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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밥먹지 마라
키이스 페라지 외 지음, 이종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에 내가 속해 있었던 그룹은, 처음엔 나름대로 재미있고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에 대한 불만과 오해, 상처등으로 참 견디기 힘든 시간을 보냈던 적이 있었다. 도무지 이게 언제 누구에게로부터 시작이 됐고, 무슨 일로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그냥 한시도 바람 잘 날없이 속수무책이었다.
그 모임은, 이 사람 흉은 저 사람한테 가서 보고, 저 사람 흉은 또 다른 사람에게 보고, 모두들 한 고집, 한 성질하는 사람들이라 자기네 스스로도 힘들어 하면서도 변화될 조짐이 없어보였다. 그저 서로가 죽어 주길 바랄 뿐이었다. 아무리 한 개성들 하다고는 하지만 왜 서로에 대한 배려없이 그처럼 상대를 무시할 수 있을까? 결국엔 난 그 모임에 나가지 않게 되었고, 간간히 얼굴을 비추는 정도에서 관계를 이어 나갔었다.
그래도 미운 정이 고운 정 보다 더 무섭다고 했던가? 모임에 아예 발을 끊으면 나만 소외되는 것 같아 가끔 모임에 얼굴을 비추곤 했다. 옛 속담에도 광에서 인심 난다고, 먹는 것엔 인색하지 않아 모이면 배가 터지도록 먹고 깔깔대고 웃으며 스트레스를 풀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그런 거는 또 잘 하지 않는가? 싸울 땐 다신 안 볼 사람처럼 하다가도, 밥 먹으면 풀어지는 것.
이렇게 우리는 일이 아니면 서로 너무 잘 지낼 수 있는 사람들인데, 일로써 만나면 서로를 잡아 먹지 못해 안달인지 모르겠다. 그때 우리의 미션 프로젝트는, 내 말을 들으라! 였다. 역설적으로 사람이 독주 내지는 독재를 부리는 건 상당히 위험하다는 것을 생래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일까? 그런데 우린 왜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드는데 그처럼 미숙했던 것일까? 나의 생각은 옳지만 너의 생각은 틀리다는 게 모임의 주요골자였다. 하지만 그 정도나 양상은 조금은 달라도 어느 모임이든지 이런 위험요소들은 다 존재하지 않을까?
19,20세기의 사고 방식은 어떻게 하면 타인을 지배하며 정복할까? 남 보다 뛰어날까였면, 21세기는 어떻게 하면 타인과 조화롭게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좋은 성과를 낼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한다. 이름하여 '상생'이 키워드인 것이다.
이 세상에 혼자 잘 지낼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독야청청, 독불장군은 세상을 살기가 어렵잖은가. 일만 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관계도 좋아야 한다면 얼마나 피곤할까? 하지만 이젠 관계가 좋고 정보만 공유할 수 있어도 사람들은 훨씬 더 풍성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의 저자는 몸소 체험한 것을 토대로 증명하고 있다.
솔직히 나는 요즘들어 갈수록 내가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하면 풍성한 삶을 살 수 있을까에 집중되어 가는 것을 느낀다. 이것은 나의 열망을 반영하는 것과 동시에 그만큼 현재 그러한 삶을 살고 있지 못하는의 삶이 느낌을 반증이기도 하리라.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인간관계에 대한 새로운 도전과 깨달음을 얻었고 동시에 마음이 풍성해지고 유쾌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 책의 원리를 조금이라도 내가 예전에 속했던 모임 속에서 실행해 보았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해 봤다. 그랬더라면 조금은 내가 편하고 조금이라도 유쾌해지지 않았을까? 지금도 여전히 그때 그 사람들을 만나면 좋긴 하지만, 예전에 우린 그랬었지 하며 추억을 얘기할 때 동시에 아픈 기억도 되살려야 한다는 것이 안타깝다. 그래서 있을 때 잘 하라지 않던가.
언젠가 아는 분이 올린 페이퍼에 나는 무슨 말끝에 "나는 못 생긴 건 참을 수 있지만, 매너 없는 사람은 용서할 수 없다"는 댓글을 단적이 있었는데, 그건 정말이다. 잘 생겼는데 매너 없는 것 보다 못 생겼지만 매너 있는 사람이 훨씬 좋다.
매너가 좋다는 건 뭘까? 그만큼 사람과 잘 지내는 방법을 안다는 것일게다. 그리고 요즘엔 서로 잘 살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가 되야하기 때문에, 매너가 좋다는 건 그만큼 전략적 사고를 할 줄 안다는 사람일 것이다. 또한 처세를 안다는 것일 것이다. 그래서 예전엔, 그 사람 비지니스를 잘 해. 하면 얍삽하고 여우 같다고 할지 모르지만, 요즘엔 능력있는 사람으로 그런 사람에게서 한 수 배우고 싶어한다.
지금 매스컴에선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우리나라 경제가 안 좋을거란 전망들을 내놓고 있다. 그러면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탓할 것인지 안 봐도 비디오다. 경제가 안 좋으면 사람의 마음이 점점 메마르고 팍팍해질 것이다. 무슨 집단심리라도 걸린 사람들처럼 너도나도 볼멘 소리를 많이하게 될것이다. 혼자 밥 먹을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을까?
그렇지 않아도 혼자하는 문화가 점점 확산되고 개발된다고 하는데 이건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함께하는 문화로의 전환이 필요할 것 같다. 혼자서는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는 게 일반적인 지론이라는 걸 알면서 우리의 문화는 혼자 살기 좋은 문화가 많으니 모순이다. 지금 당장 혼자 밥 먹지 않기 위해 누구와 밥 먹을지를 생각해 봐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