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여인 - Woman on the beach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나른한 프랑스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L.SHIN 2010-05-02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난 개인적으로 프랑스 영화가 안 맞더라구요.-_-
그래봤자, 살면서 몇 편 밖에 안 되지만...영화 <택시> 시리즈 1,2까지는 괜찮았어요.
<택시> 3은 헐리우드에서 미국판으로 만들어서 재밌게 봤지요.
그런데 다시 프랑스에서 만든 <택시> 4는...도대체 어디에서 웃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그리고, 어릴 적에 개와 영혼이 바뀐 남자의 이야기를 봤는데요..로맨스 코메디이지만,
'프랑스어는 새소리같이 이뻐'라는 나의 환상을 무참히 깨버린..아주 정신 사나운 대화의
영화였죠.
스테님이 말하는 '프랑스 영화'란? ^^

stella.K 2010-05-02 19:36   좋아요 0 | URL
히히. 맞아요. 그런데 같은 프랑스 영화라도 허리우드 냄새 팍팍 풍기는
영화는 나름 볼만해요. 예를들면 <레옹>같은 거나, 내가 볼 땐 <택시>도
아주 프랑스적이지만은 않을텐데요.
근데 지극히 프랑스적인 영화들이 있지요. 잘은 기억이 안나지만 <남과여> 같은. 건 정말 지루하죠. 하지만 나름의 매력이 없는 건 아니고, 러시아 영화 보단 재미있지 싶기도 해요. 타르고프스키 같은 영화는...ㅜ
저는 이 영화도 아주 형편없지는 않다고 봅니다. 나른해서 그렇지.ㅋ

L.SHIN 2010-05-02 20:36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래서 그나마 <택시>를 봤던 겁니다.
아,정말이지, 전 나른한 영화는 싫답니다. 감동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안 그래도 인생이 나른해 죽겠는데, 영화까지 그런다면.ㅡ.,ㅡ

프랑스는 참 재밌는 문화입니다. 소설은 오히려 기똥차게 기발하고 재밌으면서
어째서 영화들은 그렇게 지루하고 철학적이고 느려터졌는지.
물론, 새발의 피 만큼 영화를 봐놓고, 이런 이야기 할 자격은 없지만서도..

아, 방금 전철이 저 멀리서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럴 때면 꼭 그리운 기분이 들고 합니다. 뭐랄까, 아날로그의 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요. (아,갑자기 나는 왜 엉뚱한 소리를..-_-)
스테님도 이유없이 좋아하는 소리가 있나요?

stella.K 2010-05-03 11:08   좋아요 0 | URL
아, 엘신님도 프랑스 문학 좋아하시는구나.
저도 프랑스 문학이 영화 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중의 한 사람입니다.ㅎ

제가 좋아하는 소리요? 음...뭔가 있을텐데..
비오는 소리?ㅎ 그것도 너무 많이 들으면 좀 그렇긴 하지만 양철지붕에서 부딪혀 떨어지는 소리 들으면 아늑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요. 밖은 저렇게 비가 오는데 내가 있는 안은 뽀송뽀송하구나 하는.
저는 갠적으로 해금이랑 오보에 소리를 좋아한답니다.^^

L.SHIN 2010-05-03 19:31   좋아요 0 | URL
저도 실내에서, 밖의 비 오는 소리를 좋아합니다.
좌아악 소나기가 아니라 후두둑 적당량의 비가 다른 사물을 맞고 내는
그 두 번째 땅에 떨어지는 소리를요.^^

'오보에'는 뭘까..? 들어본 것도 같고..(긁적)

stella.K 2010-05-04 11:12   좋아요 0 | URL
영화 <미션>의 OST 메인 테마 들으보면 단박에 알 수 있을 거여요.ㅋㅋ
 
300 - 300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드라마 <추노>의 대결신에서의 영상이 어디서 왔나 했더니 이 영화에서 비로소 의문이 풀렸다. 그렇지 않아도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이 독특한 영상이 과연 연출자 독창적인 이미지일리는 없을 텐데 했었는데 말이다. 

스토리는 지극히 단순해 보인다. 신의 뜻을 어기고 300용사를 이끌고 적과 말그대로 피 터지게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하게 스파르타의 왕과 그 용사에 관한 이야기다.  

싸움은 잔인하고 야만적이다. 기원전 그 시대의 신은 어땠는지 우린 짐작조차 할 수는 없지만 이 영화에선 비열하고 간사하기까지 한다. 고대의 신들은 하나같이 음란하기도 하지 않은가? 그래서 인물 반반한 처자들은 하나 같이 신의 제물 내지는 신에게 바쳐져야 하는 운명이다. 영화에선 이 부분이 최대한 에로틱 하면서도 역겹게 내온다. 왕이 신탁을 받는 장면에서 말이다. 그런 신이라면 거부해도 좋을 듯하다.  

하지만 왕 개인의 명예 때문에 백성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왕을 나는 결코 좋게는 바라볼 수가 없다. 물론 왕의 명예가 곧 백성의 명예라는 등식을 성립시킨다고 해도 왕의 굴욕이 곧 백성의 굴욕이라고는 말할 수 있을까? 굴욕적인 삶을 연명하느니 명예로운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백성의 삶까지 죽음으로 몰아가도 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개똥밭에 굴로도 이승에서의 삶이 저승 보다 낫다고도 하는데.  

하긴, 그 시대는 정치 보단 힘이 더 우선시 되는 사회였는지도 모른다. 중간중간 전장으로 왕을 떠나 보내고 나름 갈등과 어려움을 겪는 왕비의 모습도 보여지긴 하지만 그것은 양념에 지나지 않고, 결말도 모호하다. 1년 뒤 왕의 유업을 달성코자 전쟁에 살아남은 용사들이 다시 뭉쳐서 전장으로 떠나는 것이 엔딩이지만, 도대체 그 1년 동안 그 나라는 어떻게 살았을지는 감히 상상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난 이 야만적인 전쟁 영화를 결코 좋아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무리 영상이 좋고 야성미 넘치는 근육을 볼 수 있어 좋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마땅치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클래스 - The Clas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감독 : 로랑 캉테
주연 : 프랑수아 베고도



우선 이 영화 시사회 때 볼 수 있었는데 안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프랑스 영화가 좀 그렇긴 하다. 어딘가 모르게 지루하고, 딱딱하고, 뭔지 모르겠는 모호함이 있다는 거. 같은 프랑스 영화라도 허리우드 냄새 팍팍 풍기는 영화는 나름 볼만 한데 말이다. 

같은 프랑스인이 보면 자유와 평등적 사고방식 때문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사고 방식으로 볼 땐 좀 살벌 하다는 생각이 들고, 그나마 우리나라 교육이 아주 나쁜 것마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우린 너무 문제점만 봐서 그렇지 여타의 나라에 비해 꿀릴 것이 없다. 장점은 더 살리고, 문제점은 개선해 나가면 우리도 교육 선진국 될 수 있는데, 그놈의 사교육이 뭐고, 비교의식이란 뭐란 말인가?  

그래도 우리가 누구인가? 의지의 한국인 아닌가? 지난 주일, 한 초등학교 취재한 걸 TV에서 잠깐 본적이 있는데 과연 이런 학교가 있었다니. 괜히 내가 다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모르긴 해도 대안학교도 우리나라가 가장 우수할 걸? 뭐든 1등이 안 되면 성에 안 차지 않는가? 우리나라 좋은 나라다.

가끔 사람들은 인생을 다시 산다면 10대는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하곤 하고, 나 역시 그것에 동감이지만, 아마도 인생을 다시 산다면 필히 10대는 다시 거쳐봐야 하고, 안 그러길 바라더라도 신은 얄궃으셔서 꼭 그렇게 하고야마실 것이다. 

이 영화 보면, 저 포스터에 실린 글이 정말 딱이란 생각이 든다. 무슨 다큐멘터리 보는 느낌. 이렇게 지루해도 나중에 뭐 하나라도 묵직하게 던져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 좀 허무하다.  

영화는 영화여야 한다. <죽은 시인의 사회>가 엄청 생각나더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 - Michael Jackson’s This is i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마이클 잭슨의 사망 소식을 접했을 때, 나는 순간 오래 전 사망한 엘비스 프레슬리를 생각했다. 그리고 TV에서 그의 추모 방송을 했을 때 나름 꼼꼼히 챙겨 보았다. 물론 주로 그가 인기 절정에 있었을 때의 공연과 음악들을 짜깁기 한 것이지만 그의 음악이나 공연은 지금 보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세련과 멋스러움을 넘어 스펙타클 그 자체란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어제 나는 느껴나마 그의 마지막 기록물을 보았다. 이 필름은 그가 10년간의 공백을 깨고 런던 공연을 준비하고 있을 때 리허설 장면을 녹화 소장한 것을 편집한 것이라고 한다. 그때만 하더라도 자신이 죽을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무엇보다 그는 꼼꼼하게 자신이 공연할 것을 체크했고, 여러 많은 세션들과 대화하고 세세하게 고쳐나갔다. 그 와중에도 볼 수 있는 건 그가 간간히 피곤해 하는 모습이 보인다. 물론 지치기도 하겠지. 하지만 긴장하는 모습이나 화내는 모습은 전혀 없어 보였다. 매번 그는 자신의 혼과 기를 쏟아 부어 연습에 임했고, 실제 무대에서도 역시 아낌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 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의 죽음은 정말로 아쉽다. 사람 나이 50이면 아직도 젊고 할 일이 많은 나인데 그렇게 허망하게 가다니. 그것은 정말 엘비스 프레슬리가 죽었던 것만큼이나 충격적이고 슬픈 일이다. 

그런데 나는 이 영화를 봐도 그렇고, 추모 공연을 봐도 그렇고, 마이클 잭슨도 마이클 잭슨이지만 세션들이 눈에 들어 온다. 마이클 잭슨과 같은 무대에서 연주하고, 코러스하고, 같이 춤추고. 어디 보통 영예겠는가? 그렇게 오디션을 통과했을 때 얼마나 기뻤을까? 그리고 실제로 한동안 그의 숨결을 느끼며 그와 함께 연습에 임했다. 이제 또 얼마 안 있으면 마이클과 함께 꿈의 무대에 선다. 사람들은 환호할 것이고, 열광할 것이다. 물론 사람들은 마이클 잭슨에게 보내는 것이겠지만 그것은 동시에 자신이 받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은 마이클 잭슨과 같은 무대에 설테니까.  뭐 그런 부푼 꿈이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또한 두려움도 없었을 것이다. 이미 마이클로부터 강한 기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뭔가 보호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을 테고, 그를 향한 신뢰 또한 강철 같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도 추앙해 마지 않았던 사람이 죽었다. 저들의 마음이 어땠을까?가 나는 자꾸만 생각되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어디서 뭘할까?    

그래도 그들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또 어디에선가 열심히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하고 살지 않을까? 마이클 잭슨이 그랬던 것처럼. 

이제 그의 음악은 영원히 들려질 것이다. 세계 어딜 가도. 언제라도. 해마다 그를 추모하는 공연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그들은 또 힘을 내서 열심히 살게 되지 않을까?  

공교롭게도 나는 그가 공연하는 것을 보면 비가 생각이 났다. 물론 테크닉이나 모든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마이클이지만, 아마도 비의 롤모델은 마이클 잭슨은 아니었을까?란 생각을 어렵지 않게 생각해 보곤 한다. 하긴, 그가 영향을 미친 사람이 비 한 사람 뿐이겠는가?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스피 2010-04-13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죽은이들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오히려 저리 일찍 죽어서 대중과 팬들한테 전설로 남는것이 아닐까요.앨비스나 제임스 딘이나 마를린 몰로나 브르스 리처럼 말이죠.

stella.K 2010-04-13 11:57   좋아요 0 | URL
맞는 말씀입니다. 저도 일견 그렇게 생각해요. 재인박명이라더니...ㅜ

프레이야 2010-04-14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못 보고 지나쳤더랬어요.
마이클 잭슨을 추앙하는 싱어와 댄서들 참 많을 테지요.
스타킹,이란 티비프로그램에서 잭슨을 흉내내는 남자아이가 나왔는데
진짜 재밌게 웃었어요. 어린애가 어찌나 잘하던지요. ㅎㅎ
전생에 저도 곰이 아니었나싶은 때가 많아요.
겨울잠을 너무 오래자는 건 아닌지..ㅋ

stella.K 2010-04-14 10:21   좋아요 0 | URL
그래요? 거 볼걸 그랬습니다.
저는 예능 프로는 웬만해선 보지 않는지라...ㅜ
지금 모 사이트 가면 무료로 볼 수 있게 해 주더라구요.
함 보세요.^^
 
줄리 & 줄리아 - Julie & Julia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감독 : 노라 에프론
주연 : 메릴 스트립, 에이미 애덤스

남녀간의 연애를 아기자기 하면서도 도회적인 감수성으로 형상화시키는데 탁월한 노라 에프론 감독이 새 영화로 우리 곁에 다시 돌아왔다. 그녀의 일련의 작품들이 남녀간의 연애를 스크린에 담았다면, 이번엔 거기서 좀 비껴나 요리를 소재로 한 영화를 들고 왔다는 것. 

사실 음식을 소재로 한 영화는 이전에도 다른 감독들에 의해 여러 모양으로 만들어져 왔다. 얼핏 생각나는 영화로는 음식을 매개로 가족간의 소통의 문제를 다뤘던 <음식남녀>가 생각나고, 요리와 부부 간의 애정을 절묘하게 결합시킨 <안토니아의 요리책>도 나름 인상 깊게 보았다. 하지만 아직도 나의 뇌리에 인상 깊게 남아 있는 책은 <바베트의 만찬>과 <초콜릿>이란 영화가 아닌가 싶다. 



 

두 영화의 공통적이라면 요리를 통해 종교적 금욕을 교묘히 비꼬았다는 것인데,  또한 그런 것을 통해서 요리가 상대적으로 얼마나 사람의 오감을 자극하며, 극대화 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리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 때 굳이 인간의 절제나 금욕을 표현해 줌으로 그 반대에 있는 것들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을 써야 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인간의 삶은 어느 특정한 부분에선 과잉이 되어 있는 것도 사실인만큼 상대적으로 어느 부분에서의 절제나 금욕도 필요한 것아니겠는가. 그런데 그것의 대상이 하필 요리여야 하다니! 또 그것을 통해 절제와 금욕의 미덕을 비꼬고 있다니! 이런 얄궂은 운명이 또 어디있단 말인가?  

요리는 일상적인 것이다. 동시에 특별한 것이기도 하다. 요리만큼 사람을 흥분하게 만들고 즐겁게 만드는 게 또 어디 있을까? 음악은 청각을 만족시키지만 먹을 수 없다. 미술은 시각을 만족시킬 수도 있지만 역시 먹을 수 없다. 청각이나 시각이 미각을 따라갈 수 있을까? 인간의 감각 중 가장 탁월한 감각은 역시 미각이다. 그것을 세치 혀로 맛 볼 수 있다는 건 역시 탁월한 예술행위가 아닌가?   

영화를 보면서 지금까지 이 지구상에 몇 가지의 요리법이 개발 됐을까를 생각해 본다. 말하나마나 그것은 헤아릴 수가 없다. 지금 이 시간에도 새로운 요리법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나는 매일 TV에서 어느 요리연구가나 푸드스타일리스트가 요리를 만들 때마다 인간의 창의성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그래봐야 그림의 떡이지만. 


영화는 처음에 좀 바쁘게 돌아간다. 어떤 땐 1960년대를 보여주다, 어떤 땐 2000낸대 중반을 보여주다. 왔다 갔다 정신이 없다. 분명 영화의 주인공들은 줄리와 줄리아지만 그들은 어느 한 장면에서도 만나지지 않는다. 오직 줄리는 다소 삶에 지친 나이 30의 여자로 현재의 시점을 유지하고, 줄리아는 60년대를 사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이 둘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하나의 의미로 만나질 수 있는 건, 줄리가 우연한 기회에 줄리아가 출간한 요리책을 손에 드는 순간부터다. 더 정확히는 그녀가 365일 동안 524가지 요리를 직접 만들어 보고 그것을 블로그에 올린다는 계획을 실천했을 때야 비로소 가능할 수 있었다.  처음엔 별 관심을 끌지 못하지만 차츰 누리꾼의 관심을 얻게되고 그것은 줄리의 기쁨이자 삶에 활력소가 된다.   

이걸 보니 나도 블로그질을 처음했을 때가 기억이 난다. '이것은 뭐에 쓰는 물건인고...?'하며 과연 내 블로그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이웃하자고 할 사람이 있을까? 이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까? 난 솔직히 아무런 기획도, 보여 줄 개인기도 없으면서 무조건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을 뿐이다. 그러고 보면 영화에서의 줄리는 분명한 기획을 가지고 있었으니 처음 방점은 아주 잘 찍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쓰든, 블로그질을 하든, 어떤 직업을 갖든,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것. 또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라지 않는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나 취미를 업(業)으로 삼는 것처럼 좋은 일이 없다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60년대를 살았던 줄리아는 행복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외교관인 남편의 사랑을 평생 받고, 요리를 좋아해 프랑스의 명문 요리학교 ‘르꼬르동 블루’를 다니며 많은 사람을 기쁘게 하고, 자신의 요리책도 냈으니 말이다.  

하지만 행복은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항상 승승장구만 할 것 같은 줄리아도 나름의 아픔과 고통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무엇보다 아기를 낳지 못했다. 그것을 요리로 승화시키며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그 어렵다는 요리 학교도 무사히 마쳤다. 여기서 그녀에게 어렵다는 건 공부하는 자체 보단 남자들 가운데 여자는 줄리아 하나로 차별을 견뎌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시대는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용이한 시절이 아니었을 테니 학교에서 조차도 쉽지는 않았겠지. 

줄리는 또 어떤가? 줄리아의 책에 나온 설명서 대로 요리를 해 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요리 학원에서 직접 강사의 설명을 듣고 해도 겨우 쫓아 갈까 말까인데 책만 읽고 해 본다는 게 쉬운 일이겠는가? 처음엔 요리를 하고 그것을 블로그에 올린다는 일이 즐거운 일이었지만 가면 갈수록 실패의 연속이다. 게다가 처음부터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남편하고도 갈등을 겪고 가출까지 한다. 뭐든 인간의 일은 쉬운 법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줄리는 지혜와 인내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고 남편하고도 화해를 한다. 그리고 마침내는 신문사 기자와 인터뷰도 하게 되고 자신의 기사가 신문에도 알려지는 기쁨을 얻는다. 그뿐인가? 책을 쓰자는 제안도 받는다. 그러고 보면 행운은 자기가 만들어 가는 거라는 언제나 평범하지만 진실된 진리를 또 한 번 이 영화에서 확인하게 된다. 더불어 행복 또한 먼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실감한다. 무엇이든 자신이 가진 것을 함께 나누면 행복한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나는 한편 마음이 묵직해 지는 것을 느낀다. 난 어제도 블로그질을 했고, 오늘도 했으며, 내일도 크게 따로 할 일이 없는 한 블로그질을 하게 될 것 같다. 짦지 않은 세월 블로그를 운영해 왔지만 난 아직도 무엇으로 채워야할지 잘 모르겠다. 물론 그때 그때의 낙서 같은 단상도 올리고, 책이나 영화에 관한 리뷰도 쓰고, 관심 가는 책들에 관한 정보도 공유 하지만, 이런 것들로만 운영되어지는 나의 블로그가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하다못해 나는 나의 습작 소설도 써서 올려보기도 했지만 너무 부담스러워 끝도 못 보고 더 이상 올리지 않게 되었다.) 뭔가 나만의 색깔을 지닌 블로그를 하고 싶은데 내 색깔이 뭔지 잘 모르겠다.  

이 영화를 보니, 왕년에 음식 잘하고 알뜰하기로 소문난 울엄마가 생각이 났다. 당신의 손맛이 예전만 같지 않다고 말씀하시곤 하지만 그래도 기본 실력이 어디 가겠는가? 그런데 비해 나는 엄마를 닮지 못했다. 난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아주 기본적인 것 외엔 나머지에 관해선 그다지 관심도 없다. 엄마는 그런 나를 자주 타박하시곤 한다. 여자가 돼 가지고 배울 생각이 없다고. 그건 내가 생각해도 안타까운 일이긴 하다. 어차피 내가 하루 아침에 달라질 것은 아닌 것 같고, 영화를 보면서 나도 엄마의 살림을 블로그에 올려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엄마가 개발하고 응용한 음식이며 맛내기 비법도 알고 보면 꽤 될 것 같은데 그 딸이 전수를 못하고 있으니 아마도 엄마가 돌아 가시면 사장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렇게라도 올려보면 그나마 다행이 아닐까? 사람이 시공간을 떠나 계속 어떠한 의미로든 교감할 수 있는 길이 뭐가 있을까를 찾는 것은 너무 중요한 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써 실제로 줄리 파웰이란 동명의 저자의 체험을 바탕으로 했다. 만일 그녀의 그러한 적극적인 행동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이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이 세상에 없는 노파에게 사랑과 존경을 바칠 수 없었을 것이다.  



확실히 사람은 가도 예술은 남는다고, 사람은 가도 요리 남는다.  

줄리 역의 에이미 애덤스도 나름 연기는 잘했지만 역시 줄리아 역의 메릴 스트립의 연기가 과연 탁월하다 싶다. 어쩌면 낙천적이면서도 능청스러운 아낙의 역할을 그리도 잘 하는지! 다시 한번 그녀의 연기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보면서 내내 기분 좋은 포만감이 느껴졌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10-04-10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릴 스트립의 매력이 다시 푹 빠졌던 영화에요.
독특한 목소리하며, 웃음.^^
재미있게 본 영화에요. 블로깅에 대한 생각까지요.

stella.K 2010-04-10 21:31   좋아요 0 | URL
그래요. 블로깅에 대한 생각까지...! 프레이야님. 흐흑~

hnine 2010-04-10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 마지막 사진에서 액자 속의 메릴 스트립은 진짜 줄리아 차일드인줄 알았어요. 포즈가 어쩌면 저렇게 똑같지요?

stella.K 2010-04-11 14:01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저는 진짜 줄리아를 못 봐서리...
이 영화 정말 좋더라구요. 안 보셨으면 꼭 보세요, 에치나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