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롱이는 곡기를 완전히 끊었다. 지난 월요일부터 물 외엔 아무 것도 먹지 않는다. 벌써 몸은 비쩍 말라 더 이상 마를 것도 없을 것 같은데 1주 전보다 더 말라 구겨진 종이조각 같다. 그래도 무슨 기운이 있는 건지 습관적으로 잠을 깨서는 여전히 제법 굵은 소리로 낑낑거린다. 그 정도라면 이제 기운이 빠져서 힘도 없을 텐데 아직도 본능 같은 습관이 살아있는 걸까 신기할 정도다.
이제 더 이상 다롱이 때문에 울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는데 어제 녀석이 생각 보다 많은 양의 똥을 싼 것을 보고 좀 놀라다 결국 울컥하고 말았다. 먹은 것도 없는 녀석이 쌀 똥이 어딨다고 이렇게나 많이 싼 걸까. 그러지 않아도 전날도 똥을 쌌기 때문에 더 놀라더랬다. 이런 걸 두고 죽을 똥을 쌌다고 하는 건가? 그런데 그것도 아니었다. 빈 속에 약을 먹이는 것이 아닌데 그래도 녀석이 밤새도록 울까봐 그러느니 차라리 재우는 게 낫겠지 싶어 강제로 약을 먹인 것이 탈이나 아침에 묽은 똥을 쌌다. 정말 녀석의 예정된 시간이 가까이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럴 리 없을 거라는 건 잘 알면서도 녀석이 입맛을 다시고 낑낑거리는 것이 혹시 뭘 먹겠다는 걸 우리가 못 알아차리는 건 아닐까 싶어 녀석이 평소 끼니처럼 먹고 있는 견빵을 오늘도 가루처럼 잘게 부수어 물에 약간 되직하게 이겨서 입에 넣어 줘 봤다.역시 처음 한 두 번은 먹는 척 하더니 이내 뱉어내고 만다. 그럴 줄 알면서도 하는 인간의 이런 헛짓거리를 동물들은 비웃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러라지. 그럼 어떡하니? 이게 사랑인 것을.
어제는 내친김에 그동안 미뤘던 반려동물 장례 대행업체에도 전화를 해 보았다. 처음엔 전화를 받지 않아 유령업체인가 했더나 조금 있으니 저쪽에서 찍힌 우리집 전화번호를 보고 전화를 해 준다. 엄마가 받았는데 옆에서 들으니 목소리가 젊은 남자 목소리인 것이 제법 친절하다. 시에서 지원하는 업체라고 강조하던데 과연 믿어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믿을 수 밖에. 알겠지만 우리나라는 개를 먹는 습관이 있어 그에 따라오는 온갖 흉흉한 얘기가 지금도 여전히 떠돌고 있으니 그쪽에서도 강조하는 것이 아니겠는가.요는 언제고 다롱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거든 언제든지 전화해 달라고 개인 전화번호까지 가르쳐 준다. 이 부분에 대해 혹시 알려줄 말이있다면 댓글 달아주기 바란다.
(한 12년전쯤에 찍은 사진이다.)
그리고, 난 사진 같은 거 남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다롱이 사진은 거의 없는데 아주 오래 전 내 서재에 올렸던 게 있어 다시 한 번 봤다. 다시 보니 털에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것이 정말 철없어 봐는 개 한마리가 찍혀있다. 정말 다롱이에게 이런 시절이 있었나 싶게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다. 작년 이 맘 때 찍어 둔 사진을 아직도 지우지 않았는데 지금의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다른 것이 있다면 작년 이맘 땐 그래도 간간히 걸어다니고 용변은 꼭 화장실에 봤다는 것. 물론 식구들이 번갈아 가며 데려다 놓곤 했다. 어쨌든 이런 녀석을 이제 곧 얼마 안 있으면 못 볼 거라고 생각하니 믿기지가 않는다. 오늘도 녀석이 낑낑거릴 때마다 안아 주었다. 이렇게 해서라도 녀석의 시간을 늦을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부질없다. 내일도 일어나면 녀석이 숨쉬고 있는 걸 지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녀석은 습관처럼 내일 새벽에도 깨어서 낑낑거릴 것 같지만.
안녕, 다롱아. 내일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