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읽었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님의 < 책으로 가는 문>이 너무 좋아서 인터넷으로 이리저리 검색하다보니 2013년에 개봉했던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음을 알고 화들짝 놀랐다. 결혼하기 전에는 영화관도 자주가고 했는데.. 결혼하고부터는 다운해서 보는 영화에 익숙해져버려서 어떤 영화가 나오고 들어가는지 깜깜 무소식이 되어버린지 오래. 그래서인지 가끔 찾을 수 없는 영화를 알게 될때면 슬프고 답답해지곤 했는데 이 영화는 다행히 볼 수 있어서 무척 기뻤다.
<꿈과 광기의 왕국>이라는 다소 무시무시한 제목이지만, 지브리 스튜디오를 배경으로 당시 <바람이 분다>라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기위한 제작과정을 담고 있어서 내겐 참 유익한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지브리 스튜디오를 볼 수 있었다는 것과 신랑이 말하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는 모두 '연필'로 그린거라던 말을 이제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연필로 스케치 중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님>
<지브리 스튜디오 내 감독님의 자리>
오랜시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님의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고집들이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좋은 모범도 되지만, 동료들이 투덜거리며 힘들어하던 모습조차 감독님이 그 만큼 열정으로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저 마냥 흐믓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아름다운 글을 쓰려면 아름다운 삶을 살아라라'던 말처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님은 수시로 옥상에 올라 아침 저녁으로 변화되는 하늘의 모습이나 구름을 감상하고 그 모습을 애니메이션에 옮기는 장면들이 벅차게 다가오기도 했다. 또 스튜디오 건물 옆에 있는 어린이집의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한다는 이야기에서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이 책과 영화에서 느껴졌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튜디오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
<변화하는 하늘을 감상하는 동료들과 감독님>
그리고 <마녀 배달부 키키>에서 마지막에 왜 키키가 지지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냐고 묻는 질문에, '갑자기 무슨 이야기를 하겠어. 이상하잖아'라고 대답하시는 모습이 사춘기 남자 아이처럼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연이어 ' 뭔가를 얻으면 잃는 것도 있다구'라고 대답하시며 '아 방금 말 멋지지 않았어'라고 묻는 모습도 정말 귀엽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영화를 담아내는 감독 조차도 어떤 특정한 뜻을 품기보다는 영화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저마다의 관점과 시선을 가지고 감상하길 바란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너무 어렵게 어떤 특정한 의미를 찾으려기보다 마음 가는데로 바라보고 즐기는게 좋다는 사실을 느낀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님의 마지막 영화 <바람이 분다>는 아버지의 일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사실이 무척 흥미로웠는데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지로와 아버지의 모습이 상당히 닮아 있다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당시 아버지가 비행기 부품회사에서 일을 하시며 넉넉한 살림을 했던 만큼이나, 전쟁의 무기를 생산해냈다는 죄책감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에게는 어린시절 많은 고민이었던가보다. 그래서 <바람이 분다>의 지로는 자신이 사랑하는 비행기를 통해 하늘을 날고 싶다는 꿈을 꾸기도 하지만, 전쟁 무기를 양산하고 있다는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래서인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에는 날아다니는 장면과 전쟁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데 아마도 어린시절 고민들의 산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님의 아버지와 형제들>
<바람이 분다의 지로>
이 영화 덕분에 지브리 스튜디오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져서 책을 검색했더니 거의 절판이거나 절판된 책의 가격이 엄청나게 호가 되어있는걸 찾아볼 수 있다.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전>은 지브리 스튜디어오에서 개봉된 애니들의 스케치를 볼 수 있는 멋진 작품집인데 현재 절판이 되어 인터파크 쪽에서는 7만 5천원에 또 알라딘에서는 4만 5천원에 판매되고 있다. (원 가격은 2만7천원).
또 <스튜디오 지브리 입체 건축전 도록>이라는 일본 원서는 애니에서 등장한 수 많은 건축물들을 감상 할 수 있는 멋진 책인데 현재 절판되어 구할 길이 없다.
마지막으로 <스튜디오 지브리의 현장 스토리>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님과 오랜 시간 함께했던 스즈키 도시오 가 스튜디오 지브리 현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인데 이 역시 절판되었지만, 아주 좋은 분 덕분에 제 가격에 구입 할 수 있던 책이다. 그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
간절히 소망하면 이루워진다!' 늘 가슴속에 품고 사는 말이다. 비록 절판되고 지금은 구할 수 없는 책들이 있지만, 간절히 소망하면 만나게 되는, 책에도 인연이 있음을 나는 믿는다. 그러니 언젠가 너무 기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서 ' 이 책 구했어요!"라는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라는 것도 믿어볼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