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 (양장)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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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던 인류의 발전은 생명체를 멸종시킨 빙하기 시대부터 시작한다. 인간의 기원인 오스트렐로 피테쿠스가 호모 사피엔스로 되기까지, 혹은 수렵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발전되기까지, 각기 여러 나라간 문명의 교류를 통해 문화부흥을 일으켰고, 야심가들은 정복 전쟁을 통해 현대문명의 업적을 이룩하게 되었다는 것에 의문을 갖어본적은 없었다.

 

 

그런데 여기 제럴드 다이아몬드 라는 학자는 이런 인류의 발전사에 의문을 제시했다. 그것은 생태학자인 저자가 조류학을 연구 하던 중 만나게된 뉴기니인 '얄리'로부터 제시된 의문이기도 했다.

 

 

인류의 발전은 어째서 다른 속도로 진행되었을까? p16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 야심가들의 정복욕'에 있었다. 더 소유하고자 하는 정복욕은 나라에서 나라로 퍼지다가, 인종간 계급제도(인종차별)를 형성하고, 계급제도의 형성은 오랜 기간동안 불균형한 불평등을 초래했다. 그 결과 현재에 이르렀음을 생각했고 거기에 대한 제럴드 교수 역시 동의를 표현했다.

 

 

" 정복이나 노예 수입의 시대로부터 수세기가 지난 오늘날에도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는 그 정복당했던 민족들의 일부가 여전히 하층계급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그리고 그것 역시 생물학적 결점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불리한 조건과 제한된 기회 때문이라는 말을 듣는다"p32

 

 

그런데 여기에 제럴드 교수는 새로운 의문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부와 힘은 왜 지금 같은 모습으로 분포되었을까?'p17, 유럽이 식민지를 확장하던 1500년 시대부터 뚜렷해진 차이가 현대의 문명을 만들었다면, 그 차이는 어떻게 빚어지게 된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였고, 그 차이를 인종 차별적 문제가 아닌 지리적환경과 생태학적 환경의 차이(p32)에서 기인된 것임을 새롭게 발견된 자연과학 분야의 정보를 들어 주장하는 것이다.

 

 

문자와 철기를 가진 산업사회 vs 문맹 상태의 농경사회 vs 석기 가진 수렵 채집민 사회.

 

 

여기서 사용되는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은 쉽게 말해 방사선을 이용해 유물을 측정하는 것으로 고고학에서 사용하는 연대 측정법의 하나다. 이 방식을 통해 측정된 방사성 양을 토대로 유물의 연대를 측정하는 방식인데, 대륙에서 인류와 동식물이 살았던 시기를 측정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사용된다. 그러나, 보정 연대와 비보정 연대를 구분하기 쉽지 않고, 측정하려는 유물에 오랜시간 쌓여온 환경적 요인(퇴적되어온 이물질)을 구별할 수 없다는 한계점으로 책은 어떤 부분도 명확한 결론으로 도달하진 않는다. 그런부분에서, 하나의 가설에서 생성되는 여러 의문점들이 또다른 의문점으로 파생될뿐, 명확한 추론으로 도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답답함을 느낀 부분이 많았음을 고백한다.

 

 

“ 종전의 연대는 주로 식물의 잔해와 동시대의 것으로 생각되는 목탄을 가지고 측정한 연대였지만 사실은 동시대의 것이 아닐 수도 있고 비교적 오래된 식물의 잔해는 더러 그것이 농작물이었는지 야생식물을 채집한 것이었는지 불확실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p561

 

 

앞서 저자가 제시한 현대 인류의 불평등의 차이가 지리적, 생태적 환경에서 기인 된 것임을 단편적으로 증명해 줄 수 있는 모델로 폴로네시아의 후손인 마오리족(1부2장)을 들고 있다. 뉴질랜드로 이주한 마오리족 중 일부가 채텀제도로 이주하면서 두 부족으로 나뉘게 되었는데 이주한 부족을 모리오리족으로 부르게 되었다. 채텀제도로 이주한 모리오리족은 한랭지역인 기후탓에 농업생활을 포기하고 수렵채집을 생활화 하게 되었는데 그 결과 문명발달( 수렵채집에서 필요한 도구들은 도끼나, 화살, 촉과 같은 간단한 도구들이였다) 의 후퇴를 야기했다. 반대로 뉴질랜드에 남아있던 마오리족은 따뜻한 기후로 농경생활이 기반이 되었고 그 결과 생활의 안정성을 토대로 문명 발전을 이루었다. 이후 강성해진 마오리족은 정복욕을 통해 같은 종족이였던 모리오리족을 살상해버리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된 것이다.

 

 

마오리족 사건을 전체적인 맥락으로 살펴보자면, 풍요로운 지형에서 문명을 발전 시킬 수 있었던 마오리족은 유목민으로서 살아가야하는 번거러움을 줄여 인구를 증대시켰다. 인구 증대는 인구밀도를 높여 각종 전염병 노출에 잦아졌고, 반복된 전염병(균) 노출에 면역력이 높아지며 사망률을 낮췄을 뿐아니라, 그들이 보유하고 있던 지식들( 식용이 가능한 동식물에 관한 정보들,문자사용)도 소멸되지 않고 전해질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은 동식물을 자가촉매역할을 통해 진화시키기며 작물화 시킬수 있었다. 또한 조직을 형성하여 중앙집권적 정치조직과 군사조직을 만들고( 총, 쇠, 무기, 말이 발달하게 되었다), 가축( 유형 물질을 생산과 소비)을 키우며 문명의 발전을 만들었는데 그 결과 강성해진 마오리족의 침략으로 문명의 발전 기회가 적었던 모리오리족은 소멸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인류의 문명의 불균형을 초래한 계기가 인종차별에 있는것이 아니라, 지리적 환경적인 특성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그 상징성으로 <총, 균, 쇠> 를 제목으로 채택한 것이였다.

 

 

 

그렇게 이해하게된 지리적 생태적환경적 특성들이 어떻게 현대 사회에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었는지 정리해보자면 가장 주요한 사항이 식량 생산 기술력이였고, 식량 생산 기술력에 따라 정주사회가 조직 사회로 발전하여 보다 세분화되는 과정들을 볼 수 있었다.

 

 

비옥한 초승달(서유라시아)지대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지중해성 기후대로 다양한 야생 동식물이 분포하고 있었고 지대의 각기 다른 기후로 인해 생산하는 시기가 달라 풍요로운 재비와 보리와 에머밀과 같은 우수한 종자를 가려 선택적으로 재배 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유라시아 지역이였던 중국에서 문명의 발달이 빨랐음을 지적했고 그에 반해 사막으로 가로막힌 캘리포니아 수렵채민들에겐 기술력이 확산되지 못했거나 적절한 동식물을 키울 여건이 되지 않았거나, 뉴기니나 미국동부 지역처럼 기후적 특성으로 야생동식물의 개량화가 쉽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지리적, 생태적 환경이 미치는 영향을 도표와 그림을 들여 자세하게 설명한다.

 

 

"다만 각 지역은 가축화, 작물화할 수 있는 동식물의 종수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는 것, 그에 따라 식량 생산이 시작된 시기도 달랐다는 것, 그리고 오늘날의 비옥한 지역들 중에서도 일부 지역은 근대에 이르기까지 아직 식량 생산이 시작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을 지적할 따름이다"p242

 

 

왜 현대 사회가 불평등 하는가에 대한 설명으로 조직의 세분화를 꼽고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유럽과 중국을 들어 설명할 수 있다. 거대한 땅덩어리를 가지고 있는 중국은 통일화되는 과정에서 집단간의 경쟁심이 사라져버렸다는것과, 유럽의 경우엔 세분화된 조직간에 집단 경쟁심이 문명발달을 촉진시켰음을 지적하였다. 인도와 같이 더분열된 사회는 왜 발전하지 못했는가에 대해 ‘최적분열의 법칙’을 들어 너무 많은 세분화를 이뤄도 발전하기 어려움을 지적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사항 하나가 빠진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나 인도와 같은 나라들이 지형적, 생태학적 부분 때문에 도태 되어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여러 이동수단을 통해 각국 나라들의 성장소식을 익히 알고 있을거란 생각도 든다. 그런데 그들은 왜 변화를 시도하지 않을까? 무엇이 그들을 잡고 있는것일까, 그들을 지배하고 있는 사상에 관한 이야기들, 성선설 성악설과 같이 순자, 노자, 공자가 이야기한 인간의 근본이 되는 사상에 대한 이야기들을 말이다. 또한 산업 혁명이 이륙한 엄청난 성과 앞에 냉담한 개인주의 사회의 우리와, 아직도 무질서한 사회를 살아가지만, 잡은 물고기 하나도 나눠먹는 그들 앞에 우리는 과연 행복하다 할 수 있는 것일까?

 

 

처음엔 789페이지의 방대한 책의 두께가 만만찮다 생각 했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그것은 다국어를 구사하는 생물학자이자 조류학자인 제러드 교수가 해주는 최대한의 배려가 아니였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한가지 더 이 책의 정말 정말 아쉬운 점은 총 4부의 내용 중에 1부에서 전체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2~4부 까지 1부의 내용을 뒷받침하는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같은 주제의 내용은 하나로 묶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남북아메리카의 남북 축을 따라 느리게 확산된 가축작물p287 같은 경우에 ‘느리게 확산된 가축 작물의 경로’ 라는 주제로 각 대륙 순으로 쭉 설명해주면 좋았을텐데 각 대륙을 하나씩 쪼개어 식량부터 하나하나 다시 설명하는 순이여서 같은 내용을 반복하고 있다 착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부분만 신경썼더라면, 더 재밌게 읽을수 있었을꺼라 생각이 든다. 무튼 고고학, 언어학, 인류학, 지리 생태학 등 광범위한 제럴드 교수의 25년간의 집렴에 감탄하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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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역사 이야기 1 - 고대편 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역사 이야기 1 1
수잔 와이즈 바우어 지음, 정병수 그림, 이계정 옮김 / 꼬마이실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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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때 번번히 막히는 한자어를 만난것처럼 당혹스러울때가 내가 알지 못하는 신화나 영웅 이름을 빗대 표현하는 장면을 만났을때다.그럴때면 화장실 사용후 뒷끝이 있는것 처럼 찜찜한 기분으로, 다 읽은 책을 덮어도 유쾌하지가 않았다.

 

 

그간 왜 역사를 공부하지 않았을까란 물음을 앞에두고 생각해보자면 그 이유들은 자명했다.   호시탐탐 일쌈는 침략으로 수십번 변화하는 정세(情勢), 난세(亂世)속 불세출(不世出)의 영웅들과 얽힌 사건들, 세습되는 왕족들의 비스무레한 이름들, 길고도 딱딱한 연대표.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이건 꼭 외워라. 빨간줄 .돼지꼬리 땡땡!' 침을 분수대 처럼 튀겨가며 외쳐대던 선생님의 목소리가 귓가에 쟁쟁하다. 하지만 암기하면 할수록 꼬이는게 바로 역사 였던거 같다.

 

 

렇지만, 내게도 역사가 참 재미나던 시절이 있긴했다. 고3때 줄기차게 외워라만 외쳐대던 선생님들과 달리,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파생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던 선생님 덕분에 난생처음 만점을 받아본것이다. 그때의 경험으로 역사는  백번의 암기보다 한번의 이해가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최근 개봉했던 영화 『명량』의 이야기를 유쾌,상쾌,통쾌하게 알려준 설민석 선생님(무도 한국사 선생님)을 떠올려본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것이다.

 

 

이후 역사를 알고 싶어 찾아본 책은 이야기 형식으로 술술 풀어줄수 있는 책이였고, 그렇게 찾아진 책이 <<세계 역사 이야기>>(수잔 와이즈 바우어. 꼬마이실)이다. 수잔  와이즈 바우어 교수는 어릴적 홈스쿨링의 경험을 토대로 자녀들도 홈스쿨링으로 키우며 아이들이 역사에 친근할 수 있도록 쉽고 재미난 역사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서문에서부터 시작된 '역사가 뭐지? 고고학이 뭐지'란  물음들을 통해 아이에게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했던 그녀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메소포타미아의 고대 문명에서 로마의 소멸(총 42장 구성)까지 많고 다양한 탄생과 소멸의 역사를 거치지만,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 우화, 신화들의 이야기를 곁들여 어렵지않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각 장에 실린 세밀화로 지도와, 유물들, 영웅들의 모습 살필수 있어 읽다가 찾아봐야하는 번거러움을 줄이고 집중력을 높일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구어체 형식이라 내용이 딱딱하지 않아 옛날 이야기를 전해 듣는듯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이야기의 흐름상 앞 부분에서 설명했던 부분이 뒷부분에서 다시 언급되야할땐 잊지않고 처음 내용을 상기시켜주는 부분, 어려운 단어는 풀이 해주는 노력들로 인해 아이 스스로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역사를 어려워했던 어른들에게도 좋은 책임을 느낄 수 있었다. 수잔 와이즈 바우어 교수의 노력이 엿보이면서 이 책이 초등학생들의 학습 책으로 사용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알파벳, 달력, 태양계의 이름, 종이, 책, 글자, 그림, 문명의 변천사에 관한 풍성한 볼거리로 지루할 틈이 없는 역사책이다. 바빌로니아 사람들에 의해 알게된 태양의 공전으로 1년을 12달로 나누고, 달력과 시계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에게해가 '아이게우스'라는 아버지를 기리기위해 테세우스가 붙인 이름이라는 사실 또한 새롭게 알게된 사실이였다. 바발론의 공중공원, 피라미드, 파로스의 등대는  '고대 7대 불가사의'라는것도 알 수 있었다. 그리스의 신화, 유대교의 단일신, 불교의 싯다르타의 탄생의 흐름과 함께 기원전 기원후로 나눠지는 이야기, 올림픽의 유래가 그리스 신화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 우화 혹은 설화를 통해 고대에서 전해진 메세지는  한층 성숙된 시야를 만들어 주었다.

 

 

역사책에서 흔히 겪어야 하는 탄생과 소멸 그리고 거기서 파생되는 영웅들이 복잡해 읽기가 어려울뿐더러, 무수히 반복되는 전쟁의 역사에 염증을 느꼈다면,  조금은 부족한 역사적 내용일지라도. 기초가 될 수 있는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런 부분들로 굳이 표현하자면 내 아이에게 꼭꼭 읽혀야할 책이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는데 그것은 학창시절 이 책을 읽었더라면, 적어도 역사가 지루한 시간으로 기억되진 않았을텐데 하는 진한 아쉬움과 자라나는 아이들만큼은 재밌는 수업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또한  세계역사를 이해하는 아이라면, 읽고 싶은 책만큼은 어려움없이 읽을 수 있을거라는 내 경험에 대한 확신인 셈이며, 이번 크리스마스에 내 조카에게 선물해야 할 1순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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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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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엔 마땅한 서점이 없는 나는 신간 구입을 자제하는 편이다. 호기심에 구입했다가 저자와 생각이 맞지않아 낭패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실패를 경험한 책들은 손에 잘 닿지 않는 곳에 두는데, 한번씩 눈길이 머물때마다 모진 겨울 바람처럼 마음이 시렸다. 그래서  오랜 시간을 견뎌낸 책들 일명 '고전'이라 불리우는 책들을 구입하자는 신조를 다시금 되새기곤 한다.

 

 

그런데 가끔 이런 생각을 송두리째 흔드는 기사를 볼때면 으레 나의 신조는 물거품 처럼 사라져 버린다. '창작의 비밀'이란 은밀한 단어가 전해주는 느낌이 그랬고, 어떤 문학 평론가의 단명 예감에도 20년 작가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랬고, 무엇보다도 첫 문장이 주는 신선함이 그랬다.

 

 

" 올해의 계획으로는 초심으로 돌아가 건성으로 소설을 쓰겠다. 다른 사람이 권하는 일은 반박하지 않고 무조건 해본다 등등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독한다'가 되겠다. p9

 

 

'창작의 비밀'을 알려주겠다던 작가의 첫 마디가 '건성으로 소설 쓰기'라는 사실이 왠지 좀 억울함 마음을 들게했지만, 마르셀 푸르스트의 책을 12개월로 나눠 계획을 세우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그것은 마르셀 푸르스트를 앞두고 긴 한숨을 내쉬며 어떻게 읽어야 할까 란 고심에 고심을 하는 내 모습과도 같았고, 작가로써 보일수 있는 권위 의식이 전혀 없는 소탈한 모습이 되려 매력적이게 다가왔다.

 

 

' 암기빵이 있다면, 그냥 책 내용을 다 찍어서 자기 전에 먹으면 될 텐데....."p11

 

시시 껄렁한 이야기를 하는듯, 그저 무심한 이야기인듯 툭 던져놓은 말들로 가득했다.  마치 저자의 일기장을 읽고 있는것 처럼 큭큭 거리며 웃게되지만, 김연수 저자의 내공으로 소개되는 도서의 수가 대략 50권을 넘는다는(45권까지 적다가 포기해버렸다)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저 웃을수 있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며 소설가의 일이란 결코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경험들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과, 견물생심(見物生心)의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가에 관한 고찰기(考察記)라는 사실을 깨닫게되는 것이다.

 

 

"  그래서 얼마만큼 자신의 삶을 생생하게 느꼈으며 또 무엇을 배웠는가 그래서 거기에 어떤 내용을 담았는가, 다만 그런 질문만이 중요할 것이다. 인생이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이 이야기는 계속 되기 위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이 질문에 대답해야만 하리라"p42

 

 

 글을 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만큼 인생의 경험을 풍부하게 살아가고 있는가, 감각을 앞세워 거리의 풍경을 바라보고, 사람들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살아가며 배우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에서 시작되는 것임을 이야기한다. 이것은 우리네 인생에서 끊임없이 던져보았던 질문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인생의 울림과 감동을 위해 촉수를 세워라 했던 박웅현 저자와도,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면 보인다던 유홍준 교수님의 말과도 일맥상통하는걸 보면 우리의 삶이란, 매일 같이 진부한 하늘색이 아니라 다른 색깔의 하늘이, 다른 색깔의 나무와 풍경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각기 다른 경험들에서 얻을 수 있는 풍부한 생각들이 한 편의 글이 될 수 있다는 말이 틀리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 누구나 죽기 전에 한번은 소설을 쓰는데, 그게 바로 자기 인생의 이야기다."p134

 

 

 매일같이 들고 다니던  지갑이 세월속에 낡고 닳아져 제 빛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는거 처럼. 매일 지나는 길의 풍경에 다른 인물들이 차올랐다가 빠져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매일 같지 않다는 사실을 문득 알게 되는 것처럼, 견물생심(見物生心)의 자세가 우리에게 얼마나 필요한 일인지 그리고, 글을 쓴다는 것은 그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의 은밀했던 '창의적 글쓰기'의 비밀의 문을 열어보면  그  첫째가  매사 의문( 왜 와 어떻게?)을 가지고 생생한(경험많은) 인생을 살기 였다." 결국 비밀은 시간을 어떻게 경험하느냐에 달린셈"p14. 김연수 저자가 처음 구상하게 되었던 소설의 주제가 자신을 둘러싼 사회속에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려본다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둘째는 토고일지라도( 처음쓰는 글이 토가 나오는 글일지라도) 멈추지 말고 매일 같이  글을 쓰기 '( 매일 글을 쓴다. 한순간 작가가 된다. 이 두문장 사이에는 신인, 즉 새로운 사람이 되는 비밀이 숨어있다"p19 ) 다. 책을 덮기전 마지막 페이지에 하루의 코멘트를 남긴다던가, 떠오르는 생각들을 메모하거나, 일기를 적거나 매일 한결같이 글을 쓰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 그렇게 모여진 글들이 한 권의 책이 되는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되니, 작곡가 베토벤이 메모 광이였다는 사실과 정약용, 이덕무, 정조 와 같은 당대 최고의 위인들도 책의 여백에 끊임없이 메모를 했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또한 셋째는 뭉텅거린 언어로 표현하지 않기 " 그제야 나는 그림을 잘 그린다는 건 형태와 색의 세밀한 차이를 본다는 뜻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면 소설가란 정확한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이리라. 화가가 울트라마린과 인디고를 구분할 있다면 소설가는 '휘청거리다'와 '지벅거리다'를 구분할 수 있어야만 한다."p176  이 부분에서 김연수저자의 독서 스타일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언어 습득을 위해 기회만 된다면 다양한 사전을 구입해 본다고 한다. 그의 수많은 소설에서 사용된 생생한 언어들은 이런 노력의 산물이리라 생각하니 존경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중요한 마지막 네번째 사항은 역지사지(감정이입)의 필요성까지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소설 역시 이해관계에 얽힌 세계라는 관점을 이해한다면 역지사지의 정신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었다.

 

 

톡톡 튀는 공식들과, 조금은 엉뚱한 속담의 발상들 때문에 읽는 동안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딱 한가지. 우리가 '미워 죽겠어'라고 표현할때 왜  당사자가 미워 죽을까 라는 의문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고 표현한 대목이 있다p113.  그 부분에 대한 답을 김연수 저자에게 전한다면 나는 <<용서에 관한 짧은 필름>>( 앤디 앤드루스. 세종서적)의 책을 권하고 싶다. 그곳에 김연수 작가가 궁금해하는 이유가 있는데 이건 그가 50권에 육박하는 책을 소개하며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밀당을 했던것을 잊지않으며.. 김연수 저자도 구입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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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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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공 일명 '난쏘공'으로 유명한 이 책을 알게된 것은 구독하는 신문의 기사를 보고서다. 당시 신경숙 작가님의 기사가 실렸었는데 대학 입학시험을 치른 후 남는 3개월 시간동안 한국문학 전집 30권을 독파하고, 학창시절엔 이 책이 너무 좋아 여러번 필사했었다는 기사였다.(경향신문) 그때 이후로 틈만나면 이 책을 읽어보려고 했으나, 역시나 여러가지 핑계들만 겹겹이 쌓여 퇴색되어버렸다가 요 근래에 읽을 기회가 생겨 읽게 되었다.

 

더 솔직히 생각해보자면, 이 책을 읽지 않으려고도 했던것도 같다. 그것은 내 어린시절의 자화상과도 같았던 세월이 담겨있다는 것과 그 세월을 마주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였는지도 모른다.

 

내가 태어났던 70년대 끝무렵인 80년대의 시절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여섯식구의 삶을 어깨에 짊어지고 사셔야했던 아버지로써는 버겁기만 한 세월이였고, 힘겨웠던 시절을 헤치며 살아야했던 우리에겐 아픈 세월이였다. 모두가 가난했고, 모두가 아팠던 그 시절을 나는 이 책을 통해 보았던 것이다.

 

 

총 12편의 단편을 묶어 만들어진 소설의 내용은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난장이, 앉은뱅이, 곱추 라는 특징을 씌워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소외'라는 단어는 이 책의 내용을 표현하기엔 부족하다. 폭압의 시대, 비상 계엄과 긴급 조치가 내려지며, 무참히 짓밟히던 인권, 희망이란 꿈조차 꿀 수 없었던 시대의 이야기를 막연한 '소외'로 담기엔 부족함이 크지만, 그 이상의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이렇게 담아본다.

 

 

등장 인물 중에 인상적인 사람들은 난장이, 신애,  윤호와 지섭이다. 소외당한 이웃을 보면 참지 못하고 그들의 불온전한 삶에 분노했던 지섭은 다시 말해 저자 조세희 씨의 모습이기도 했다. 난장이 아저씨의 집이 강제 철거될때 함께 밥을 먹고 있었고, 철거인이 철거를 시작할때 싸움을 했던 모습은 실제 저자의 모습이기도 했다. 저자는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작은 노트를 한 권 샀고 '칼' 대신 '펜'을 들어 시대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저항하는 모습을 담아낸것이다.

 

 

" 아저씨는 평생 동안 아무 일도 안 하셨습니까?"

" 일은 안하다니? 일을 했지. 열심히 일했어. 우리 식구 모두가 열심히 일했네"

" 그럼 무슨 나쁜 짓을 하신 적은 없으십니까? 법을 어긴적은 없으세요?"

" 없어"

" 그렇다면 기도를 드리지 않으셨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리지 않으셨어요"

" 기도도 올렸지."

" 그런데 이게 뭡니까? 뭐가 잘못된게 분명하죠? 불공평하지 않으세요?"

 

 

평생동안 일을 해도 악취풍기는 재건축 지역에서  말린 고추를 찍어먹으며 언제 철거될지도 모르는 불안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나아질 수 없는 삶. 끝없는 구렁에 갇혀버린 모습은 정말 잔혹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그 모습이 비단 70년대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사실에 소름 돋는다. 떠올리기도 조심스러운  참사 사건들을 접할때 마다 세월앞에 숫자만 바뀌어 갈뿐 또 다른 형태의 착취가, 억압이 느껴지는 것이다. 우리가 왜 난장이가 되어야만 하는지, 그 아픈 이야기를 명쾌하게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스스로 부족하기때문에,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화살은 안으로 돌려질뿐.

 

" 저희들도 난장이랍니다. 서로 몰라서 그렇지, 우리는 한편이에요"

 

다양한 난장이로 변주되는 단편들이 유기적이든 무기적이든,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로 묶여 살아가고 있으므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시대의 이야기가 되는것이며 70년대의 자화상이 되는것이다. 난장이 아저씨에게 표현했던 신애의 마음은  또 다른 이름의 난쟁이인 내  아버지가 듣고 싶었던 위로이자, 표현하고 싶었던 울분이 아니였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고, 시대가 위로 받고 싶었던 손길이 아니였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 물, 물 어디를 보나 물뿐, 그러나 한 방울도 마실 수 없다."p127

 

바다위에 떠 있으면서도 물을 마실 수 없는 애타는 심정처럼, 거대한 산업혁명과 그들의 거대한 자본의 흐름이 눈앞에 보이지만, 어찌하지 못하는 사람들, 공평한 이익 배당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돌아오는 질타와 구속 그리고 폭력과 억압은 끝나지 않는 시대의 이야기이며, 변화해야할 우리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소설 속 윤호의 모습은 조금 위험스럽다. 자신의 옆집에서 살고 있는 경애와 경애의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은강공장을 비판하는 과정속에 보였던 모습이 조금 섬뜩하기도 했다. 경애의 할아버지가 이뤄놓았던 삶의 부유함이 착취와 억압에서 오는것임을 일깨워주기 위해 거짓으로 고문했던 장면은 자칫 위험한 발상이며, 이 책이 청소년 권장 도서임을 생각할때 생각해볼 문제 라는 생각이 든다.

 

 

윤호가 표현했던 방식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죄를 처단하기 위해 고문이라는 방식은 폭압 시대를 부정하는 사람으로써의 모습이기보다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기에 위험하다는 생각이들며, 스스로 세운 기준으로  처벌한다는 생각은 많은 위험요소를 담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뫼비우스의 띠 처럼, 구분없이 돌고 돌아가는 쳇 바퀴 같은 시대의 아픔을 끊어내고 21세기의 추구하는 자유로운 사상을 또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공정한 사회가 찾아오기를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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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 남도답사 일번지, 개정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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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라는 글귀를 읽다보니 문득 떠오르는 일이 있다. 조선의 18세기 실학자 이덕무. 그를 너무 사모한 나머지 그가 살았다던 목멱산 아래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던 적이 있다. 그러나 그 목멱산 아래 그러니까 지금은 남산인 그곳을 마냥 가볼 수는 없는 일이기에 아쉬운 마음을 달래러 정조시절 규장각 검시관으로 생활했다던 경복궁을 거닐며 그의 모습을 그려본적이 있다. 여러 궁궐의 모습도 모습이지만, 수령이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나무들을 만나면 이렇게 말을 걸어본 기억이난다.

 

 혹시 목멱산아래  스스로 간서치(看書痴)라 부르며 청렴한것을 으뜸으로 삼았던 이덕무를 본 적 있나요?

 

 

유홍준 교수님의 책을 대할때면 나는 으레 그때의 일들이 떠오른다. 아쉽고, 그립고, 아름답던 그 나날들의 세월을 그렸던 마음 말이다. 그렇지만, 나와 다른점이 있다면 유홍준 교수님의 답사기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과거의 시각으로 복원해낸다 점이며, 그 복원해 낸 이야기를 마치 재미난 옛날 이야기처럼 술술 풀어주신다는 점이다.

 

 

재미난 이야기 처럼 술술 풀어주실수 있는 이유를 최근에야 알게되었는데 그것은 팟 캐스트 라디오 책다방(창비)에 유홍준 교수님의 이야기를 듣고서다.( 38회 2014년 1월 6일자). 내용인즉 답사기를 쓰실적엔 3가지 검증을 거치시는데, 첫번째로 유홍준 교수님이 직접 다녀오시고, 두번째로 전문 답사단을 꾸려 자신의 글을 검증하시고, 세번째로 학생들과 강의를 통해 반응을 보고 첨삭을 하신다는 점이다.

 

 

이런 각고의 노력에 얻어진 귀한 (아주 귀한 이라 표현하고 싶다) 책(冊) 임을 알게된 후 나는 그간 미뤘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를 모두 구입하게 되었다. 더불어 유홍준 교수님이 쓰신 책들을 모두 구입중에 있다. 답사기 일본 교툐편(4권) 에서도 느꼈지만, 학자로써 그리고 문화유산을 계승하는 사람으로써 유홍준 교수님이 보여주시는 열정과 노력이 너무 값지고 귀해 소장하여 읽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들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믿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11권의 답사기 시리즈를 한 달에 한 권씩 읽기로 결심했고, 그전에 읽었던 답사기라 할지라도 다시 읽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한  제 1권 '남도 답사 일번지'는  강진과 해남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예산 수덕사, 가야산, 경주(고선사탑, 감은사탑, 삼화령 애기부처, 태종무열왕릉, 에밀레종, 불곡 감실부처님) 문경봉암사, 담양 소쇄원, 고창 선운사, 양양 낙산사 까지의 답사기를 풀어놓고 있다.

 

 

 

남도 답사 일번지.

 

우리가 흔히 문화유산하면 떠오르는 수학여행코스 ( 경주나 부여, 공주)가 아니라 강진과 해남을 시작으로 하는 이번 답사기는 흥미로웠고, 그래서 이 책을 가장 먼저 구입해 읽었던 기억이 난다.

 

" 거기에는 뜻있게 살다간 사람들의 살을 베어내는 듯한 아픔과 그  아픔 속에서 키워낸 진주 같은 무형의 문화유산이 있고, 저항과 항쟁과 유배의 땅에 서린 역사의 체취가 살아있으며, 이름없는 도공 이름없는 농투성이들이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는 꿋꿋함과 애잔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향토의 흙내음이 있으며, 무엇보다도 조국강산의 아름다움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산과 바다와 들판이 있기에 나는 주저없이 '일번지'라는 제목을 내걸고 있는 것이다" p18

 

18년 유배객이 머물렀던 다산과 추사의 이야기. 월출산과 월남사터, 무위사의 극락보전, 백련사, 윤고산 고택, 두륜산 대항사, 초의선사의 일지암등의 이야기는 그동안 유배지로 만 알고 있던 땅의 감춰진  속내를 들을 수 있어 흥미로웠고,  부제' 남도 답사 일번지' 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더불어 시뻘건 남도의 황토 이야기는 ' 쟁기질하는 농부가 땅을 뒤적일 때마다 제속을 드러내 보여주는 붉은 황토가 너무나 강렬했다. 남도의 땅은 헤적이면 헤적일수록 처연한 아픔을 드러내 보이는 것만 같았다'(<<다산의 아버님께>> 안소영. 진경문고) 던 소설이 떠올랐다. 시뻘건 황토의 빛깔을 남도의 땅에 발딛고 살았던 시절 눈여겨 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내 자신을 책망해 보기도 했다.

 

 

 

문화유산을 대하는 자세.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그동안 내 시선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내 눈앞에 보이는 탑, 절, 종 과 같은 유물을 단편적인 시각으로 봤다는 점인다.

 

"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치 설정 이른바 로케이션이다. 부석사 무량수전과 병산서원 만대루가 건축적 아름다움으로 칭송받고 있는 것은 반은 자리앉음새에 있다....(중략) 여기에서 건축적으로 더욱 중요한 것은 자연과 인공의 행복한 조화이다. 조용한 산세에는 소박하게, 화려한 산세에는 다채롭게, 호방한 산세에는 기세좋게 건물을 세운 것이 우리 산사 건축의 미학이다"p320

 

다시 말해 한 시대의 유물을 만났을 적에는 그 시대가 품고 있었던 역사적 가치(환경적 요인, 시대적 요인)와 위치설정이라는 전체적 시각으로 보지 못하고 그저 눈앞에 보이는 유물로 보고 평가하기에 이르렀다는 점을 깨닫게 된것이다.

 

 

유물을 대할때는 크게 두가지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데 그 첫째가 환경적 이른바 위치설정(Iocition)으로 바라보기다. 대표적인 예가 월남사터 삼층석탑, 감은사터 전경, 이황사 대웅보전, 담양 소쇄원, 예산 수덕사등을 들수 있는데  병풍처럼 둘러치고 있는 배경들 ( 월출산, 달마산 준봉들)과 가람배치, 원림(동산과 숲의 자연상태를 조경으로 삼으면서 적절한 위치에 집과 정자를 세우는것) 으로써 바라볼때 더욱 두드러지게 느껴볼 수 있다는 것이며, 그 유물이 전달하고자 했던 웅장함 내지 기품, 유려함의 모습들을 느껴볼 수 있는 것이다.

 

 

두번째가 시대적 요인을 들 수 있다. 시대가 추구했던 이상과 문화, 사상들을 이해하고 바라볼때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경주의 첨성대 이며 또다른 예로는 사찰이나 승탑, 범종, 서체등을 들 수 있다. 수학여행코스 1번지이자, 유물에 대한 실망감을 안겨줬던 첨성대에 하늘과 땅의 음양과 24절기, 365일 날수, 기본 별자리 28수를 담고 있으며 선덕여왕 시절 문화가 발전하고 강성해졌다는 사실과 황룡사 구층석탑은 큰 배포와 웅장함을 느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찰을 살펴볼때는 지붕의 모양(맞배, 팔작, 우진각) 과 기둥의 모양(주심포, 다포, 배흘림) , 기둥과 기둥을 잇는 창방,  앞뒤를 가로 지르는 들보, 들보를 매듭짓는 공포(珙包)의 모양을 관찰하므로써 하나의 유물로 이해할 수 있는것이다. 예를 들어 삼국시대 이래로 사용되어온 단아한 기품의 맞배 지붕이 고려시대에 멋스러운 팔각지붕(양반지붕)으로 바뀌게 되는 양상등을 이해할 때 혹은 삼국시대 이래로 사용되어온 배흘림 기둥의 모습의 변화를 통해 예술적으로 추구했던 가치의 변화를 이해해 볼 수 있다. 또 통일 신라 시대 이후 범종에 새겨진 비천상을 통해 융성해진 불교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 것이다.

 

 

'왕'은 '부처' '귀족'은 '보살' 이라던  왕즉불(王卽佛) 사상이 도의선사의 자심즉불(自心卽佛)과 일문일가(一門一家) 사상으로 전환되며 생겨난 승탑( 승려의 탑으로 사리를 모시는곳) 이 생겨나게 되었고 그 대표적인 예가 전진사 삼층석탑인것이다. 또한 탑을 바라볼때 단의 높이 기둥의 모양, 돋을 새김등을 살펴 추구했던 사상이 웅장했는지, 백제의 사상처럼 우아하고 부드러웠는지, 또는 소담했는지를 통해 유물이 담고 있는 시대적 사상을 함께 살펴볼수 있고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옥동 이서의 서체를 통해 인품을 느껴볼 수 있는 것이다. 유물은 사용자 입장에서 봐야  제 맛을 알 수 있다는 말씀처럼, 시대가 추구했던 가치와 이상을 놓고 문화적 흐름으로 함께 살펴볼때  문화유산을 제대로 이해하고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문화재를 보호해야하는 이유.

 

문화재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크게 두가지로 들 수 있는데 하나가 에밀레종과 또 하나는 양양의 낙산사이다. 첨단 기술력으로도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에밀레종과, 산불로 인해 잃어야했던 낙산사의 이야기를 통해, 어떤 유물이든 그 가치는 따질 수 없이 보호하고 관리해야할 테지만, 이 두가지 사례는 우리가 더욱더 인식하고 노력할 필요성을 느꼈고 이 책을 더욱 가까이 두고 봐야할 이유이기도 하다.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 같은 답사기 1권을 진즉 읽고 정리했지만, 글로 정리하는데 크게 망설여졌다. 역사나 미술학도도 아닌내가 느낀부분을 쓴다는게 어렵기도 했고, 부족한 부분이 보일까 걱정스럽기도 했기 때문이다. '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낄 만큼 보인다. 예술을 비롯한 문화미란 아무런 노력없이 획득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p12  말씀처럼, 부단이 노력하여 11권으로 완주하는날. 더 값진 시각을 얻게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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