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몰입도가 좋다.

새삼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조선족을 포함한 다문화 가정의 엄마들은 물론이고,

하다못해 능력있는 워킹맘도 그렇고.

물론 이들이 충분한 사회의 보호를 받는다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한매는 조선족이지만 불법체류자고,

지선은 능력있는 여자지만 이혼과 함께 아이 양육권을 빼앗길 위기에 있고,

사회적으로도 위태위태하다.

이런 소위 사회에서 정상적인 궤도에서 벗어난 여자들은 역시

사회의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다.

아기 유괴 영화는 그저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한 장치일 뿐이고 영화는 그것을

통해 바로 이점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한매가 불법체류자로서 병든 자신의 아기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입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병원에서 쫓겨났을 때 그 배후엔 그 병원 소아과 의사이자

지선의 남편이 있었다. 그리고 역시 병든 자신의 아기를 입원시키기 위해

한매의 아기를 강제로 퇴원시킨 것이다.

문득 이 부분을 봤을 때 얼마 전 읽은 김제동의 헌법 독후감 에세이가 생각이 났다.

헌법에 이런 비슷한 조항이 있지 않을까?

인간답게 살기 위한 조항 말이다.

하다못해 모자보건법이니 인권 조례로라도 함부로 보호자의 동의없이

강제퇴원을 못하는 조항 같은 거 말이다. 그게 아무리 벌법이민자라도.

그럴 때 뭔가 위탁 병원으로 후송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물론 극적 효과를 위해 그런 걸 배제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은

그냥 있는 말이 아니다.

그 역할을 한매 역의 공효진은 조금도 부족함이 없이 잘 소화해 냈다.

또한 여자를 일컫어 그렇게 표현한 건(물론 결코 유쾌한 건 아니지만)

그말 뜻이 가부장의 그림자가 있다는 걸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여자 스스로는 한을 품지 않는다. 

다 여자를 배려하지 못하는 이 사회의 태곳적 가부장 때문이지.

 

지선 역의 엄지원과 공효진의 연기 대결이 볼만하다.

둘 다 팽팽하지만 개인적으론 공효진을 조금 더 좋아하는 관계로

조금 더 우월한 연기력을 펼쳤다고 하면 차별이라고 하려나?ㅎ

영화가 나름 오랫동안 여러 생각들을 하게 만든다.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포스터에서 공효진 왜 저렇게 점이 많은지 모르겠다. 완전 점순이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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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10-11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스텔라님과 저는 왜 친구가 아닌거죠?
저는 친구등록이 돼 있어서 스텔라님 글이 북플에 뜨는데, 스텔라님은 제가 글 쓰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고 찾아와서 댓글을 다시나요.....

stella.K 2018-10-11 16:45   좋아요 0 | URL
앗, 미안합니다.
알라딘 서재에 들어가면
누가 최근에 글을 올렸는지, 알잖아요.
좋아요 5개 이상은 메인에 뜨고.
그래서 아는 거죠.ㅎ
그도 그렇지만 타이밍을 놓쳤어요.
지금쯤 친구등록을 하고 싶기는 한데
하면 스요님이 친구등록을 안했단 말야?
분노의 포도 알갱이를 마구마구 저한테 분사할까 봐
수시로 들어가서 뭐 새로운 글 올라온 것 없나
확인하곤 했죠.
제가 이래뵈도 스요님한테 관심이 많습니다.ㅎㅎ

syo 2018-10-11 16:59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요지는, 저랑 밀땅하신 거네요 지금? ㅋㅋㅋㅋㅋㅋㅋ

stella.K 2018-10-11 17:04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정답입니다! ㅋㅋㅋㅋㅋㅋ

세상틈에 2018-10-11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공효진이 나왔었군요. 팬인데 왜 몰랐으까.ㅎ 헌법의 취지에 맞게만 법이 만들어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현실은... 한번 볼까봐요.^^

stella.K 2018-10-12 18:18   좋아요 0 | URL
공효진 좋아하시는군요. 그럼 후회 안하실 걸요?
저 두 사람도 좋았지만 조연으로 나왔던 김선영이란 배우도
전 좋더군요. 확실히 조연 역할을 톡톡히 잘해요.^^

비로그인 2018-10-11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영화 찍으면서 일부러 얼굴에 점을 많이 찍는 메이크업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공효진이... 고생스런 삶을 산 게 보이도록. (제 얼굴은 더한데요 ㅠㅠ)
여러 가지로 후벼파며 고발하는 영화였던 게 기억나요... 세세한 부분에서 구체적이기도 하고. 예를 들어, 영화 속에서 엄지원이 홍보행사에서 몰래 하이힐 벗고 서 있는 장면이 있는데, 저는 그 장면이 너무 자연스러웠는데(구두 신고 오래 있음 진짜 발 아프잖아요), 남자 스텝들이 그 장면을 이해를 못하고, 너무 과한 설정이라고 했다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세세한 디테일이 정말 여자들은 다 알고 남자들은 모르는 게 많았던 것 같아요.

stella.K 2018-10-12 18:16   좋아요 0 | URL
그랬을 겁니다. 솔직히 영화에선 별로 못 느꼈거든요.
저도 얼굴 잡티가 말도 못해요.ㅠㅋㅋ

저도 여자 출연자들 가끔 구두를 벗고 뭘하는 것 보면
자연스럽고 좋던데. 남자들이 그러는군요.ㅠ

페크pek0501 2018-10-12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문화생활을 하기 위해 예약해 놓은 게 있어요. 내일 무용 공연을 보러 갑니다. 발레.
저보다 다리가 얼마나 높이 올라가는지 지켜보고 올 거예요. 홍보 사진을 보니 공중에 몸이 뜨던데 기대됩니다.

stella.K 2018-10-12 18:13   좋아요 0 | URL
와우, 부럽습니다.
발레를 배우시더니 완전 꽂히셨나 봅니다.
저는 작년인가, 재작년에 째즈 발레 공연을 본적이 있었는데
정말 멋있더군요. 잠시도 쉬지않고 몸을 움직여주는데
사람의 몸이 어떻게 저렇게 움직이지? 놀랍더군요.
암튼 좋은 시간 되길 바랍니다.^^

노란가방 2018-10-13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지원이 이렇게 연기를 잘 했었나 싶었던 영화였죠

stella.K 2018-10-13 16:10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도 평균은 하는 배우라고 생각하지만
이 영화에선 선방했더군요. 좋았습니다.^^
 

                                          

                     

감독: 이준익

출연: 박정민, 김고운 외

 

 

 

 

처음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 그 영화가 어떤 스토린가, 누가 나오는가, 재미는 있는가 뭐 이런 걸 중점으로 볼 것이다. 그러다 배우가 연기를 잘하는가 못하는가를 따지고 또 그러다 감독이 누구냐를 따지게 되고 그 감독이 영화를 잘 만드냐 못 만드냐를 품평하게 된다. 그건 확실히 관객의 권리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면서 그런 것조차 품평할 줄 모른다면 그게 어디 관객이랴?

 

 

이 영화, 요즘 충무로에서 가장 핫한 배우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그것만으로도 후회할 일은 없을 것이다. 김고은이야 더 이상 말이 필요없고, 박정민 역시 그렇다. 난 박정민이 영화에서 그렇게 랩을 잘하는 줄 몰랐다. 물론 원래 랩을 잘 했는지, 이 영화를 위해 노력한 결과인지 아니면 립씽크인지 잘 모르겠다. 배우의 자존심을 생각하면 립씽크를 했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난 이 두 배우 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하지 않는다. 영화는 결국 감독을 위한 예술이다. 나는 이준익이란 감독 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했다. 처음 그의 영화를 대한다면 감독을 모르니까 당연 누가 나오는가를 보고 선택을 했고 것이다. 나 같은 경우 이준기 주연의 <왕의 남자>가 아니었을까? 그렇다고 그때만 하더라도 내가 이준기 배우를 잘 알았던 건 아니고, 그냥 영화에서 연기를 인상 깊게해서 이런 배우도 있었네 했을 뿐이다. 어쨌든 그후 난 기회있을 때마다 감독의 영화를 즐겨봤고 그 정점을 찍은 영화는 <동주>였던 것 같다. 너무 좋아 거의 연거푸 세 번을 봤다. 그건 아마도 윤동주라는 이름이 주는 메리트가 더해졌을 것이다.

 

물론 그가 내놓는 영화마다 성공했던 건 아닐 것이다. 나 역시 그의 영화를 빠짐없이 다 본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그의 영화를 보면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그는 모르긴 해도 요즘 보기 드문 로맨티스트인 것 같기도 하다. 그의 영화를 보면 그리 돈을 들인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난 그의 영화에 별점 3개 반 내지는 네 개는 줄 수 있다. 누구는 째째하게 그게 뭐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원래 영화 평점이 좀 짠 편이다. 그러니 그만한 별점이라면 꽤 높은 점수다.

 

스토리는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다. 언제나 그렇듯 해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 비슷한 또는 정해진 플롯을 누가 얼만큼 잘 요리하느냐가 결국 관건인데 그렇게 얘기하자면 감독은 스토리를 참 잘 다룬다. 아마 모르긴 해도 문학에, 특히 소설과 시에 정통해 있지 않나 싶다. 더구나 김고은을 아예 소설가로 내세웠다. 난 또 이상하게도 영화든, 드라마든 심지어 소설에 작가를 전면에 내세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묘하게도 닭살이 돋는다. 동주처럼 아예 작가의 삶을 다루면 모를까. 좀 싸 보이고, 어떻게 할 수 없을 때 땜빵식이란 느낌이 든다랄까? 그래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더구나 책에 나오는 구절과 장면을 엮어 놓는 것을 보면 그게 꼭 싫은 건 아니지만 좀 아마추어적이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감독이 요즘 다시 회춘을 하는 건 아닌가? 

그렇더라도 난 여전히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특히 박정민의 랩을 유심히 봤다. 내가 원래 뮤지컬에 관심이 많고, 또 요즘 갑자기 뮤지컬 작업을 하게 될 기회가 생겨서 더 유심히 보게 된다. 반주는 단조로우면서도 나긋나긋하고, 그러면서도 고독함이 느껴진다. 가사는 자유로우면서도 다소 거칠고 반항적이고, 역시 고독하다. 처음 오페라가 그랬을 것이다. 물론 그 전에 가곡이 있었겠지만 그것이 갖는 정형성을 탈피해 조금 더 자연스럽게 말에 곡을 입히지 않았을까? 그러나 오페라는 거의 동선이 없고 뻣뻣하게 서서 노래만 불렀다. 조금 더 현대적이면서 연기적 요소와 포퍼먼스를 가미한 새로운 뭔가가 필요해 뮤지컬을 탄생시키지 않았을까? 그러다 음악적 요소만 따로 떼어놓고 봤을 때 더 강하면서도 저항적인 랩이란 장르를 탄생시킨 건 아닌지? 아무튼 가사를 보면 아무나 자유롭게 써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나도 한번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 어느 초등학교 교사가 자신이 가르치는 모든 교과를 랩으로 만들어 부르는 걸 봤는데 꽤 잘하더라. 어쨌든 감독은 영화에서 랩을 사용할 생각을 했던 것을 보면 분명 이제까지 안 해 본걸 시도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건 감독으로선 새로운 도전이었고 감독의 청년 정신을 나름 잘 표현한 장치로도 읽힐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영화에선 무엇을 보여줄까? 기대가 되기도 한다.

 

이 영화는 또한 외디푸스컴플랙스에도 꽤 충실해 보인다. 여기, 가정을 돌보지도 않고 바깥으로만 돌며 아내에게 폭력까지 행사하고 그것을 지켜만 보며 증오의 감정을 키운 아들이 있다. 게다가 조그만 시골 동네에서 사춘기까지 보낸 그는 고향에 대한 기억이 그리 아름답지 않다. 그래서 고향을 떠났는데,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함께 자란 여자 친구가 아버지가 편찮다며 고향으로 호출한다. 

 

고향이 지겨워 떠났을텐데 12년만에 돌아 온 고향은 자꾸 그의 안 좋은 기억을 건드린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 고향을 떠나건 과연 그곳에 관한 기억이 그렇게 안 좋은 기억만 있을까? 그렇지마는 않다고 감독은 말하는 것 같다. 또한 영화는 그 과거에 묻어두고 도망친 자신의 풀지못한 인생을 마주하라고 (관객에게) 주문하기도 한다. 하긴 심리학에서는 현실에 불만이 있는 건 과거에 풀지못한 여러 가지 욕구불만과 인간관계 등이 꼬여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그것과 화해를 시도하기도 하는데 뭐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다시 기억하기 싫은 추억도 시간이 흘러 다시 떠올리면 그다지 나쁘지 않고 긍정할 수 있는 부분도 꽤 있음을 상기시켜 주기도 한다. 

 

아버지를 증오하는 아들의 마음은 이해하겠는데, 예전에 드라마나 영화는 그 증오의 마음을 삯히기 위해 주먹을 불끈 쥐거나 애꿎은 거울을 깨거나 그런 것으로 화를 표현하기도 한다. 아버지를 증오할망정 폭력을 쓰는 건 패륜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이 영화에선 실제로 아버지에게 폭력을 쓴다. 물론 그게 나중에 아버지와 화해를 하는데 구실을 하기도 하지만, 감독은 여기까지 표현하게 만들었구나 기존의 아날로그적 방식에서 조금 다른 방식을 썼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영화는 어떤 개연성 보다는 그냥 관객의 입장에서 보고 즐기라고 하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해피엔딩은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서일까? 마지막 엔딩은 뮤지컬의 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는데 그게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도 있는데 혹시 이 영화를 별로 재미없게 봤더라도 그 엔딩에선 만족하게 되지 않을까? 

 

아무튼 감독은 관객을 위한 감독이다. 그의 일련의 작품들을 보면 자기 세계를 고집하기 보단 관객과의 공감, 소통 적어도 관객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 난 이런 감독의 자세가 마음에 든다. 부디 좀 더 오래 감독의 영화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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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8-10-10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믿고 보는 감독이랄까...포스터 보고 뭐야? 이러다가 감독 이름 보고 한번 봐야지...결과는 꽤 만족입니다.

stella.K 2018-10-10 15:23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어요.^^
그렇죠? 이준익의 영화를 보는 건 결코 작지않은 기쁨입니다.
그나저나 날씨는 쓸쓸해져 가니
<동주> 한 번 더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독: 잔 울카이

출연: 김설(아일라), 이스마일 하지오글루(슐레이만) 

 

 

 

 

 

 

 

 

사실 이런 재회 영화는 영화로만 생각하면 별로 새롭거나 신선한 건 아니다.

그건 그동안 그런 영화를 봐서 일수도 있고, 무엇보다 이산가족 상봉 장면을 TV에서 많이 봐서 일수도 있다. 솔직히 6.25 때 한국 어린이와 터키 병사와의 특별한 만남과 재회라는 소재가 아니면 영화가 주는 감동 보단 남북한 이산 가족 상봉 장면이 우리에겐 더 익숙하고 감동스럽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물론 그렇다고 무감각하다는 건 아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거의 50년의 세월이 흐른 후 연출된 장면이긴 하지만 기어코 다시 만나는 장면은 코끝이 찡하다. 바로 그 장면 뒤에 영화가 아닌 실제 두 주인공이 만나는 장면이 더 감동스럽긴 하지만. 그러니까 영화는 실제의 장면을 재현한 것이다.

 

내용도 새로운 건 아니다. 단지 어찌 한국 어린이와 터키 병사가 저렇게까지 끈끈할 수가 있을까? 물론 한국 전쟁 때 터키가 우리나라를 도와 준 것은 알지만 이렇게 실화를 바탕으로 하니 새삼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터키, 터키 말들은 많이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그리 많이 다루어진 것도 아니지 않는가. 새삼 막연한 동경이나 호기심만 있을 뿐, 나 역시도 새삼 내가 언제 터키 영화를 본적이 있나 싶기도 하다.

 

 

영화가 놀랍거나 새로운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지나치게 신파도 아니고. 무엇보다 영상이 이국적이면서도 예쁘다. 얼핏 이란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나 <올리브 나무 사이로>가 생각이 나면서 프랑스 영화 <아말리에>의 영상을 적절히 섞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터키에 대한 동경이 이 영화를 통해 한층 고무된 느낌이기도 하다. 문득 내 방 어딘가에 잠자고 있는 오르한 파묵의 책이라도 펼쳐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참 놀랍고,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고 같이 죽을만도한데 누구는 전혀 모르는 사람에 의해 부정을 나누고 한 세상을 또 그럭저럭 살게 만들기도 하니.

이 영화 볼만하다. 영화는 스토리만 보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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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5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10-05 16:58   좋아요 1 | URL
아, 그런 썰이 있나요?
첨 듣는 얘깁니다. 그래서 터키 사람들이
우리를 친근하게 느끼나 보죠?

이스라엘이 중동 지역에 있잖아요.
실제로 중동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그렇게 좋아한답니다.
한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동에 가서 여러 가지 일을 많이 했잖아요.
그 열사의 나라에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나라 사람들이 와서
일해줬다고 그렇게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syo 2018-10-05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심지어 영화 제목조차 언급을 안하셨다는 사실을 아세요?
한 번 찾아볼까 했는데 방법이 없다.....

카알벨루치 2018-10-05 16:43   좋아요 0 | URL
난 모르는 영화는 이야기도 잘 모르는데 등장인물 이름까지 나오면 난독증이 와서 보기가 힘들어 패스를 잘하는데 어디서 제목을 언급하셨나 아닌가 했겠지 하고 그냥 넘어갔는데 syo님이 대구하시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바쁘셨나봐요 ㅎㅎㅎ

stella.K 2018-10-05 16:5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어쩐지 뭐가 빠졌다 했더니...
알라딘은 영화 BD가 지원이 안 되서 큰 일 입니다.ㅠㅠㅠ

이럴 땐 슬쩍 남에게 미루는 게 장땡.ㅋㅋㅋ

syo 2018-10-05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갑자기 포스터랑 감독, 출연이 보이네??? 헐?

stella.K 2018-10-05 16:53   좋아요 0 | URL
스요님 땜에 언능 넣었습니다.ㅋㅋ

카알벨루치 2018-10-05 16:5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페크pek0501 2018-10-12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드라마 - 이사람으로말할것같으면, 인가 무척 재밌게 봤습니다. 남상미의 팬이라서 더 재밌었는지 모르겠어요.

stella.K 2018-10-12 18:10   좋아요 0 | URL
아, 그거 하는 건 알고 있는데 한번도 본적이 없어요.
요즘엔 워낙에 드라마를 많이하는지라
선택한 드라마 몇편도 다 못 보겠더군요.
저는 <최고의 이혼>을 보고 있는데
시작이 좋더군요.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거라
괜찮겠다 싶더군요.
세트도 좀 일본스럽게 아기자기하더군요.
기회되면 언니가 말씀하신 드라마 보도록하겠슴다.^^
 

                                     

                  

                  

스토리는 별로이긴 하다.

별로이기 보단 내가 선호하지도 않고 유쾌하게 볼 내용이 아니다.

하지만 영화란 꼭 내용이 좋아야 보게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일단 감독이 영화를 잘 만든다.

이 영화도 영화 자체로는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선정적이고, 폭력적이라기 보단 가학적인 게 더 맞는 말 같은데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진 못할 것이다.

물론 감독이 작정하고 달려든 것 같으니까 어떤 비판을 들어도 상관하지

않겠다는 것 같다.

 

이 영화는 스토리 보단 캐릭터가 돋보이는 영화다.

끝까지 밀고 나가는 뭔가가 있어서 솔직히 얼마간의 쾌감 같은 게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고 김주혁이 맡은 마약에 찌든 악마적 캐릭터는 정말 그가

이 인물에 모든 것을 다 쏟았구나 싶다.

선한 캐릭터든 악한 캐릭터든 연기의 열정을 다 쏟는 배우를 좋아하지

않기란 쉽지 않다.

 

영화 자체가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에서 선한 캐릭터는 눈을 씻고

찾아 볼래야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나마 조진웅과 류준열이 그런 인물에서 조금 빗겨나 있긴 하지만

대신 모호하거나 고독하다.

맨 마지막 장면에서 한 발의 총성이 났는데 그게

조진웅과 류준열 둘중 누구를 향해 있었는지도 모르겠고,

자살인지 타살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것으로 봐 후편을 예고한 것인지 그것 또한 애매하다.

 

이 영화는 확실히 남성주의 영화이긴 한데

초반에 김성령이 짧게 나오는데 정말 강렬하다.

즉 설렁탕을 먹다 저혈당 쇼크가 와서

몇 번 기침을 하더니 뚝배기에 얼굴을 그대로 밖고 죽는 장면인데 

이게 너무 인상적이다 못해 거의 충격적이다.

요즘 그녀가 한창 물오른 연기를 하는 건 알고 있는데 이렇게까지...?!

 

그런데 이 영화 감히 보라고 추천까지는 못하겠다.

옛날에 <천하장사 마돈나>처럼 아기자기한 뭔가의 재미가 있으면

얼마든지 보라고 하겠는데.

가끔 좋은 실력을 갖춘 감독이 삑사리를 내기도 하는데

이 감독도 그러는 건 아닌지 약간 걱정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이게 또 무려 15세 관람가다.

이젠 야스러운 건만 안 나오면 뭐든지 15세 관람가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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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08-27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싶네요~독전!

stella.K 2018-08-27 18:06   좋아요 1 | URL
ㅎㅎ 카알님은 청개구리여요.
차라리 재밌고 교훈적인 좋은 영화라고 그러면
안 보시려나요?ㅋ
배우들이 어떻게 나오나 한번 보셔요.^^

2018-08-27 1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08-27 18:10   좋아요 1 | URL
맞아요. 배우의 캐릭터 연구는 끝이없죠.
악연이든 선한 역이든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근성가 좋아요.
잘 생기고 예쁜 건 연기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북프리쿠키 2018-08-27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텔라님 말씀에 동감요.
캐릭터만 반짝거리고, 스토리는 여전히
실망스러웠어요.~
돈벌기 위해 안전하게 만든 영화?
식상하고 권태로웠어요.

카알벨루치 2018-08-27 18:20   좋아요 1 | URL
스탤라님과 북프리쿠키님 두분이서 비추하시네 ㅋ영화랑 담쌓은지 오래라 ...<화차>아직도 덜 봤네요

stella.K 2018-08-27 18:48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우리나라는 배우나 환경은 좋은데
너무 소재가 한정되어 있어요.
안전주의로만 가는 것 같아 안타깝죠.
미국이나 일본만 해도 얼마나 다양한데...
<천하장사 만돈나> 같은 건 얼마나 신선해요?
감독이 돈의 맛을 안 것도 같고. 똑똑한 사람 같은데...

카알님 영화 잘 안 보시는구나.
그럼 그냥 봐도 괜찮지 않을까요?^^

세상틈에 2018-08-28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볼까 말까 아직도 고민 중인;;; 김성령씨 비중 큰 것처럼 홍보하던데 금방 퇴장하시나봐요.ㄷㄷㄷ

stella.K 2018-08-28 14:53   좋아요 0 | URL
글쎄요, 남자들은 좋아하지 않을까요?
크게 기대 안하고 보면 볼만할 것도 같은데...
저는 개인적으로 감독의 영화를 좀 좋아합니다.
이것도 딱히 추천은 못하겠는데
그냥 봐줄만은 했습니다.
김주혁 때문일수도 있고, 제가 조진웅을 좋아하기도하구요.
여배우가 아주 안 나오는 건 아닌데 비중이 별로 없죠.
감독이 이렇게 만드는 것도 처음은 아닌가 싶기도 해요.

페크pek0501 2018-08-28 15: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 김주혁 님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볼 만한 영화인 듯하네요.
재능 있는 분이 단명하는 경우가 있어서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스텔라 님, 영화 많이 보시는 것 같아 좋아 보입니다...

stella.K 2018-08-28 15:36   좋아요 0 | URL
아유, 많이 못 봅니다.
워낙에 영화가 많으니까 뭘 골라 봐야하는지
모르겠더라구요.
일주일에 많으면 두 편?
그것도 한 편은 끝까지 보고 마음에 안 들면 보다 말죠.
점점 게을러서 리뷰 남기는 것도 잘 안하고 있어요.
이 영화는 좀 남겨야겠다 싶어 간단하게 남겼습니다.
아, 이러니까 되게 많이 보는 것 같네요.ㅎㅎ
 

이 영화를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만들었다고 했을 때 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원래 크리스찬이었나? 아니면 최근 무슨 심경에 변화가 있었나? 난 후자에 좀 더 심중을 두고 있는데,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작품을 나오는 것마다 챙겨봤던 건 아니지만 그의 작품을 보면 이 사람이 별로 신앙과 관련있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종교적인 작품을 만들었다면 필시 뭔가의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건 아닐까. 

 

속단할 수는 없고, 난 그가 아직도 변함없이 넌크리스찬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이 더 설득력 있어질테니까. 나중에라도 그가 크리스찬이라는 게 밝혀진다면 그때가서 사과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난 오히려 넌크리스찬 감독으로서 이런 작품을 만들었다는 게 더 믿음이 갔던 것도 사실이다. 나도 크리스찬이긴 하지만 만일 크리스찬 감독이 만들었다면 그의 신앙적 올바름 때문에 조금이라도 신앙적인 관점을 견지하려고 했을 수도 있다. 또한 넌크리스찬이 이런 작품을 만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더 객관적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가 종교를 모독하거나 비아냥 거릴 목적이 아니라면 말이다.

 

이 작품은 <침묵>이란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그의 일련의 작품들은 그렇게 성스럽거나 거룩하지 않다. 인간의 속되고 비열한 면을 까발기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소설의 어떤 점에 꽂혀 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모르긴 해도  감독은 늘 인간을 견지하는 똑같은 방식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을 것이다. 즉 인간의 속 되고 비열한 면을 비신앙이 아닌 신앙에서 찾으려고 했던 건 아니었을까? 

 

보는 사람의 차이겠지만 한간에 떠도는 말에 의하면, 이 작품은 굉장히 종교적일 것 같지만 실상은 신앙인으로 하여금 믿음을 흐리게 만들고, 나아가 배교를 유도하는 적그리스도적 작품이라고 몰아가기도 했다는데 그건 좀 오버하는 것 같고, 그보단 신앙, 비신앙을 떠나 배교와 순교를 앞에 놓고 고뇌하는 인간을 성실하게 그린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감독은 신학자나 목사가 아니다. 그러므로 신을 대변하기 보단 인간을 대변하는 것이 더 맞는 자세인 것 같다. 더구나 그는 문제제기만 할뿐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어떤 식의 답을 달든 그건 관객의 몫일 것이다. 그러므로 감독을 두고 신앙인의 믿음을 교란시키고 배교를 유도한다고 하는 건 확실히 넌센스다. 그런 점에서 감독은 처음부터 순교에 성공한(?)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배교는 순교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즉 죽음이 두려워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적어도 영화의 전제는 그렇다. 생명을 가진 인간으로서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순교할 믿음이 없어서라고만 볼 수 없다) 그는 영화속 등장인물 키치지로처럼 배교 즉 순교에도 성공하지 못했을뿐만 아니라 신앙인의 무리에서도 배제된 사람에 대해 관심이 있었던듯 하다. 즉 감독은 순교를 거부하면 배교자가 되는 것이고, 신앙에 실패한 사람이 되는 것이냐고 묻는 것이다.               

 

난 이 영화를 보면서 김훈의 <흑산>이 생각이 났다. 이 작품 역시 배교자에 관한 이야기다. 언제나 그렇듯 문학은 인간의 성공엔 관심이 없다. 늘 실패와 상처, 인간의 어두운 이면에 관심이 많고 이를 정당화 하는데 관심이 많다. 그런 점에서 배교는 신앙의 관점에서는 실패일지는 모르지만, 신 앞에서 실존을 고민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인간 본위의 승리인지도 모르겠다. 또 그런 점에서 훨씬 설득력이 있고.

 

구주를 영접했다고 해서 모든 신앙인이 순교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도 신앙인이지만 누군가가 신앙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죽이려 한다면 나는 과연 순교를 할 수 있을까? 난 이 말에 자신있게 답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신을 배반한 것이 될까? 그렇게 흑백논리 보단 신 앞에 죽음으로 나의 믿음을 증명하지 못한 것을 평생 자책하며 고뇌하는 실존주의자로 살아가게 될 것 같다.      

 

또 그런 게 있을 수 있다. 나는 죽어도 좋지만 나 하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면 과연 그런 사람을 두고 순교할 수 있을까? 뒤집어서 나 하나가 배교하면 많은 사람을 살릴 수가 있다. 그리고 이 유혹은 잔인하게도 영화속 로드리게스 신부에게 향해 있다.

 

영화 <사일런스>나 김훈의 <흑산>의 대척점에 있는 작품이라면 손양원 목사의 일대기를 다룬 전기나 전기 소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책들은 확실히 또 다른 관점에서 훌륭한 책이다. 또 다른 관점이란 당연 순교적 관점에서다. 알다시피, 손양원 목사는 신앙으로 민족 자존을 높인 분이기도 하고, 자신의 두 아들뿐만 아니라 자신도 순교한 위대한 신앙인이다. 그뿐인가? 자신의 두 아들을 죽인 자를 양자로 들여 돌봐주기도 했다. 아무리 기독교가 사랑과 용서의 종교라고는 하나 쉽지 않은 일이고 그래서 그를 존경을 넘어 영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솔직히 이제사 고백하는 거지만 난 수년 전, 손양원 목사의 전기를 읽고 크게 감명을 받아 그것을 대본으로 써서 공연한 적이 있다. 물론 나로선 큰 기쁨이었고, 영광이었지만 마음 한켠에 부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 이렇게 순전한 믿음이 있을 수 있을까? 나라면 순교할 수 있을까? 감히 할 수도 없으면서 이런 걸 대본으로 써서 공연하는 건 온당한 것일까? 혹시라도 이 공연을 본 사람이 감명을 받고 신앙의 불모지에 가서 순교한다고 그러면 어쩌나 벼라별 생각을 다 했었다. (물론 내가 이것을 공연할 생각을 했던 건 역사적인 관점에서 이 분의 생애가 생각 보다 안 알려진 것 같아 널리 알려보자는 생각에서 였다.) 

 

그런데 이야기가 너무 드라이 한 것도 사실이다. 어찌보면 손양원 목사는 너무 옳기만 해서 인간적인 느낌이 덜 느껴지기도 한다. 도무지 고민이나 고통이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아니, 없다기 보단 다른 여타의 사안에 가려 상대적으로 덜 드러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우린 이 옳기만한 분을 어떻게하면 이해해 볼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기독교는 유교에 영향 받음이 크다. 실제로 손양원 목사는 기독교를 믿기 전 유교 가정에서 나고 자랐다. 그런 가풍에서 그의 믿음은 유교에서 기독교로 옮겨졌을 것이다. 유교 중에서도 대덕목이라 할 수 있는 충효 사상. 기독교는 하나님을 아버지로 알고 섬긴다. 그런 의미에서 손양원 목사는 장자의 믿음을 가졌던 것 같다. 장자는 부모를 섬기고 돌봐야 하는 의무를 가졌다. 그런 것처럼 무엇이 아버지 하나님을 잘 섬기고 받드는 것이 될까 골똘하지 않았을까? 순교는 어느 날 갑자기 하게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또한 당시는 인간의 감성 보다는 이념과 이성이 중시했던 시대이기도 했다. 그가 살았던 시기는 일제 강점기 말이었고 그것이 끝나자 공산주의가 널리 퍼지기도 했다. 그에 따라 기독교와 공산주의가 첨예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손양원 목사의 사모 정양순은 여자임에도 불고하고, 일본 순사에 의해 끌려가는 남편에게 하나님을 배반하면 내 남편이 아니며 구원을 받지 못할 거라고 했다. 아무리 부창부수라지만 그만큼 배포와 강단이 손양원 목사 못지 않다. 올망졸망 자라고 있는 자녀들이나 교회 교인을 생각하면 쉽게 외칠 수 있는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또 그런 것도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백마디 말 보다 행함으로 보여주는 것을 더 중시했던 깨어있는 양반의 의식이었다면 오히려 손 목사 부부가 보여주는 결의에 찬 믿음의 행위가 교인들에게 믿음의 본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신사참배는 우상숭배라고 외치던 사람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누가 하나님을 믿고 따를 수 있단 말인가? 무엇보다 당시의 기독교가 신사참배가 우상숭배인 줄 알고 있었으면서도 손양원 목사를 지지하고 돕기 보단 오히려 경멸하고 싫어했다. 아마도 손양원 목사는 그에 대한 반발과 책임의식이 상당했을 것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양원 목사가 하나님을 믿는 믿음 때문에 전혀 눈물도 흘릴 줄 몰랐느냐면 그렇지 않다. 그도 아플 줄 알고,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인간이다. 그는 실재로 두 아들을 잃고 아비로서 눈물을 흘렸고, 그 아픈 마음을 추스르느라 잠시 사람을 피해있기도 했다. 그가 신사참배는 우상숭배라고 외쳤던 건 순교하겠다는 강한 믿음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고, 필요하면 교인들도 그렇게 하라는 뜻으로도 읽힌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아들이 실천하게 될 거라고 그는 상상했을까? 그는 어쩌면 그 때문에 교인들 앞에선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믿음이나 사랑은 이해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불어 순교 역시 그렇다. 기독교는 순교는 신비한 것이라고 했다. 교회는 이 순교의 피 위해 세워진 것이라고도 했다. 한마디로 인간 이해의 영역을 뛰어넘는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손양원 목사의 전기 보단 영화 <사일런스>가 훨씬 인간적이고 이해하기가 쉬워 보인다. 

 

손양원 목사의 전기가 순교하는 인간의 전형을 보여준다면, 영화 <사일런스>는 배교하는 인간의 전형을 보여준다. 또한 이것은 영화를 보면서 생각한 것인데 애초 원작자의 사고나 서술의 차이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손양원 목사의 전기를 쓴 사람은 그의 따님인 손동희 권사다. 그분은 작가가 아니다. 그분 역시 아버지의 신앙을 이어받은 사람으로서 신앙적 올바름을 위해 전기를 쓴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고 해서 인간적 고뇌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순교에 성공(순교에 실패한 사람들이 보기에)했다고 해서 그들을 무조건 영웅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순교자는 순교자 나름으로 고통과 고뇌가 있는 것이다. 손양원 목사는 그것을 너무 드러내지 않는 것이고, 대신 그의 딸 손동희의 증언에서 드러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비해 <사일런스>의 원작자인 엔도 슈사쿠는 작가다. 그는 그 작품을 통해 박해 받는 17세기 일본의 가톨릭 신자들을 완벽히 구현해 내기를 바랐을 것이다. 거기엔 당연 신앙의 정절, 신앙적 올바름 보단 고통 당하는 인간에 초점을 맞춤은 당연하다. 요는 순교나 배교나 인간에겐 둘 다 쉬운 것이 아니며, 따라서 어떤 것이 어떤 것 보다 나쁘고 좋고를 따지는 건 의미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영화 속 로드리게스 신부와 키치지로는 서로 대립하고 갈등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들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치지로는 늘 로드리게스의 발목을 붙잡았으니까. 로드리게스는 순교하기를 바랐지만 기치지로 때문에 할 수 없었고, 마치 신앙인들속의 첩자인 양 그가 있는 곳을 일본 관원들에게 가르쳐 주기도 했다. 그렇게 보면 순교하려 했던 로드리게스가 더 우위를 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영화가 전반엔 로드리게스 신부의 고뇌와 갈등을 그렸다면 후반은 키치지로에 좀 더 치중해 보인다. 말했던대로 배교자는 실패자 또는 정말 배신자일까? 그것은 키치지로가 영화에서 쓰여지는 방식이다.

 

     

 

순교자가 주가 되는 이야기엔 배교자는 나오지 않는다. 나오더라도 거의 존재감이 없거나 순교자를 돋보이게 만드는데 사용되어질 뿐이다. 또한 그 순교자를 통해 신이 찬양되어지거나 신앙적 올바름에 치중되어 있다. (난 이를 비판할 생각은 전혀 없다. 순교자는 지어낸 허구의 존재가 아니라 실재로 있었던 인물이니까. 그러니 내가 무슨 수로 그것을 비판한단 말인가?) 그러나 이 영화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순교자가 신에 가까운 사람이라면 배교자는 인간에 더 가까울 것이다.   

 

그렇다. 로드리게스는 일본 관원의 끈질긴 회유와 협박 끝에 결국 배교를 하고만다. 그것은 특별히 자신의 스승 페라이라 신부(리암 니슨 분)가 배교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일본에 귀화하여 반그리스도교적 사상을 전파한다. 하지만 그건 결코 그가 원하는 삶은 아니었다. 그건 굴욕이고 신앙의 정절을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패배를 의미하기도 한다.

 

나는 좀 이해가 가지 않는 건, 로드리게스나 페라이라 신부가 일본으로부터 회유와 협박을 받았다면 왜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배교 후에 일본으로 귀화하였느냐는 것이다. 배교란 포로가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가? 우리나라만 해도 대원군의 가톨릭 박해 사건인 병인박해 때만 하더라도 외국인 선교사들을 본국으로 철수시켰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순교하거나.

 

아무튼 그랬을 때 기치지로가 로드리게스를 또 한번 자극한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영화의 흐름상) 지금까지는 로드리게스의 진상 역할을 했다면 이번엔 그의 정체성을 일깨운다. 당신은 그렇게 배교자로 있지만 당신 마음 속엔 한번도 그리스도를 배교한 적이 없다는 걸 안다며 그러니 나의 죄를 고백할 테니 사해달라고. 물론 처음엔 그도 그럴 권한이 이제 자신에게 없다고 강하게 반대하지만 기치지로에 의해 그의 정체가 자극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우린 이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런다고 배교했던 것이 다시 바뀌지 않는다고 냉소할 것인가? 아니면 안과 밖이 같아야지 그런 식이라면 가톨릭을 농락하는 것 아니냐며 비판할 것인가?

 

세월이 흘러 로드리게스가 죽었을 때 그는 여전히 배교자로 일본식 염을 했다. 그때 그는 조그만 십자가를 손에 품는다(물론 그건 기치지로에 의해 비밀리에 이루어진 것이기도 하다). 그 장면은 또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워낙에 온전한 아니 평온한 신앙을 갖기가 어려운 시대였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실과 진실은 같지 않다는 것이다. 정말 로드리게스는 겉으로 보기엔 일본에 귀화한 외국인으로 죽지만 그는 동시에 평생 그리스도를 차마 마음속에서 버리지 못한 비운의 신앙인으로 죽었다.  

 

여기서, 어찌보면 일본은 배교를 다소 쉽게 보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들은 당시의 신도들이 어떤 신앙을 가졌는가엔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그들은 그저 가톨릭 신앙을 상징하는 동판을 밟고 지나갈 것인가 아닌가에만 관심을 가질 뿐이다. 그것은 또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에 동방요배를 강요했을 때의 양상과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그들은 기독교인들에게 신앙의 유무와 상관없이 일본이 있는 동쪽을 향해 목례만 하라고 강요했다.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선 얼마나 뿌리치지 못할 유혹인가? 그리고 훗날 그것이 신앙의 정체성에 얼마나 많은 혼란을 가져왔던가. 또 동시에 그 정도 가지고는 일본은 신앙의 씨를 말려버리지 못했다. 교회는 순교의 피 위에 세워졌다. 그건 확실히 신앙의 승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의 반대쪽 지점의 배교란 신앙의 실패를 의미하는가? 나는 이 영화를 보며 잠시 심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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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08-24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물기 이런 거 읽는 저하고는 깊이부터 다르시군요......

저는 보통 이 정도 분량의 글을 쓰려면 짧게 잡아도 3일은 걸리는데, 스텔라님은 어떠셨나요?

stella.K 2018-08-24 18:14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그렇지 않아도 이거 쓰느라고 죽을 X 쌌습니다.
다음 달에 알라딘이 모른 척 하면 안 되는디...ㅋㅋㅋㅋㅋ

그런데 이 영화 스요님 땜에 본 거 아시죠?
신앙의 유무를 떠나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심각한 영화 안 좋아하는 사람은 신앙의 유무를 떠나
안 보겠지만. 감독이 참 노련하게 영화를 잘 만들어요.^^

2018-08-24 1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08-24 18:22   좋아요 1 | URL
ㅎㅎ 그때 보셨구나. 10년 아니구요, 5년 됐습니다.

순교와 배교에 대해서는 정말 간단명료하게 잘 쓰셨네요.
오히려 제가 중언부언했네요. 부끄러라...ㅠ

책은 사인이라고 해 드리면 좋을 텐데
일부러 사서 보시는데 뭔가 보탬이 되어드리지 못해
아쉽습니다. 모쪼록 즐거운 독서가 되시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고맙습니다.^^

2018-08-28 15: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28 1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8-08-28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양원 목사와 종교에 한해서는 스텔라 님이 전문가이신 것 같습니다. 제 생각입니다.
저도 전문적으로 아는 뭐가 있으면 좋겠어요. ㅋ

stella.K 2018-08-28 15:31   좋아요 0 | URL
아유, 그렇지 않습니다.
대본을 쓰려니까 좀 도드라져 보이는 거죠.
언니는 칼럼을 잘 쓰시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