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들지 않는다는 것 - 하종강의 중년일기
하종강 지음 / 철수와영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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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강. 어디서 많이 들어왔던 이름이었더랬다. 그런데 그가 누군지는 정확히 알려고 하지 않았다. 인간 누구나 그렇겠지만 내가 관심있어 하는 분야나 사람이 아니면 그 나머지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으니,  그러고 보면 나도 어지간한 외눈박이란 생각이 든다. 그는 노동상담가란다. 아하! 그랬구나. 그리고 자신이 50대라고 밝히고 있다.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짤막짤막한 글이 별반 어떠한 느낌도 받질 못했다. 노동상담가라면 노동현장에 있으면서 느꼈던 체험들이 고스란히 녹아져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피 끊는 듯한 글은 없고 그냥 저자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단백한 필치로 담아내고 있었다. 그러니 오히려 밋밋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점점 읽어 갈수록 글이 위트가 있고, 사람됨의 면면이 느껴져서 이내 편안한 마음으로 읽었다.

읽다보면 어딘가 모르게 그에 대해 천진난만함이 느껴진다. 나이 먹을수록 음악 듣는 것도 멀어지던데 하물며 팝송은 더하지 않는가? 그래도 하종강 그는 딥퍼플을 좋아해 아들과 함께 고생해가며 공연에 갖다 온 것을 자랑처럼 얘기한다. 그가 얼마나 천진난만하면 어디 가면 정신연령이 낮다고 코코아나 대접 받는다. 하지만 그가 꼭 다 천진난만함으로 일관하는 것은 아니다. 섬세함도 있다. 어느 날 교통사고로 꼼짝없이 방에 누워있어야 할 때 그때야 비로소 박안의 벽지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보았다고 했다. 또한 한동안 정신병원에 입원에 있는 사람과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고통 당하는 사람을 위로하기는 차라리 쉽다 하지만 그와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토로하고, 사무실에서 직원으로 일하던 김지연씨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그 슬픔을 글로 적은 부분에서 그의 따뜻한 인간적인 면모가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하종강, 이 분 철이 없긴 없는 사람인가 보다. 1년 간 한겨례 신문 논설위원으로 일하다가 계약이 만료가 되어 다시 계약갱신할 때 저쪽에서 그만두라는 말을 완곡어법으로 말한 것을 그는 계속 더 일해달라는 뜻으로 알고 마음을 쓸어내리며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다는 부분에선 정말 웃음이 나왔다. 우리나라 말은 왜 그리 어려운 것인지? 그건 나라도 직설로 받아 들이겠다. ㅎ 그는 386세대가 너무 일찍 철들어 버린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386세대가 아직 50에 진입하지 않았으니 그의 아쉬움이 더욱 절절해 보인다. 하지만 나라마다 한 시대를 아파해야 하는 굴곡은 있게 마련인 것 같고, 거기에 직격탄을 맞은 사람이 386이라고 하지만 그 역사에 온몸을 던져 불 살랐던 세대가 있었으니 그것으로 제 할 본분은 다 하지 않았겠는가? 단지 언젠간 잊혀짐이 아쉬울 뿐이지.

나이 들수록 입에 붙는 말이 있다. 나이에 맞지 않게 행동하는 사람 보면 "도대체 나이가 몇이야?"란 말이 절로 나오는 때가 너무 많아졌다.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사람을 '철딱서니'라고도 한다. 이 책을 읽으니 우리 시대는 너무 철들기를 강요하는 세대는 아닌가를 생각해 본다. 본래 철이 든다면 성숙해져야 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그래서 함께 나누고, 양보하고, 다 같이 잘 사는 삶의 태도를 지향하고 등등. 하지만 우린 철들면 어떻게 하면 손해 안 보고, 영악해지고, 남을 짓 밟고라도 내가 잘 살까를 궁리하게 된다. 이젠 좀 꿈 꾸는 사람이 대접 받고, 작은 것에도 강동 받을 줄 아는 사람이 좋은 사람으로 인정 받는 그런 때가 와야하지 않을까?

하종강. 그는 그 바쁜 중에도 아마추어 무선사이기도 하다. 나는 무선에 대해선 문외한이라고 할 수 있는데, 무선사들은 가끔 자신이 보낸 전파를 다른 안테나에 보내지 못하면 자신이 고스란히 되돌려 받아 그 전파를 감당하지 못해 나중에는 무전기가 고장이나고 만단다. 그것을 SWR 또는 '정제파비'라고도 한단다. 그것에 대해 그는,

   
 

...사람도 그렇다. 자신의 넘치는 감정을 다른 사람이 받아 주지 않아서, 자신이 고스란히 되돌려 받아야 한다는, 가슴 가득 넘치는 그리움을 아무도 받아 주는 이가 없어서 혼자 되새김질해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지금 다른 이에게 끊임없이 전파를 보내고 있는 많은 안테나들에 둘러싸인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알거나, 또는 모르거나.

 
   

 라고 말하고 있다. 어쩌면 철이 든다면 감성이나 감정적인 부분은 줄어들고 이상이나 현실감각이 극대화 되는지도 모른다. 그러면 얼마나 삭막해질까? 그래서 하정강 그는 철들기를 거부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오늘도 자신이 쏘아올린 천진난만하고도 가슴 따뜻한 전파가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오늘 누구에게 어떠한 전파를 보내며 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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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연애사건 - 신분을 뛰어넘은 조선 최대의 스캔들
이수광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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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역사에 대해 관심있어 하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중 가장 큰 이유가 역사속에서 지혜와 교훈을 얻고자 하는 것일 게다. 하지만 그것은 가장 포편적이면서도 고답적여 보인다. 어찌 역사를 그런 관점에서만 봐야만 한단 말인가? 역사를 보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어야 하고, 그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 줘야 하는 것이, 역사 기술자 또는 역사를 대중화 하려는 작가들의 새로운 고민이 되었다. 그것에 대한 작지만 알찬 결과물도 없지 않을 것이다. 히지만 난 이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연애사건>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역사를 다루는 작가들의 시야가 얼마나 열려있을까,란 의문을 갖기도 했다.

사실 제목 자체에서도 풍기듯이, 책은 아예 조선 사회에서의 연애 사건을 아예 작정하고 흥미위주로 다룰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럴까? 나름 '정말 이런 일이 있었나?'싶은 것도 없진 않았지만, 대부분은 어디선가 주워들어 알고 있는 것을 새삼 각인시켜준 정도에서 끝나 아쉬움이 남는다. 이를테면, 오늘 날의 현대 사회에선 그다지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은 것이, 그 시대에 이렇게 까지 문제가 되어야만 했을까?와 현대에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 우리가 보수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그 당시에도 있었다는 게 새삼 의아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읽다보면 저자는 그것 이상으로 뭘 보여주려고 하진 않아 보였다. 그렇다면 내가 왜 읽을 생각을 했을까?      

사실 남녀간의 사랑이 정상적이고 아름답던, 비정상적이고 치정에 의한 것이든, 그것이 한 사회의 흐름을 어떻게 바꿔 놨으며, 대중 일반의 사고의 흐름을 어떻게 바꿨는지는 거의 언급이 없다. 저자는 그저 조선 시대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폭로(?)하듯 또는 충실한 전달자의 역할만을 수행한듯 보였다. 물론 중간중간에 인문학적 해석을 시도하려고 했던 건 있긴 했다.

요즘 사람들의 사고방식에서 보면 어느 시대건 애정행각은 사람들 간에 회자는 될 수 있지만, 가십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 책도 어찌보면 과유불급은 아니었을까란 생각도 해 본다.  특히 난, 임성구지를 타고난 사방지를 하나의 특이한 별종 다루듯 하고 끝나는 것이 넌센스는 아니었을까, 싶다. 사방지가 특이한 육체를 타고났기 때문에 당해야했던 이면들에 대해선 왜 언급이 없을까?

그리고 어찌보면 저자는 남성 보다는 여성을 주로 부각시켜 다룬 것 같은데, 물론 봉건 사회적 사회에 남존여비 사상이 지배적이었던 만큼, 여성이 그렇게 간 크게 나왔다면 충분히 이슈메이커가 됐음직 하다. 하지만 그래서 사회에 저항하고, 잔다르크적 영웅 만들기는 아니었더라도, 작가 나름의 해석이 있어주면 좋을텐데 의외로 소극적이지 않았을까?

물론 미시사나 일상사가 역사의 분야에서 그다지 재미있는 분야는 아닐 것이다. 같은 역사를 읽더라도 정치사나 전쟁사는 스펙타클하고, 역동적이지 않은가? 어찌보면 작가는 일종의 도전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그냥 그 시대에 이런 사건도 있었다는 걸 아는 정도에서 만족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마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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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07-11-07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요거랑 비슷한 책 조선을 뒤흔든 살인사건도 그저 그랬는데, 이것도 그런가 보네요.. 뭐랄까 시류에 영합해서 급조한 느낌이랄까요...

stella.K 2007-11-08 10:32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좀 그럴죠?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었어요.
 
달인 - 천 가지 성공에 이르는 단 하나의 길
조지 레너드 지음, 강유원 옮김 / 여름언덕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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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번역한 철학자 강유원 씨는 역자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처음에는 그렇고 그런 책일거라고며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읽었다. 그러나 책을 절반쯤 읽었을 때 그런 무심함이 없어졌다. 물론 이 책도 얼핏 보기에는 '열심히 노력하라'는 막연하고 뜬금없는 교훈만 담고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은 무엇보다도 구체적으로 내 몸으로 실천하는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몸으로 공부하는 것에 관심을 가진 역자가, 어찌보면 그렇고 그런 자기계발서 같은 이 책에서 발견한 것은 오직 그 이유 때문일 것이다. '내 몸으로 실천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그것.

그렇다. 언제부턴가 현대의 공부란 머리로 하는 것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옛날에 우리 선비들은 어떻게 하면 공부가 사람됨의 도를 깨우치고, 백성과 나라를 바로 세울 것이냐에 불타있었고, 그런 이유 때문에 그들의 공부란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이었을 게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시대에 공부를 입신양명의 도구로 생각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오늘 날엔 그것이 더욱 심해졌고, 치열해졌다. 모든 사람이 대학에 들어가야만 할 것 같고, 모든 사람이 의사나 판검사가 되어야만 할 것 같고, 모든 사람이 돈벌이를 위해 경쟁해야만 할 것 같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공부'인만큼, 공부를 몸으로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것은 오직 마이너리티에게나 적용된다고나 할까?

본 책이 달인에 관해 썼다고는 하나, 우리도 어느 부분에선 달인이다. 공부를 머리로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하루종일 책상에만 앉게 만드는 '책상받이의 달인' 말이다. 이 책에 나와있는대로 적용해 볼까? 처음에는 좀이 쑤신다. 한창 뛰어 놀 나이에 공부에 매여 그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하지만 어느새 그것도 익숙해져서 그럭저럭 인내를 가지고 하다보니 몸에 붙어 그도 할만해졌다. 그런데 어느만큼 익숙해져보니 조금은 나태해졌다. 요령도 알겠고, 어떻게 하면 높은 점수를 받겠는지도 알겠다. 그러다 내가 이 공부를 해서 뭐하겠는가? 회의와 나태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하지만 또 그럴 겨를도 없이 속도의 경쟁속에 나를 맡기고 무엇이 될지도 모르면서 오로지 공부만 한다. 뭘 위해서? 돈 많이 버는 기계가 되기 위해.이것이 책상 받이의 달인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 책은 어찌보면 시대를 역행하는 책처럼도 보인다. 달인이 돼서 뭘 어쩌겠다는 말인가?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달인에게 놀라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분명 놀라움의 대상이고,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사회가 이런 달인들에 대해 관심을 갖기나 했던가?  달인이라고 하면 크게는 사회적으로는 명장(名將) 또는 마이스터라고 불릴만한 사람들인데, 그들에 대해 관심을 가졌는가 말이다. 또 그런 사람만이 달인인가? 우리는 작은 부분에서 달인이거나 달인의 자질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 이런 부분에서 알아봐 주고 계속 그 자질을 키울 수 있도록 격려하지 못했다. 물론 그들은 말할 것이다. "이 사회가 관심을 갖던 안 갖던 우리는 그저 그 일을 할 뿐"이라고. 그렇지. 그래야지. 그래야 진정한 달인일 것이다. 

책은 달인이 되는 것에 그다지 새로워 보이지 않는다. 그냥 오로지 건조하리만치 담담하게 써놓고 있어서 조금은 지루하기도 하다. 어떤 사람이, 어떤 부분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달인이 됐는지 예를 보여줬더라면 조금은 덜 지루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이 갖는 의의는 나름 없지는 않다. 이렇게 속도와 경쟁 그리고 결과에만 촛점을 맞추는 이 세상에 "그래서 할건데? 과연 그렇게 살아도 된다고 생각해? 이렇게 살아 볼 수는 없는 거니?"하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비근한 예로 요즘 매스컴에서 스포츠맨들의 연일 징중계 보도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들이 왜 경기도 중 성난 황소처럼 난장을 피우는가? 승부에 대한 과도한 압력 때문이 아니겠는가?  이 책에서는 말한다. 달인은 승부와 상관없이 평정심을 잃지 않고 경기에 임하는 거라고. 만일 그들이 승부사가 아닌 진정한 달인으로서 스포츠계에 입문했더라면 그런 자신을 깍는 짓을 했을까? 왜 이 세상은 왜 모 아니면 도인지 모르겠다.

이 책은 다소 건조하긴 하지만, 통찰력 있는 새길만한 글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기도 한다. 꼭 현재 달인이 될 생각이 없어도 읽어두면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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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5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05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지누의 집 이야기
이지누 지음, 류충렬 그림 / 삼인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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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처럼 집에 대한 관심이 강한 민족이 또 있을까? 풍수지리라는 것이 있어 '명당'을 꽤나 따진다. 하지만 요즘엔 어떠한가? 사람이 버젓이 사는 집이 재테크의 수단이 된지 오래고, 한뼘의 땅이라도 있으면 그땅에 나무 한그루 심기는커녕 풀한포기 자랄수도 없게 어떻게 해서든지 건물로의 활용도는 높일수 없을까에만 혈안이 되어있다. 

어디 그뿐인가? 모르긴 해도 나서부터 아파트 아니면 연립같은 공동주택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 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과연 어린 시절 단 한순간만이라도 마당에서 놀며 자랐다는 아이가 몇이나 될까? 그나마 마당이 있는 시골집도 요즘은 다 버리고 도시로 떠나 폐가가 그렇게 많다고 하니, 우리는 집을 너무 홀대하는 것은 아닐까 때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집은 이제 집 자체의 개념 보다 공동숙소의 개념으로 바뀌어버린 듯 하다. 그래도 여기, 집에 대한 옛 정취와 진정한 개념을 일깨워 주는 책이 있으니 바로 이 책 <이지누의 집이야기>이다. 사진작가인 이 책의 저자는, 어린 시절을 보냈던 옛집에 대한 추억을 되살리며, 인간이 사는 집으로서의 가치와 의미를 복원하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집의 인문학적 지식을 녹여내며 서양의 집과 우리나라의 집이 어떻게 다르며, 오늘 날 우리의 집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가에 대한 날카로운 질책도 잊지 않고 있다.

특히 이 책은 집에 대한 공간적 개념을 적용해서 각각의 쳅터에 그 이름을 달았는데, 마당 이야기, 골목 이야기, 부엌이야기 등등, 각각의 소주제에 의미를 더 했다. 그중 내가 관심있게 본  건 공교롭게도 변소 이야기였다. 나는 어렸을 때 변소에 대한 고심을 나름 많이하고 살아서 그럴까, 왜 사람 사는 집을 지으면서 변소에 대해선 왜 그리도 소홀한 걸까, 내심 불만이 많았었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우리나라처럼 변소에 대해 그리고 사람의 생리적 현상에 대해 그처럼 자연 그대로의 의미와 문학으로까지 승화시킬 줄 아는 사고방식에 새삼 경의를 표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특히 서양에서 한때 창궐했던 흑사병과 하이힐을 비롯한 망토 등이 뭐 때문에 발전했는지를 읽는 부분에선 그저 놀라울뿐이었다. 암튼 이런 저자의 집에 대한 역사적 추적이 흥미로웠고, 더구나 잘 쓴 수필에 녹아들어 읽는 즐거움이 컷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나 역시 지금까지 몇 번 이사를 했던 건 아니지만, 어렸을 때 내가 자라 온 집과 그 집에서의 추억이 고스란히 생각이나, 나도 저자처럼 인문학적 지식까지는 녹여낼수는 없겠지만, 뭔가 집과 관련하여 나의 추억을 글로 복원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누군들 편하고, 안락하고, 쾌적한 집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우린 그럴 때 얼핏 떠올리는 것이 서양식으로 된 발코니와 테라스, 고급자제를 쓴 벽이나 기둥을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만 더 집을 깊이 생각해 보면 집은 인간의 삶과 그 궤를 같이하고 있으며, 훨씬 더 과학적이고 친환경적인 요소가 담겨져 있다. 나는 그런 의미를 좀 더 많이 찾아내, 무조건 서양의 합리적인 것만을 쫓아가려 하지 말고 좀 더 인간을 닮은 집에 촛점을 맞췄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는 것도 나름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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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민들레의 서정, 그 수줍은 미소
    from 초하뮤지엄.넷 chohamuseum.net 2008-04-10 02:54 
    봄 빛은 곱고 맑고 좋은데 선거가 있던 휴일이어서인지, 하루가 참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미루어 두었던 점심 약속을 챙기며 마음이 더 바빴던 날이었습니다. 그 동안 밀렸던 글도 좀 쓰고, 요즈음 가장 큰 숙제거리가 되어버린 중국어도 좀 예습하려 했는데, 어느 것 하나 건드리지도 못한 채, 온종일 부산하였습니다. 온 천하 만물이 온통 봄 기운으로 물들었습니다. 위 이철수님 말씀처럼, 대지 위에도, 서 있는 나무마다에도 봄 기운이 오를 대로 올랐습니다...
 
 
가시장미 2007-10-07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립죠. 사람냄새, 자연냄새가 나는 고향의 집들... 그런데 사실.. 이미 편리한 주거환경에 익숙해진 탓에, 그리움은 그리움일 뿐, 그것을 복원하기를 바라지는 않는 것도 같아요.
그래서 이런 책이 의미가 있겠죠.

stella.K 2007-10-07 19:38   좋아요 0 | URL
꼭 읽어본 것처럼 말하네. ㅎㅎ 해장은 든든하게 잘 했니? 나하고도 한잔 해야지...^^

드팀전 2007-10-08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집이 사람을 만든다는 공간문화적 입장에 어느정도 동의해요.물론 비과학적인 주장이긴하지만요.제 스타일의 집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어서 <행복이 가득한 집>에 소개되는 멋진 집들을 보곤하는데 입맛만 쓰라리죠.대개 돈들이 좀 있거나 예술하시는 분들이거든요..
어디서 읽었더라..."비가 세지 않는 집은 숨쉬지 않는 집" 이라는데 ...^^ 비세는게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의미인지는 이해가 가더군요

stella.K 2007-10-08 14:08   좋아요 0 | URL
드팀전님의 마지막 말씀 정말 의미심장하네요.
맞아요. 집이 마음 먹는다고 나에게 맞는 집을 지을 수 있는 건 아니죠. 그래도 드팀전님은 마음만 먹으면 하실 수 잇지 않을까요?
저는 이 책 읽으면서 지금이라도 버려진 폐가라도 사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흐흐

바람돌이 2007-10-08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참 재밌게 읽었어요. 한 장 한장마다 어릴때의 제 추억이 겹쳐지더라구요. 하지만 지금은 편리함에 너무 익숙해서인지 다시 그집에서는 살기 힘들것 같아요. 그 시절의 추억과 공간을 복원하고 편리함까지 갖추고자 한다면 돈이 많이 들겠죠? ㅎㅎ

stella.K 2007-10-08 14:1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전 광희동에서 어린 시절 전반부를 보냈는데, 그 집에 대한 추억이 아련하긴 하지만 또 그 집에 들어가 살라고 하면 살아질지 의문이어요. 편한게 우선이죠.^^

하늘바람 2007-10-08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책 궁금했었는데 잊었다가 다시 떠오르네요.

stella.K 2007-10-08 14:11   좋아요 0 | URL
한번 읽어보세요. 나름 생각할 것도 많고 수필식이라 따뜻한 느낌도 있어요.^^

수양버들 2007-10-12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하루 방문자 수가 이렇게 많아요?
대단하십니다.

stella.K 2007-10-13 11:27   좋아요 0 | URL
어제 그분이 다녀가셨답니다. 검색로봇이라나 뭐라니...^^

초하(初夏) 2008-04-10 0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덕분에 좋은 글 읽고 관련하여 오늘 올린 제 글도 엮어놓고 갑니다.
많이 추워졌습니다. 따듯한 하루 보내시길~~
 
이지누의 집 이야기
이지누 지음, 류충렬 그림 / 삼인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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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처럼 집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갖는 민족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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