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코 하렘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브레흐트 에번스 지음, 최현아 옮김 / 미메시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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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를 읽다가 알게 된 『디스코 하렘』은 강렬한 수채화풍의 색채와 자유분방한 묘사력 그리고 이리저리 흘러다니는 대화체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지만 마치 이 파티장에 내가 함께 들어선 느낌을 받는다.

1986년생의 저자 브레흐트 에번스는 벨기에 사람으로 유치원 때부터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릴적에는 만화를 좋아했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는 화가 게오르그 그로스의 [에케 호모 (Ecce Homo)]라는 작품에서 얇은 선과 투명한 색깔에 영감을 얻어 그의 만화에도 인간과 사물을 투명하게 표현하게 되었다고.< 네이버 만화 대 백과 발췌> 사진을 봐도 좀 엉뚱할거 같은 묘한 분위기가 풍긴다. 왠지 발랄한 로비보다 과묵한 헤르트의 성격과 닮아 있지 않을까.



 

화가의 영향 때문인지 만화는 시종일관 투명한 사람들과 화려한 색채로 몽환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또 만화에서 볼 수 있는 구분선이 없어 어찌보면 어느 대화를 먼저 읽더라도 상관없을 정도로 자유분방하게 구성해 놓은것이 특징인거 같다.


 

한 주를 마무리하는 금요일 저녁. 주인공 헤르트의 집에 모인 사람들은 신나는 파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파티의 주인공은 언제나 친구들에게 인기가 좋은 로비. 헤르트의 집에 모여 로비를 기다리는 친구들은 저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지만, 아무도 헤르트에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모두다 오직 로비가 파티에 참석하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로비는 오지 않고 모두 다 돌아가버린 불꺼진 파티장에는 헤르트의 회색빛 빛깔처럼 외로움과 쓸쓸함이 느껴진다. 『디스코하렘』은 이런 청춘들의 이야기다.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등 각자의 색깔을 가지고 자유분방하게 지내는 청춘들과 소심한 성격 탓에 사회생활도, 친구들과의 관계도 유쾌하지 못한 헤르트를 대비 시켜 놓으며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늘 망설이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헤르트에게 자유분방하며 인생을 즐기줄 아는 로비는 어떤 충고적인 말을 들려주진 않는다. 다만 자신이 즐기고 살아가는 삶 자체를 헤르트에게 보여주며 한번 용기내보라 격려할 뿐. 『디스코 하렘』이라는 클럽에 모여든 사람들 모두 다른 사람들이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파티를 즐기는 모습처럼 당당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지내보라는 메세지를 담고 있는 이야기지만, 엔딩에 이르러 작가는 헤르트나 로비의 모습에서 명확한 결말을 선사하진 않는다. 그래서 결말에 이르러서 조금 당황스러우면서도 뭔가 개운치 않은 느낌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책을 청소년 들에게 권장하고 싶진 않다. 우리나라와 다른 자유로운 성문화를 그대로 노출시켜 놓고 있기 때문이랄까.

 

 

책을 덮으며 내 모습은 어떤 빛깔로 그릴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았다. 많은 사람들에 둘러 싸인 로비처럼 자유롭게 생각을 표현하고 인생을 즐길 줄 아는 강렬한 색채의 빛깔일까, 아니면 헤르트처럼 겁 많고 소심하여 늘 구석진 곳에 앉아있는 외로운 회색 빛깔일까를 말이다. 언제나 생각해봐도 후자쪽인 경우가 많은거 같다. 그래서 책을 덮으며 많은 아쉬움을 갖는다. 헤르트가 용기를 내고 자기만의 색깔을 찾는 모습으로 엔딩을 맞았더라면, 내게도 조금의 희망과 용기가 생겨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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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5-02-28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메시스에서 발행되는 그래픽 노블들 대부분 마음에 들었어요. 이 책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해피북님의 리뷰를 읽으니 저는 그냥 재미로만 본것 같아 살짝 부끄러워요. ^^

해피북 2015-02-28 23:44   좋아요 0 | URL
부족한 글 좋게봐 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구 그래픽 노블의 다른 책들 찾아봐야겠어요 ㅋㅡ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