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아버지가 꼭 나만했을 때 노래 그림책
주경호 인형제작 / 보림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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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 출판사에서 나온 『우리 할아버지가 꼭 나만 했을때』의 표지를 보자마자, 어릴적 아이들과 삼삼오오 모여 아파트 담벼락에 낙서를 하다 혼~~이 났던 기억이 난다. 하지 않았던 낙서까지 죄를 물어 억울했던(?) 심정으로 낙서를 모두 지워야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떠올라 냉큼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삐툴빼툴한 아이들의  손글씨를 제목으로 사용한 작가의 센스가 느껴진 이 동화엔 구수한 이야기가 담긴 전래 동요를 만날 수 있다. 좀 생소한 동요와 익숙한 동요들이 교차하며, 앙증맞은 인형들의 표정이 곁들여지니 웃음짓게되고, 어릴적 아이들과 놀이했던 기억들이 떠올라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동화책이다.

 

 

나비

 

' 나비 나비 범나비 배추 밭에 흰나비 장다리 밭에 노랑나비

팔랑팔랑 잘 난다 살랑살랑 춤춘다'

 

 

얼굴이 동그란 아이는 노래를 부르는듯 모은 입술이 앙증 맞고, 팔을 벌린 입술이 두툼한 아이는 나비를 잡아볼 속셈인데 손이 닿지 않아도 즐거운 모양이다. 흔히 알고 있던 흰나비, 노랑나비 외에도 범나비가 있고, 팔랑팔랑 과 살랑살랑이 운율감을 더해주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시각적 즐거움과 리듬감, 운율감을 익히며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동화가 될듯 싶다.

 

 

 숨바꼭질

 

솔개미 떳다. 병아리 숨어라 에미 날개 밑에 애비 다리 밑에

꼭꼭 숨어라 나래미가 나왔다. (솔개미:솔개, 나래미:날개)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어린시절 아이들과 동네 구석에 숨어 머리카락이라도 보일세라 몸을 동그랗게 말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숨바꼭질의 노래가 이렇게도 부를 수 있다는게 재미나다. 날개 밑에도 숨고, 다리 밑에도 숨어라 꼭꼭 숨어라 라고. 그런데 그만 다 숨지 못한 아이의 고무신이 장독대 바깥으로 나와버렸다. 거기다 강아지가 엉거주춤한 자세의 아이를 바라보며 곧 술래가 찾아낼 듯 한 긴장감이 감돈다. 술래는 삐져나온 고무신이 재밌는지 익살스런 표정으로  살금살금 다가가는 모습이 귀엽고 앙증맞다. 눈썰미 좋은 사람이라면 뒷편에 숨어든 아이도 찾아냈을성 싶다. 요즘은 보기 힘든 초가집과 절구, 장작과 헛간등을 보는 재미도 참 쏠쏠한거 같다.

 

놀림 노래 - 성난아이

 

골났니 성났니 골도 나고 성도 났다

장지문을 열어라 김칫국을 끓여라

김칫국이 싫거든 호박국을 끓여라

너 먹자고 끓였니 나 먹자고 끓였지

 

 

놀림노래라는 동요가 무척 재밌다. 골도나고 성도 났으니 김칫국을 끓이든가 호박국을 끓여내라니. 왜 끓여야하냐고 물으니 누가 너 먹으라고 했냐고 퉁을 놓는 모습이 참 재밌다. 성이 나서 다가가는 아이와,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아이를 힘껏 골려준 큰 아이는 여차하면 뛰어갈 태세를 취하고, 뒤에 붙은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는 큰 아이만 믿고 뒤에 숨을 심산인 표정들이 제각기 살아있어 분위기를 살린다.

 

 

 

 

 독사려

 

독 사려 독 사려 독 사세요 잘생긴 독 사세요

아주머니 독 사세요 얼마예요 백원이요 아이고 예뻐 주세요.

 

 

어릴적 비스듬히 들쳐업고 아버지가 외치던 소리가 떠오른다 ' 사세요 사세요 해피북사세요 ~"라며 내침김에 서울 구경도 시켜주셨던 아버지의 모습이. 아이를 등에 비스듬히 들쳐 업고 독 사세요~ 라고 외치는 정겨운 모습 뒤로 작은 아이는 큰 아이 엉덩이에서 무슨 냄새를 맡았는지 코를 막고 있는 모습이 참 익살스럽다. 할머니 뒤에 있던 막내둥이도  신이났는지 싱글벙글한 분위기가 참 정겹고 따스히게 느껴진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아궁이와 솥단지, 벽에 걸어둔 마늘과 깔끔하게 포개놓은 그릇들이 정겨움을 더하면서 따스함이 묻어난다.

 

총 42편의 전래 동요가 우리의 민속 놀이와 만나, 마음껏 밖으로 나가 뛰어놀지 못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달팽이, 연잎, 원두막, 모래놀이, 닭장, 잠자리등의 풍경과 어울어지면서 어른들에겐 향수를 주고 아이들에겐 동심의 세계로 안내하는 재미난 동요들이 가득해 참 재밌는 동화책으로 자주 들여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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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할머니 (작가가 읽어 주는 파일을 QR 코드에 수록) - 2010 문광부 우수교양도서 선정 작가가 읽어주는 그림책 1
김인자 지음, 이진희 그림 / 글로연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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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는 그림책을 좋아하십니다.

  내가 큰 소리로 책을 읽어 드리면

  깜깜하던 세상이 환해진 것 같다고 하시거든요'

 

 

글을 모르시는 할머니께 밤마다 책을 읽어주는 손녀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다. 할머니가 일찍 돌아가셨던 내겐 이런 아련한 추억이 없는것이 좀 서러울때가 있다. 내게도 할머니의 푸근한 품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들을 물씬 품게되는 동화책 『책 읽어주는 할머니』는 정말 따뜻한 이야기가 매력적인 동화이며, 저자 김인자 님의 실제 이야기를 모델로 담아놓은 그림책이라 감동이 배가 되는것 같다.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혼자 사시는 심계옥 할머니는 늘 집안에 머물러 계신다. 글자를 몰라서 엄마가 읽어주던 책 이야기에 무척 좋아하셨다는 것을 알게된 손녀는 매일밤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잠드실때까지 책을 읽어드린다. 언제나 똑같은 동화책에 등장하는 똑같은 이야기지만, 같은 장면에서 흥분하시는 모습이 상상이 되며 참 따스하게 느껴진다. 그러던 어느날, 할머니의 팔순잔치에 모여든 가족들 앞에서 할머니는 조용히 손녀가 읽어줬던 동화책 한 권을 꺼내들며 천천히 책을 읽게 된다는 이야기가 뭉클하게 다가왔다.

 

 

 

 

파스텔 톤의 색깔과 글이 어울어지면서 뭉클함이 더해진거 같다. 그림엔 주로 손녀가 책을 읽어주는 모습과 할머니의 모습들이 추상적으로 표현되는 부분들이 많고 살짝 살짝 등장하는 펭귄들의 모습에서 이 동화의 상징성을 찾을 수 있지만, 펭귄은 딱히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더라도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펭귄의 소망이 정말 하늘을 날고 싶어하는 것일까 싶은 마음에서. 그러나 할머니의 온화하면서도 참 편안한 미소들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에 와 닿고, 내게도 외할머니가 살아계셨다면 단아하고 온화한 미소로 맞아주시지 않았을까 싶은 상상을 남몰래 해보기도 했다.

 

이 책엔 '작가가 읽어 주는 그림책 시리즈'라는 타이틀을 달고 부록으로 cd를 담고 있다. 낮에 들려주는 이야기와, 푸근한 잠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밤의 이야기를 구분하여 담고 있어 아이들의 잠자리에 틀어 줘도 참 좋을것 같다.

 

내게도 이런 따스한 마음을 지닌 손녀가 있었으면 좋겠다. 침침해진 눈으로 띄엄띄엄 글을 읽고 있을때 더듬거리며  천천히 읽어주는 목소리를 들으며 잠자리에 든다면 아마도 그때 이 책이 떠오르며 뭉클한 마음이 들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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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만 칠하는 아이 맹앤앵 그림책 6
김현태 지음, 박재현 그림 / 맹앤앵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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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화책을 읽으면 딱 떠오르는 일이 있다. 그리기 시간에 아이가 유독 파란색으로 집, 나무, 꽃, 공룡등을 색칠하는 것을 본 일인데 아이에게 다양한 색깔이 많다고 유혹도 해보고, 알록달록 색칠한 친구를 칭찬하며 관심을 끌어봤지만, 아이는 끝내 파란색 나라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이의 행동이 심리적 불안에서 표출된 것은 아닌지, 혹시 아이의 주변 환경에서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를 살피기 위해 심리학 서적도 들춰보며 나름 고심의 시간을 보낸적이 있었다.

 

 

며칠이 흐른 후 우연히 자동차 놀이를 하는 아이 곁에 앉아 서류를 정리하던 때 무심결에 내뱉던 아이의 말에 작은 탄성을 내뱉고 말았다. " 우리 엄마는 파란색 자동차야. 파란색 좋아!"라던 이야기. 엄마를 너무너무 사랑했던 아이. 엄마의 자동차 색깔이 파란색이라서 자신도 파란색으로 색칠 하고 싶었을뿐인데, 도대체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 깊은 반성과 실없는 웃음이 나오던 그때를 몇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한다.

 

 

맹&앵 출판사에서 나온 『검은색만 칠하는 아이』 의 미카엘 역시 이와 유사한 이야기다.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미술시간. 미카엘은 곰곰히 생각한다. 어떤 그림을 그리면 좋을까하고. 그리고 선택한 색깔은 검은색 크레파스.

 

 

도화지에 온통 검은색으로 색을 칠하는 미카엘. 곁에서 바라보는 선생님의 근심어린 모습이 왠지 낯설지 않아 따끔거리며 동화를 읽었다. 아이들에겐 개별성을 인정하고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지 않고 지지와 응원을 해야함을 알면서도 곁에서 화사하게 수놓은 다른 아이들을 지켜보는 입장에선 쉽사리 결정할 수 없다. 이 아이에게 심리적 문제가 생긴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드는것이다.

 

 

 

 

 

미카엘은 그런 선생님의 마음은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해서 검은색으로 칠한 도화지를 높이 쌓아만 간다. 미카엘의 행동으로 다른반 선생님들 역시 자못 근심스런 표정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마침내 미카엘은 자신이 칠한 도화지들을 한 장 한 장 맞춰 그림을 완성하게 되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선생님들의 입에선 탄성이 흘러나온다.

(그림의 실체는 책을 읽으실 분들을 위해 남겨둔다.)

 

 

동화를 읽으며 다시금 그때의 추억을 떠올려본다. 표현이 서툰 아이들에게 어른이라는 명목으로 어떤 틀을 만들어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이들에겐 단순히 하나하나 음미하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뿐. 가르치려 들고 지도하는 마음에서 생겨난 '불신'이 아이를 아프게 하는건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자 김현태님의 말도 참 인상적이다. 여섯 살 여자 딸아이가 하루는 검은색 꽃을 그린 그림을 내밀었다고. 그래서 왜 예쁜색을 놔두고 검은색으로 칠했냐는 이야기에 검은색은 나쁜거냐 물어보는 아이.

 

 

' 곰곰이 생각해 보니 검은색으로 꽃을 그리지 말라는 법은 없었습니다. 아이 딴에는 검은색이 참으로 예뻐 보였던가 봅니다. 그날밤, 저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생각과 상상을 저의 기준과 편협한 생각 틀에 가둔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

- 작가의 말 中-

 

 

그러니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아이들에겐 아이들의 세상을 마음껏 뛰어놀고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을 두고 기다려주자고. 세상을 화사하게 수놓지 못하더라도 아이가 만족하고 행복해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게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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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3-01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_ 궁금해서 잠이 안 올 거 같은데요 ㅠㅠ

2015-03-02 1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괴롭힘은 나빠
고정완.나누리 글, 송하완 그림 / 풀빛미디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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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에도 학교 폭력에 힘들어 하다 아이를 유학 보낸 가정이 있다. 중학생이 된 아이가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다는 사연을 전해 들으며 안타까움과 은근한 걱정이 들었다. 내겐 아직 아이가 없지만, 우리 아이에게 이런 일들이 생긴다면 나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와 같은 문제부터 멀리는 중학교와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조카들의 학교 생활에 대한 염려가 들었다.

 

아이들 세계를 전부 들여다볼 수 없는 어른들과, 폭력과 외면으로 상처받는 아이들의 세계에서 어른으로써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학력기에 접어들기 시작할 무렵부터 가정내에서 아이와 함께 인성과 관련된 책을 함께 읽는 습관을 들이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내 아이는 괜찮겠지'와 같은 생각으로 방치하는건 이미 우리 삶 깊숙이 들어온 아이들의 상처를 외면하는 꼴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직 아이가 없는 나도 열심히 인성과 관련된 책을 찾아 읽는다. 백마디 말보다 한 권의 동화가 주는 위로는 수없이 경험했으므로.

 

그래서 읽은 책 『괴롭힘은 나빠』는 표지에서부터 안타까운 마음이 느껴진다. 책상에 앉아 있는 영수가 두 팔로 머리를 감싸며 힘들어하는 모습 때문에. 표지에 보여지는 알록 달록한 여러 손바닥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아이들과 표지를 가지고 이야기 나눠봐도 참 좋을 성 싶다.

 

 

책의 표지를 열면  영수의 노란 책상과 영수를 괴롭히는 아이들의 파란 책상이 눈에 띄면서 나머지의 책상들은 모두 회색 빛이다. 왜 그럴까. 이런 부분들도 아이들과 놓치지 않고 이야기 나누면 참 좋을 성 싶은데, 그러면 제일 마지막 표지는 어떻게 그려졌을지 관찰력이 좋은 아이라면 달라진 모습을 스스로 느낄 수 있을꺼 같다. 이런 작은 부분에도 세심히 배려해 놓은 출판사에 감사함을 느낀다.

 

 

 

 

주인공 단비는 부모님께도 말하지 못했던 비밀을 고백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반 친구인 영수를 괴롭히는 세 명의 친구가 있지만 늘상 말리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 한심스럽고, 괴롭힘이 자신에게 향할까 두려워 쉽게 나서지 못하며 하루하루 비밀이 쌓여간다. 그런 시간들이 쌓이면서 단비네 반 친구들은 모든 잘못을  '영수 때문' 이라는 원망을 시작했고, 그렇게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게된 단비는 변해버린 모습이 괴물같다는 생각을 한다.

 

 

학교로 간 단비는 친구들과 영수의 괴롭힘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 나누다 보니 아이들 모두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후에 영수를 괴롭히는 친구들에게 '멈춰! 그만해!'라고 함께 외치는 용기를 내어본다. 두렵고 무서웠던 일들을 아이들과 함께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가 크게 와닿고, 무관심해 보였던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세명의 아이에게 쏠리면서 제 색깔로 돌아온 장면이 이 동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였다.

 

무섭고도 두려운 문제를 아이들이 혼자서 감당하기엔 분명 어려움이 많다. 그러니 우리 함께해 보자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 동화책을 함께 읽고 싶다. 아이들의 따뜻한 세상을 위해서 우리 함께 읽어보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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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코 하렘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브레흐트 에번스 지음, 최현아 옮김 / 미메시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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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를 읽다가 알게 된 『디스코 하렘』은 강렬한 수채화풍의 색채와 자유분방한 묘사력 그리고 이리저리 흘러다니는 대화체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지만 마치 이 파티장에 내가 함께 들어선 느낌을 받는다.

1986년생의 저자 브레흐트 에번스는 벨기에 사람으로 유치원 때부터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릴적에는 만화를 좋아했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는 화가 게오르그 그로스의 [에케 호모 (Ecce Homo)]라는 작품에서 얇은 선과 투명한 색깔에 영감을 얻어 그의 만화에도 인간과 사물을 투명하게 표현하게 되었다고.< 네이버 만화 대 백과 발췌> 사진을 봐도 좀 엉뚱할거 같은 묘한 분위기가 풍긴다. 왠지 발랄한 로비보다 과묵한 헤르트의 성격과 닮아 있지 않을까.



 

화가의 영향 때문인지 만화는 시종일관 투명한 사람들과 화려한 색채로 몽환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또 만화에서 볼 수 있는 구분선이 없어 어찌보면 어느 대화를 먼저 읽더라도 상관없을 정도로 자유분방하게 구성해 놓은것이 특징인거 같다.


 

한 주를 마무리하는 금요일 저녁. 주인공 헤르트의 집에 모인 사람들은 신나는 파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파티의 주인공은 언제나 친구들에게 인기가 좋은 로비. 헤르트의 집에 모여 로비를 기다리는 친구들은 저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지만, 아무도 헤르트에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모두다 오직 로비가 파티에 참석하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로비는 오지 않고 모두 다 돌아가버린 불꺼진 파티장에는 헤르트의 회색빛 빛깔처럼 외로움과 쓸쓸함이 느껴진다. 『디스코하렘』은 이런 청춘들의 이야기다.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등 각자의 색깔을 가지고 자유분방하게 지내는 청춘들과 소심한 성격 탓에 사회생활도, 친구들과의 관계도 유쾌하지 못한 헤르트를 대비 시켜 놓으며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늘 망설이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헤르트에게 자유분방하며 인생을 즐기줄 아는 로비는 어떤 충고적인 말을 들려주진 않는다. 다만 자신이 즐기고 살아가는 삶 자체를 헤르트에게 보여주며 한번 용기내보라 격려할 뿐. 『디스코 하렘』이라는 클럽에 모여든 사람들 모두 다른 사람들이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파티를 즐기는 모습처럼 당당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지내보라는 메세지를 담고 있는 이야기지만, 엔딩에 이르러 작가는 헤르트나 로비의 모습에서 명확한 결말을 선사하진 않는다. 그래서 결말에 이르러서 조금 당황스러우면서도 뭔가 개운치 않은 느낌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책을 청소년 들에게 권장하고 싶진 않다. 우리나라와 다른 자유로운 성문화를 그대로 노출시켜 놓고 있기 때문이랄까.

 

 

책을 덮으며 내 모습은 어떤 빛깔로 그릴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았다. 많은 사람들에 둘러 싸인 로비처럼 자유롭게 생각을 표현하고 인생을 즐길 줄 아는 강렬한 색채의 빛깔일까, 아니면 헤르트처럼 겁 많고 소심하여 늘 구석진 곳에 앉아있는 외로운 회색 빛깔일까를 말이다. 언제나 생각해봐도 후자쪽인 경우가 많은거 같다. 그래서 책을 덮으며 많은 아쉬움을 갖는다. 헤르트가 용기를 내고 자기만의 색깔을 찾는 모습으로 엔딩을 맞았더라면, 내게도 조금의 희망과 용기가 생겨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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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5-02-28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메시스에서 발행되는 그래픽 노블들 대부분 마음에 들었어요. 이 책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해피북님의 리뷰를 읽으니 저는 그냥 재미로만 본것 같아 살짝 부끄러워요. ^^

해피북 2015-02-28 23:44   좋아요 0 | URL
부족한 글 좋게봐 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구 그래픽 노블의 다른 책들 찾아봐야겠어요 ㅋㅡ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