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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따라 유럽의 변경을 걸었다 - 푸시킨에서 카잔차키스, 레핀에서 샤갈까지
서정 지음 / 모요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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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처음 이 책이 온다고 했을 때부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들을 따라 유럽의 변경을 걸었다>는 제목만 들었을 적에는 여행서적 이려나 싶은 기대심이 컸는데 책을 받아들고 보니 '푸시킨에서 카잔차키스, 레핀에서 샤갈까지' 그들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행인지라 소제목을 보고서 급 절망감에 휩싸였다.

 

그래. 처음에는 책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았더랬다. 세상엔 책이 너무 많은데 어떻게 모든 책을 읽을 수 있겠냐면서. 누구. 푸시킨? 그래 이름은 들어봤다. 뭐.. 무슨 시더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어쩌고 저쩌고 하는 시를 들어본 적이 있더랬다. 그렇지만 그의 생애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거나 관심이 있던 인물이 아닌데 어쩌면 좋지 하는 걱정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초반에 집중은 힘들었다. 생소한 러시아 사람들의 이름도 힘들었고 낯선 지명이나 푸시킨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이 머리에 쏙쏙 들어오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도스토엡스키(역시 사람은 익숙한 것에 끌린다는!) 를 읽게 되면서 마치 '걸어서 세계속으로"의 프로그램을 보는 듯 했다. 여행과 정보를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프로그램처럼, 저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도스토엡스키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다. 그래서일까. 마치 책의 글자들이 내레이션이 되어 귀속으로 들리는 듯했고 나는 참지 못하고 낭독을 하며 책을 읽어 나갔다.

 

' 이렇듯 치프킨의 소설 속에서는 레닌 그라드를 향하고 있는 20세기의 '나'와 러시아를 떠나 쫓기듯 유럽을 떠도는 19세기의 '그'(도스토엡스키) 그리고 같은 시기 그가 형상화 했던 인물들의 이야기가 별도의 설명도 없이 마구 교차된다. 그 흐름을 좇아 이야기의 맥락을 파악하려는 과정에서 독자는 세기를 넘나드는 이야기의 전개에 속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고, 19세기의 러시아와 20세기의 소비에이트 사회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p65)

 

이 글을 읽고 나는 서둘러 메모를 했다.

 

" 이 부분을 읽으니 세계사 공부를 등한시 했던게 무척 아쉽게 느껴진다.

조세희 작가가 쓴 <난쟁이가 쏘아올린 공>은 1970년대의 한국 산업화의 과정 속에서

터져나왔던 계층간의 갈등과 사회 부조리를 그린 작품인데 그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크게 와 닿을 수 없는 것처럼. 러시아의 시대적인 배경들과 소비에이트,

공산주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도스토엡스키의 소설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겠구나 싶은 절망감이 든다. 아. 세계사...!!"

 

 

묘한 질투 아닌 질투를 했던 것도 사실이다. 역사와 인물을 줄줄 꿰뚫으며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 걸을 수 있는 그녀의 박식함과 자유분방함에 부러움을 넘어 질투가 슬며시 생기곤 했다. 문학사면 문학사, 미술사면 미술사 그리고 음악까지 예술사를 넘나드는 그녀의 이야기엔 톨스토이, 쇼팽, 괴테, 고흐. 토만스 만등을 넘나들었으니 내 머리속이 얼마나 바삐 좇았을지.. 우리 가족들은 다 알리라!!

 

그래도 그저 작품으로만 알고 있던 작가들의 깊은 생애를 들을 수 있던 부분들이 너무 재미있어서 서둘러 그들의 작품을 찾아 읽고 싶은 생각이 들곤 했다.

 

" 아침 7시면 일어나 서재와 작업실을 스스로 청소하며 하루를 시작 했고, 말을 돌보고 썰매를 손질하기도 했으며, 신발은 직접 만들어 신었다. 예순일곱 살에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워타기 시작했고, 아이들과 함께 말타기와 썰매타기를 즐겼으며, 평범한 사람들처럼 살고 싶어서 최소한의 검소한 의복만을 지녔다. 간소한 삶의 실천을 목적으로 스스로에게 술, 담배, 육식을 금했다. 안락한 생활 속에서 자신의 삶을 좀먹도록 방치하지 않는, '항상 깨어있는 불안한 양심은 러시아 지성의 전통이라 할 수 있다"(p89)- 톨스토이

 

" 망명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러시아 방문이 성사 되었을 때 그의 나이는 86세. 비록 고향인 비텝스크의 귀환은 아니었지만, 모스크바의 환영인파부터 그가 감개무량하게 받아든 꽃이 러시아 들판에 흔하게 피는 봄 꽃 바실료녹이었다는 사실은 이 극적인 순간에 서정적인 색채를 더 한다"(p172)- 샤갈.

 

그러니 이 책의 마지막 장에 당도 했을때 한결같은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한 내 잘못이요. 책 잘못이 절대 아니다. 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왜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고 해도 개인의 취향이 아니면 절대 집어 삼키지 못하는 것처럼. 이렇게 맛있는 책을 덥석 집어삼키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주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도 아니다. 분명 나는 한국 사람이 쓴 책을 읽고 있음에도 번역서를 읽는 듯 착각이 드는 부분들을 종종 보게 되었다. 자연스럽지 않은 글은 마치 엉켜서 풀지 못한 실타래를 보듬고 있는 듯 그 구절에 막혀 몇번씩 말을 곱씹어 보기도 했던 시간이 있었다는 다소 불편한 시각도 있었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지식적인 부분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 느낌이랄까. 혹시 2쇄가 나온다면 그때는 조금 더 다듬어진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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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1 10: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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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1 16: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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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향해 쏴라]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내 심장을 향해 쏴라
마이클 길모어 지음, 이빈 옮김 / 박하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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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지지난해였던 거 같다.

아파트를 들어서는 데 공고문이 붙어 있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 인근에 범죄자가 살고 있다는 신상 공개를 담은 공고문 이였다. 미성년자의 자녀를 둔 사람들에겐 공고문이 우편으로 발송되었지만, 자녀가 없는 사람들은 지정된 장소에 붙은 공고문으로 확인할 수 밖에 없었다. 그때 나의 심정으로 두려움과 함께 인근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모두 우편으로 발송해주지 않는 우리나라 정책에 화가 치밀어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내 심장을 향해 쏴라>라는 책을 읽게 되면서 신상 공개가 괜찮은 것일까 하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물론 재발률이 높은 범죄이다 보니 인근 주민들에게 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공개하는 게 맞다. 하지만 혹시 그 범죄자가 크게 누우치고 있다면, 두 번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으리라 뼈 속 깊이 후회하고 있다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지만 외면만 당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는 그런 질문들 앞에 머물렀다.

 

미국에서 알아주는 음악 평론가인 저자 마이클 길모어는 차마 꺼내놓지도 털어놓지도 못할 이야기를 담담한 어조로 시작한다.

 

"나는 무고한 사람을 죽인 살인자에 동생이다. 그의 이름은 게리 길모어. 그는 현대 미국의 범죄자 중에 누구보다도 역사적인 인물로 기록될 것이다."(p18)

 

네 명의 형제를 둔 마이클 길모어는 어린 시절 형제들과 함께 했던 기억이 많지 않다. 나이 차이가 컸기도 했지만 집에서 유일하게 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어머니 베시의 기억이거나, 큰 형 프랭크의 기억이거나 혹은 게리 형을 인터뷰 했던 노먼 메일러와 래리 실러의 도움으로 이 책을 집필할 수 있었음을 토로한다. 그런 편린의 조각들을 엮으며 이 글을 써 내려갔을 마이클의 마음이 안타까웠다. 결코 유쾌할 수 없는 범죄에 대한 이야기이라 고통스러운데 자신의 가족사를 세세히 기록해야 하는 그 마음은 어떠했을는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 프랭크 길모어는 사기 전과가 있는 사람이었다. 광고 대행을 미끼로 사람들에게 수수료를 갈취하고 멀리 도망다니며 매우 불안한 생활을 연이어했고, 거기다 아버지는 툭하면 폭력을 휘둘렀다. 물건을 떨어트렸다는 이유로 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조금 늦게 귀가했다는 이유 등등으로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이해하고 싶지 않은 일들로 폭력을 휘둘렀다.

 

 

아버지의 폭력에 노출되는 사람은 주로 프랭크 형과 게리 형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왔던 어떤 날은 문 뒤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혁대를 휘두르며 무차별 폭력을 행사했을 정도로 학대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런 틈바구니에서 어머니 베시는 아이들의 은신처가 되어주지 못 했다. 불안정한 생활과 폭력에 얽혀 게리는 마음속 커다란 분노가 자라 학교생활에서 알아주는 문제아가 되었다.

 

 

" 형은 계속해서 말했다. " 하지만 그런 식으로 체벌을 받으면, 누가 자기 잘못에 대해 뉘우치겠니? 만일 어떤 가게에서 아이가 빵 한 덩어리를 훔쳤는데, 그 아이를 잡아서 다짜고짜 거세시켰다고 해보자, 그 아이가 뉘우치면서 통곡할까? 천만에. 그 처벌은 자기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아무 느낌도 갖지 못하게 할 뿐이야. 자기가 한 짓을 생각해보고 '아, 내가 남의 빵을 빼앗았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게 합당한 벌을 받은게 아니니까. 대신에 그 아이는 이렇게 생각할 거야. ' 그까짓 빵 한 덩어리 때문에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다니.' 하면서 증오심을 품겠지. 말하자면 그런 식으로 우리 마음속에는 분노만 쌓여갔어'(p232)

 

 

게리의 분노적 표출은 멈출 줄 몰랐다. 절도와 마약 폭행 무수한 자살시도 등으로 그의 문제적 행동의 수위는 점차 높아져갔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아버지는 돈으로 해결을 하려고 했고, 어머니는 게리를 감싸 안으려고만 했다. 또한 아버지에겐 큰 오해가 있었는데 게리를 자신의 친아들이 아닐 거라는 의심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게리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훗날 먼 사촌들을 통해 첫째 형 프랭크가 아버지의 자식이 아님을 알게 되었지만, 어쨌거나 집안을 암울하게 덮고 있던 폭력이 결국 게리의 마음에 깊은 상처와 사회적 분노로 표출되어 그는 결국 무고한 시민 두 사람을 총으로 살해하고 사형을 요청하여 총살형을 당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중요하게 본 지점은 게리가 분노를 표출했던 그 시점이다. 끊임없이 학교에서 말썽을 일으키고 말썽이 범죄가 되어가던 과정에서 그 누구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지 않았다는 점이 참 안타까웠다. '저 사람은 안돼'' 나쁜 사람이야' '악한 사람이야' 라는 낙인 된 마음은 결코 게리에게 온기로 전해지지 않았다는 점이 책을 읽는 동안 불편했고 안타까웠다.

 

 

' 게리는 실러와 변호사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톰 라이든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존경했던 사람이었다고. 게리는 살면서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라이든에게는 도움을 청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자신이 선생님 말을 너무나 듣지 않았고 또 실망시켰다고 생각해서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p247)

 

 

사람은 누구나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범죄자라 할지라도. 그래서 그들에게 '낙인'을 찍는다는 건 어쩌면 공동체 안에서 '사형'을 집행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낙인(烙印)이 낙인(落人)이 되어 한 사람의 인생을 영영 나락으로 떨어트려버릴 수 있음을, 범죄자들 못지않게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총살형을 집행하고 있었음을 비로소 마이클을 통해 느끼게 되었다. 그렇다고 범죄자에게 마냥 관대해 지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그들이 자신의 죄만큼의 죗값을 치렀다면.. 그렇다면 더 이상  낙인(烙印)이 낙인(落人)이 되지 않도록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인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들에게 안전권을 보장하는 의무 못지않게 죗값을 치른 범죄자들도(물론 모두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다져주는 일까지 사회가 보듬어줘야 하지 않을까... 그런 시스템이 있었더라면 지금쯤 게리는 살아 있었을까.. 두 명의 무고한 시민도 가족의 품에서 지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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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4 11: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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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5 17: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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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5 18: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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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인 Gardenin 2016.3
우리꽃 영농조합법인 엮음 / 우리꽃영농조합법인(잡지)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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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 관련된 정보가 많아 가정 내에서 소소하게 즐기는 사람으로서는 아쉬움이 크다. 그래도 산타벨라님이나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님의 칼럼을 만날 수 있고, 월별 식물들을 소개하며 다양한 식물들의 세계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런 식물들도 있구나 하는 놀라움도 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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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04-14 19: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월간지군요. 저는 집에 들어오는 모든 식물을 죽이는(?), 그런 신기한 능력이 있어서요. 올해는 작은 식물도 하나 안 샀어요.
선물 받은 예쁜이를 잘 지켜야할텐데..^^
가든 디자이너라는 직업도 있군요. ㅎㅎ

해피북 2016-04-15 19:23   좋아요 1 | URL
ㅎㅎ 저도 그런 잠재된 능력이 많답니다. 과한 애정으로 저멀리 보내기도 하는걸요 ㅎ 화초 선물을 많이 받으시는가봐요. 오래오래 함께하시기를! ㅋ

가든 디자이너 저도 이번에 알았는데 주로 기업에서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 가든 디자이너분들께 의뢰를 많이 하는가보더라고요^^

2016-04-23 13: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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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3 19: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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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4 11: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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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7 13: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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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9 00: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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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8 15: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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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9 00: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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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9 10: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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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30 15: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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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는 함께 길을 걸을 때마다 길가에 핀 꽃이며 나무, 풀 이름을 줄줄 읊는다, 예전만 해도 그런 엄마의 설명들을 대충 흘려듣고 말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꽃과 나무들, 그리고 그들의 작은 변화들에 눈길을 주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요새는 엄마와 같이 길가의 식물들에 대해 대화를 주고받는다. 그들의 성장에 나의 기분도 자연스럽게 반응한다. 꽃이 피면 나도 기쁘고, 며칠 전 보다 쑥쑥 큰 가지와 이파리들을 깨닫는 순간 작은 행복감이 퍼져온다."(p221)

 

 

아주 어린 시절에는 몰랐다. 엄마가 손가락 끝을 통해 간절히 전하고자 했던 형형색색 꽃의 아름다움도, 파도의 밀물과 썰물처럼 밀려들었다 떠나버리는 색깔의 변주들도. 세월이 흘러 내 눈꺼풀을 덮고 있던 색안경이 빠져버려서일까. 눈길 닿는 곳마다 애처롭게 솟아난 잡초 한 포기에도 애잔한 마음이 느껴진다. 길을 걷다 만나게 되는 꽃 한송이 나무 한 그루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숨을 한껏 크게 들이마셔본다. 마치 모든 향기가 내 몸속에 저장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세월이 약이다'라는 옛말, 어쩜 이렇게 딱 들어맞는지. 어린 시절에는 느끼지 못 했던 감정들을 느끼게 되고 생각하게 되는 게 모두 세월이라는 약 때문이리라. 세월 속에서 닳고 깎이고 마모되는 시간을 건너와보니 나는 뾰족이가 되어있었다. 작은 이야기에도 발끈거리고 울적해하다가 결국 또르르 눈물을 흘리고 마는. 내가 나 자신을 감당할 수 없던 그 시간 속에 문득 눈길을 끈 여리여리한 초록 잎사귀에 발걸음을 멈췄던 그 순간부터 그렇게 나는 식물과 함께하는 생활을 시작했고 이제는 일상을 함께하는 반려식물로 자리잡았다.

 

 

"어른이 되면 일과 회사가 바쁘게 돌아가는 것과 관계없이 나의 성장이 멈춘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식물이 매일 잎을 틔우고 자라는 것을 보면서 시간에 대한 위안을 얻어요. 천천히 조금씩 그렇게 변해가는 구나 하면서요. 계절이 바뀔때마다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식물의 모습에서 쳇바퀴 돈다고 생각했던 제 일상이 조금은 특별하게 느껴져요"(p174)

 

 

 

흔히 식물은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키우기 어렵다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작은 변화를 느끼게 되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게된다. 목이 마를때는 축 쳐진 잎사귀를 통해, 햇빛이 그리울때는 햇빛을 따라 길쭉하게 늘어난 목을 통해, 영양분이 부족할때는 옅어진 색깔을 통해 저마다 몸짓으로 표현하는 식물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 싱그럽고 향기로움을 가득 담은 더 커다란 보답으로 행복감을 준다.

 

                               <왼쪽 윗줄부터 방울토마토, 함소화, 제라늄, 개나리자스민>

 

한때는 향기가 주는 안락함과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다가 근래에 들어 꽃을 피우는 식물을 들이고, 향이 많은 허브류의 씨앗을 심어 키우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 베란다로 나가는 즐거움이 크다. 곁을 지나치는 바람결에도 저마다의 향기로 아침 인사를 건네받는 행복함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여다보곤 한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편안하다는 것. 이걸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 정원을 가꾸는 일의 핵심은 결국 나도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는 것이라 생각해요. 땅을 일구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마음이 느슨해지면서 주변을 돌아볼 수 있으니까요"(p77)

 

" 식물과 함께하며 생각 자체가 여유로워졌어요. 덕분에 다른 사람들보다 느린 템포로, 여유롭게 사는 것 같아요. 식물이 주는 긍정적인 기운을 믿어요"

 

"식물의 이면을 접하다 보면, 겉으로 보이는 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요,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이거든요, 아름다움의 본질은 자연스러움이라는 걸 느끼게 돼요"(p60)

 

 

<식물 수집가> 라는 책을 읽으며 저마다의 각기 다른 사연으로 식물을 사랑하게 되었지만 그들의 마음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깊은 공감을 하게된다. 비록 아직까지 느리게 생각하고 여유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체득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내 반려식물들과 살아가다보면 더 많은 것들을 배우며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담아본다. 더불어 식물은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며 살아가는 것 '이므로 '반려'라는 단어가 무색하지 않음을 믿는다.

 

" 자신의 공간에 작은 초록 식물 하나를 들여보세요. 살아 있는 생물이 내 옆에서 숨 쉬는 것만으로 마법 같은 힘이 분명 생길 거예요"(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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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요즘 책을 통 읽지 못해서 읽고 싶은 신간을 기록한다는게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하지만 이 신간 페이퍼를 발판 삼아 책 속으로 퐁당 빠져드는 시간이 되길... 바래본다.

 

 

 

책이주는 다양한 감각 중에 나는 '치유'를 아주 좋아한다. 때론 즐거움을 위해. 때론 호기심을 위해 읽기도 하지만 마음의 한 조각을 어루만져주고 쓰다듬어주는 책들을 사랑한다. 니나상코비치가 혼자 책을 읽던 시간처럼, 이보영씨가 책을 사랑했던 그 순간들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 책에 눈길이 간다. '치유'와 '성장'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소설, 시. 영화등에서 치유 받던 혹은 그 치유를 디딤돌 삼아 성장했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에세이라고 하니.. 눈길을 끄는 책이다.

 

 

 

 

 

 

 

'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완주한 최초의 여성'이란 수식어에 호기심이 일었다. 애팔래치아 하면 빌 브라이슨이 먼저 떠오르는데 마치 앞산을 오르듯 애팔래치아 트레킹을 계획했던 빌 브라이슨의 유쾌함 때문일까. 그런데  '엠마 게이트우드'는 146일동안 3.300킬로미터를 완주한 도보 여행자이면서도, 최초의 여성이며 67살의 나이에 도전한 여행기라니 그 사연이 만만찮아보였다. 그래서 삶을 조금 살펴보니 마냥 밝지만은 않다. 35년동안의 학대와 폭행을 견디며 열 한명의 아이를 키워낸 어머니. 이 전에 스베틀라나 알렉시에비치의 <세컨드 핸드 타임>과  피에르 르메트리에 <오르부아르>라는 소설을 읽어서인지 전쟁, 폭력, 학대라는 단어만 들어도 심정이 쿵쾅거린다. 내가 그녀의 삶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맛있는 음식을 먹다보면 명확하게, 명료하게 표현 해보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아 맛있다.' 라는 두리뭉술함이 아닌. 일본의 저자 단 가즈오가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의 음식을 탐험하며 기록한 맛 방랑기라나.  우리나라로치면 '한국인의 밥상'이라는 프로그램 쯤 되지 않을까? 이 책을 통해 맛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 일본 문학의 최고 미식가라고 하니, 그의 글맛은 음식의 맛 못지않게 쫀쫀하지 않을까 하는.

 

 

 

 

 

 

 

 

나는 고양이와의 애뜻한 추억이 없지만 나와 함께살아가는 사람은 아주아주 애뜻한 추억이 한가득이다. 그래서 길을 걷다가도 고양이만 보면 걸음을 멈추고 눈길도 주지 않는 길냥이를 애타게 부르기도 하고, 식당가를 어슬렁 거리는 고양이를 보면 수저질도 잊을 정도로 사랑스런 눈길을 보낸다. 한때 강아지를 키워봤지만 고양이의 친밀함을 아직 잘 느끼지 못하는 나에게, 하루키와 냥이의 애뜻한 이야기들로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이 책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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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6 00: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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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7 11: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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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7 14: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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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7 21: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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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4-06 06: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만 책이 더디 읽힌게 아닌가봐요..모두들 슬럼프같은 시간 나기를 하는것 같으니...잘 건너가봐야 겠죠?^^
좋은 하루 되세요!^^

해피북 2016-04-07 11:45   좋아요 1 | URL
아닛. 그장소님도 슬럼프를! ㅎㅎ 요즘 날이 따스해져서인지 몸 따로 마음따로 보내고 있어요.ㅎ 모쪼록 이시기가 후딱 지나갔음 좋겠어요 ㅎ 함께 건너요^~^

[그장소] 2016-04-07 19:36   좋아요 0 | URL
기본적으로 감정이 오락가락 잘 하는 저는 슬럼프를 잘 만나요..어느정도 익숙해졌다 하면 찾아오거든요...자주오니 자주 이겨낸다기보단 잘 건너는 걸 배우는것 같아요!
봄날 찬란하여 ㅡ몸은 무거운데 마음은 풍선같아지는 게 저만은 아니라니...위로같아요..해피북님도 나물 많이 해드시고요..화이팅~^^

2016-04-06 09: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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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7 11: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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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6 15: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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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7 11: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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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6 18: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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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7 11: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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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7 14: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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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7 14: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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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9 11: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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