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만 칠하는 아이 맹앤앵 그림책 6
김현태 지음, 박재현 그림 / 맹앤앵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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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화책을 읽으면 딱 떠오르는 일이 있다. 그리기 시간에 아이가 유독 파란색으로 집, 나무, 꽃, 공룡등을 색칠하는 것을 본 일인데 아이에게 다양한 색깔이 많다고 유혹도 해보고, 알록달록 색칠한 친구를 칭찬하며 관심을 끌어봤지만, 아이는 끝내 파란색 나라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이의 행동이 심리적 불안에서 표출된 것은 아닌지, 혹시 아이의 주변 환경에서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를 살피기 위해 심리학 서적도 들춰보며 나름 고심의 시간을 보낸적이 있었다.

 

 

며칠이 흐른 후 우연히 자동차 놀이를 하는 아이 곁에 앉아 서류를 정리하던 때 무심결에 내뱉던 아이의 말에 작은 탄성을 내뱉고 말았다. " 우리 엄마는 파란색 자동차야. 파란색 좋아!"라던 이야기. 엄마를 너무너무 사랑했던 아이. 엄마의 자동차 색깔이 파란색이라서 자신도 파란색으로 색칠 하고 싶었을뿐인데, 도대체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 깊은 반성과 실없는 웃음이 나오던 그때를 몇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한다.

 

 

맹&앵 출판사에서 나온 『검은색만 칠하는 아이』 의 미카엘 역시 이와 유사한 이야기다.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미술시간. 미카엘은 곰곰히 생각한다. 어떤 그림을 그리면 좋을까하고. 그리고 선택한 색깔은 검은색 크레파스.

 

 

도화지에 온통 검은색으로 색을 칠하는 미카엘. 곁에서 바라보는 선생님의 근심어린 모습이 왠지 낯설지 않아 따끔거리며 동화를 읽었다. 아이들에겐 개별성을 인정하고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지 않고 지지와 응원을 해야함을 알면서도 곁에서 화사하게 수놓은 다른 아이들을 지켜보는 입장에선 쉽사리 결정할 수 없다. 이 아이에게 심리적 문제가 생긴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드는것이다.

 

 

 

 

 

미카엘은 그런 선생님의 마음은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해서 검은색으로 칠한 도화지를 높이 쌓아만 간다. 미카엘의 행동으로 다른반 선생님들 역시 자못 근심스런 표정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마침내 미카엘은 자신이 칠한 도화지들을 한 장 한 장 맞춰 그림을 완성하게 되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선생님들의 입에선 탄성이 흘러나온다.

(그림의 실체는 책을 읽으실 분들을 위해 남겨둔다.)

 

 

동화를 읽으며 다시금 그때의 추억을 떠올려본다. 표현이 서툰 아이들에게 어른이라는 명목으로 어떤 틀을 만들어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이들에겐 단순히 하나하나 음미하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뿐. 가르치려 들고 지도하는 마음에서 생겨난 '불신'이 아이를 아프게 하는건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자 김현태님의 말도 참 인상적이다. 여섯 살 여자 딸아이가 하루는 검은색 꽃을 그린 그림을 내밀었다고. 그래서 왜 예쁜색을 놔두고 검은색으로 칠했냐는 이야기에 검은색은 나쁜거냐 물어보는 아이.

 

 

' 곰곰이 생각해 보니 검은색으로 꽃을 그리지 말라는 법은 없었습니다. 아이 딴에는 검은색이 참으로 예뻐 보였던가 봅니다. 그날밤, 저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생각과 상상을 저의 기준과 편협한 생각 틀에 가둔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

- 작가의 말 中-

 

 

그러니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아이들에겐 아이들의 세상을 마음껏 뛰어놀고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을 두고 기다려주자고. 세상을 화사하게 수놓지 못하더라도 아이가 만족하고 행복해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게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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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3-01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_ 궁금해서 잠이 안 올 거 같은데요 ㅠㅠ

2015-03-02 1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