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런 재회
영화는 영화로만 생각하면 별로 새롭거나 신선한 건 아니다.
그건 그동안 그런
영화를 봐서 일수도 있고, 무엇보다 이산가족 상봉 장면을 TV에서 많이 봐서 일수도 있다. 솔직히 6.25 때 한국 어린이와 터키
병사와의 특별한 만남과 재회라는 소재가 아니면 영화가 주는 감동 보단 남북한 이산 가족 상봉 장면이 우리에겐 더 익숙하고 감동스럽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물론
그렇다고 무감각하다는 건 아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거의 50년의 세월이 흐른 후 연출된 장면이긴 하지만 기어코 다시 만나는 장면은 코끝이
찡하다. 바로 그 장면 뒤에 영화가 아닌 실제 두 주인공이 만나는 장면이 더 감동스럽긴 하지만. 그러니까 영화는 실제의 장면을 재현한
것이다.
내용도 새로운 건
아니다. 단지 어찌 한국 어린이와 터키 병사가 저렇게까지 끈끈할 수가 있을까? 물론 한국 전쟁 때 터키가 우리나라를 도와 준 것은 알지만 이렇게
실화를 바탕으로 하니 새삼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터키, 터키 말들은 많이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그리 많이 다루어진 것도 아니지
않는가. 새삼 막연한 동경이나 호기심만 있을 뿐, 나 역시도 새삼 내가 언제 터키 영화를 본적이 있나 싶기도
하다.
영화가 놀랍거나
새로운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지나치게 신파도 아니고. 무엇보다 영상이 이국적이면서도 예쁘다. 얼핏 이란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나 <올리브 나무 사이로>가 생각이 나면서 프랑스 영화 <아말리에>의 영상을
적절히 섞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터키에 대한 동경이 이 영화를 통해 한층 고무된 느낌이기도 하다. 문득 내 방 어딘가에 잠자고 있는
오르한 파묵의 책이라도 펼쳐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참 놀랍고,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고 같이 죽을만도한데 누구는 전혀 모르는 사람에 의해 부정을 나누고 한 세상을 또 그럭저럭 살게
만들기도 하니.
이 영화 볼만하다.
영화는 스토리만 보는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