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비타 - EVITA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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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알란 파커
주연 : 마돈나 (Madonna), 안토니오 반데라스

전기 영화가 성공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그래서였을까? 많은 물량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그저 그런 범작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무엇보다도 뮤지컬 영화가 아니던가? 뮤지컬 영화를 이토록이나 졸면서 본 건 이 작품이 처음인듯도 하다. 아, 물론 그렇다고 내가 뮤지컬 영화라면 사족을 못 쓰는 그런 류는 아니다. 그냥 보면 흥겨워서 보게 만드는 구석이 있어 보는 것일 뿐이다. 그러니 내가 이 영화를 졸면서 봤다고 해도 한숨지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왜 알란 파커는 이 영화를 뮤지컬로 만들 생각을 했을까? 어쩌면 이 작품도 <시카고>처럼 뮤지컬로 나왔다 나중에 영화로 만들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진 참사 장면도 나름 신선하다. 어떻게 뮤지컬 영화에 이 장면을 도입할 생각을 했을까? 군무씬도 나름 멋지다. 무엇보다 그 시대를 재현하고자 노력했다는 것이 박수를 쳐 줘야 할 것 같다. 1950년대 의상, 화장법 등이 말이다. 영화와 드라마가 꼭 같을 수는 없다고는 하나 가끔 드라마 보면 배경은 옛날인데 주인공은 현대적이라는 것이 못마땅하게 다가올 때가 많다. 특히 요즘 관심있게 지켜보는 <추노>를 보면 특히 여자 주인공이 떠도 너무 많이 뜬다는 생각이 든다. 이 페이퍼는 <추노>를 비판하기 위한 페이퍼는 아니니 더 이상의 언급은 안 하겠지만, 여자 주인공을 부각시키기 위해 오도카니 예쁘게만 꾸며 줄려고 하는 제작진들은 이런 영화보고 반성 좀 하면 좋겠다. 에비타 역을 맡은 마돈나. 난 솔직히 그녀의 등장에 조금은 놀라웠다. 얼마나 촌스럽던지. 하지만 그 시대에선 그것이 나름 최고의 패션 브랜드였을 것이다. 그것을 이해 못할 관객들이 어딨겠는가? 그래도 그녀는 자신의 배역에 최선을 다했다(그녀는 정말 한마디로 대단한 여자다). 

 

사실 역사상 일개의 창녀에서 한 나라의 대통령 영부인이 된 경우는 에비타가 전무후무 하지 않나 싶다. 또한 그녀는 아르헨티나 민중들에겐 성녀였다. 창녀와 성녀. 확실한 아우라를 지닌 인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녀를 그런 시각으로 보는 것도 어찌보면 지극히 남성 중심의 시각은 아닐까 싶다. 하긴 이 여자가 철저하게 남자를 이용해서 개과천선할 생각이었다면 이렇게 보는 것도 당연한 시각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인물에 대한 좀 더 다각적인 연구 노력없이 그저 뮤지컬이란 장르 안에 박제시킨 건 아쉬움이 크다. 더구나 에비타의 인기가 절정에 오르고 그녀의 정적들이 부통령의 자리를 노린다고 생각할 즈음 갑자기 병을 얻어 죽는다는 것은 클리셰란 생각이 들어 작가가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참 무책인 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적의 어떠한 갈등없이 갑자기 신병을 들이 민다는 건, 정적들에겐 손 안 대고 코 푸는 식인데 과연 이런 설정이 가능한가? 아무리 뮤지컬이라고 하지만. 그래서도 이 작품은 뮤지컬로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 

그래도 우리가 아는 건 에비타는 진정으로 민중을 사랑했었다는 것이다. 동시에 과연 이 시대에 이런 인물이 또 과연 한 나라의 정치사에 등장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알겠지만 정치를 좌지우지 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초특급 엘리트들이다. 사실 가방 끈이 길다고 누구나 정치 잘하는 것 아닌데도 국회는 늘 가방 끈이 긴 사람들의 전유물이요 놀이터로 인식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좀 더 나은 국가의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똑똑한 사람을 모아 놨더니 피터지게 싸우느라 하향평준화한 꼴 밖에 되지 않았다. 결국 똑똑한 사람이 나라를 살리는 것이 아니다라는 걸 보여준다. 민중을 사랑하는 정치인만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에비타는 기억될만한 존재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더구나 여자로써 말이다. 그래도 아쉽다. 누군가는 이 여자의 전기를 다시 써 줬으면 하고, 누군가는 이 작품을 다시 만들어줬으면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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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0-01-25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참 감명깊게 보았는데, stella님 리뷰를 찬찬히 읽어보니 저는 너무 감상적으로만 보았지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하긴 그때 제가 좀 그럴만 하기도 했지만요.
이 영화에 실린 노래들도 무척 좋아해서, CD를 지금도 수시로 듣는답니다. 대부분 노래가 슬프지요.

stella.K 2010-01-25 14:19   좋아요 0 | URL
그래요. 음악은 정말 좋았어요.
알란 파커, 나름 좋은 영화 만드는 감독으로 알고 있는데
이 작품은 많이 아쉽더라구요.ㅜ

릴케 현상 2010-01-25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싶었는데 못보고 지나간 영화네요^^ 스텔라님덕에 늦었지만 봐야겠어용~

stella.K 2010-01-26 10:50   좋아요 0 | URL
오, 산책님, 오랜만이세요. 잘 지내시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 The Chronicles of Narnia: The Lion, the Witch & the Wardrob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감독 : 앤드류 아담슨
주연 : 조지 헨리, 스캔더 킨즈

 말로만 듣던 '나니아 연대기'를 이제야 보았다.  

개봉 당시는 <해리 포터>시리즈만은 못해도 나름 관심이 높지 않았나?  

어차피 어린이용이었고, 판타지는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안 그래도 극장은 잘 안 가는데 일부러 찾아 가게 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우리의 C.S 루이스옹의 원작이라니 관심을 아주 저버릴 수는 없었다. 

그런데 CG는 나름 볼만했지만 스토리가 좀 엉성하다. 원작도 그럴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은데. 너무 CG에 매달리고 시간의 제약에 붙들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원작엔 충실하지 못했던 것 같다는 느낌이다.  

이 이야기는 알겠지만 기독교적 사고관에 바탕을 둔 작품이다. 아슬란이 예수님의 다른 인물이라고 봤을 때 애드먼드를 위해 죽는 것은 나름 이해는 가지만 그의 부활 장면은 좀 어딘가 모르게 엉성하다. 하긴 원래 부활이란 게 신비스러운 것이라 표현하기가 좀 애매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 이야기의 중심축은 눈의 여왕과 아이들과의 대결 또는 아슬란과 눈의 여왕과의 갈등 내지는 위기였을 텐데 그것의 표현 역시 어딘가 모르게 아쉬움을 남긴다. 

그래도 영화속 4남매에겐 정말 대단한 모험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디즈니가 원래 그렇긴 하다만 동물의 의인화가 지나치게 인간적여 오히려 부조화가 느껴진다. 동물조차 인간적이면 뭐 때문에 하나님이 동물을 만드셨겠는가? 이건 확실히 좀 오버다. 



악마를 아름답게 그리는 경우는 드문 것 같긴 한데 여기에선 나름 매력적으로 그리고 있다. 틸다 스윈튼이라는 배우라는데 낮이 익다.  

원작으로 읽으면 이 작품에 대한 아쉬움이 좀 채워지려나?  

추운 날 봐서 그런가? 이 영화가 더 추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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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1-14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낙 많은 환타지 영화가 나와서 영화 관람객의 기대치가 높아져서 그런게 아닐까 싶어요.뭐 크게 나쁘지는 않지마 그렇다고 좋아보이지도 않더군요^^

stella.K 2010-01-14 14:53   좋아요 0 | URL
그래요. 딱 아이들이 보면 좋아할만한 수준으로 잘 만들었더군요.
그런데 저 사자 너무 잘 생기지 않았나요?ㅎ

전호인 2010-01-15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니아연대기 다운받은 것이 있는 데 여지 껏 감상을 못하고 있습니다. 리뷰를 발판삼아 꼭 한번 봐야 겠네요

stella.K 2010-01-16 10:42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놋북에 다운받아 놓고 안 본 영화가 두 편이나 됩니다. 편하게 TV로 봐야지 다운은 잘 안 보게 되더라구요.흐흐
 
시카고 - Chicago
영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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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롭 마셜
주연 : 르네 젤위거, 캐서린 제타 존스

 

그러고 보니 내가 이 영화를 두 번 보았다.  

다시봐도 이 영화는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리도 영화의 실제 장면과 뮤지컬을 잘도 조합했는지? 

뮤지컬 장면에서 보면 인간 마리오네트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은 정말 그로테스크 하면서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물론 마지막 저 엔딩 장면도 좋긴하지만. 

배우들이 정말 혼신의 노력을 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캐서린 제타존스야 더 말할 필요가 없지만 저 르네 젤위거는 묘한 매력이 있다. 

어찌보면 백치미면서, 약간은 촌스러운 듯 하면서도 자기 개성을 뚜렷히 가지고 배우.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녀의 연기력은 정말 인정 받을만 하다.  

재즈풍이라 그럴까? 약간은 어두운 이미지면서 자유분망하면서 화려하다. 매력적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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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헨 2010-01-12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개봉한 <나인>은 보셨나요?
궁금하긴 한데 주변 평이 그냥 그래서요.^^
시카고는 저도 잼나게 봤어요.

stella.K 2010-01-12 13:5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평이 좀 그래서 저도 볼 생각은 없네요.
포스터 봐서는 꽤 괜찮을 것 같은데 말이죠.
지금 공연하는 동명 뮤지컬은 어떨지 궁금해요.^^

Tomek 2010-01-12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뮤지컬을 보고 영화를 봐서 그랬는지 '영화'라는 매체에 그다지 적합한 영화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영화에서 표현한 뮤지컬 장면은 뮤지컬에서 '그대로' 가져왔거든요.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날 수 있는 영화가 시공간의 제약을 받는 뮤지컬을 그대로 따라한 것은 원작을 정말로 존중하거나, 아니면 재능이 없어서라 생각합니다.
물론 캐스팅과 계속 흥얼거리게 하는 넘버는 뛰어났지요. ^.^

stella.K 2010-01-12 16:31   좋아요 0 | URL
흠...그렇군요. 뮤지컬을 봐야하는데...
그래도 정말 음악 하나는 끝내줘요. 그죠?^^

hnine 2010-01-12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것 10년 쯤 전에 뮤지컬로 봤는데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의상과 무대와 노래가 화려하고 말씀대로 자유분망한 분위기였다는 것, 흠, 이 기억을 되살리기위해서라도 영화라도 다시 봐야할까봐요.

stella.K 2010-01-13 11:52   좋아요 0 | URL
영화로 보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네요.
영화만 본 저로선 나름 좋았는데.^^

카스피 2010-01-13 0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노래 부르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 영화를 뮤지컬 영화라고 하나요.이 작품도 재미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론 오드리 헵번의 마이페어 레이디가 무척 재밌더군요^^

stella.K 2010-01-13 11:51   좋아요 0 | URL
흠, 저도 그 영화 오래전에 본 것 같긴한데 잘 기억이 안 나네요.
암튼 전 뮤지컬 영화는 다 좋습니다.^^

비로그인 2010-01-13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것 찍을 당시 존스는 임신중이었다죠. 그래서 무척 통통하게 나왔다고 살짝 불만이었다는데 전 르네 젤위거보다 존스가 훨씬 더 좋아요(개인적인 호불호의 감정이죠)
그런데 카메라 앵글은 1층 오른쪽 귀퉁이에서 찍은 듯한 앵글이 자주 나와서 참...

stella.K 2010-01-13 13:09   좋아요 0 | URL
예리하시군요, 주드님.^^
 

감독: 데니스 간젤   

출연:위르겐 포겔 (라이너 벵어 역), 프레데릭 로 (팀 역)제니퍼 울리히 (카로 역)  

별점: ★★★★
 

오늘은, 알라딘 영화DB가 없는 영화를 소개해 볼까 한다. 바로 독일 영화 <더 웨이브>란 영화다.(알라딘에 DB가 있었다면 난 이 글을 당연 리뷰로 썼을 것이다.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는 우리나라 개봉관에서 상영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분류도 제3세계의 음악을 월드 뮤직이라고 따로 분류하는 것처럼 이 영화도 세계 영화로 분류하는 것 같다. 약간 갸웃할 일이지만 암튼).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파시즘은 아직도 살아있다는 것이다. 

고교 교사 벵어는(정확히 무엇을 가르치는 교산지는 알 수가 없다. 사회나 역사를 가르치지 않았을까?) 우연한 기회에 전체주의 수업을 맡아 가르치게 된다. 우리나라 같으면 역시나 주입식으로 일갈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벵어 교사 무슨 열심인지 이것을 머리가 아닌 직접 느끼게 살아있는 교육을 실시한다. 즉 그의 시간 만큼은 벵어 선생님이라 부르지 못하게 하고, '벵어님'이라고 부르게 하며, 태어나서 여간해서 입어보지 않았을 교복의 의미로 그 시간만큼은 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등교하도록 했으며, 그들만의 표식도 만들고, 독특한 인사법을 개발해서 서로 인사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에게 고유명사가 부여됐다. 그것은 바로 '디 벨레'다.

이것은 아이들에겐 너무 자유롭다 못해 다소 나른한 학교생활에 활력을 주기에 충분했고 적지 않은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나는 여기서 다소 놀라웠다. 한없이 자유를 추구하고, 구속당하기 싫어할 것 같은 아이들이 오히려 이런데서 오는 구속감을 더 좋아하더라는 점이다. 그런데 그도 그럴 것이 이것은 아이들에게 이전엔 없는 새로운 경험이며, 뭔가 구별되기를 좋아하는 그래서 그 안에 일원이 된다는 점이 매우 끌리는 점이 되는 것이다. 그것은 확실히 이 수업을 찬성하는 아이들에겐 더 없는 결속력을 요구하는 것이며, 수업에 반대하는 학생들에겐 굉장한 반감을 갖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당연히 아이들의 전체주의는 그것을 반대하는 같은 반 아이 카로를 표적을 삼기도 하고, 또한 그것을 반대하는 세력들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 이것은 어찌보면 내가 2년전쯤 다시 보았던 해리 훅 감독이 만든 <파리대왕>을 연상시키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카로와 뜻을 같이해 반전체주의 운동을 했던 아이들은 우리나라의 민주화 운동을 연상케도 한다.  

그런데 아이들의 벵어님은 어떤가? 그는 아이들의 숨통을 트여주고,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저<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을 연상케도 한다. 하지만 그의 수업은 이미 통제불능의 상태가 되어버렸다. 수업은 교실을 넘어 학교 전체를 공포로 몰아간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전체주의를 추종했던 아이들 사이에서도 균열과 갈등이 일어난다. 뭔가 이것은 잘못됐다는 자각을 하는 아이들이 생겨난 것이다. 벵어는 사태를 바로잡아 보고자 자신의 전체주의 수업을 듣는 아이들을 강당으로 몰아넣고 그들의 꿈과 환상에서 깨어나게 하고자 노력한다. 물론 그의 지혜로 일은 잘 수습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사건은 바로 그 순간 일어났다. 그동안 학교의 왕따였고, 또라이였던 팀이 이 수업을 들은 뒤로 처음으로 인간대접을 받았던 것이다. 그는 '디 벨레'의 이름으로 그것을 거부하는 세력으로부터 보복을 받을 때 보호를 받았던 것이다. 그건 그에게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런데 벵어 선생님은 낮잠 한번 잘 자다 깬 것처럼 모든 것을 없었던 것으로 하려고 하니 얼마나 기가막혔을까? 그는 안된다고 절규했고, 그때까지 장난감 총이라고 속였던 총을 친구에게 난사하고 스스로 총을 물고 자살을 한다. 이것은 보기에도 충격스럽기도 하지만, 지난 몇 년 간 그리고 지금도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미국의  총기난사 사건 그것도 특별히 지난 2007년 버지니아 공대의 조승희 사건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벵어는 전체주의를 신봉했던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난 200년 동안 전체주의가 인류에게 씼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 있다는 것을 히틀러와 파시즘이 너무도 잘 증명 해주고 있지 않는가? 그러나 전체주의의 망령은 오늘도 곳곳에 남아있다. 그것은 사람을 특별하게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매력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전체주의의 위험성은 말하기는 좋아 하지만 그것을 반대했다고 해서 민주화된 사회를 행복해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은 소외와 계층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영화의 도입 부분에서 보면 흰셔츠에 청바지 착용이 우스웠던 카로가 평상시처럼 옷을 입고 등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녀는 그것으로 인해 반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발표에서도 제외되기도 한다. 벵어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손을 든 카로를 무시했던 것이다. 이것은 확실히 전체주의의 전형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전체를 위해 소수가 희생당해야 하는 현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정신을 그렇지 않다. 아무리 다수의 힘이 클지언정 소수를 희생시키지 않아야 한다. 이런 민주화된 나라에서 과연 그것이 온전히 지켜지고 있는가는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마다 묻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결국 이 수업에 참여한 한 영혼이 죽어갔다. 감독은 단순히 전체주의의 망령과 폐해를 말해주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거라고 본다. 오히려 우리가 그렇게도 경계해 마지않는 파시즘 즉 독재주의가 판치지 않기위해 민주화를 어떻게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인가 묻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영화는 상당히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어느 부분은 마치 뮤직 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감각적으로 잘 만들었고,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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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10-01-10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게가 느껴지는 영화였군요. ^*^

stella.K 2010-01-11 13:07   좋아요 0 | URL
그런데 나름 좋았어요. 전호인님도 기회되시면 한번 보세요.^^

soojoungkg 2015-05-05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어디서 보셨어요?

stella.K 2015-05-05 10:21   좋아요 0 | URL
아마 IP TV에서 봤던 것 같아요.
 
안경 - Megan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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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오기가미 나오코
주연 : 코바야시 사토미, 모타이 마사코

이 영화는 기존의 허리우드식 영화문법을 완전히 무시한다. 마치 유럽의 영화를 보는듯 하다. 어떠한 전개도 없고, 갈등도 없으며, 문제해결을 위한 주인공의 멋진 액션도 없다. 그냥 영화가 보여주는대로 보고, 느끼면 그만이다. 그러니 어쩌면 이런 쪽의 영화에 익숙치 않은 관객들은 다소 지루하고 심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이 영화가 나름 좋았다. 하긴  '카모메 식당'을 만들었던 오기가미 나오코가 만들었단다. 이 감독은 이런 영화 만들기로 정평이 나 있나 보다. '카모메 식당'을 처음 봤을 때 그 졸린듯한 나른한 감동이란 참...! 


영화의 특이한 점은 등장인물 모두가 서로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긴 쉬러와서 서로에 대해 알아 무엇하겠는가? 그래도 우리가 흔히 범하는 실수중 하나는 휴양지에 놀러와서 거기서 알게된 사람들과 현실 세계에서는 뭘했는지 알려고 하고, 그러면서 끝임없이 현실에서의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의 설정은 그런 것을 일체 허락하지 않는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내내 상상이 되는 건 천국이 저러지는 않을까 싶기도 하다. 끊임없는 파스텔톤의 맑은 바다가 있고, 욕심없이 사는 한가한 사람들이 있고, 먹고 마시는 것에도 탐심이 없다. 단지 아침에 일어나 규칙적인 체조만 있을 뿐이다. 좋을 것 같지만 과연 인간은 이런 상황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하다. 원래 인간이란 존재는 전투적인 데가 있어서 뭔가를 성취해야 하고, 필요에 피터지게 싸워야 하는 존재들이 아닌가? 이런 것을 싫어한다고는 하지만 사람은 어느틈엔가 이런 것에 길들여져 나도 모르게 그렇게 사는 것이다. 그러다 한번씩 저런 곳에 가서 마음의 때를 벗겨내고, 반성도 하며, 원래 사색하는 동물인 양 고상하게 있다 또 다시 현실로의 복귀가 가능한 존재들이 아닌가? 그래서 배부른 돼지 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고 싶다느니, 천국에서 나른하게 사는 것 보다 지옥에서 전투적으로 사는 것이 낫다느니 개똥철학을 읊어대는 것도 또한 인간이다. 나도 저런 곳은 몇주 또는 몇 개월은 즐겁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영원히 산다면 그건 고려해 봐야할 것도 같다. 아니면 저런 곳에 살아 갈수있도록 내가 새롭게 프로그래밍화 되어야겠지.  


 

저런 핸드폰이 터지지도 않는 곳에 가면 사람들은 뭘하고 싶어질까? 이 영화의 타에코(고바야시 사토미)는 저렇게 뜨개질을 한다. 무엇을 짜느냐고 생물 선생님 하루나(이치카와 미카코)가 묻자 그냥 짠다고만 대답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되묻자, 왜 그러면 안되는 것이냐고 대답한다. 현대인은 목적추구형 인간이니 타에코의 대답도 일견 이해 못할 말은 아닌 것 같다. 나라면 뭘하고 싶어질까? 노트북 하나 달랑 가져가서 글을 쓸 것도 같다.  

무엇보다 부러운건 끼니 걱정 안해도 된다는 것! 아침 먹으면 점심 해 먹을 것 생각해야 하고, 점심 설거지 하면 저녁 만들어 먹을 것을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저곳에서는 끼니를 책임져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민박집 주인 유지와 수수께끼 빙수 아줌마 사쿠라(모타이 마사코)가 그들이다. 그들이 만들어 내는 식단도 정갈하니 한끼 식단으로 손색이 없다. 여자들 또는 싱글들의 로망 중 하나가 그런 거 아닌가? 저런데는 하루 민박이 얼마나 드는지 모르겠다.  

이 영화는 수필 같기도 하고, 배경이 있는 정물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몇개의 사물들이 코드처럼 등장한다. 예를 들면, 하루의 부적이라는 매실짱아찌, 사쿠라의 빙수. 연녹색의 파스텔 바다에 드리워진 낚시. 평소엔 잘 보이지도 않던 열댓 명의 마을 사람들이 사쿠라의 체조 시간만되면 나와서 체조를 하는 것 등등. 그렇다고 해서 영화를 이해하는데 어떤 매개물이 되는 건 아니다. 영화를 위한 소도구 정도일뿐.  하지만 이중 돈 안 받고 파는 사쿠라의 빙수는 영화 전체에 어떤 의미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 영화를 가리켜 일명 슬로우 라이프 무비라고 하는데 정말 그런 것도 같다. 빙수에 넣을 팥을 졸이는데도 사쿠라는 정성을 다하기도 하니까. 아, 위의 스틸컷에서 보듯 저 빨간 목도리도 나중에 근사하게 이 영화의 엔딩을 장식하기도 한다. 

제목도 '안경'이긴 하지만 크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어찌하다 보니 주요하게 등장하는 인물이 하나 같이 안경을 쓰고 있다는 것뿐. 그나마 안경이 제일 잘 어울리는 사람이 저 타에코와 빙수 아줌마 사쿠라 정도일까? 나중에 타에코가 마을을 떠나면서 차창 밖을 내다보다 안경을 실수로 떨어 뜨린다. 순간 당황하지만  이내 포기하고 그녀의 안경은 민박집 주인이 바다 낚시를 할 때 낚싯대에 걸려 극적으로 구출을 받는다. 그것은 정말 위트있는 설정인 것 같다. 그런 것으로 봐 타에코는 다음에 다시 돌아 올 모양이다. 안경을 찾으러. 

영화는 봄이라고는 하는데 여름에 가까운 봄 같다. 요 며칠 추웠고 앞으로 다시 추워진다고 한다. 영화를 가득히 채우는 햇볕이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다. 지금도 춥다고 느껴지거든 이 영화를 한 번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추천이라고 생각한다. 나른한 봄볕의 휴식을 영화로나마 대신해 보는 것도 좋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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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0-01-03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시노 이발관 만든 감독 작품 맞죠?
우리가 헐리우드 영화에 너무나 길들여져 있는 것 같기는 해요.
나른하고도 졸린듯 한 영화...제가 영화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이 감독의 영화는 헐리우드 영화와는 분명히 다르고 유럽권의 영화와도 다른 묘한 분위기의 영화인 것 같아요.
수필같고 정물화 같다는 비유가 참 좋네요 ^^

stella.K 2010-01-03 17:43   좋아요 0 | URL
유럽권과 다르다면 거기에 일본적 정서가 나름 포함이 됐겠죠.
맞아요. 요시노 일반관도 만들었다는 것 같은데 그건 아직 못 봤네요.
다들 카모메 식당 좋다고하고 저도 이 작품 보단 카모메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안 보셨다면 함 보세요. 아, 그리고 새해 복도 많이 받으시구요.^^

하늘바람 2010-01-03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런 영화 보고프네요. 제가 좋아하는 스탈같아요

stella.K 2010-01-03 17:44   좋아요 0 | URL
언제고 시간 나실 때 느긋한 맘으로 함 보세요.
잘 쉬었다는 느낌 받으실 거예요.^^

프레이야 2010-01-06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첫 리뷰 당선! 스텔라님 축하드려요.^^
안경, 저도 본 영화인데 참 신선하고 편안하단 생각을 했었지요.
저런 곳에서 며칠 조용히 쉬고 싶다는 생각도.

stella.K 2010-01-06 20:24   좋아요 0 | URL
어므낫! 지금 봤어요. 제가 또 리뷰 당선이라니...!
올해는 제가 좋은 일이 많이 있으려나 봅니다.
고맙습니다. 프레이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