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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 Antiqu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감독 : 민규동 |
주연 : 주지훈, 유아인, 김재욱 |
원래 원작이 유명하면 그것을 영화나 드라마화하는데 많은 부담감을 갖게 마련이다. 잘하면 본전이고, 원작 보다 낫다는 말 듣기는 아예 마음을 비우는 것이 좋다. 그렇게 보자면 이 영화는 나름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가 원작과 다른 점이 있다면, 뮤지컬을 차용했다는 점과 CF를 보는 것 같은 여러가지 촬영 기법을 총망라하여 보는 즐거움을 배가 시켰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특히 애니메이션은 인물과 각 인물이 갖는 스토리에 치중한 반면, 아무래도 케익이 갖는 사실감은 떨어질수밖에 없다. 그런데비해 영화는 케익의 화려함을 십분 살려, 케익의 향연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은 판타스틱 그 자체다. 그리고 현란한 뮤지컬. 뭐 일단 그 정도라면 나름 먹어주는 영화가 아닐까?
하지만 캐릭터는 만화가 훨씬 낫다. 물론 나름 신경 써서 배우 캐스팅에 공을 드렸다는 건 인정하지만 실사다 보니 인물에 대해 더 이상의 환상을 가질수가 없게 되었다. 더구나 그렇게 케익이나 뮤지컬, 배경이 되는 장소에 그토록 신경을 썼으면서 각 캐릭터가 갖는 이미지는 거의 살리지 못하고 대충 뭉게고, 케익 속에 파묻어 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수밖에 없는 나름의 이유는 짐작이 갈듯도 하다. 미국이나 다른 여타의 선진국에선 동성애 영화가 이미 자리를 잡은 지 오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정착되지 못한데다 아예 동성애 영화라고 하지 않고 19금으로만 분류 하려다 보니 무리수를 뒀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건 감독의 연출의 한계인지 아니면 배우의 부담인건지 암튼 인물이 충분히 살지 못해 안타까웠다.
그래도 영화에서 꽤 비중있는 역할을 한 마성의 게이 민선우 역의 김재욱의 열연이 나름 돋보이긴 했다. 그런데 내가 이 배우를 어디서 보았더라? 생각해 보았더니 그 유명한 <커피 프린스 1호점>에서다. 와플 굽던 그 총각. 그땐 뭐 저리 곱상하게 생긴 사람이 다 있나 별로 탐탁찮게 생각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드라마에선 워낙 공유라고 하는 미끈하게 잘 생긴 배우가 상종가를 치고 있으니 이런 배우가 눈에 들어 올리가 없다. 그런데 그는 게이의 마성 보단 중성의 마성을 지녔다. 지금 모 드라마에서 재벌집 망나니 2세로 열연중인데, 제법 눈에 띄게 연기를 잘한다. 하지만 또 그건 어쩌면 그의 미끈한 몸매가 받혀주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는 울퉁불퉁한 근육남으로는 보이진 않지만 정말 조각같은 몸매를 가졌다. 그의 몸매는 볼 때마다 감탄할 정도다.
아무튼 그런 그가 영화에선 프랑스 남자랑 키스도 하고, 베드신의 끝자락을 연기했다. 어쩌면 본인으로선 힘들었을지도 모르는 연기를 나름 애써 진지하게 연기했다. 물론 보는 나도 그다지 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건 설정일뿐 주가 되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보다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건 각 등장인물이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다. 영화는 주요인물 네 명이 등장하는데 하나같이 트라우마가 있다. 저 김재욱이 맡은 민선우는 어렸을 때부터 게이였는데, 자신이 처음으로 좋아한 선생님이 어머니와 한낮에 정사를 벌이는 것을 목격한 후 그 선생님으로부터 사랑에 실연 당했다는 아픔을 가지고 있고, 민선우의 자타공인 제자 양기범은 이름있는 권투 선수였지만 어떤 병 때문에 더 이상 할 수 없는 아픔을 지녔다. 이 영화의 화자 겸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의 주인 진혁(주지훈)은 어린 시절 유괴 되었다 살아 돌아온 트라우마가 있다. 그는 그 트라우마 때문에 늘 잠잘 때 가위 눌리는 꿈을 꾸었고, 자신을 납치한 납치범을 만나고자 바로 그런 가게를 연 것이다. 범인이 한번쯤은 자신의 가게를 다녀가지 않을까? 그를 만나면 자신의 이 이유없는 가위 눌림도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 때문에. 그리고 진혁을 도련님이라 부르며 졸졸 따라 다니는 수영도 아픔이 있다.
아무튼 그렇게 진혁이 납치범을 기다리고 있는 사이, 그가 납치되던 비슷한 나이대(10살 안팎)의 아이들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형사는 납치범을 잡는 것이 주된 임무겠지만 진혁은 자신을 납치한 사람을 만나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두려운 건 그 과정에서 피를 봤던 것인데 그것이 자신이 오히려 납치범에게 피해를 가했던 그 죄책과 맞닥뜨릴까봐 겁이 났던 것.
이야기는 약간 복잡하기도 하다. 그것은 아마도 트릭을 위한 것인 것 같기도 한데, 결론은 저 흰수염 노인이 애초에 자신의 아이를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겪지 않아도 될 트라우마를 진혁에게 심어줬다는 것과 진혁을 자신의 아이라고 착각한 저 흰수염 노인이 자신이 좋아하는 케익을 납치되어 있는 동안 매번 진혁에게 먹였다는 것과, 그리고 진혁이 납치된 기억이 너무 고통스러워 그것을 잊었지만 그렇게 매번 가위눌림과 케익을 끔찍히 싫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고통 가운데서도 케익샵을 내고 사람을 지극 정성으로 대하면서 인생의 새로운 면들을 발견해 간다는 점에서 진혁은 박수 받을만 하다.
특히 진혁이 맨 마지막에 그런 말을 하지 않는가? 사람은 행복한 것을 더 즐기기 위해 케익을 먹는다(나 뭐라나). 하지만 내가 볼 때 상처가 있는 영혼에게 달콤한 케익을...!이란 건배의 의미가 더 어울릴 것 같다.
인생은 미스터리라고 하지 않는가? 그것을 퍼즐 맞추듯이 하나 하나 해답을 찾아나갈 때 통찰력이 생기고 기쁨도 만끽하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는 그것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 영화에 나오는 케익을 그저 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게 좀 괴롭긴 하겠지만, 보고나면 묘한 포만감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