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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트 플랜 - Flightpla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감독 : 로베르트 슈벤트케 |
주연 : 조디 포스터, 피터 사스가드 |
뭐 요즘 잘 나가는 젊고 예쁜 배우들 그들을 스크린에서 보는 재미야 무시 못할 것이긴 하지만 예전에 내가 알았던 배우를 여전히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건 묘한 애수를 느끼게 한다. 조디 포스터의 이 작품만해도 벌써 5년 전 작품이다. 전작에 비해 이젠 정말 늙어가는 걸 실감할 수 있다. 5년 전에 저 정도라면 지금은 또 얼마나 많이 늙었을까?
그래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건 그녀의 녹슬지 않은 연기력이다. 시고니 위버 같은 여전사의 매력도 좋지만, 조디 포스터는 좀 더 치밀하고 지능적이며 단호함이 매력적이라고 할까? 그런데 그것이 어떤 직업을 위한 캐릭터가 아닌, 예를들면 <양들의 침묵>에서의 정신과 의사나 범죄심리학자 같은 것이 아니라 여성 본능이라는 모성애에서 나오는 거라면 어떤 느낌일까? 이 영화는 그런 조디 포스터의 매력을 유감없이 잘 보여준 영화가 아닐까 한다. 비록 저만한 주름살의 엄마라면 아이가 사춘기 정도는 되어보일 텐데 영화에서의 그녀의 딸은 고작 6살이다.
영화의 분위기는 제법 음산하다. 마치 <식스 센스>처럼. 그런데 영화에서 조디 포스터의 딸로 나왔던 줄리아 역의 말린 로스튼, 6살 어린 아이라고 무시하면 안 될 것 같다. 물론 영화에선 그다지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영화 분위기에 맞게 파리하고 음울한 캐릭터를 제법 잘 소화하고 있다. 무슨 아이가 자기 아버지가 돌아갔다고 비행기 안에서 비슷한 또래 아이들을 만나도 말도 섞지 않고 얌전히 고개만 떨구고 있냐?
그렇다. 이 영화는 죽은 남편을 장지까지 운반하기 위해 탑승한 비행기란 한정된 공간안에서 갑자기 행방불명된 딸을 찾는 어머니의 모성애를 스릴러로 풀어낸 영화다.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가 있는데 전반부에서는 비행기 안에서 사라진 딸을 찾기위한 어머니의 피 말리는 심리전을 보여줬다면, 후반부는 우여곡절 끝에 딸을 찾고 어떻게 자신과 딸 아이에게 몹쓸 짓을 한 사복 경관을 응징하며 그 비행기안을 탈출 하느냐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전반부에서 사라진 아이를 두고 카일 프랫(조디 포스터 분)과 비행기 승무원과 승객들 간에 치열한 신경전이 너무도 사실적여 보는 관객 조차, 정말 카일 플랫이 한꺼번에 남편과 자식을 잃고 그 충격에 망상증 환자가 되어버린 건 아닌가 착각할 정도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속이고 있는데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어떻게 끝까지 고수할 수 있을까? 나도 나 자신을 믿지 못할 정도다.
영화의 사실감을 극대화 시키기위해 아랍인 몇 명도 등장시키는데 말하자면 카일 프랫이 이 아랍인들이 자기 딸을 납치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것은 또 그럴만한 복선을 깔고 있기도 하거니와, 감독은 지난 9.11테러 사태 이후 미국과 아랍과의 신경증적 관계를 영화속에 교묘히 환치시켜 보여주기도 하는 것 같다. 나중에 문제가 해결되고 그 아랍인은 자신에게 폭력까지 가한 조디 포스터에게 가방을 건네 주는데, 웬만한 사람 같으면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할 법도한데 가방을 들어 줘서 고맙다는 표현을 눈인사로만 대신하고 차에 올라 탄다. 물론 너무 미안하면 미안하다는 말 조차 못하고 얼버무리기 마련이기도 한데 그 부분은 너무 성의없어 보인다. 물론 그다지 중요한 장면은 아니지만.
영화의 러닝타임은 대략 1시간 반 가량인데 요즘 영화에 비하면 그다지 긴 시간은 아니지만, 얼핏 비행기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안에서 뭐 보여줄게 있을까? 상대적으로 긴 영화일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가 워낙 짜임새가 좋아 정말 90분 내내 빠져든 느낌이다.
무엇보다 영화의 매력은 비행기 내부를 구석구석을 별천지처럼 보여주고 있다는 것다는 것이다. 여객기라고는 하지만 정말 이렇게 생겼나 싶게 정밀하고 계산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플랫의 직업을 비행기 엔진 기술자로 설정했다는 것은 그만큼 플랫이 비행기를 잘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한데, 그녀가 잃어버린 자기 아이를 찾아 비행기안을 이리저리 헤집고 돌아 다닐 때 마다 카메라가 디테일한 부분까지 잘도 보여주고 있어 비행기에 대해 새삼 관심을 갖게 만든다. 하긴 비행기 안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대체로 흥미로웠던 것 같다. 한번쯤 봐도 후회하지 않을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