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엘 자주 안 다니는 관계로 늘 tv에서 해 주는 때 늦은 영화나 보고 약간의 평을 하는 게 나의 영화를 보는 방식이다. 단 한 줄이라도 기록을 하지 않는 것 보다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남겨 보는 것이다.
어젠 TV에서<말죽거리 잔혹사>를 하길래 보았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잔상이 남는다. 물론 좀 다르긴 하지만...
78년도를 배경으로 했다니 그때의 교복, 제과점 풍경, 유행했던 음악, 라디오 프로그램 등 추억이 아련하다. 그때 패싸움이 좀 유명하다고는 들었는데 과연 저 정도였나 싶기도 하다. 영화는 그 시절의 패싸움과 군사 독재를 절묘하게 맞물릴려고 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폭력을 미화하고, 첫사랑의 순수했던 느낌을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긴 하지만, 그러기엔 기존에 여타의 영화들이 써 먹었던 수법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 같아 좀 아쉽다.
그래도 진행의 방식은 별 무리없이 잘 진행시키는 것 같긴한데, 약간은 지루한 느낌도 없지 않다. 갈등 상황 내지는 패싸움이 몇번이나 보여진 걸까? 사춘기 그 시절 뭔지 모를 정체성과 내적 에너지를 싸움으로 푼다는 건 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얼마든지 긍정적인 방향으로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기사 78년 그 시절 청소년들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가 뭐가 있었겠는가? 어둡지만 낭만이 있었던 게 그 시절 문화 양상이 아니었을까? 적당히 잘 얼버무려서 잘 만든 영화 같지만 뭔가 모를 섞연치 않은 뭔가가 있다.
그리고 <반지의 제왕>.
이건 아무래도 책으로 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비주얼이 뛰어나다 보니 생각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어떤 식으로든 상상이 되질 않는다.
그리고 <태극기 휘날리며 270일 간의 기록> 은 좋았다. 우리나라엔 영화 제작에 대한 기록이 담긴 영상물이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이런 걸 만들 생각을 했을까? 기득하고 대견할 지경이다.
그 프로를 보면서 저들이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촬영중 유명을 달리한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또한 태풍 매미로 애써 만든 세트 제작이 파손이 되기도 하고, 사람들도 많이 다치고.
그렇게 고생스러운 작업인 것 같으면 포기할 법도 한데 누구하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는 그들의 팀웤이 부럽기도 하다.
9개월 여의 작업. 나는 9개월 동안 포기하지 않고 뭘 해 볼 수 있을까? 몇 개월이 되었던 목표를 세우고 포기하지 않는 그 삶의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