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는 함께 길을 걸을 때마다 길가에 핀 꽃이며 나무, 풀 이름을 줄줄 읊는다, 예전만 해도 그런 엄마의 설명들을 대충 흘려듣고 말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꽃과 나무들, 그리고 그들의 작은 변화들에 눈길을 주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요새는 엄마와 같이 길가의 식물들에 대해 대화를 주고받는다. 그들의 성장에 나의 기분도 자연스럽게 반응한다. 꽃이 피면 나도 기쁘고, 며칠 전 보다 쑥쑥 큰 가지와 이파리들을 깨닫는 순간 작은 행복감이 퍼져온다."(p221)

 

 

아주 어린 시절에는 몰랐다. 엄마가 손가락 끝을 통해 간절히 전하고자 했던 형형색색 꽃의 아름다움도, 파도의 밀물과 썰물처럼 밀려들었다 떠나버리는 색깔의 변주들도. 세월이 흘러 내 눈꺼풀을 덮고 있던 색안경이 빠져버려서일까. 눈길 닿는 곳마다 애처롭게 솟아난 잡초 한 포기에도 애잔한 마음이 느껴진다. 길을 걷다 만나게 되는 꽃 한송이 나무 한 그루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숨을 한껏 크게 들이마셔본다. 마치 모든 향기가 내 몸속에 저장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세월이 약이다'라는 옛말, 어쩜 이렇게 딱 들어맞는지. 어린 시절에는 느끼지 못 했던 감정들을 느끼게 되고 생각하게 되는 게 모두 세월이라는 약 때문이리라. 세월 속에서 닳고 깎이고 마모되는 시간을 건너와보니 나는 뾰족이가 되어있었다. 작은 이야기에도 발끈거리고 울적해하다가 결국 또르르 눈물을 흘리고 마는. 내가 나 자신을 감당할 수 없던 그 시간 속에 문득 눈길을 끈 여리여리한 초록 잎사귀에 발걸음을 멈췄던 그 순간부터 그렇게 나는 식물과 함께하는 생활을 시작했고 이제는 일상을 함께하는 반려식물로 자리잡았다.

 

 

"어른이 되면 일과 회사가 바쁘게 돌아가는 것과 관계없이 나의 성장이 멈춘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식물이 매일 잎을 틔우고 자라는 것을 보면서 시간에 대한 위안을 얻어요. 천천히 조금씩 그렇게 변해가는 구나 하면서요. 계절이 바뀔때마다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식물의 모습에서 쳇바퀴 돈다고 생각했던 제 일상이 조금은 특별하게 느껴져요"(p174)

 

 

 

흔히 식물은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키우기 어렵다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작은 변화를 느끼게 되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게된다. 목이 마를때는 축 쳐진 잎사귀를 통해, 햇빛이 그리울때는 햇빛을 따라 길쭉하게 늘어난 목을 통해, 영양분이 부족할때는 옅어진 색깔을 통해 저마다 몸짓으로 표현하는 식물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 싱그럽고 향기로움을 가득 담은 더 커다란 보답으로 행복감을 준다.

 

                               <왼쪽 윗줄부터 방울토마토, 함소화, 제라늄, 개나리자스민>

 

한때는 향기가 주는 안락함과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다가 근래에 들어 꽃을 피우는 식물을 들이고, 향이 많은 허브류의 씨앗을 심어 키우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 베란다로 나가는 즐거움이 크다. 곁을 지나치는 바람결에도 저마다의 향기로 아침 인사를 건네받는 행복함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여다보곤 한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편안하다는 것. 이걸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 정원을 가꾸는 일의 핵심은 결국 나도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는 것이라 생각해요. 땅을 일구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마음이 느슨해지면서 주변을 돌아볼 수 있으니까요"(p77)

 

" 식물과 함께하며 생각 자체가 여유로워졌어요. 덕분에 다른 사람들보다 느린 템포로, 여유롭게 사는 것 같아요. 식물이 주는 긍정적인 기운을 믿어요"

 

"식물의 이면을 접하다 보면, 겉으로 보이는 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요,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이거든요, 아름다움의 본질은 자연스러움이라는 걸 느끼게 돼요"(p60)

 

 

<식물 수집가> 라는 책을 읽으며 저마다의 각기 다른 사연으로 식물을 사랑하게 되었지만 그들의 마음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깊은 공감을 하게된다. 비록 아직까지 느리게 생각하고 여유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체득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내 반려식물들과 살아가다보면 더 많은 것들을 배우며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담아본다. 더불어 식물은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며 살아가는 것 '이므로 '반려'라는 단어가 무색하지 않음을 믿는다.

 

" 자신의 공간에 작은 초록 식물 하나를 들여보세요. 살아 있는 생물이 내 옆에서 숨 쉬는 것만으로 마법 같은 힘이 분명 생길 거예요"(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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