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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낸시 마이어스 감독, 로버트 드 니로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6년 1월
평점 :
예전에 신문에서 노인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것과 같다며 슬피우는 부족이 있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난다. 오랜 시간 경험과 지혜가 축적된 삶을 애통해하고 위로하는 그들의 방식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들었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노인이라고하면 사회적 경력이 단절된, 가족을 부양 할 수 있는 능력이 소모된 사람으로 취급하기 일쑤이며 노령인구가 증가되고 있는 추세를 걱정스럽게 바라볼뿐 특별한 대책이나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이럴때 보게 된 영화 <인턴>은 비록 탄탄한 짜임새의 스토리는 아니었음에도 노년에 삶을 가장 잘 조망하고. 노년 특유의 경험과 지혜를 잘 살려낸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벤이라는 70세 노인이 '시니어 인턴'을 모집하는 인터넷 회사에 지원하기위해 자기소개를 녹화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나는 이 영화의 무게 80%가 이 독백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프로이트는 말했죠. 사랑과 일, 일과 사랑 그것에 인생의 모든 것이 있다. 저는 은퇴했고 아내는 죽었고 당신이 상상할 수 있듯, 그로인해 제게 많은 시간이 주어졌죠. 제 아내는 3년 전에 죽었죠, 저는 항상 그녀를 그리워 해요. 그리고 은퇴요? 진행중이죠. 항상 무언가를 하기 위해 노력해요. 처음엔 은퇴자의 삶을 받아들였어요. 마치 해야할 일을 뒷전으로 둔 채 땡땡이를 치는 느낌이었죠. 전 세계를 여행하는데 그동안 모은 마일리지를 모두 썼죠. 문제는 갔다와서 였어요. 마치 누군가에게 벽돌로 맞은 느낌이었죠. 이 모든걸 해결하기 위해선 계속해서 움직여야된다는걸 깨달았죠. 일어나서 집을 나서선 어디든 갔죠. 어디든지요. 비가오나 눈이오나 아침 7시 15분엔 스타벅스로 향했어요. 나머지 시간동안 뭘 하냐고요? 전부요. 골프, 독서, 영화, 카드놀이, 요가, 요리교실, 화초재배, 중국어도 배우고요. ' 절 믿어요, 할 수 있는건 뭐든 다 해봤죠' 물론 장례식도 가죠. 생각보다 자주요. 요즘 하고 있는 유일한 여행은 샌 디에고에 있는 아들 집에 가는 거죠. 아들네는 대단해요. 모두 다 사랑하는 가족이죠. 그렇지만 솔직히 제가 필요 이상으로 그들에게 의지하는 것 같아요. 너무 이상하게 보진 마세요. 저는 불행한 사람이 아니예요. 사실 반대죠. 난 그저 내 '삶에 난 구멍'을 채우고 싶어요"
40년 가까이 일하던 직장에서 퇴직을 하고 사랑했던 아내와 이별을 겪으면서 드는 상실감 내지 무력감이나 위축되는 마음을 지금 내 시선으로 짐작해보라고 한다면 어떻게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 매일같이 반복되는 무력한 일상과 특정한 목적없이 이뤄지는 계획들이 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제대로 이야기조차 할 수 없을거 같다. 그동안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게되는 노년에 삶을 걱정만할뿐 살뜰하게 들여다볼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벤이라는 인물의 유쾌하지만 가볍지 않은 몸짓과 표정을 통해 그의 삶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게된 시간이었다.
이 입사지원 동영상을 통해 벤은 의류를 판매하는 인터넷회사에 입사하게 되고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경험이 부족한 ceo 곁에서 조력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는 주요 스토리를 담고 있지만, 가장 중요하게 느낀점은 사회적으로 부족하다고 낙인을 찍어버리는 사회속에서 그들이 멋진 파트너이자 조력자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요즘 우리 지역 도서관에서는 '책 읽어주는 할머니'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부모의 낭낭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동화도 좋지만, 인자한 할머니 모습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에 많은 아이들이 참여하는 시간이다. 또 어떤 도서관에서는 사람을 빌려주는 이색 프로그램을 진행중인 곳도 있다. 경험이 부족하고 고민이 많은 사람들이 여러가지 조언을 들을 수 있어 인기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소식도 들은 적이 있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더 많이 개발되고 활성화된다면 지역사회에서도 정서적인 측면을 보듬어줄 수 있고, 또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도 조력자의 역할이 충분히 될 수 있기에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또 하나 노년의 삶이 되었을때도 꼭 지키고싶은 점들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늘 젊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습관을 만들어야겠다는 점이다. 깨끗하고 깔끔한 옷차림과 젊은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지고 지내야겠다는 점이다. 늘 독서를하고 신문을 읽고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영화나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늘 대화를 할 수 있는 벤처럼 그렇게 노년의 삶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느끼게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