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 남도답사 일번지, 개정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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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라는 글귀를 읽다보니 문득 떠오르는 일이 있다. 조선의 18세기 실학자 이덕무. 그를 너무 사모한 나머지 그가 살았다던 목멱산 아래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던 적이 있다. 그러나 그 목멱산 아래 그러니까 지금은 남산인 그곳을 마냥 가볼 수는 없는 일이기에 아쉬운 마음을 달래러 정조시절 규장각 검시관으로 생활했다던 경복궁을 거닐며 그의 모습을 그려본적이 있다. 여러 궁궐의 모습도 모습이지만, 수령이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나무들을 만나면 이렇게 말을 걸어본 기억이난다.

 

 혹시 목멱산아래  스스로 간서치(看書痴)라 부르며 청렴한것을 으뜸으로 삼았던 이덕무를 본 적 있나요?

 

 

유홍준 교수님의 책을 대할때면 나는 으레 그때의 일들이 떠오른다. 아쉽고, 그립고, 아름답던 그 나날들의 세월을 그렸던 마음 말이다. 그렇지만, 나와 다른점이 있다면 유홍준 교수님의 답사기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과거의 시각으로 복원해낸다 점이며, 그 복원해 낸 이야기를 마치 재미난 옛날 이야기처럼 술술 풀어주신다는 점이다.

 

 

재미난 이야기 처럼 술술 풀어주실수 있는 이유를 최근에야 알게되었는데 그것은 팟 캐스트 라디오 책다방(창비)에 유홍준 교수님의 이야기를 듣고서다.( 38회 2014년 1월 6일자). 내용인즉 답사기를 쓰실적엔 3가지 검증을 거치시는데, 첫번째로 유홍준 교수님이 직접 다녀오시고, 두번째로 전문 답사단을 꾸려 자신의 글을 검증하시고, 세번째로 학생들과 강의를 통해 반응을 보고 첨삭을 하신다는 점이다.

 

 

이런 각고의 노력에 얻어진 귀한 (아주 귀한 이라 표현하고 싶다) 책(冊) 임을 알게된 후 나는 그간 미뤘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를 모두 구입하게 되었다. 더불어 유홍준 교수님이 쓰신 책들을 모두 구입중에 있다. 답사기 일본 교툐편(4권) 에서도 느꼈지만, 학자로써 그리고 문화유산을 계승하는 사람으로써 유홍준 교수님이 보여주시는 열정과 노력이 너무 값지고 귀해 소장하여 읽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들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믿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11권의 답사기 시리즈를 한 달에 한 권씩 읽기로 결심했고, 그전에 읽었던 답사기라 할지라도 다시 읽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한  제 1권 '남도 답사 일번지'는  강진과 해남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예산 수덕사, 가야산, 경주(고선사탑, 감은사탑, 삼화령 애기부처, 태종무열왕릉, 에밀레종, 불곡 감실부처님) 문경봉암사, 담양 소쇄원, 고창 선운사, 양양 낙산사 까지의 답사기를 풀어놓고 있다.

 

 

 

남도 답사 일번지.

 

우리가 흔히 문화유산하면 떠오르는 수학여행코스 ( 경주나 부여, 공주)가 아니라 강진과 해남을 시작으로 하는 이번 답사기는 흥미로웠고, 그래서 이 책을 가장 먼저 구입해 읽었던 기억이 난다.

 

" 거기에는 뜻있게 살다간 사람들의 살을 베어내는 듯한 아픔과 그  아픔 속에서 키워낸 진주 같은 무형의 문화유산이 있고, 저항과 항쟁과 유배의 땅에 서린 역사의 체취가 살아있으며, 이름없는 도공 이름없는 농투성이들이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는 꿋꿋함과 애잔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향토의 흙내음이 있으며, 무엇보다도 조국강산의 아름다움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산과 바다와 들판이 있기에 나는 주저없이 '일번지'라는 제목을 내걸고 있는 것이다" p18

 

18년 유배객이 머물렀던 다산과 추사의 이야기. 월출산과 월남사터, 무위사의 극락보전, 백련사, 윤고산 고택, 두륜산 대항사, 초의선사의 일지암등의 이야기는 그동안 유배지로 만 알고 있던 땅의 감춰진  속내를 들을 수 있어 흥미로웠고,  부제' 남도 답사 일번지' 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더불어 시뻘건 남도의 황토 이야기는 ' 쟁기질하는 농부가 땅을 뒤적일 때마다 제속을 드러내 보여주는 붉은 황토가 너무나 강렬했다. 남도의 땅은 헤적이면 헤적일수록 처연한 아픔을 드러내 보이는 것만 같았다'(<<다산의 아버님께>> 안소영. 진경문고) 던 소설이 떠올랐다. 시뻘건 황토의 빛깔을 남도의 땅에 발딛고 살았던 시절 눈여겨 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내 자신을 책망해 보기도 했다.

 

 

 

문화유산을 대하는 자세.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그동안 내 시선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내 눈앞에 보이는 탑, 절, 종 과 같은 유물을 단편적인 시각으로 봤다는 점인다.

 

"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치 설정 이른바 로케이션이다. 부석사 무량수전과 병산서원 만대루가 건축적 아름다움으로 칭송받고 있는 것은 반은 자리앉음새에 있다....(중략) 여기에서 건축적으로 더욱 중요한 것은 자연과 인공의 행복한 조화이다. 조용한 산세에는 소박하게, 화려한 산세에는 다채롭게, 호방한 산세에는 기세좋게 건물을 세운 것이 우리 산사 건축의 미학이다"p320

 

다시 말해 한 시대의 유물을 만났을 적에는 그 시대가 품고 있었던 역사적 가치(환경적 요인, 시대적 요인)와 위치설정이라는 전체적 시각으로 보지 못하고 그저 눈앞에 보이는 유물로 보고 평가하기에 이르렀다는 점을 깨닫게 된것이다.

 

 

유물을 대할때는 크게 두가지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데 그 첫째가 환경적 이른바 위치설정(Iocition)으로 바라보기다. 대표적인 예가 월남사터 삼층석탑, 감은사터 전경, 이황사 대웅보전, 담양 소쇄원, 예산 수덕사등을 들수 있는데  병풍처럼 둘러치고 있는 배경들 ( 월출산, 달마산 준봉들)과 가람배치, 원림(동산과 숲의 자연상태를 조경으로 삼으면서 적절한 위치에 집과 정자를 세우는것) 으로써 바라볼때 더욱 두드러지게 느껴볼 수 있다는 것이며, 그 유물이 전달하고자 했던 웅장함 내지 기품, 유려함의 모습들을 느껴볼 수 있는 것이다.

 

 

두번째가 시대적 요인을 들 수 있다. 시대가 추구했던 이상과 문화, 사상들을 이해하고 바라볼때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경주의 첨성대 이며 또다른 예로는 사찰이나 승탑, 범종, 서체등을 들 수 있다. 수학여행코스 1번지이자, 유물에 대한 실망감을 안겨줬던 첨성대에 하늘과 땅의 음양과 24절기, 365일 날수, 기본 별자리 28수를 담고 있으며 선덕여왕 시절 문화가 발전하고 강성해졌다는 사실과 황룡사 구층석탑은 큰 배포와 웅장함을 느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찰을 살펴볼때는 지붕의 모양(맞배, 팔작, 우진각) 과 기둥의 모양(주심포, 다포, 배흘림) , 기둥과 기둥을 잇는 창방,  앞뒤를 가로 지르는 들보, 들보를 매듭짓는 공포(珙包)의 모양을 관찰하므로써 하나의 유물로 이해할 수 있는것이다. 예를 들어 삼국시대 이래로 사용되어온 단아한 기품의 맞배 지붕이 고려시대에 멋스러운 팔각지붕(양반지붕)으로 바뀌게 되는 양상등을 이해할 때 혹은 삼국시대 이래로 사용되어온 배흘림 기둥의 모습의 변화를 통해 예술적으로 추구했던 가치의 변화를 이해해 볼 수 있다. 또 통일 신라 시대 이후 범종에 새겨진 비천상을 통해 융성해진 불교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 것이다.

 

 

'왕'은 '부처' '귀족'은 '보살' 이라던  왕즉불(王卽佛) 사상이 도의선사의 자심즉불(自心卽佛)과 일문일가(一門一家) 사상으로 전환되며 생겨난 승탑( 승려의 탑으로 사리를 모시는곳) 이 생겨나게 되었고 그 대표적인 예가 전진사 삼층석탑인것이다. 또한 탑을 바라볼때 단의 높이 기둥의 모양, 돋을 새김등을 살펴 추구했던 사상이 웅장했는지, 백제의 사상처럼 우아하고 부드러웠는지, 또는 소담했는지를 통해 유물이 담고 있는 시대적 사상을 함께 살펴볼수 있고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옥동 이서의 서체를 통해 인품을 느껴볼 수 있는 것이다. 유물은 사용자 입장에서 봐야  제 맛을 알 수 있다는 말씀처럼, 시대가 추구했던 가치와 이상을 놓고 문화적 흐름으로 함께 살펴볼때  문화유산을 제대로 이해하고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문화재를 보호해야하는 이유.

 

문화재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크게 두가지로 들 수 있는데 하나가 에밀레종과 또 하나는 양양의 낙산사이다. 첨단 기술력으로도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에밀레종과, 산불로 인해 잃어야했던 낙산사의 이야기를 통해, 어떤 유물이든 그 가치는 따질 수 없이 보호하고 관리해야할 테지만, 이 두가지 사례는 우리가 더욱더 인식하고 노력할 필요성을 느꼈고 이 책을 더욱 가까이 두고 봐야할 이유이기도 하다.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 같은 답사기 1권을 진즉 읽고 정리했지만, 글로 정리하는데 크게 망설여졌다. 역사나 미술학도도 아닌내가 느낀부분을 쓴다는게 어렵기도 했고, 부족한 부분이 보일까 걱정스럽기도 했기 때문이다. '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낄 만큼 보인다. 예술을 비롯한 문화미란 아무런 노력없이 획득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p12  말씀처럼, 부단이 노력하여 11권으로 완주하는날. 더 값진 시각을 얻게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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