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은 아니지만 난 추위 보단 더위에 특화된 체질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웬만치 덥지 않으면 에어컨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 이번 더위는 웬만한 것이 웬만치가 않다. 어찌나 덥던지 결국 못 참고 에어컨을 지난 주부터 키기 시작했다. 그러자 새삼 천국이 따로 없구나 싶다. 그러니까 에어컨을 끄면 지옥이고 켜면 천국이다. 천국과 지옥이 한끗 차이라더니 정말 그런 것 같다. (에어컨을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그에게 감사하고 싶을 정도다.)
그걸 실감하는 건 내 방 창문은 서쪽으로 나있다. 그런데 비해 거실은 동쪽으로 나 있다. 해가 뜨면 거실도 만만찮게 더워지기 시작하지만 아무려면 하루종일 달구고 서쪽으로 지는 해에 비할까. 해가 지는 시간에 내 방에 있으면 요즘 에어컨 기능이 좋아져 실내 곳곳을 시원하게 한다지만 내 방은 예외다. 물론 찬공기는 주로 아래쪽에서 돌기 때문에 한창 더울 땐 차라리 낮잠을 자는 것이 그나마 효율적이다.
더위를 피하는 방법이 사람마다 있겠지만 나는 요즘 밤이면 에어컨을 끄고 창문과 방문을 열어 맞파람을 치게 해 놓고 그 길목에 머리를 두고 누워 EBS2에서 하는 클래스 강좌를 듣는 것이다. 얼마 전엔 오후라는 작가의 마약 중독에 관한 강좌를 들었는데 굉장히 흥미로웠다. 그 작가는 정말 사람들이 마약 중독에 대해 흥미를 가질만한 것을 잘도 포착해 들려준다. 송사비의 클래식 강좌도 꽤 들을만 하고. 이런 더운 여름에 이런 낙이라도 없었다면 어떻게 보냈을까 싶기도 하다.
그게 끝나고 나면 멍TV를 하는데 편집없이 사람의 어떤 동작이나 일을 10분간 보여 주는 것이다. 잘 안 보지만 요즘에 나오는 건 뭔가의 일을 하는 사람의 손동작을 보여 주는데 보고 있으면 잠이 올 것만 같다. 어떤 땐 시작도 하기 전에 잠이 들기도 하지만.
무슨 얘기냐면, 난 이런 더위에도 잠 하나만큼은 잘자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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