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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향해 쏴라
마이클 길모어 지음, 이빈 옮김 / 박하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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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지지난해였던 거 같다.

아파트를 들어서는 데 공고문이 붙어 있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 인근에 범죄자가 살고 있다는 신상 공개를 담은 공고문 이였다. 미성년자의 자녀를 둔 사람들에겐 공고문이 우편으로 발송되었지만, 자녀가 없는 사람들은 지정된 장소에 붙은 공고문으로 확인할 수 밖에 없었다. 그때 나의 심정으로 두려움과 함께 인근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모두 우편으로 발송해주지 않는 우리나라 정책에 화가 치밀어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내 심장을 향해 쏴라>라는 책을 읽게 되면서 신상 공개가 괜찮은 것일까 하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물론 재발률이 높은 범죄이다 보니 인근 주민들에게 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공개하는 게 맞다. 하지만 혹시 그 범죄자가 크게 누우치고 있다면, 두 번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으리라 뼈 속 깊이 후회하고 있다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지만 외면만 당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는 그런 질문들 앞에 머물렀다.

 

미국에서 알아주는 음악 평론가인 저자 마이클 길모어는 차마 꺼내놓지도 털어놓지도 못할 이야기를 담담한 어조로 시작한다.

 

"나는 무고한 사람을 죽인 살인자에 동생이다. 그의 이름은 게리 길모어. 그는 현대 미국의 범죄자 중에 누구보다도 역사적인 인물로 기록될 것이다."(p18)

 

네 명의 형제를 둔 마이클 길모어는 어린 시절 형제들과 함께 했던 기억이 많지 않다. 나이 차이가 컸기도 했지만 집에서 유일하게 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어머니 베시의 기억이거나, 큰 형 프랭크의 기억이거나 혹은 게리 형을 인터뷰 했던 노먼 메일러와 래리 실러의 도움으로 이 책을 집필할 수 있었음을 토로한다. 그런 편린의 조각들을 엮으며 이 글을 써 내려갔을 마이클의 마음이 안타까웠다. 결코 유쾌할 수 없는 범죄에 대한 이야기이라 고통스러운데 자신의 가족사를 세세히 기록해야 하는 그 마음은 어떠했을는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 프랭크 길모어는 사기 전과가 있는 사람이었다. 광고 대행을 미끼로 사람들에게 수수료를 갈취하고 멀리 도망다니며 매우 불안한 생활을 연이어했고, 거기다 아버지는 툭하면 폭력을 휘둘렀다. 물건을 떨어트렸다는 이유로 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조금 늦게 귀가했다는 이유 등등으로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이해하고 싶지 않은 일들로 폭력을 휘둘렀다.

 

 

아버지의 폭력에 노출되는 사람은 주로 프랭크 형과 게리 형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왔던 어떤 날은 문 뒤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혁대를 휘두르며 무차별 폭력을 행사했을 정도로 학대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런 틈바구니에서 어머니 베시는 아이들의 은신처가 되어주지 못 했다. 불안정한 생활과 폭력에 얽혀 게리는 마음속 커다란 분노가 자라 학교생활에서 알아주는 문제아가 되었다.

 

 

" 형은 계속해서 말했다. " 하지만 그런 식으로 체벌을 받으면, 누가 자기 잘못에 대해 뉘우치겠니? 만일 어떤 가게에서 아이가 빵 한 덩어리를 훔쳤는데, 그 아이를 잡아서 다짜고짜 거세시켰다고 해보자, 그 아이가 뉘우치면서 통곡할까? 천만에. 그 처벌은 자기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아무 느낌도 갖지 못하게 할 뿐이야. 자기가 한 짓을 생각해보고 '아, 내가 남의 빵을 빼앗았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게 합당한 벌을 받은게 아니니까. 대신에 그 아이는 이렇게 생각할 거야. ' 그까짓 빵 한 덩어리 때문에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다니.' 하면서 증오심을 품겠지. 말하자면 그런 식으로 우리 마음속에는 분노만 쌓여갔어'(p232)

 

 

게리의 분노적 표출은 멈출 줄 몰랐다. 절도와 마약 폭행 무수한 자살시도 등으로 그의 문제적 행동의 수위는 점차 높아져갔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아버지는 돈으로 해결을 하려고 했고, 어머니는 게리를 감싸 안으려고만 했다. 또한 아버지에겐 큰 오해가 있었는데 게리를 자신의 친아들이 아닐 거라는 의심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게리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훗날 먼 사촌들을 통해 첫째 형 프랭크가 아버지의 자식이 아님을 알게 되었지만, 어쨌거나 집안을 암울하게 덮고 있던 폭력이 결국 게리의 마음에 깊은 상처와 사회적 분노로 표출되어 그는 결국 무고한 시민 두 사람을 총으로 살해하고 사형을 요청하여 총살형을 당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중요하게 본 지점은 게리가 분노를 표출했던 그 시점이다. 끊임없이 학교에서 말썽을 일으키고 말썽이 범죄가 되어가던 과정에서 그 누구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지 않았다는 점이 참 안타까웠다. '저 사람은 안돼'' 나쁜 사람이야' '악한 사람이야' 라는 낙인 된 마음은 결코 게리에게 온기로 전해지지 않았다는 점이 책을 읽는 동안 불편했고 안타까웠다.

 

 

' 게리는 실러와 변호사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톰 라이든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존경했던 사람이었다고. 게리는 살면서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라이든에게는 도움을 청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자신이 선생님 말을 너무나 듣지 않았고 또 실망시켰다고 생각해서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p247)

 

 

사람은 누구나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범죄자라 할지라도. 그래서 그들에게 '낙인'을 찍는다는 건 어쩌면 공동체 안에서 '사형'을 집행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낙인(烙印)이 낙인(落人)이 되어 한 사람의 인생을 영영 나락으로 떨어트려버릴 수 있음을, 범죄자들 못지않게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총살형을 집행하고 있었음을 비로소 마이클을 통해 느끼게 되었다. 그렇다고 범죄자에게 마냥 관대해 지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그들이 자신의 죄만큼의 죗값을 치렀다면.. 그렇다면 더 이상  낙인(烙印)이 낙인(落人)이 되지 않도록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인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들에게 안전권을 보장하는 의무 못지않게 죗값을 치른 범죄자들도(물론 모두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다져주는 일까지 사회가 보듬어줘야 하지 않을까... 그런 시스템이 있었더라면 지금쯤 게리는 살아 있었을까.. 두 명의 무고한 시민도 가족의 품에서 지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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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4 11: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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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5 17: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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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5 18: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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