연기도 훌륭하다. 고로 내 말은 문유석은 판사 일 열심히 하면서 간간히 책 내고 그렇게 지내는 것이 더 낫지 않나 하는 것이다. 물론 이제까지의 글도 그렇고 이건 어디까지나 나 개인적인 생각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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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1-08-11 13: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제 판사님도 아니고 전업작가님이시래요.
그리고 드라마 첫 작품도 아니랍니다 👍

그레이스 2021-08-11 13:52   좋아요 1 | URL
미스함무라비
재밌게 읽었던 소설입니다
사이사이 법에 관한 지식도 알려주고
좌배석 우배석 ... 이런거 당시 책 처음 나왔을때 읽고 알았어요^^
드라마도 재밌었구요

stella.K 2021-08-11 20:07   좋아요 1 | URL
엇, 언제 또 전업작가로? 근데 아직도 현직 부장 판사로 직함이 뜨길래...
맞아요. 첫 작품이 아니죠.
<미스 함무라비> 저도 드라마를 보려고 했는데 몇회 보다가 말았어요.
끝까지 안 본 걸 보면 재미가 딱히 있었던 건 아닌 모양인가 봅니다.

페크pek0501 2021-08-12 15: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같은 저자의 <개인주의자 선언>이란 책을 지난 2월에 구매했는데 아직 들춰보지 못했어요. ㅋ
읽다 만 책이 하나 늘어나는 게 싫어서 현재 읽고 있는 책들에 집중하려고요.
저까지 구매할 정도로 유명한 저자가 된 듯합니다. ^^**

stella.K 2021-08-12 19:16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사람 책은 언제고 한 권을 사 봐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는데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어요.
근데 극본은 좀 과유불급은 아닌가 싶어요.
전 요즘 도진기의 책을 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ㅋ
 

그동안은 폭염이더니 어제 모처럼 비가 내려주어 그나마 더위는 한숨 쉴 것도 같다.

그래도 요즘엔 시간이 없다. 모처에서 두어 달쯤 리뷰를 쓰는 조건으로 책 한 권을 받아왔는데, 사실은 읽겠다고 하다 고사를 했던 책이다. 근데 뭐 때문인지 기어이 보내와 결국 읽고 말았다. 리뷰를 써야 하는데 알다시피 폭염에 체력도 예전 같지 않고 다롱이 역시도 심상치 않아 여태 쓰지 못하고 있다. 


다롱이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녀석은 키워 본 중에 가장 애를 먹이는 개로 기록될 전망이다. 키울 때도 쉽지 않았는데 마지막도 이렇게 힘게 할 줄은 정말 몰랐다. 사실 다롱이는 20여일 전부터 신경안정제를 먹이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도무지 잠을 자지 않아 내려진 특단의 조치다. 자기도 괴로운지 밤이고 낮이고 찡찡대니 그것을 받아주는 것도 한계다. 무엇보다 어무이가 잠을 못 자니 그렇게 사랑으로 키웠던 다롱이를 향한 증오가 극에 달할 정도다. 오죽하면 안락사를 진지하게 고려했으려고. 물론 아직도 못하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하긴 반려인이 건강해야 반려견도 돌볼 수 있는 거지 죽을 날이 머지 않은 개 돌보겠다고 사람이 희생될 수는 없는 것이다. 


울어무이를 보면 물론 아동학대를 결코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 아동을 학대하는 마음을 알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금이야 옥이야 키웠던 다롱이를 미워하고 있으니 말이다. 당연히 밉다고 해서 그게 아동이나 동물 학대로 가면 결코 안 되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사실 다롱이가 강적인게 신경안정제 하나만으로도 효과는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밤에 자기 전에 약을 먹이면 못해도 아침까지는 가야할 텐데 해도 떠오르지 않은 새벽에 깨서 또 보챈다. 병원에서는 다롱이가 워낙 노견이라 약의 도수를 함부로 높일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사정 얘기를 하자 뭔가의 약을 더 처방을 해 줬는데 모르긴 해도 진짜 수면제는 아닐까 싶다. 의사는 이건 확실히 효과가 있을 거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정말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웬걸 대신 다롱이는 먹지 않았다. 그걸 먹기 전에는 식욕하나 만큼은 좋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의사는 입맛 나는 영양제도 같이 넣었다고 했으니. 먹는 것도 잊고 잠만 자고 있으니 어떻게 해야하나 싶어 의사에게 전화를 하니 그렇다면 수면제를 빼보라고 한다. 그래서 뺐지만 당장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어제까지 물조차도 자기가 알아서 입으로 먹지 못해 입을 벌이고 넣어줬다. 신경안정제와 녀석이 먹는 밥은 말할 것도 없고. 빈속에 약을 먹이면 안 된다니 어쩌겠는가. 강제로라도 넣어줘야지. 


그런 걸 보면 몸은 점점 마르다 못해 경직되어 가는 것 같았다. 기르던 개가 식음을 전폐하면 결국 마지막이라던데 그때가 가까이 이른 건 아닌가 싶어 그동안은 간헐적으로 울다 어제는 그야말로 펑펑 울었다. 그래. 가려면 가라. 남들은 안락사도 시켜준다는데 차마 그런 식으로 보낼 수는 없고 녀석이 알아서 가 주길 바랄뿐이었다. 새삼 우리가 다롱이를 너무 많이 좋아했구나 싶었다. 이렇게 정 떼기가 어려워서야 원.


헉, 근데 오늘은 좀 다르다. 전날까지만 해도 밤낮으로 잠을 자던 녀석이 오늘은 좀 정신이 나는지 아침부터 일어나 낑낑대며 보채는 것이 수면제를 먹기 이전으로 돌아 온 것이다. 먹는 것은 여전히 넣어줘야 하지만 어제 보다는 훨씬 많이 먹었다. 그러니 마음이 다소 놓이긴 했다. 


하지만 과연 뭐가 잘하는 건지 지금도 모르겠다. 이렇게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다롱이를 끝까지 돌보는 것이 옳은 건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다롱이를 편하게 보내주는 것이 좋은 건지. 아니할 말로 다롱이를 수면 상태에서 업체에서 데려가 안락사를 시킨다면 그걸 알았을 때 우리에게서 어떤 배신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가장 좋은 건 녀석 스스로가 가는 건데 아직은 그럴 맘이 없는 건지 이것도 다롱이를 너무 사랑한 때문은 아닌지 그저 마음만 심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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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8-03 0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픈이를 돌보는건 반려동물이나 사람이나 다르지 않군요. 맘도 많이 아프시고 몸도 힘들고.... 이 더위에 고생이 많으셔요. 다롱이도 그 맘을 알겠지요.

stella.K 2021-08-03 19:42   좋아요 0 | URL
정말 올여름은 어떻게 지나가나 싶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녀석 때문에 오늘 새벽엔 잠을 설치고 아무 것도 못하고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언제고 다롱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더라고 우리를 잊지말았으면 좋겠어요.
고맙슴다.^^

scott 2021-08-03 0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번 사랑하면 끝까지 한번 책임지면 하늘 나라 갈때 까지ʘ̥_ʘ

stella.K 2021-08-03 19:47   좋아요 1 | URL
무슨 표어 같네요.
전 죽을 땐 연명치료 같은 거 안하고
3, 4일 앓다가 죽었으면 좋겠슴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정말...ㅠ

syo 2021-08-03 0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롱이 뽜이팅......

stella.K 2021-08-03 19:53   좋아요 0 | URL
스요님 아실런지 모르겠는데 옛날 60년대
가요중에 이런 노래가 있죠.
너무나 사랑했기에
너무나 사랑했기에
마음의 상처 지울 길 없어
빗소리도 슬피 우네(?)
물론 그 사랑이 이 사랑과 같은 건 아니겠지만
우리가 다롱이를 너무 많이 사랑한 것 같습니다.
사랑한 죄 밖에 없는데 이렇게 애를 먹이고 있습니다.ㅠㅠ

레삭매냐 2021-08-05 2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밤에는 좀 선선해졌지만
낮에는 여전히 덥네요...

시원한 곳만 생각나네요.

stella.K 2021-08-06 19:29   좋아요 0 | URL
밤에 잘 때는 이불을 살짝 끌어 덥게도 되던데요?ㅋ
오늘은 소나기가 살짝 지나더니 더 선선해진 것 같아요.
이제 늦여름이고 낮에만 덥겠죠.
또 그렇게 그렇게 여름은 가고 가을은 오겠죠.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페크pek0501 2021-08-12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이란? - 고통이란 낱말과 함께 다녀요.

stella.K 2021-08-12 19:13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이렇게 슬플 줄 알았으면
다롱이를 사랑하는 게 아니었는데...ㅠㅠㅋ
 

자랑은 아니지만 난 추위 보단 더위에 특화된 체질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웬만치 덥지 않으면 에어컨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 이번 더위는 웬만한 것이 웬만치가 않다. 어찌나 덥던지 결국 못 참고 에어컨을 지난 주부터 키기 시작했다. 그러자 새삼 천국이 따로 없구나 싶다. 그러니까 에어컨을 끄면 지옥이고 켜면 천국이다. 천국과 지옥이 한끗 차이라더니 정말 그런 것 같다. (에어컨을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그에게 감사하고 싶을 정도다.)


그걸 실감하는 건 내 방 창문은 서쪽으로 나있다. 그런데 비해 거실은 동쪽으로 나 있다. 해가 뜨면 거실도 만만찮게 더워지기 시작하지만 아무려면 하루종일 달구고 서쪽으로 지는 해에 비할까. 해가 지는 시간에 내 방에 있으면 요즘 에어컨 기능이 좋아져 실내 곳곳을 시원하게 한다지만 내 방은 예외다. 물론 찬공기는 주로 아래쪽에서 돌기 때문에 한창 더울 땐 차라리 낮잠을 자는 것이 그나마 효율적이다. 



더위를 피하는 방법이 사람마다 있겠지만 나는 요즘 밤이면 에어컨을 끄고 창문과 방문을 열어 맞파람을 치게 해 놓고 그 길목에 머리를 두고 누워 EBS2에서 하는 클래스 강좌를 듣는 것이다. 얼마 전엔 오후라는 작가의 마약 중독에 관한 강좌를 들었는데 굉장히 흥미로웠다. 그 작가는 정말 사람들이 마약 중독에 대해 흥미를 가질만한 것을 잘도 포착해 들려준다. 송사비의 클래식 강좌도 꽤 들을만 하고. 이런 더운 여름에 이런 낙이라도 없었다면 어떻게 보냈을까 싶기도 하다.


그게 끝나고 나면 멍TV를 하는데 편집없이 사람의 어떤 동작이나 일을 10분간 보여 주는 것이다. 잘 안 보지만 요즘에 나오는 건 뭔가의 일을 하는 사람의 손동작을 보여 주는데 보고 있으면 잠이 올 것만 같다. 어떤 땐 시작도 하기 전에 잠이 들기도 하지만. 

무슨 얘기냐면, 난 이런 더위에도 잠 하나만큼은 잘자고 있다고. 

이 글을 읽고 나만의 더위를 피하는 방법이 있다면 공유해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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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7-29 2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케이님의 더위 견디시는 모습, 울 할무이 모습인뎅 ㅋㅋㅋㅋ이런 상태로 동영상 응시 하시면 시력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더위 쫒는 방법은 쉬원한 에어콘 🧊 🍧 🤿

stella.K 2021-07-30 18:38   좋아요 1 | URL
췟, 할머니요? 하긴 옛날 같으면 제 나이 정도면 슬슬
손주가 하나 둘씩 태어나기 시작한 나이죠.ㅎ
누워서 TV 보는 게 그렇게 안 좋은가요? 이거 상당히 오래된 습관인데 어쩌나...ㅠ

조그만 메모수첩 2021-07-29 2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하는 방법은 아닌데 욕조에 찬물 넣고 들어가서 책을 읽는다는 분이 계시더군요. 높은 온도와 습도 건강 지키시는 나날들이길 바랍니다~

stella.K 2021-07-31 19:47   좋아요 1 | URL
이동진 영화 평론가가 입욕하면서 독서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책 한 권 읽고 나온다던데 대신 살이 퉁퉁 불어 나올텐데
그래도 좋은지 모르겠어요.ㅋ

바람돌이 2021-07-29 2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더위를 힘들어 하므로 에어컨과 선풍기를 껴안고 살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아무것도 못하고 널부러져 있을 것이며, 돋아나는 땀띠로 인하여 짜증 만땅일 것이므로.....

stella.K 2021-07-30 18:59   좋아요 0 | URL
ㅎㅎㅎ 돋아나는 땀띠! 맞아요.
2, 30년전만해도 에어컨은 사치품이었는데
지금은 없으면 안되는 필수품이 됐어요.
옛날엔 전기 요금 많이 나온다고 해서 잘 안 켰는데
지금은 뭐 여름에 냉장고 하나 더 사용한다고 생각해야죠.ㅋ

기억의집 2021-07-30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오후 마약에 관한 책 읽었어요. 이 작가 몰랐다가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를 유투버 궤도가 소개 하길래 흥미가 생겨 읽었다가 다 읽게 되었는데.. 책에는 약간 마약에 대해 우호적인 것도 있어요. 그게 좀 맘에 안 들긴 했지만 나름 괜찮었는데 유투브에서 ebs 오후 찾아 봐야겠네요.

전 아예 에어컨 틀고 끄고 난 후에도 더운 공기 못 들어오게 24시간 문 닫고 살아요. 솔직히 저도 아주 오랜된 사람이라 더위에 강한데 애들이 있어서 켜게 되더라구요

더운 여름 건강 챙기세요~

stella.K 2021-07-30 19:07   좋아요 0 | URL
아, 오후 작가를 아시는군요.
EBS는 공영방송이라서 그럴까 별로 우호적이란 느낌은 안 들던데.
근데 정말 이 사람은 똑똑한 것 같더라구요.
단순히 정보만 챙기는 게 아니라 마약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까지
잘 얘기하더군요. 이 사람은 한때 쪽집게 과외 교사를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더군요.

가끔 실내 공기를 환기도 해야한다더군요.
더워 더워해도 이럭저럭 반은 지나갔지 싶네요.
폭염만 꺾이고 밤에 잠만 잘자도 지낼만하죠.
기억님도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21-07-30 1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로 오전엔 종이책 독서로, 낮엔 티브이로, 밤엔 오디오북으로 이 지루한 여름을 견디고 있어요.
그저께인가 티브이로 영화 ‘투캅스‘- 안성기와 박중훈이 출연- 을 봤는데 오래전에 본 것이라 새로 보는 느낌으로 재밌게 봤어요. 뭔가에 몰입해 있으면 여름이란 계절을 잊지요.
책과 영화가 없다면 더 지루한 여름이 될 듯합니다. ^^**

stella.K 2021-07-30 19:14   좋아요 0 | URL
역쉬!
전 요즘 영화는 거의 안 보고 있습니다.
드라마를 집중해서 보고 있죠. 솔직히 영화는 너무 짧고
드라마는 너무 길다는 생각이에요.
한 14나 12부작만 해도 좋을 것 같은데 16부작은 넘 길어요.
엇, 그러고 보니 언젠가 이 얘기 했던 것 같아요.
왜 기시감이 느껴지죠?ㅋㅋ
그래도 뭐 어쨌든 소설 읽는 마음으로 보고 있습니다.ㅎ
얼마 전까지 <모범택시> 봤구요 지금은 <괴물> 보고 있습니다.
그것 말고도 봐야할 드라마가 줄줄이죠. 전 왜 드라마를 좋아하게
됐을까요?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