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중고책을 살땐, 밑줄이 있거나 메모가 있는 책은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책을 읽을때 다른이의 메모나 밑줄을 보면 내 생각을 방해받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얼마전 뜻밖의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 한 권의 책속엔 누군가의 순간의 추억과 기쁨과 열정이 담겨져 있고,
추억들로 모여있는 공간이 바로 중고서점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마치 다른이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찰라의 순간이 느껴지고,
단순한 텍스트를 넘어 사람과 사람의 정이 담겨져있는 책이 중고책이며
그런 책을 발견하는 순간 무한한 호기심이 샘솟아 짜릿한 흥분감도 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마음이 전해졌을때의 기쁨과,

소중하게 간직했던 순간의 희열과,

지난날, 열정을 불태우며 꿈꿨던 삶의 시간들이 말입니다.

일상의 순간을 기록하고, 생각을 기록하고, 마음을 기록하는 공간.
지금은 어떤 순간을 어떤 생각을 어떤 마음을 기록하고 있을 누군가를 상상하며,
마치 보물을 찾은것 처럼, 다른이의 추억을 만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