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저자가 책을 짊어져야하는 형벌에 처해졌다면 ( 『소설가의 일』 문학동네.2014),

나에게 내린 형벌은 책을 읽어도 읽어도 채워지지 않는 욕심인가보다.

요즘 연말이 다가오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서적들 소식으로 서점가가 시끌벅적하다.

그러나 '2014년을 뜨겁게 달군 책'이라는 수식어로는 내 호기심을 자극하진 못했다.

다만 나를 이끈 문장들을 발견했을뿐!

 

 

 

 

 

 

 

 

' 현재는 과거의 산물이며 미래는 현재의 연장이다. 그런점에서 미래는 언제나 오래된 것이다'  유시민 저자의 『나의 한국현대사』에서 이끌린 문장이다. '오늘을 충실히 살아라'라는 직언보다도, '미래는 언제나 오래된것'이라는 글귀에 강렬함을 느꼈다. 현대사를 진단하는것은 과거사를 이야기하는것 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어려운 부담감을 안고서도 55년간의 기록한 유시민 저자의 이야기가 궁금했고, 그가 이해한 현재와 미래의 전망들이 어떤것인지 만나보고 싶은 책이다.

 

 

 

 

 

 

 

 

 

 

 

 

 

 

 

 

 

' 고증과 답사로 탄생한 완역본' 이란 글귀로 이끈 『돈키호테』1~2권.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돈키호테를 진정으로 만나본적이 없다. 무수한 풍문으로 아는척 했을뿐. 그래서 늘 궁금했다. 성서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이라는 둥, 돈키호테 같은 열정이 있다면 최고의 인생을 살다간것이라는 둥의 이야기에 찍어줄 마침표가 필요했다. 도대체 어떤 인물이였을까?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와 산쵸이야기를 기대하며 구입하였는데,,,, 책을 받는 순간 너무 놀랐다. 권당 800페이지에 육박하는 두께만큼 안영옥 교수님의 열정에 탄복할 수 밖에 없었다.

 

 

 

 

 

 

 

 

 

 

 

 

 

 

 

 

' 지금 마르크스 사상을 바탕으로 한 혁명이 일본 변방에서 일어나고 있다'

' 나는 마르크스와 자본론이 거대한 독초로 인식되어 접촉해서 안되는 사회에서 성장했다'  첫번째는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이고, 두번째는  『자본론을 읽다』의 구절이다. 두 책의 공통점은 모두 '마르크스' 사상을 주제로 삼고 있다. 요즘 자본론에 관한 서적들이 인기를 이루고 있다. 불합리한 사회, 불평등한 사회의 갈증을 풀기위한 목소리들이 아닐까 싶은데 여기서 궁금한 점은 바로 '마르크스 사상'이란 무엇인가 이다.

사상이 무엇이간데 많은 이들이 부의 불평등에서 그가 전한 사상을 전제로 할까.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는 마르크스 사상에 심취한 아버지의 사상을 이어받았다고 했고,  『자본론을 읽다』는 불온서적으로 금지되었던 책을 몰래 읽어가며 사상에 심취했던 사항들을 기록한 책이다. 이 책들로 하여금 마르크스 사상에 관한 이야기가 해소되길 기대해 본다.

 

 

 

 

' 오빠의 서가를 뒤져 문학가동맹 기관지인 『문학』에도 그분 단편이 실릴 걸 보고 그 분의 빛깔을 알아 버린 것 같은 친밀감과 연민까지 느낀것도 유별난 오빠를 둔 덕분이였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웅진 지식하우스)

 

 

 

 

 

 

『문학동네』 겨울호 계간지에 대한 호기심은 순전히 박완서 선생님의 소설때문이였다. 어떤 작가의 빛깔을 알고 친밀감과 연민까지 느낄 수 있다던 표현에 매료되었고, 나도 그런 친밀감과 연민의 정을 나누고 싶어 구입하게 된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구입과정은 좀 애달펐다. 이 소설을 읽자마자 바로 서점가로 달려가 직접 구입하는 기쁨을 느껴보고자 했으나 서점에 없었다. 조금 더 시간을 내어 멀리 있는 서점까지 기차를 이용하여 다녀왔는데도 구입할 수 없었다. 계간지는 서점가에 비치해 두지 않는 모양이였다.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와 『자본론을 읽다』 를 읽고나면 마르크스를 실제 만나보려고 책을 찾아보았다. 김수행님이 번역하신 책(왼쪽 주황색)과  강신주 저자가 번역하신 책이 있는데 서점에서 훑어보니 왼쪽의 번역서는 내겐 좀 버거운 감이 있어서 강신주 저자의 책을 택했다. 마르크스의 간략한 생애와 자본론의 방향을 미리 언급해주는 서두(序頭)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여러 자본론에 관해 언급하는 책을 읽어도 좋지만 2015년에는 뼈대를 직접 세우는 해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그외의 읽고 싶은 책.

 

 

 

 

 

 

 

 

 

 

 

 

 

 

 

 

『크눌프』와 『인듀어런스』의 파생은 이희인 저자의  『여행자의 독서』(북노마드.2010.)에 있다. '여행하는 영혼 크눌프' 라는 수식어에서 강한 호기심이 생겨났는데 , 김탁환 저자의 『읽어가겠다』(다산책방.2014) 책의 첫 장에서도 ' 자유에 대한 그리움을 일깨우는 방랑자'라는 제목으로 크눌프를 지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그 호기심이 증폭되었다. 도대체 헤르만헤세의 크눌프는 어떤 영혼일까. 빨리 만나고 싶은 책이다.

 

남극항해에 관한 모험담인 '인듀어런스'는 극한의 위기에 처했을때의 리더십이 무엇이며, 그들이 생존할 수 있었던 이야기를 다룬 내용이다. 구조된 후에 다시 남극탐험을 위해 뭉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그들의 뜨거운 모험심과 용기에 감동받아 읽고 싶은 책이다.

 

 

 

 

『열린 사회와 그 적들1』 은 박민영 저자의 책 『인문내공』(웅진지식하우스.2012)에서 파생되었는데 집단의 사유에서 벗어나, 독립된 사유를 갖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저서라는 점에서 호기심이 생겼다.  합리주의에 기초하여 플라톤, 헤겔, 마르크스 등 서구사상 가장 위대한 철학자들의 논의를 비판적으로 검토해 나가며 열린사회와 닫힌사회의 개념을 설명한다는 내용이다. 이 책을 통해 여러 사상가들의 사상을 엿볼수 있을 뿐더러 칼포퍼가 제시하는 주장이 무엇인지, 그의 논의가 정당한 것인지 가설들을 검증하는 시간이 유익하리라 생각이 드는 책이다.

 

 

요즘은 '북캉스'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고 한다.  휴가를 통해 읽지 못했던 책을  읽어가는 시간으로 만들겠다는 의미에서 생겨났다고 하는데 왠지 그 옛날 조선시대에 있었던 '사가독서제'가 떠오른다. 그 옛날이나 현재나 책에 대한 열망은 꺼질수 없는 모양이다. 이런 신조어까지 생겨나는 마당에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주장은 어디서 생겨나는 걸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더불어 정말 책을 읽지 않는 다면 그 문제가 단순한 개인의 문제일까 싶은 궁금증도 함께 생각들게 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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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중고책을 살땐, 밑줄이 있거나 메모가 있는 책은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책을 읽을때 다른이의 메모나 밑줄을 보면 내 생각을 방해받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얼마전  뜻밖의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 한 권의 책속엔 누군가의 순간의 추억과 기쁨과 열정이 담겨져 있고,

추억들로 모여있는 공간이 바로 중고서점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마치 다른이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찰라의 순간이 느껴지고,

단순한 텍스트를 넘어  사람과 사람의 정이 담겨져있는 책이 중고책이며

그런 책을 발견하는 순간 무한한 호기심이 샘솟아 짜릿한 흥분감도 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마음이 전해졌을때의 기쁨과,


 

 

 

 

 소중하게 간직했던 순간의 희열과,

 

 

 

지난날, 열정을 불태우며 꿈꿨던 삶의 시간들이 말입니다.

 

 

 

일상의 순간을 기록하고, 생각을 기록하고, 마음을 기록하는 공간.

지금은 어떤 순간을 어떤 생각을 어떤 마음을 기록하고 있을 누군가를 상상하며,

마치 보물을 찾은것 처럼, 다른이의 추억을 만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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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4-12-21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방에 가면 사람들의 손길이 한 번 이상 거쳤을 책들이 많이 있어요. 중고서점도 많이 가지만, 주말에 손님이 많으면 책방으로 갑니다. 책탑 사이에 혼자 보물을 찾는 기분이 들어요.

해피북 2014-12-21 22:57   좋아요 0 | URL
그 보물찾는 짜릿한 기분이 느껴집니다^^ 정말 애독가 이시군요^^ 서재에 방문해서 깜짝놀랐습니다. 다양한 분야를 폭넓게 생각하시는 모습이 참 좋네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양장) - 유년의 기억 소설로 그린 자화상 1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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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생이신 나의 아버지는, 유년기 시절의 추억담으로 양은 주전자를 떠올리신다. 막걸리 받아오라던 아버지의 아버지, 즉 나의 할아버지의 심부름이 있던 날이면 어김없이 논두렁가에서 홀짝거리며 주린배를 채웠노라 말씀하시며 늘 혼이 났던 이야기를 하셨다. 나의 아버지의 어린시절로 그나마 나는 1950년대 이후의 이야기들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1950년 전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실 할아버지나 할머니(일찍 돌아가셔서)가 계시지 않던 탓에 그 이전의 세계는 미지(未知)의 세계였다. 이 소설을 읽기 전까지 말이다.

 

 

 

박완서 선생님의 책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은 1930년~1950년대의 유년기 시절을 그린 자전적 소설이다. 그런데 보통 유년기 시절을 자서전이나 에세이로 표현 할 텐데 이 책엔 ‘장편소설’로 분류했다. 이유는 ‘기억의 불확실성’이라 했다. 기억이라는 것이 결국은 각자의 상상력이라서, 선생님이 회상하고자 했던 기억 중에 온전한 사실로만 채울 수 없었노라 고백하시는 장면에서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었다. 더불어 얼마 전 기억상실을 다뤘던 소설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 과연 이것이 나의 인생일까요? 아니면 내가 그 속에 미끄러져 들어간 어떤 다른 사람의 인생일까요?’『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파트릭모디아노. 문학동네.p247). 사람의 기억력이란 편의에 따라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으니 그런 부분들은 신경 쓰지 않고 읽기로 했다. 그저 선생님이 들려주실 유년기 시절이 내가 처음 열어본 미지의 문이였으므로.

 

 

 

소설을 크게 세가지 단락으로 나눠보자면, 8년간 유아기를 보낸 묵송리 박적골 벽촌마을과 서울로 올라와 초등학교를 지냈던 현저동마을 마지막으로 불안했던 시국으로 자주 이사를 하며 사춘기를 보냈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 우리는 어려서 삼시 밥 외의 군것질거리와 소일거리를 스스로 산과 들에서 구했다. 삘기,찔레순, 산딸기, 칡뿌리, 메뿌리, 싱아, 밤 ,도토리가 지천이였고, 궁금한 입맛뿐 아니라 어른을 기쁘게하는 일거리도 많았다. 특히 산나물이나 버섯이 그러했다. 특히 항아리버섯이나 싸리버섯은 어찌나 빨리 돋아나는지 우리가 돌아서면 땅 밑에서 누가 손가락으로 쏘옥 밀어 올리는 것 같았다,p31

 

 

 

벽촌마을의 기억들은 화사한 봄날 같았다. 흰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송도(개성)을 다녀오신 할아버지의 소맷자락 속 노란 봉투의 정겨운 이야기부터, 푸세식 화장실의 도깨비떼, 며느리들이 옹기종기모며 바느질하던 이야기 그리고 산천을 뛰어놀던 이야기들이 참 싱그러웠다. 할아버지 댁이 없던 내 어린시절과 비교해보자면 무척 부러운 추억담 이였는데 훗날, 선생님이 방학이면 어김없이 벽촌마을을 내려가시며 도시에서만 살고 있는 아이들을 참 가엾어 하시는 대목에선 나를 두고 하시는 이야긴 양 참 부러웠다.

 

 

 

‘ 그것은 내 마음속에서 평화와 조화가 깨지는 소리였고, 순응하던 삶에서 투쟁하는 삶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본능적으로 감지한 두려움이였다’p50

 

 

' 나는 불현듯 싱아 생각이 났다. 우리 시골에선 싱아도 달개비 만큼이나 흔한 풀이었다. 산기슭이나 길가 아무 데나 있었다. 그 줄기에는 마디가 있고, 찔레꽃 필 무렵 줄기가 가장 살이 오르고 연했다. 발그스름한 줄기를 꺾어서 겉껍질을 길이로 벗겨 내고 속살을 먹으면 새콤달콤했다...나는 마치 상처 난 몸에 부일 약초를 찾는 짐승처럼 조급하고도 간절하게 산속을 찾아 헤맸지만 싱아는 한 포기도 없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p89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현저동 마을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선생님은 심리적 변화를 크게 경험하신듯 했다. 자유롭게 뛰어놀던 친구들과 산천을 뒤로하고, 복잡스럽고 인심 사납고 청결하지 못한 동네의 모습은 시골의 순박한 아이의 눈에는 신천지라기보다 지옥도에 가깝지 않았을까. 아버지를 일찍 여의였던 탓에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 동네 아이들과 어울리다가 혼이났던일, 어머니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옳고 그름을 저울질 하는 내면의 변화들을 그렸다. 을씨년스러운 산을 넘어 학교로 향하던 시간에 소설의 제목을 찾아볼 수 있었는데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은 산천을 뛰어놀며 하얀 궁둥이를 까놀던 순박했던 시골 아이의 동심에 대한 그리움이였다.

 

 

 

못다 읽은 책을 그냥 놓고 와야하는 심정은 내 혼을 거기다 반 넘게 남겨 놓고 오는 것과 같았다,p157

 

' 세상의 누가 돌연 젊음을 엄습하는 운명적이고도 무분별한 정열에 대해 안다고 할 수 있을까.‘p207

 

' 그날 밤 그 여자와 숙부 사이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때로는 사춘기 소녀의 상상력이 무르익은 중년의 실생활보다 더 외설스러울 수도 있다‘p226

 

 

 

중학교부터 대학시절까지의 모습에선 시선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어머니의 시선에서 또래와 주변 인물들로 옮겨가며 사회정세(情勢)에 까지 두루두루 변화하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문학소녀가 되어가는 감수성이 좋았는데 그 당시 도서관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참 놀라웠고, 세계문학전집이나 <아 아 무정> 이란 제목의 레미제라블도 있었다니 고전(古典)이란 단어의 참 뜻을 느껴볼 수 있었다. 사춘기의 외설스러운 상상력이나, 몰래 영화 관람하던 짜릿한 모습은 어린 아이에서 소녀로 변모하는 모습으로 볼 수 있었다. 또한 전시 상황에 함께 마음조리고, 가족들에게 벌어진 수난의 시절에선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좌익 우익 사상(思想)이란 시국(時局)에서 발생한 전쟁의 파편으로 모두가 전쟁의 피해자가 아니였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소설을 읽기 전엔 금방 읽을 수 있을꺼라 생각했으나 빠르게 읽어내진 못했다. 생소한 단어들의 등장으로 잠시 책을 내려놓고 단어를 찾아봐야했기 때문이다. ‘여북해야’‘ 개 팔아 두냥 반 ’‘ 뒤란치레 ’와 같은 단어들을 만나면 생소하기도 했지만 재밌었고 또 놀라웠다. 『박완서 소설어사전』이라는 책도 있다는 사실도 알게되었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책을 가지고 초등학교에선 슬로우 리딩을 한다고 한다. 슬로우 리딩 이라면 『 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 』 (이토우지다카. 21세기북스)의 다카시 선생님이 생각난다. 국어 책은 뒤로 한채 ‘은수저’라는 고전소설로 3년동안 깊게 읽는 수업을 진행하셨다는 이야기를 읽고 참 부러웠는데 우리나라 초등학교에서도 박완서 선생님의 소설로 시작했다고 하니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특히 이렇게 좋은 소설을 아이들과 함께 슬로우 리딩 독법을 한다고 하니 많은 격려와 박수를 보내고 싶다. 부디 이런 좋은 책들이 널리 깊게 읽혀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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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독서 - 책을 읽기 위해 떠나는 여행도 있다 여행자의 독서 1
이희인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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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자들이 모이는 숙소에 가면 그들이 두고 간 책 들을 손쉽게 만나는데, 필요하다면 자신의 책과 교환하거나 조금 미안하지만 그냥 가져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때 여행자 숙소는 막막한 여행길에 훌륭한 도서관이 되고 먼지 앉은 책들은 다시금 생명을 갖게 된다...좀 더 솔직히 말하면 우리 여행자만큼 책과 친하지 않은 이들도 없다고 생각한다.’p326

 

 

 

여행과 독서 왠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다. 여행은 동적인 활동이고, 독서는 정적인 활동인 면에서 그렇다. 그런데 여행자들은 늘 배낭 속에 새로운 책들로 채워 넣는다. 급히 필요할 식료품을 밀쳐두고라도, 단 한번 펼쳐들지도 모를 순간을 위해 그렇게 배낭을 채워간다. 책이 여행을 부추기고, 여행이 다시 책을 집어 들게 하는 순환의 고리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것이 글쓰기P6 라는 이희인 저자.

 

 

 그의 책 <여행자의 독서>는 낯선 여행지에서 그것보다 더 낯선 텍스트로 구원과 사랑, 자아와 이야기를 찾아 떠난 독서 여행기다. 이 책은 유럽의 화려한 색채나 여러 문인들의 발자취를 따라 안내하는 흔한 여행기가 아니다. 나라의 이름만으로도 걱정스러운 변방의 아시아나 라틴 아메리카, 지중해에서 만난 책들의 이야기다. 아름다운 사진과 여행담을 기대했다면 좀 실망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내가 읽어본 이 책엔 무엇보다도 진솔한 책과 사람, 인생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어 좋았다는 것이다.

 

 

‘ 매너리즘에 빠진 유럽, 미국 주도의 문명보다는 새로운 에너지를 품은 소수, 변두리 문명에 어떤 답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희망이 목마른 자에게 여행을 떠나고 책을 읽게 한다. 가장 멋진 여행은 아직 떠나지 않은 여행이며, 가장 훌륭한 책은 아직 쓰이지 않는 책이다.’ P282

 

 

여행지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무엇보다 생생하게 다가오는 텍스트들과 눈앞에 펼쳐진 풍경과의 조화의 잔치가 아닐까. 책은 이렇게 아직 떠나보지 못한 나를 부추긴다. 그가 네팔의 희말라야에서 들려주는 『인듀런스』는 모험과 탐험심을 부추기고, 『잃어버린 지평선』을 읽었던 티베트에선 잃어버린 천국 ‘샹그릴라’에 대한 호기심을 부추긴다. 여행하는 영혼인 『크눌프』는 낯선 대지를 밟아보지 못한 내 영혼을 비웃으며 언제까지 거기 있을 거냐며 나를 부추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황량한 대지와, 낯선 공기가 나를 부추긴다.

 

 

‘ 아 아, 읽어야 할 책도 얼마나 명쾌한가. 바르셀로나의 노천카페에 죽치고 앉아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나 사폰의 『바람의 그림자』를 읽는 거다. 카스티야의 황량한 들판에서 『돈키호테』를 읽고 안달루시아의 오렌지나무 아래서 우나무노의 사색적인 책이나 로르카의 희곡을 읽으면 어떨까?‘p199

 

 

‘ 경기를 관람하던 눈들이 일제히 문을 열고 들어온 낯선 여행자에게 쏠리자 순간 섬뜩했다. 형형한 눈빛들에 그만 주눅이 들었다. 하지만 식사를 하며 테이블 건너편 사람들과 눈빛을 교환하며 차츰 그들 안에 깃든 선량함을 느꼈다. 누구에게도 무례함을 끼쳐본적이 없는 이들의 눈빛 이랄까. 미얀마가 갑자기 가깝게 다가왔다.’p121

 

 

‘ 사막은 사람에게 행동하라 가르친다. 그 행동이란 의도된 철학적, 존재론적 행위가 아니다. 생존을 위한 안간힘일 뿐이다. 사막 같은 극한의 땅위에서면 누구나 일상을 뛰어넘는 사색과 결단을 하게 되고, 마침내 행동하게 된다. 그래서 일까, 사막은 책 따위는 버리고 대신 땅을 읽으라고 한다. 사막에 당도하지 못한 자들만이 책을 읽는 것이다’p235

 

 

여행. 늘 꿈꿔왔던 순간들로 가득하다. 언젠가부터 황량한 대지의 바람을 그리워했고, 언젠가부터 수첩 가득 계획들로 채워졌다. 그런데 ‘꿈’이기에 두려운 것 일까. 발목을 붙잡는 걱정들로 쉽사리 떠날 수 없었다. 그런 내게 저자는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라는 말을 들려준다. 행동에 대한 후회는 극복이 가능하지만,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는 근거조차 없기 때문에 그런 후회가 가장 오래 남는 거라고.p315

 

 

'근거가없다‘는 표현보다도, 할까 말까 고민 스러울땐 차라리 하고 후회하자는 말이 된다. 행동에 대한 후회는 내 삶에 지표가 되어주고 계획을 세울수 있지만, 해보지 못한 행동은 결과를 예측할 수도, 지표를 잡아볼 수도 없어 큰 아쉬움과 긴 여운으로 개운치 않은 마음으로 남는다고 이해했다. 그렇게 정리해보니 강원도 여행에서 돌아오던 날 망설이며 하지 못했던 일들로 아쉬워했던 차안이 떠올랐다. 배가 불러도 맛을 보고, 추웠어도 바닷물에 발을 담궈 보고, 힘든 일정 이였지만 그곳에 올라 다시 없을 시간을 만끽할 껄 했던 많은 아쉬움들이 말이다.

 

 

나도 언젠가 후회 따위는 잊어 버릴 만큼 멋진 여행에 가져가고 싶은 책들을 놓고 밤새 고민하며 짐을 꾸리는 날이 올 거라 생각한다. 여행이라는 꿈속 에선 황량한 대지가, 낯선 바람과 사람들이 이방인인 내겐 한 권의 책이 되어주기에 가져간 책보다도 더 많은 책을 읽고 오는 일이 될 거라 생각한다.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내 바램 에 저자는 격려한다.

 

‘ 여행은 꿈을 이루는 것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따지고 보면 꿈을 하나 둘 잃어가는 것에 더 가깝다. 가슴 속에 고이 간직했던 땅들이 마침내 눈과 코, 발바닥 앞에 벗겨질때 그 만큼의 간격과 함께 꼭 그만큼의 상실감이 따라온다. 꿈꾸던 곳을 디딘 순간, 꿈이 하나둘 가슴팍 어딘가에서 허무하게 빠져 나간다. 처음부터 꿈 따위는 갖고 가지 않는 것이 현명한 여행자 일지도 모른다.p310 고. 매섭도록 시린 겨울.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을 대지로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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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4-12-17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초에 제주도를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리스인 조르바>를 챙겨 읽었습니다. 따뜻한 봄 기운이 감돌던 제주도 바다에서 읽을 때 좋더라고요.

해피북 2014-12-17 17: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상상만 해도 멋지네요! 봄바다 내음 가득한곳에서 만난 조르바라 더 특별하셨을거 같아요. 저두 꼭 이런 멋진 추억이 담긴 여행 해보고 싶어요 ㅎ
 
인문 내공 - 인생의 품격을 높이는 읽기.쓰기.생각하기
박민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매일만나는 사람들, 똑같은 업무, 똑같은 일상에서 생겨나는 익숙함이 내 안을 괴롭혔다. 낡고 반복적인 익숙함으로 부터 전혀 새로울것 없는 염증들이 삶의 허무함을  불러 공허하게 만드는것 같다. 이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고전소설을 읽고 인문학서를 들춰봤다. 인간의 문제를 공부한다는 학문인 인문학을 나는 이렇게 내 삶에 직면한 문제들로 이해하게 된것이다.

 

박민영 저자와의 인연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서관에서 우연찮게 만났던 <<『책읽는책』 박민영. 지식의숲>>의 도움으로 독서법을 배우게 되었던 인연이 이번엔 < 인문내공>이란 책을 알게했다. '인문내공'은 우리 시대에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와 경력과 스펙으로도 이길 수 없는 '내공'의 힘으로 세상을 통찰하고 살아갈 수 있는 인문학적 세상 읽기, 쓰기, 생각하기를 다룬 내용이다.

 

 

그런데 왜 인문학일까? 세상엔 편리한 시스템이 참 많다. 아침마다 배달해주는 신문이나, 구독할 수 있는 잡지, 검색창에 입력하면 화면 가득 떠오르는 지식들로 간편하게 답을 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편리함속에 단점이 있다면 수시로 뒤바뀌는 얄팍한 논리와, 근거의 부재(不在)로 문제의 핵심을 꿰뚫진 못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체계적인 지식들로 세월의 풍화를 견뎌낸 고전이야 말로 삶의 정수(精髓)이며, 고전을 폭넓게 다루고 있는 인문학이야 말로 내면을 단단히 다져주는 기초 역할을 충실히 하는것이다.

 

 

" 하나의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체계적으로, 충분히 이야기해주는 매체는 여전히 책밖에 없다. 어떤 사람이 '깊이 안다' , '뛰어난 통찰력을 갖고 있다'고 할 때, 그 역량이 대개 독서에서 비롯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p50

 

 

" 시간의 검증을 받는 대표적인 책은 단연 '고전'이다. 고전(古典)은 말 그대로 '옛 책'이다. 그러나 그것은 트렌드에 뒤진 책이 아니라 트렌드를 뛰어넘는 책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왜냐하면 고전들은 대개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를 묻고 그에 답함으로써 세월의 풍화를 견뎌왔기 때문이다."p171

 

 

인문학적 읽기란, 현실에 직면한 다양한 사회문제들에 묻고 대답하는 과정을 통해 비로서 생겨난 지력(智力)으로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는 힘을 말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다양한 사회문제들'이라는 점이다. 한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탐구 하는 것이 아니라, 다방면에 걸쳐 많이 아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되라는 점이다. 현상의 본질을 꿰뚫기 위해 필요한 환경과 조건에 관한 통찰은 분할된 학문에서가 아니라 통합된 세계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에 의해 생성되는 논리를 자신의 신념으로 알고 산다. 그러나 그것은 난센스다. 왜냐하면 신념이란 자신이 이성적 판단으로 '선택'한 것이어야 하는데, 그것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p107

 

' 자기 전공 분야에 대해서만 안다면 그것은 세상의 일부를 아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는 것에 가깝다. 왜냐하면 세계는 학문처럼 분할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학문의 분화란 다분히 인간의 편의에 따른 것이다.'p110

 

책을 읽는 행위가 자기 내부의 텍스트를 발견하는 것p164 이라는 말처럼 삶에 직면한 문제들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위해서라도 내게 필요한 책을 읽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이다. 그런점에서 저자는 책을 고를때 내적욕구에 충실한 책을 고르고, 여러번 되풀이해 읽을 수있는 책을 고를것을 권한다. 책을 읽으며 그때마다 의문점을 가지고 메모를 통해 생각을 확장하고, 자신의 주장과 같거나 다른 부분들을 별도의 표시를 활용하여 정리해볼 것을 권한다. 또한 좋은 번역서 고르는 방법 외에도 자신의 주장을 간결하게 드러낼 수 있는 글쓰기 다듬기 퇴고하는 실천편을 담고 있다.

 

 

그중 '글쓰기 8할은 자료다'라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평소 읽은 책을 자료 삼아 정리하는 습관을 만들어두면 백지에 대한 공포가 사라지고, 자기 세계관이 치밀해지며, 문장력이 높아지는 점p242~245 을 들고 있다. 이것은 책을 읽으며 좋은 문장을 노트에 옮겨 적으며 내 간략한 생각을 적는다거나, 책을 읽으며 해 놓았던 메모들을 모아놓는 행위들이 생각을 정리시키고 확장시킬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양한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메모의 중요성을 통해 글쓰기와 메모가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 좋은점이 많은 인문학이지만, 이 한 권 다 읽었다고 해서 내 삶의 문제가 해결 된 것은 아니다. 다만 나와 직면된 문제들을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이 생기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세상을 보는 안목을 조금 더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저서들 중에서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몇 권 있어 적어본다. 집단의 사유에서 벗어나 독립적 사유를 갖게해주는 저서로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 칼포퍼. 민음사) 나, (<<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라인홀드 리버. 문예출판사) 가 있고, (<< 우주로 부터의 귀환>> 다치바나 다카시. 청어람미디어)는 거시적 안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저서다.

 

그중 칼포퍼의 책을 시작으로 독립적인 생각을 키울 수 있는 방법들을 배워보고자 한다. 인문학이란 이렇게 한 저자의 생각을 딧고 다른 저자의 생각 속으로 찾아 들어가는 과정에서, 저자마다 문제를 관찰하고  탐구하는 자세를 통해 해결해 나가는 과정들을 보고 배우는 과정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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