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은 폭염이더니 어제 모처럼 비가 내려주어 그나마 더위는 한숨 쉴 것도 같다.
그래도 요즘엔 시간이 없다. 모처에서 두어 달쯤 리뷰를 쓰는 조건으로 책 한 권을 받아왔는데, 사실은 읽겠다고 하다 고사를 했던 책이다. 근데 뭐 때문인지 기어이 보내와 결국 읽고 말았다. 리뷰를 써야 하는데 알다시피 폭염에 체력도 예전 같지 않고 다롱이 역시도 심상치 않아 여태 쓰지 못하고 있다.
다롱이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녀석은 키워 본 중에 가장 애를 먹이는 개로 기록될 전망이다. 키울 때도 쉽지 않았는데 마지막도 이렇게 힘게 할 줄은 정말 몰랐다. 사실 다롱이는 20여일 전부터 신경안정제를 먹이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도무지 잠을 자지 않아 내려진 특단의 조치다. 자기도 괴로운지 밤이고 낮이고 찡찡대니 그것을 받아주는 것도 한계다. 무엇보다 어무이가 잠을 못 자니 그렇게 사랑으로 키웠던 다롱이를 향한 증오가 극에 달할 정도다. 오죽하면 안락사를 진지하게 고려했으려고. 물론 아직도 못하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하긴 반려인이 건강해야 반려견도 돌볼 수 있는 거지 죽을 날이 머지 않은 개 돌보겠다고 사람이 희생될 수는 없는 것이다.
울어무이를 보면 물론 아동학대를 결코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 아동을 학대하는 마음을 알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금이야 옥이야 키웠던 다롱이를 미워하고 있으니 말이다. 당연히 밉다고 해서 그게 아동이나 동물 학대로 가면 결코 안 되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사실 다롱이가 강적인게 신경안정제 하나만으로도 효과는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밤에 자기 전에 약을 먹이면 못해도 아침까지는 가야할 텐데 해도 떠오르지 않은 새벽에 깨서 또 보챈다. 병원에서는 다롱이가 워낙 노견이라 약의 도수를 함부로 높일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사정 얘기를 하자 뭔가의 약을 더 처방을 해 줬는데 모르긴 해도 진짜 수면제는 아닐까 싶다. 의사는 이건 확실히 효과가 있을 거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정말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웬걸 대신 다롱이는 먹지 않았다. 그걸 먹기 전에는 식욕하나 만큼은 좋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의사는 입맛 나는 영양제도 같이 넣었다고 했으니. 먹는 것도 잊고 잠만 자고 있으니 어떻게 해야하나 싶어 의사에게 전화를 하니 그렇다면 수면제를 빼보라고 한다. 그래서 뺐지만 당장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어제까지 물조차도 자기가 알아서 입으로 먹지 못해 입을 벌이고 넣어줬다. 신경안정제와 녀석이 먹는 밥은 말할 것도 없고. 빈속에 약을 먹이면 안 된다니 어쩌겠는가. 강제로라도 넣어줘야지.
그런 걸 보면 몸은 점점 마르다 못해 경직되어 가는 것 같았다. 기르던 개가 식음을 전폐하면 결국 마지막이라던데 그때가 가까이 이른 건 아닌가 싶어 그동안은 간헐적으로 울다 어제는 그야말로 펑펑 울었다. 그래. 가려면 가라. 남들은 안락사도 시켜준다는데 차마 그런 식으로 보낼 수는 없고 녀석이 알아서 가 주길 바랄뿐이었다. 새삼 우리가 다롱이를 너무 많이 좋아했구나 싶었다. 이렇게 정 떼기가 어려워서야 원.
헉, 근데 오늘은 좀 다르다. 전날까지만 해도 밤낮으로 잠을 자던 녀석이 오늘은 좀 정신이 나는지 아침부터 일어나 낑낑대며 보채는 것이 수면제를 먹기 이전으로 돌아 온 것이다. 먹는 것은 여전히 넣어줘야 하지만 어제 보다는 훨씬 많이 먹었다. 그러니 마음이 다소 놓이긴 했다.
하지만 과연 뭐가 잘하는 건지 지금도 모르겠다. 이렇게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다롱이를 끝까지 돌보는 것이 옳은 건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다롱이를 편하게 보내주는 것이 좋은 건지. 아니할 말로 다롱이를 수면 상태에서 업체에서 데려가 안락사를 시킨다면 그걸 알았을 때 우리에게서 어떤 배신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가장 좋은 건 녀석 스스로가 가는 건데 아직은 그럴 맘이 없는 건지 이것도 다롱이를 너무 사랑한 때문은 아닌지 그저 마음만 심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