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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랄라 하우스
김영하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편견이겠지만 난 이 작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잘 생기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못 생기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미지는 세련됐다. 바로 이 점이 그가 유명하건 말건 상관없이 나에겐 별로 끌리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내가 잘 생기고 세련된 사람을 싫어하느냐? 그런 것도 아니다.

모름지기 작가는 작가다운 풍모와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세련됐고 연애인 같은 이미지가 있는 것이 나로 하여금 오히려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작년에 웬만한 내로라 하는 국내 문학상을 다 휩쓸었음에도 나는 여전히 그의 책은 단 한 권도 사서 볼 생각을 안 했다. 하기사 그러기로 따지자면 내가 무슨 무슨 문학상을 탔다는 이유만으로도 사 봄직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안 본게 한 둘인가? 그렇다고 그런 이유로 사 보는 건 그도 그렇지 않은가?

어쨌든 작가다운 풍모라고 쓰긴 했지만 그게 과연 뭘까? 꼭 후줄근하고, 술을 말로 마시고, 담배나 뻑뻑 피워대고, 이마엔 내천 자나 긋고 이런 게 작가다운 것일까? 솔직히 김영하가 세련됐다고 해서 나쁠건 또 뭐가 있겠는가? 그가 그러는데 내가 10원 하나 보탠 것도 없는데. 그리고 우리나라 문단에 그런 탤런트적인 작가가 하나쯤 있다고 해서 나쁠 것도 없지 않은가? 물론 본인은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드릴지 모르겠지만, 나쁜 의미로 하는 얘기는 아니다.

난 어쩌면 요즘에 주목 받고 있는 작가들을 신뢰하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요즘의 작가들은 나름의 역량도 있고 개성도 있고, 능력도 있는 건 인정하지만, 난 왠지 그들이 문학을 상품 가치로서 잘 만들어내고 있다는 느낌만 있지 나름의 끈적거림 이를테면 관조하고, 통찰하고,  곱씹게 만드는 그런 맛이 없다는 느낌이다. 한마디로 읽을 땐 좋은데 읽고나면 별로 아쉬울 게 없고 생각할 것도 없는 그런 게 있어서 마음이 가질 않는다.

누구는 이를두고 권위주의적 망령을 떨쳐버리지 못한 소치라고 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문학이 어려울 필요가 뭐가 있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역시 나는 아닌 건 아니다. 그런 문학이 존재했다는 걸 알고 있는 이상. 그래도 어떻게 운이 좋아 이 책을 손에 넣은 나로선 호사가 아닐 수 없었다. 내게 돈이 있다면 이 책을 몇번째로 사고 싶으냐고 했을 때 결코 영순위에 들어갈 수 없으니까.

어쨌거나 그분 덕분에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작가에게 갖는 이 뭔지모를 편견은 많이 없어진 듯하다. 홈피의 글을 책으로 엮었다고 하니 그렇고 그런 잡문이 아닐까 싶었는데, 역시 유명 작가의 홈피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느낌이다. 그의 톡톡 튀면서도 위트있는 문장은 역시 젊은 작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하기사 내일 모레면 그도 40줄을 타는데...그래도 그는 세련되서 그런지 아직도 젊다.) 패기도 있어 보이고.

책 어디쯤 읽으면 그의 책 <검은 꽃>의 탄생 배경에 대해서 쓰고 있는데, 그의 책들 제목이 하나 같이 하루키를 연상하는 그런 제목이라 그다지 끌리지는 않았는데 유독 <검은 꽃>만큼은 꼭 읽고 싶어진다. 이렇게 그는 이 책 속에서 몇권의 책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 책을 텍스트 삼아 그가 언급해 놓은 책들을 읽어보는 것도 좋은 독서 경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님 표정훈의 <어느 탐서주의자의 책>이면 더 좋고. 그 밖에 텍스트가 될만한 더 좋은 책이 많이 있겠지만.

이 책의 단연 좋다고 느끼는 건 그의 문학에 관한 생각들을 써 놓은 부분인 것 같다. 나도 한때 작가지망생이었던 고로 이런 글을 읽으면 너무 흥미롭고 짜릿한 느낌마저 든다. 앞서 내가 그를 탤렌트적 기질이 있다고 말한 건, 그는 독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아는 사람 같아서다. 그래서 보여 줄 때 뭘 보여줘야 하는지를 아는 것 같다. 그렇다고 다 보여주지도 않는다. 방명록편을 읽으면, 슬쩍 눙치며 질문을 피해가기도 하니까. 사람은 다 보여주면 식상해 한다. 유명인일수록 신비스러워 보이는 게 좋다.

그래도 나는 블로그의 백미는 읽은 사람들이 댓글 달아 주는 것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편집된 건지 아니면 실제 그런지 모르지만 작가 자신이 찾아 준 사람들에게 일일이 답변 형식의 댓글을 달아 준 건 거의 없었다. 있어 봤자 한 두 개. 그의 홈피를 자주 드나드는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별 불만은 없어 보이는 듯하다. 혹 유명인은 그럴 수 있어도 일반인은 그러면 당장 즐찾 삭제 대상 1호가 아닐까? 적어도 난 그렇다. 그래서 난 유명인의 블로그 보다 내가 아는 알라디너의 서재가 좋다. 그들 대부분은 성실하게 댓글을 달아 주니까. 이 리뷰 읽고 댓글 안 달아주면 즐찾 삭제1호 감이다. 알아서 하시라. 

문득 만일 초대 받아 작가의 집을 방문한다면 그는 손님에게 어떤 음식을 대접할까? 그런 생각을 해봤다. 자신의 홈피를 찾아주는 이들이 그냥 침구집에 놀러 온 기분으로 들려줬으면 좋겠다고 했으니. 고상하게 쿠키에 홍차일리는 없고. 고구마에 동치미를 내놓지 않을까? 그렇다면 오케이다. 세련된 사람이 소박한 뭔가를 보여주면 사람은 금방 편안함을 느끼는 법니니까. 랄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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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싶다 2005-10-28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련된듯하면서 소박한 스텔라님, 전 댓글 달았어요~!

stella.K 2005-10-28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왕이면 추천도 하시징~!^^

mong 2005-10-28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은꽃...제가 좋아하는 장편이에요
저는 김영하 데뷔부터 쭈욱 보고 있는 작가라~
전 추천도 했어요!

stella.K 2005-10-28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잘했어요!!!

야클 2005-10-29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서버라.... 댓글&추천 다 하고 갑니다. ^^

stella.K 2005-10-29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고맙습니다.^^

메르헨 2005-11-14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랄랄라 하우스...전 이책은 읽고 싶지 않던데...^^
검은꽃은 봤어요. 좀 색다른 느낌이었지요.
저도 댓글 달았습니다.^^

stella.K 2005-11-14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잘하셨습니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박범준.장길연 지음, 서원 사진 / 정신세계원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지난 봄이던가? KBS2의 '인간극장'이란 프로에 나왔단 장길연, 박범준 부부의 귀농 이야기를 책으로 옮긴 것이다. 그때 난 이들의 이야기를 거의 넋을 잃고 봤다. 너무 아기자기하고 그야말로 알콩달콩 사는 것 같아 보기가 좋았던 것이다.

정말 이 사회에서 인텔리에 속하는 젊은 부부가 마음만 먹으면 이 사회가 보장해 줄 수 있는 여러가지 최상급의 혜택을 과감히 버리고 귀농을 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쓴 것이다. 어찌보면 TV가 다 전달해 주지 못한 소박하고도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서 나름대로는 읽는 재미가 솔솔했다. 그리고 혹시라도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선배로서 조언의 의미도 담겨져 있는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참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첫째로는, 물론 요즘 농촌 사회가 젊은이들이 없다고 하는데 도시가 줄 수 있는 여러가지 문화적 혜택을 버리고 농촌으로 갔다는 것이 좋긴 하지만 또 이 사람네들을 계기로 너도 나도 귀농을 하겠다고 그러면 어쩌나? 하는 쓸데없는 기우도 가져보기도 하고.

지구상에서 보면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정말 조그만 나라에 지나지 않는데 어쩌면 지방마다 기후가 다를 수 있을까?(서울 같은 도시는 2, 3월이면 봄 기운이 완연한데 그들이 사는 무주는 5월이나 되야한다고 하니말이다.) 농촌에서는 아직도 예의범절이 깍듯하여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어른에게 차 안에서 고개만 끄덕하고 수인사만 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차에서 내려 깍듯한 인사를 해야 한다는 사실 또한 이 책을 보면서 알았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내가 TV를 봤을 때나 책으로 읽었을 때나 하나 같이 느끼는 것은 인간의 본래 삶의 원형은 어땠을까를 생각해 본다는 것이다. 사실 이들은 그야말로 땅 파먹고 산다. 하루 하루 퇴비주고 자연 비료 줘 가면서 피곤하게 일하고 특별히 모아 둔 돈도 없이 살아간다. 이들이 해 있을 때 들로 밭으로 나가 일하고 해 떨어지면 들어와서 이불덮고 자는 정말 자연과 더불어 순응하며 사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인간 원형의 삶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 보게된다는 것이다.

거기엔 불화도, 불륜도, 내일에 대한 불안한 전망도 없어 보인다. 이런 것들은 도시에 사는 사람이나 안고 사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말 그럴까? 낮동안에 땅과 씨름하고 밤이면 골아 떨어져 자는데 이런 걱정을 할 새가 있겠는가? 정말 건강만 하다면 하루살이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도시에 살면 세련될 수는 있어도 도시가 주는 문화적 혜택을 누리기 위해 아둥바둥 살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농촌이 무조건 좋기만 하겠는가? 또 이런 책들이 귀농을 부추겨 너도 나도 귀농을 선택한다면 도시에서의 산업은 누가 맡겠는가? 농촌에 살면 벌레와 싸워야 하고 화장실 사용이 불편하다. 결국 이것 저것을 따져 볼 때 나의 삶은 어때야 하는가에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게 되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건, 물론 이 책이 어떤 계몽을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저 시골에 살면서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하는 바들을 담담히 쓴 일종의 수기 같은 것일 것이다. 그런데 삶에 대한 지혜는 거창한 철학이나 학자연한 사람이 더 많이 가지고 있다기 보단 이렇게 몸소 몸으로 부딫히며 사는 소시민적 삶을 사는 사람이 더 많이 가지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책은 참 예쁜 책이란 느낌이 들었다. 우선 한지 느낌이 나기도 하고,


이렇게 사이 사이 사진이 들어가 있기도 한데 그 사진이 거의 예술이다.

하지만 왠지 이들의 글은 그다지 깊이는 있어 보이진 않았다. 진솔함은 있는데 다소 산만해 보이는 듯 깊이 있는 통찰에 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들이 앞으로 5년 후나 10년 후쯤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2>를 내지 않을까? 그럴 수 있기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싶다.

내가 제목을 다람쥐 부부라고 한 건 이 두 사람이 사랑해서 결혼했음에도 여전히 티격태격 싸우면 산다는 것과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 발을 동동거리며 땔감이며 항상 어떻게 살까를 고민하고 설계하는 그 모습이 다람쥐 같아 부쳐 본 것이다. 설마 이들이 내 글을 훔쳐 볼리 없겠지만 결례가 됐다면 양해를 구해야 하지 않을까 해서 여기 밝혀둔다.

마지막으로 여기 나오는 남자 같은 좋은 사람과 알콩달콩 살길 바란다면서 내 생일 날 이 책을 선물해 주신 니르바나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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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10-14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는 포기하고 살아야 한다면, 난 아직도 도시에서 살고파요.
욕심이 많아서도 아니고, 여기서 잘 나가서도 아니에요.
난 정말 도시가 좋거든요. 농촌에서 위로받은 힘을 모아 도시에서 잘 살고 싶다구요 ^^
추천밥 날려요! ^^ 
(그대의 인기는 식을줄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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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5-10-14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아직은 농촌은 자신이 없소. 아마 농촌에서 산다면 도시적인 것과 혼합한 형태면 모를까? 추천 고맙구료.^^
 
빅맨 빅보이스 - 세상에서 가장 작은 성악가
토마스 크바스토프 지음, 김민수 옮김 / 일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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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음악을 안 듣고 산지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한때는 나도 음악에 미쳐 산 때가 있었는데 말이다. 초등학 땐 클래식에, 청소년  땐 팝송에 그리고 20살을 넘기고 나서부터는 서서히 내 의식 속에서 음악을 밀쳐내고 있었다는 걸 그땐 잘 모르고 지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거의 안 듣는다.

내가 그러고 있다고 해서 음악계가 발전을 멈춘 것도 아니고 스타가 배출이 안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때 그때마다 유명한 음악인이 누구였는지 조차 모르고 산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내가 아는 것은 몇명에 지나지 않는다.

토마스 크바스토프. 이 사람을 내가 알리 없다. 하지만 내가 얼마 전 이 책을 손에 들기 시작했을 때 이 사람은 이미 클래식계에서는 꽤 알아주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  하지만 표지에서 보다시피 그는 키 작은 성악가다. 어떻게 저렇게 작은 체구에서 목소리를 뿜어낼 수 있을까? 그의 목소리가 궁금하다.

그는 탈리도마이드 베이비다. 탈리도마이드란 진정제로서 유럽에선 일부 임산부들이 심한 입덧에 먹는 약이라고 한다. 이에 대한 부작용은 당시 밝혀지지 않고 있었는데 그 후유증이 보고 되면서 팔과 다리가 짧거나 아예 없이 태어날 수도 있다고 한다.

이 책은 탈리도마이드 베이비로 태어난 그가 어떻게 해서 지금의 세계 정상의 성악가가 되었는가를 담담하게 써내려간 자서전이다. 또한 구술에 의한 작업으로 그의 형이 받아 썼다고 한다.

이 책은 내가 봤을 때 스스로가 신화적 인물을 구축하려고 쓴 책은 아닌성 싶다. 오히려 정상적인 견지에서 글을 썼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상적으로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학교라고 하는 사회에서 장애인을 보는 시각이 온전치 못한 환경에서 반항아가 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장애인이기 때문에 남보다 더 열심히 끈기와 투지를 가지고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책의 저자처럼 성적은 바닥을 치고 학교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좀 이색적(?)인건 독일이라고 하는 선진국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우리나라 못지 않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이상하다. 누가 장애인으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보태 준 것도 없는데 정상인이 아니란 이유만으로 괴롭힘을 당해야 한다는 건 부당하지 않은가?

그래도 사람 누구에게든 천부적이든 후천적으로 노력해서든 재능 하나씩은 있다고 본다. 그것을 잘 카우느냐 못 키우느냐는 본인하기 나름이겠지만.

저자는 아주 다행스럽게도 자신이 성악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끊임없이 연마해 정상에 선다. 하지만 정상에 서는 과정도 그리 녹녹하지는 않다. 자신의 첫 콩쿨 대해에서 사실은 1등 감이었는데 정상인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2등으로 강등이 되어야만 했고, 자신의 장애가 무조건 미화되거니 비하되는 매스컴과 사회의 냉대를 맛 보기도 하고, 요즘 흔히 팝과 클래식의 경계를 왔다 갔다하는 우리도 익히 알만한 스타 음악인들을 비판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는 정상인 못지 않은 정상인 여성과 열애 끝에 결혼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이 그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누리는 동정도 특권도 아니다. 그저 자신이 처한 상황 속에서 자신이 직접 길을 놓으며 스스로의 길을 헤쳐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스스로의 과정이고 결과다.

특히 그는 매스컴이 장애인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에 대해 질타를 서슴치 않고 있는데, 그것과 관련해서 언젠가 TV에서 장애인들을 너무 편파적으로 보고 있다는 보도가 생각이 났다. 즉 TV는 장애인들을 순백의 영혼으로 감싸고 동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 사회는 장애인들을 올바로 보지 않으면서 한쪽에선 무조건 순백의 영혼으로 치켜 세우다니.

장애인이라고 해서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 그들도 감정이 있고, 선과 악을 동시에 분별할 수 있으며, 그렇게 행동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으며 동시에 미워할 수도 있다. 이 책엔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녹아져 있다. 또한 음악을 보는 저자 자신의 시각도 잘 표현되어 있다.

솔직히 나는 이 책이 약간은 지루했다. 내가 언젠고 토마스 크바스토프의 음악을 한번이라도 접하고 이 책을 들었더라면 덜 지루하지 않았을까? 저자의 책을 대하는 나의 안일함이 문제였는지 아님 독일이라고 하는 정서적 거리감이 문제였는지 판단할 길은 없다.

하지만 평범치 않은 한 영혼의 진솔한 삶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이 책을 들어도 무방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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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05-10-01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 모짤트로 시작해서 늙어 다시 모짤트로 돌아가는 게 인생이랍니다.
지금은 잠시의 휴식기라 여겨집니다.
스텔라님 멋진 리뷰에 추천 한 장 붙입니다.

stella.K 2005-10-03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짜르트요...저도 좋아했는데! 다시 음악을 들으면 모짜르트부터 들어야겠어요. 고맙습니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반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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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동화를 읽으면, "...그래서 오래도록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잘 살았대요."란 말이 실제에선 그렇게 안되는 경우가 종종있다. 그 오래도록 행복하게 잘 사는 주체는 물론 남자와 여자다. 그렇게 남자와 여자가 사랑한다는 건 쉬울까?

동화는 오래 같이 사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할 때가 있다. 나름의 어려움과 고비는 어린이 시각에서 잘 보여주고 있지만, 둘이 맺어져서 어떻게 사는지가 보여지지 않고 있어, 남녀는 원래 그렇게 잘 어울리는 존재라고 막연히 생각하기 쉬운 것 같다. 과연 그럴까?

드라마나 영화도 청춘 남녀간의 애절한 사랑을 그리긴 하지만 너무 스토리에 치중해서 '사랑의 핵심적인 증명'엔 미치지 못한다. 남녀는 반드시 첫눈에 끌리고, 한동안의 밀월기간을 갖게되고, 몇번의 고비와 오해를 겪은 후 권태기를 거쳐 둘이 더 견고한 사랑에 이르던가 거기서 멈춰 뒤돌아서던가가 관건이 된다. 

언젠가  TV에서 '감성 과학'이란 부제를 달고 남녀간의 사랑을 과학적으로 풀어 본 프로가 방영된 적이 있었다. 그것은 흥미롭게도 서랑하는 남녀가 만나게 되면 육체적으로 심리적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가를 나름대로 심도있게 보여준 영상물로, 그걸 보면서 아, 사랑을 과학적으로도 증명해 내는구나. 그 아이디어와 발상이 흥미로웠다.

여기 알랭 드 보통은 '사랑'을 철학적으로 풀어 보였다. 남녀가 처음 서로 만나 어떤 이끌림을 갖고 어떻게 교감하며, 어떤 고비를 겪고, 어떤 결말에 이르는가를 재치있게 잘도 풀어간다. 철학을 전제로 했던만큼 좀 어렵긴 해도 중간 중간에 그만의 유머와 아포리즘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어서 읽는데 꽤 시간이 걸렸던 건 사실이지만 결코 읽다가 포기할 생각은 들지 않는다.

흔히 사람은 남녀가 만나면 섹스할 것만을 생각하고 그것이 이루어지면 사랑이 다 이루어진 양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남녀간의 사랑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며 만났다 헤어짐을 반복하고, 간간히 오해하고 다른 곳에 눈을 돌리며 질투하고, 파경을 맞기도 한다. 그 간극에 작가는 철학자들의 사랑에 대한 정의, 철학의 증명을 잘도 구사해 넣는다. 그것은 아마도 작가만의 탁월한 능력이고 재치인 것 같다.  

이 책의 결말은 여자가 남자를 떠나고 남자는 괴로움에 자살할 것을 행동으로 옮기지만 불발로 끝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끝에 사람만이 사랑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이 정말 그렇구나 싶다. 어떤이는 사랑에 대신 당하기 전에 내가 먼저 배신할거라고 하기도 하고, 사랑에 아파하는 것이 싫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곤 하는데, 막상 정말 사랑하면 그럴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사랑이 떠나면 다시오고 시작한다.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을 것만 같아도 다시 시작하고 원한다고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사랑은 신비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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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5-09-16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제목이 ...책을 읽어보고 싶게끔 만들어요.스텔라님의 글을 읽으니 또 읽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당분간은 보관함에 머물겠지만 일단 찜해둡니다.

stella.K 2005-09-17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로 잘 쓴 리뷰도 아닌데...근데 정말 꼭 한번 읽어 보세요. 좋아요.^^
 
미운오리새끼의 출근
메트 노가드 지음, 안진환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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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을 발견했을 때 언젠가는 꼭 읽고 말거라고 벼르고 있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안데르센 동화에서 그 이야기를 취해 직장인들이 직장내에서 맞닦뜨릴 수 있는 문제를 얘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나의 흥미를 끌었던 책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나의 기대 이상의 것을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한 책이었다. 그저 단순히 직장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가지 문제를 속시원하게 해결해 주겠다는 그렇고 그런 고루한 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조금만 주위를 기울여서 동화책을 읽고 있으면 동화가 단순히 아름다운 이야기만을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얼마나 많은 세상 사는 방법이나 세상을 보는 방법을 제시해 주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언제나 그렇듯 막상 어린 아이는 그것을 잘 모른다. 아이들은 이야기가 얼마나 재미있느냐 없느냐로 판단할 뿐, 교훈이 뭐고, 이 동화가 얘기하려고 하는 건 뭐냐는 것엔 그다지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그 동화의 해석은 늘 어른들의 몫이 아니었을까?

이 책은 특이하게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안데르센 동화의 스펙트럼을 어린 아이가 아닌 성인. 그것도 직장인들에게 그 포커스를 맞췄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를들면 표제작인 '미운 오리 새끼의 출근'은 직장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왕따의 문제를 다루고 있고, '벌거벗은 임금님' 같은 경우엔 인간의 소속감과 따돌림에서 나오는 인간의 소외와 기만의 문제를, '쇠똥구리'에선 직장인의 나르시즘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밖에도 '식료품점의 니세'는 직장인이 생각하는 이상과 현실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를 다루고 있으며,  이상에만 사로잡혀서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직장인의 문제를 '전나무'란 동화를 통해 되짚어 보고 있다. 그리고 끝으로 '나이팅게일'을 통해서는 그 어느 것에도 매이지 말고 열정적으로 소신있게 일할 것을 충고하고 있다.

이 책의 즐거움은 흔히 단 몇편 밖엔 알지 못하는 안데르센 동화의 또 다른 이야기를 접해볼 수 있었다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게다가 저자가 덴마크 출신으로 안데르센 동화에 정통해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것을 단순히 알리는 것에 끝나지 않고, 카운셀러겸 컨설던트라는 자신의 직함을 살려 작가 특유의 혜안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가치가 무엇인지에 관해 깊은 통찰을 가지고 담담히 들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나의 일과 관련해서 이 사람 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데, 의외로 자신이 하는 일에 자신없어 하고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적성에 맞는 것인지 조차 의문스러워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에 새삼 놀라곤 한다. 그들은 일에 대한 자긍심이나 생에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못한 채 그저 경제적인 필요를 해결하기 위해 그 일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그럴까? 어떤 이는 아직도 일자리를 얻지 못해 방황하고 있지만, 어떤 이는 직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만두기도 한다.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라고 한다. 언제 감원의 대상이 될러지도 모른채 불안하게 직장을 다니고 있다. 그런 이들에게 일이란 어떤 의미일까?

이런 병리현상 속에서도 현대 사회의 일과 인간에 대해 끊임없이 가치를 논하는 저자가 있다는 게 반가웠다. 물론 이 책은 내가 그 일을 할 사람이냐 아니냐 또는 자신이 무슨 일을 했으면 좋겠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이른바 정체성의 문제를 가지고 고민하는  사람에겐 그리 도움이 안될지도 모른다. 이 책은 직장내에 있을 때에 있을 수 있는 문제와 인간의 가치에 관해 얘기하고 있는 책일테니까.

하지만 이 책 자체만으로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좋은 책이다. 꼭 직장인이 아니어도 재미있고 의미있게 읽을만 하다고 생각한다. 강추!.

이 책을 선물해 주신 로드무비님께 다시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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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07-12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이 강추, 라고 썼다면 뭔가 있을터.. 저두 로드무비님께 (덩달아) 감사를 ^^
추천해요, 오랜만에 님의 리뷰 보니 반갑고 읽고 싶은 충동이...

비로그인 2005-07-12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리뷰 잘 봤습니다. 적극 동감이에요~^^

니르바나 2005-07-12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말씀대로 일타 이득의 좋은 책이로군요.
리뷰에 추천을 드리면 일타 삼득이 되나 모르겠네요.
로드무비님께서 선물하셨군요. 알라딘의 큰손이신가 봅니다.

stella.K 2005-07-12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리뷰에서 추천 받아 보는군요. 기뻐라~니르바나님 말씀마따나 일타삼득이어요.^^

로드무비 2005-07-13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리뷰를 벌써 쓰셨군요.
니르바나님, 얼마전 깜짝 이벤트에 스텔라님이 뽑히셨잖아요.
큰손은커녕 중간손도 못 됩니다.^^;;
스텔라님, 추천이오!^^

stella.K 2005-07-13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진주 2005-07-14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걸 대형마트 책 코너에 진열되어 있길래 잠시 커닝을 했지요.
살까말까 그러다가 알라딘에서 질러야겠다고 두고 왔던 기억만 나네요^^
애써 쓴 리뷰 잘 읽었습니다.

stella.K 2005-07-14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질러보세요 진주님. 후회 안 하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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