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라이프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 에디 마산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영화는 정물화를 보는 것처럼 매 한 컷, 한 컷이 깔끔하다.

그것이 또한 주인공을 닮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주인공 존 메이는 구청직원이면서, 흐트러짐 없이 사는 

깔끔한 독신남이기도 하다.

 

그가 주로 하는 일은 사람들의 사망신고를 관리하며,  

그들의 살아생전 인연이 있었던 사람을 찾아가 부고 소식을 알려주고 장례식에

참석해 줄 것을 요청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 일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망자들은 거의 대부분 고독사를 했으며,

그들의 연고자들은 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장례식 참석이 어렵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직장에서 해고를 당했다.

그 역시 오늘 살다 내일 죽어도 찾아 와 볼 사람이 마땅히 있는 것도 아니다.

자살을 생각하고 평소 깔끔하고 차분한 성격에 따라 창틀에 목을 매기 위해

점검을 하던 중 연락 한 통을 받는다.

 

전에 어느 여자의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해 줄 것을 요청했던 여자로부터

참여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이후 다시 한 번 만나자는 것이다.

즉 데이트 프로포즈다.

그에게도 그런 날이 올 줄 몰랐다.

하지만 하필 바로 그때 그는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한다.

 

그런 때가 있지 않은가?

이제 뭐 좀 할 것 같고, 알 것 같은데 돌연 죽음을 맞게 되는 상황.

지지리 운도 없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놀라운 건 살았을 땐 그리도 외면했던 사람들이

그가 죽었다고 하자 장례식엔 참석하는 것이다. 

그들이 정작 자신들이 알았던 사람의 장례식엔 참석을 안하면서

주인공의 장례식엔 참석을 하다니.

아이러니다.

 

영국의 어느 마을이 배경인데, 새삼 유럽은 개인주의가 발달된 나라라

고독사하는 일이 많겠구나 싶다.

물론 고독사의 문제가 남의 나라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어느 날 나의 죽음을 알릴 사람도 없이 혼자 쓸쓸하게 죽어갈 것을 생각하면

좀 끔찍할 거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도 사람들은 가족이 있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물론 살아서 나의 죽음을 짐지운다는 게 미안한 일이지만

혼자 죽어간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일 아닌가.

 

그러고 보면 인간은 정말 문젯덩어리인지도 모른다.

사는 문제도 제대로 해결 못하면서 죽음을 남에게 짐지운다는 건

또 얼마나 내키지 않은 일인가.

그러나 영화처럼 남의 죽음을 걱정해 주면 또 남이 나의 죽음을 책임져 준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고나 할까?

 

이 작품은 죽음에 관한 영화일수도 있겠지만,

직업과 천직에 관한 영화로도 읽힐 수가 있다.

연고자를 찾을 수 없으니 구청에서 주인공이 하는 일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 보인다. 여기까지가 직업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주인공은 끝까지 자신이 맡은 바 본분을 다하려 한다.

그래서 정작 자신의 죽음에서 자신의 하는 일이 천직이었음을 증명하기도 한다.  

 

영화가 소박한 느낌이 들어 조금 싱겁게 끝나는 것 같은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곰곰생각하는발 2016-09-28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독사에 따른 청소 대행업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의 다큐를 본 적 있는데 심란하더군요..

stella.K 2016-09-28 14:49   좋아요 0 | URL
그런 다큐가 있었군요. 진짜 심란할 것 같아요.
근데 이 영화는 나름 깔끔해요.
안 보셨다면 보기를 추천드립니다.^^

yureka01 2016-09-28 15: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고 실제 일본에는 고독사로 생을 마감하신 분들의 뒷처리를 대행하는 업체도 있다 하더군요.....점점 1인 가구가 늘어난다고 하니 아무도 없이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날듯합니다..

stella.K 2016-09-28 17:43   좋아요 1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나라도 점점 늘어나지 않겠습니까?
영화를 보니 영국 같은 나라에선 장례로 국가에서 치뤄주나 보다 해요.
좋은 나라죠.

북프리쿠키 2016-09-28 2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태어나는 순간 죽을날이 코앞인 인생사인데
다들 영원을 살 것처럼 타인의 죽음엔 무관심한거 같아요~
죽음을 예견하고 마지막 숨을 홀로 쉬고 있을 때 과연 수 많았던 인간관계는 뭐였던가...하는
허무감..느끼겠지요?

stella.K 2016-09-29 13:45   좋아요 0 | URL
아, 그렇다고 너무 비관하지는 마십시오.
영화 그렇게 허무하고 슬픈 것마는 아닙니다.
이런 영화 보면서 내가 사는 동안 어떻게 살아야할까를
건드려주기도 해요.
주인공이 성실하고 참 못 생겼는데 그게 참 마음에 들더군요.
함 보세요.^^

장르라고부르면 2024-06-01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인공은 허리띠로 목을 매려 했던게 아니고 간수에게 들었던 고인의 에피소드를 재연해보려 했던겁니다. 이로 물고 3분 30초를 버텼다던 그 일.. 이후 상사 자동차에 소변을 보는 장면도 나오죠. 그리고 ˝그런데 놀라운 건 살았을 땐 그리도 외면했던 사람들이 그가 죽었다고 하자 장례식엔 참석하는 것이다. 그들이 정작 자신들이 알았던 사람의 장례식엔 참석을 안하면서 주인공의 장례식엔 참석을 하다니.˝ 이건 마지막 장면을 잘못 보신겁니다. 아무런 추모객 없었던 주인공의 무덤에 그동안 주인공이 장례 치뤄준 무연고 사망자들의 영혼이 모인 것이죠.

stella.K 2024-06-03 20:31   좋아요 0 | URL
엇, 정말요? 하도 오래 전에 본 영화라 지금은 기억에 거의 없네요.
역시 영화든 책이든 한 번 보는 것 가지고는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나중에 다시 한 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