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 전형필 - 한국의 미를 지킨 대수장가 간송의 삶과 우리 문화재 수집 이야기
이충렬 지음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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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번씩 글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책을 읽고나니 너무 좋은 분임을 알겠고 우리 나라 문화유산의 수호신이라는 말도 가슴에 와서 콕 박혀버렸건만, 글로써 담아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적게는 『간송미술 36』이라는 책을 읽으며 보았던 서화들이 가득했고 많게는 책에서 보지 못했던  불상, 도자기, 석탑등을  만나게 되었는데도 아! 하며 써내려가지 못한 이 답답한 심정을 뭐라 말해야할려나.

 

대략적인 설명을 하자면 간송 전형필선생님의 전기를 쓰신 이충렬 저자는 2005년도에 열린 ' 개관25주년 진경시대전'에 관람 후 큰 감명을 받고 저술하기까지 많은 자료수집과 유족들의 동의를 얻어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때는 전기문 형식으로 진행될꺼라 생각했는데 소설 형식으로 꾸려져 이해하기는 한결 쉬었고 곳곳에 삽입된 사진과 자료들로 이충렬저자의 고충과 노고를 짐작할 수 있는 시간이였다.

 

 

 ' 간송 澗松 전형필(全鎣弼, 1906~1962)선생은 나이 스물네 살 때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았지만, 유유자적 편안하게 사는 길을 택하지 않았다. 많은 재산과 젊음을 바쳐 일본으로 유출되는 서화, 도자기, 불상, 석조물, 서적들을 수집해서 이 땅에 남겼다. 이미 일본으로 건너간 문화재 중에서도 꼭 찾아와야 할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 서면, 값을 따지지 않고 다시 이 땅으로 돌아오게 했다'p4

 

언제나 허허허 하고 웃어주실듯 푸근해보이는 인상의 이분은 간송澗松 전형필 선생님이시다. 간송은 산골짜기의 흐르는 물과 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 처럼 살라는 위창 오세창 선생님이 지어주신 호인데 전형필 선생님은 정말 일생을 흐르는 물처럼, 푸른 소나무 처럼 사시며 우리 문화의 수호신이라는 별명이 딱 어울리시는 분이였다.

 

아무리 자수성가한 사람이라도 일제 치하 시절이라면 그 돈을 온전히 사용하기가 어려웠을텐데 선생님은 약관이 나이에 물려받은 막대한 유산을 아낌없이 우리 문화재를 지키는 일에 사용하셨다. 그럴수 있었던 배경을 살펴보면 유산을 풍요로운 삶을 가꾸는데 쓰시지 않고 오직 우리 문화재를 지키는 길이 민족의 혼과 얼을 지키는 길이라 여기시며 후손들에게는 온전히 돌려주겠다던 신의가 더해져 일본인들 조차 선생님의 숭고하신 뜻을 방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욱이 사람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셨던 선생님의 성품 덕분에 늘 곁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이 큰 복이였노라 이야기하고 싶다.

 

어릴적부터 자주 드나들던 한남서림을 인수하면서 부터 이순황이란 믿음직한 거간과 일본인 거간 신보와 인연을 맺고 든든한 동지가 되었다. 우리나라 문화재에 대해 정보가 부족했던 간송은 스승 오세창 선생님으로 부터 물려받은 <근역화휘>와 <근역서화징>을 토대로 우리나라 문화재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고 한남서림으로 찾아오는 거간꾼들을 살뜰히 맞아주며 매물로 나온 유물부터 경매에 나온 물건들까지 살피며 온전히 문화재를 수집하는데에 일생을 바치신 분이다. 우리 문화재를 찾는데는 국경이 없었다. 때론 일본으로 직접 건너가 아슬아슬하게 되찾아온 <혜원의 풍속화첩>이야기들도 흥미 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부분들이였다. 일본인들의 눈을 속여가며 짓게된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 박물관 '보화각(빛나는 보물로 가득한 집)'이 완공되어 개관식을 기다리던 중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돌아와보니 힘겹게 모아놓은 유물이 약탈되어 다시 거리로 내몰린 모습을 볼땐 울컥하는 기분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단순히 간송 전형필 선생님의 일대기로만 보기보단  우리나라 문화사를 공부하기에도 좋았고, 전쟁이 발발했던 시대적 묘사 덕분에 한때 손에 땀을 쥐며  읽을 수 있었던 책이였다. 그런데 딱 여기까지다. 더 깊고 풍부하게 담아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게 너무 아쉬움으로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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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미운 내 동생 - 성장이야기 노란돼지 창작그림책 1
이주혜 글.그림 / 노란돼지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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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는 늘 형제의 난을 토로하곤 한다. 동생을 질투해 폭력을 쓰거나, 발달상 퇴행( 배변을 가리지 못하게 되거나, 심리적인 위축을 보인다)을 보이는 등의 고충으로 상담하시는 부모님들을 많이 보곤 했다. 그런데 그런 가정에서 제일 심각 하게 봤던 케이스는 두 형제를 분리 시켜놓은 일이였다. 큰 아이는 외가댁에 작은아이는 집에 있었는데 그 방법은 결코 정서적으로 옳지 못한 일이 되었고 큰 아이는 더욱더 거칠게 의사표현을 하곤 했다. 큰 아이에게도 작은아이 못지 않은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데 떨어져야 하는 분리 불안과 동생이 엄마를 차지했다는 질투심에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마음이였다. 이럴때 정말 옳은 일은 무엇일까. 나는 이 동화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섯살 정도로 보여지는 누나는 동생이 참으로 못 마땅하다. 언제나 알수 없는 말만 떠들어대고 자기보다 훨~씬 작고 맛있는 음식을 죄다 빼앗아 먹어버리고 언제나 떼쟁이에 자신의 장난감을 모두 부셔버리는 못된 행동들만 보인다. 그래서 때론 돼지같고, 시끄러운 오리같고, 말썽쟁이 원숭이 같아 한 대 콕 쥐어박고 싶은 마음이 든다. 거기다가 누나에게 제일 속상한 점은 언제나 엄마를 차지하고 있는것만 같은 동생의 태도다. 엄마 등에 업혀 잠을 자는 동생의 모습이 제일 얄굿고 얄밉다. 그렇게도 얄밉던 동생이 신기하게도 유치원에서 돌아올때면 두 팔을 활~짝 벌리며 맞아주는 귀여운 모습이 보인다. 그런 모습에 그만 모든 미움이 사라지는 천상 아이의 마음 그린 동화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고 생후 6개월까지는 큰 아이에게 더 관심과 사랑을 보여야 한다고 한다. 동생이 태어났지만 큰 아이를 많이 사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게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보이는게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갖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시기를 놓친 부모라면 지속적으로 아이의 정서적인 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들이 필요할테고 그런 면에서 이 동화책이 참 유익할 거 같다. 아이들에겐 정말로 시간이 필요하다. 스스로 느끼고 이해하기 까지 어른들은 답답하게 느끼는 거북이 걸음이지만, 아이들 세계에서 거북이 걸음조차도 빠르다고 느껴진다. 그러니 충분히 동생과 부딪치고 느낄 시간을 만들어주는것 역시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며 탁월한 심리 묘사가 인상적이였는데 특히나 아이의 떼쓰던 모습이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관철 시키기 위해 아이들이 치열하게 떼쓰는 모습을 보면,

어른들은 민망해지고 그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방편으로 아이의 요구를 모두 수용

하게 된다. 그러나 그 순간 모면된 위기로는 아이의 끝없는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장소만 바뀔만 더 거친 떼를 쓰며 부모에게 자신의 요구를 알리곤 한다. 그런 모습에서

중요한 점은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으로 판단한다는 점이다. 울음을 터트리면서도 실눈을 뜨고 주위를 살피는 위의 그림처럼 아이들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당황해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요구가 관철될 수 있음을 판단한다. 그럴때는 아이를 조용한곳으로 데리고가 울음을 그칠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일관성을 지닌 단호한 언조로 행동이 옳지 않음을 알려줄 필요가 있지만 절대 폭력을 사용해선 해결되지 않는점을 잊지 말아야한다. 누구보다도  자신의 두 아이를 키우며 큰아이가 느꼈던 마음을 위로해주고 싶어 동화책을 쓰게 되었다는 저자의 섬세하고 따뜻한 마음에서 동화가 더 값지게 느껴지고, 아이들의 심리를 정확하게 풀어놓은 점이 이 동화책의 매력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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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콩과 콩알 친구들 웅진 세계그림책 19
나카야 미와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웅진주니어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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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이 성큼 물러갈때 제일 반가운 일은 여기저기 푸릇한 기운들을 느낄 수 있을때다. 겨울내 메말랐던 가지 끝에서 초록 잎사귀가 터져나오는 모습을 볼라치면 그 강인한 생명력에 신비함을 느끼곤 한다. 요즘 한창 그런 마음이 드는 때라서 그런지 동화책을 고를때도 푸릇한 기운이 느껴지면  반가운 마음으로 꺼내드는데, 연두색으로 펼쳐진 풀밭의 아기자기한 콩들의 귀여운 모습에 반해 읽게 되었다. 아이들에게도 계절을 느낄 수 있는 동화책을 적재 적소에 읽을 수 있도록 한다면 자연에 좀 더 관심을 갖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잠시 해본다.

 

 

 

 

 

『누에콩과 콩알 친구들』에서 등장하는 친구들은 잘난척 쟁이 누에콩과 완두콩, 땅콩, 강낭콩이다. 표지에는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누에콩과 그 뒷면에 누에콩의 폭신한 깍지와 강낭콩의 긴 콩깍지를 대비시켜 놓으며 흥미를 유도하고 있다, 검색해보니 누에콩은 콩깍지가 작고 통통한것에 반해 강낭콩은 좀 더 길쭉한 모양인데 서로 다른 모양의 콩깍지가 이 동화의 핵심 내용이된다.

 

 

세상에서 자신의 폭신한 콩깍지가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 누에콩에게 어느날 강낭콩의 길다란 콩깍지를 발견한 친구들로 인해 누에콩 대 강낭콩의 경주 시합이 펼쳐지고, 기다란 콩깍지를 십분 활용하여 모든 게임에서 승리하는 강낭콩들로 인해 풀이죽은 누에콩은 속상한 마음이 든다. 그때 막내 강낭콩이 실수로 물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누에콩은 힘껏 막내 강낭콩을 구해주며 성심껏 보살피면서 강낭콩과 누에콩은 서로 화해하고 좋은 친구 사이가 된다는 이야기.

 

이 책을 통해 친구 사이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며 사회성을 키울 수 있는게 하나의 장점이라면, 두번째로 아이들과 강낭콩, 완두콩, 누에콩, 땅콩의 콩깍지를  까보고 밥에 넣어 먹어보기, 각자의 화분을 만들어 싹을 틔워보고 자라는 모습 관찰하기, 관찰일기 쓰기, 그림 그려보기 활동등을 할 수 있다는게 또 하나의 장점인거 같다. 저자 나카야 미와는 친절하게도 누에콩을 그려볼 수 있도록 마지막장에 실어 놓아 아이 스스로 흥미를 가지고 즐겁게 활용할 수 있는 멋진 그림책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해본다.

 

 

이런 센스쟁이 저자를 지나칠 수 없어 검색해보니 생각보다 많은 책들이 검색되었다.<까만 크레파스>시리즈,<누에콩의침대>시리즈, <그루터기 새 친구>시리즈등 베스트 10권을 따로 뽑을 정도로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고 있는 동화 작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앞으로 한 권씩 찾아 읽으며 그녀의 귀여운 매력에 빠져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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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어떻게 알았지? - 혼자서 길을 가다가 유괴범을 물리친 빨간모자 이야기 느림보 그림책 26
심미아 글.그림 / 느림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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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만 있는 가정에서 초인종을 눌렀을때 문을 열어 줄 확률이 많을까. 열어주지 않을 확률이 더 많을까? 답은 전자다. 아이들은 거의 문을 열고 부모가 부재 중인 상황을 아주 친절하고도 해맑게 설명한다.

 

 

불과 몇년 전의 일이다. 설문조사차 집집 마다 방문할 일이 생겨 아파트 한 동을 책임지고 방문한 적 있다. 당시에도 사회적인 불안요소가 많아서 사람들은 쉽사리 설문조사에 응해주지 않아서 갖은 애를 먹은 기억 속에서도 당혹스러웠던 것은 초인종을 눌렀을때 몇 초만에 달려나와 벌컥 문을 열며 친절하게 부모의 부재를 알려주는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때문이였다.

 

 

도리어 당황한 나는 아이를 달래며 이렇게 문을 열어주면 안된다고 이야기하고 문을 닫아주었다. 그런데 그런 집이 한 두 집이 아니라는게 문제. 그런 모습을 보면서 교육의 필요성은 절실히 느낀다. 그렇다면 그 집 부모님들은 아이에게 교육을 시키지 않은 것일까? 내 생각엔 분명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에겐 반복적인 교육으로 인지시켜주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한 번의 방심으로 불러올 수 있는 다양한 화( 요즘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일들이 너무나 많이 발생되는 상황인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잊지 말고 주기적인 교육으로 아이들 머리 속에 깊이 각인시켜줘야 한다. 아이들과 보기 좋은 안전교육 동아『쳇! 어떻게 알았지?』가 있어 소개해본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빨간모자'를 각색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기본 스토리도 비슷하게 구성했다는 점에서 친숙함을 느껴진다. 엄마와 쿠키를 만든 빨간 모자가 할머니댁에 쿠키를 가져다 드리기 위해 길을 나서며 곳곳에 숨어든 위험으로 부터 대처하고 무사히 할머니 댁에 가게 되는 이야기인데 조금 세세히 들여다보면 심미아 저자의 탁월한 혜안을 느낄 수 있다.

 

 

1. 나쁜 사람은 무시무시하게 생겼을까?

 

할머니댁에 쿠키를 배달가던 빨간모자의 가방에서 그만 쿠키를 흘리는 모습을 본 늑대가 쿠키를 주워주며 '빨간모자야'라고 부른다. 이 소리에 화들짝 놀란 빨간 모자는 ' 늑대는 나빠, 무섭게 생겼잖아'라고 외치며 후다닥 도망을 가는 장면을 통해 한 가지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다. 나쁜 사람은 무시무시하게 생겼을까

 

 

아이들을 교육하다보면 가장 난감한 사항이 '나쁜 사람'에 대한 인식이다. 얼굴이 험한 사람은 다 나쁜 사람일까? 온화한 미소를 지닌 사람은 모두 착한 사람일까? 요즘 같은 세상엔 천사의 얼굴에 악마의 짓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 생김새로 판단하기엔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데 하물며 아이들에게 설명은 쉽지 않다. 그러니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때는 착하게 생긴 아저씨 아줌마. 무섭게 생긴 아저씨 아줌마 모두 절대 따라가거나, 문을 열어주면 절대 안된다는 점을 자주 강조해야 한다. 강아지를 보여주고, 아이스크림을 주며 함께 가자는 사례도 흔히 볼 수 있는 일들 이기 때문에 절대 낯선 사람들은 따라가지 않도록 더불어 부모님이 계시지 않을때는 문을 열어주지 않아야 함을 반복하여 강조하여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마음을 갖는게 중요한 일인것 같다.

 

 

2. 다급한 일을 당했을때 아이들은 어떻게 대처할까.

 

빨간모자가 할머니댁에 가는 길에는 빨간모자를 유혹하는 돼지 삼형제와 두꺼비 왕자가 나타난다. 돼지 삼형제는 지름길이 있는 어두컴컴한 길을 안내하고, 두꺼비 왕자는 '힘이 없어서~"라는 핑계로 도움을 요청하는데 똘똘한 빨간 모자 답게 위기의 순간을 잘 모면했다. 그런데 화려한 안경에 좋은 차를 탄 고양이가 빨간 모자에게 길을 물으며 위험의 순간이 찾아오고 순간. 방심한 빨간 모자는 자신이 잘 아는 길이라며 길을 가르켜 주려던 찰라 나쁜 고양이의 본색이 들어나며 빨간모자를 와락 껴안게 된다.

이런 상황일때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 하나. 아이들은 어떤 행동을 취하게 될까.

 

 

대부분의 아이들은 겁에 질려 소리를 지르지 못하고 얼어버린 경우가 많다. 어른으로 생각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급박한 일을 당했을때 너무 놀라 소리 조차 나오지 않는 걸 떠올려보면 아이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해야 한다. 그러니 주기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바로 빨간모자처럼 큰 소리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시켜야 한다. ' 도와주세요'라는 강력한 의사 표현을 통해 주변에 도움을 청해야 한다는 사실을 가슴 속 깊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자주 마련해야 한다.

 

아이들과 실제 활동해보면 부끄러운 아이들은 큰 소리로 외치지 못한다. 그러나, 친구들과 주기적인 교육을 하면 할 수록 아이들은 자신감도 생기고 큰 소리로 외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유아 교육 기관에서는 주 1회 의무적으로 안전과 관련된 예방 교육을 실시한다. 이를 계기로 아이들과 일주일에 한 번 혹은 이주일에 한번 이라도 계획을 세워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이야기해도 아이들에겐 부족하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마치며... 언젠가 부터 아이들이 살기에 위험한 불안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가정, 학교, 길거리등 어느하나 안전한 곳이 없고 아프기만 하다. 그래서 늘 불안한 어른들과 불안한 아이들은  갈곳을 잃는다. 놀이터에 나가 신나게 놀 수도 없고, 이웃동네 할아버지가 사주신 맛난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도 없다. 그렇게 우린 살아간다. 불안 사회 속에서.

더불어 저출산에 근본적인 문제는 아닐지라도 심리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불안감을 해소시키지 못한다면 저출산은 극복하기 어려운 과제가 아닐까 싶은 생각을 담아보며 이런 안전교육이 필요없는 나라가 되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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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 36 : 회화 - 우리 문화와 역사를 담은 옛 그림의 아름다움
백인산 지음 / 컬처그라퍼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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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에 딱 두 번 열린다는 국보급 미술전이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열리고 있다. 이름하야 ' 우리 강산 우리 그림 진경산수화전' 으로 간송 미술관에서 주최하는 유료 전시회다. 그동안 나의문화유산답사 시리즈 덕분에 우리 문화유산에 관해 조금씩 재미를 붙이던 참이였는데 좋은 전시회다 싶어 서울에 올라갈때 가보기로 했다. '선 독서 후 답사'라. 아는 만큼 보인다던 말을 잊지 않고 책을 찾아보았고, 그러다 서점에서 발견한 책이 『간송 미술 36』이다.

 

 

 

간송 미술관은 1938년 간송 전형필 선생님이 보화각(보물을 모아둔 집)으로 설립하신 사립 미술관으로 선생님이 타계하시고 1966년 간송 미술관으로 개칭되었고, 국보와 보물, 서화를 다수 소장하고 있다. 일년에 두 번 열리는 전시회때문에 많은 관람객들의 아쉬움을 두고 백인산 저자는 미술관의 최고 목적은 '보전'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종종 뉴스에서 발굴된 보물들이 빛과 습도 때문에 부식되어버렸다는 안타깝던 사연들이 떠올랐고 무엇보다도 일제치하 시절 어렵사리 구했던 문화재를 지키기위해 노력하신 전형필 선생님의 뜻을 따라 후대에 까지 보존하려는 미술관의 노력이 참 값지게 보여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이 쓰인 동기가 따갑게 들려온다. '바람의 화원'이라는 드라마때문에 미술관엔 유례없던 인파가 몰려들었데 잘못된 역사를 그대로 수용하는 우리의 모습을 꼬집는 이야기였다.

 

' 아무리 소설이나 영화라 해도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다룰 때는 최소한의 근거와 배려가 있어야 한다. 흥미를 위해서 어떤 왜곡이라도 용인된다면 역사상의 어떤 인물도 온전할 수 없다. 마땅히 잃고 얻은것이 무엇인지를 잘 헤아려 보아야 한다p250'

 

한때 신윤복을 여성화시켜 방영했던 드라마로 많은 사람들이 신윤복을 여성으로 알고 있다는 사실이 속상하다는 이야기. 문화재를 연구 보존하는 사람으로써 잘못된 인식에 대한 책임감 내지 의무를 갖는 모습도 참 멋진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 백인산님이 들려주신 36점의 그림은 이렇게 책임감과 의무감이 가득 담겨 어떤 이야기도 두리뭉실 하지 않다. 잘못된 부분은 꼬집고, 안타까운 부분은 아쉬워하며 '우리 문화와 역사를 담은 옛 그림의 아름다움에 대해' 실감나게 보고, 들을 수 있도록 구성해 놓은 부분들이 미술관에서 직접 들은양 호사를 누린 기분이 들었다.

 

' 아는 만큼 보이는 것도 맞는 말이고,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고 읽는 것이란 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아는 것만 보려 해서는 안 될 일이며, 머리로 읽느라 마음으로 느끼지 못한다면 그 또한 안타까운 일이다p231'

그림을 감상하기 전에 감상 포인트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산수화는 멋진 경치를 보듯, 인물화는 사람을 대하듯, 화조화는 주변의 꽃을 보듯 그렇게 시작하면 된다p18 이야기와 함께 미술품을 관람하기 전에 되도록 사전 정보를 찾지 말고 가길 권유한다. 사전정보에 빠져서 정작 봐야할 것들을 놓치는 사례가 많다는 이유인데, 내가 딱 하나 동의할 수 없던 부분이다. 예를 들자면 무수히도 많다. 경주 수학여행때와, 경복궁에 다녀왔을때의 일만 떠올려봐도 사전 지식없다는 것은 그저 눈요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문화재를 후대에까지 전해야할 책임이 있다면, 왜 전해야하는지 이 문화재가 무엇때문에 '보물'이 되어야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이 또한 잘못된 일이 아닐까. 사전 지식과 감상 그리고 이해가 어울어진 관람으로 문화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노력을 통해 스스로 안목을 키워나가는 일들이야 말로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책의 첫번째로 실린 그림은 신사임당의 '포도'다. 회화예술이 크게 발전했던 조선중기에 꼽을 수 있는 대표적인 인물로써 시문과 서화에 능해 다수의 작품이 남았다고. 그러나 48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것에 반해 전문화가들 보다도 유작이 많아 좀 석연찮은 구석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우리에게 알려진 신사임당의 대표적인 '초충도'는 신사임당의 사후 모작과 위작이 많아지면서 오늘날까지 많이 전해졌지만, 전문가들조차 섣불리 판단하기 힘들다고 한다.

 

 

<포도>  신사임당

 

포도는 '다산의 상징'이자 자손의 번창을 염원한다고 한다. 묵의 농도를 달리하여 탐스럽게 열매를 그려놓은 부분도 놀랍지만, 잎의 돌기와 잎맥까지 세심하게 그려놓은 것을 보면 그저 감탄만 나올 뿐이다. 시들어버린 덩굴 손과 갈곳을 찾지 못해 허공으로 뻗어난 덩굴손등이 어울어져 실감나게 느껴지는 그림이라 왜 명화가 되어야 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심산지록> 윤두서

 

두번째 인상적인 그림은 공재 윤두서의 <심산지록> 이다. 비탈진 산길을 다급하게 내려오는 사슴의 입매에 억울함이 느껴진다. 눈물이 쏟아질것 같은 눈망울엔 한없는 슬픔이 깃들어보이며 이 작품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았다. 윤두서의 삶이 사슴과 같았는데 증조부인 고산 윤선도가 서인들과 싸우면서 가문의 화가 끊이질 않았고, 1694년 숙종20년 폐비민씨 복원운동에 반대했던 남인이 몰락하고 노론이 재집권하게된 사건으로,남인이였던 윤두서는 출사를 포기하고 그림에만 전념하게 된다. 그러나 당파없이 서화하는 이들과 교류하는 윤두서를 남인들이 비방하기에 이르고 이에 윤두서는 심산지록과 같은 작품을 남기게 되었다는 이야기.

 

' <심산지록>에는 이러한 공재의 현실적 상황과 내면의 자의식뿐 아니라, 조선 중기와 후기 화풍의 교차하는 과도기적 화풍이 특징인 공재 그림의 면면이 잘 드러나있다. 나열적인 배치와 평면적인 묘사로 인해 깊이감과 현장감이 떨어져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중기 화풍의 전형이다'p88

 

'우리 문화와 역사를 담은 옛 그림의 아름다움'라는 부제는 바로 이러한 사연들이 담겼다. 그래서 그림을 안다는 것은 역사를 이해하고 역사와 어울어질때 비로소 '안목'이 생길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세번째로 인상적인 그림은 이광사, 이영익 부자의 <잉어>그림이다. 이광사의 나이 51세에 일어났다는 '나주 벽서'사건은 영조 31년 세력을 잃은 소론들이 정권을 탈취하기 위해 나주에서 유배중이였던 윤지와 윤광철이 나라를 비방하는 벽서를 붙이고, 이들과 서신을 주고 받았던 이광사가 함께 압송되면서, 50세에 눈과 머리만 그렸던 잉어 부분을 20년후 아들 이영익이 완성하게되었다는 사연이 마음을 찡하게 울렸다.

<잉어> 이광사 이영익

 

입신양면을 꿈꿨던 염원을 담아 잉어를 그리게 되었다고 하는데 고사 등용문登龍門을 살펴보면 산서성 황하의 지류에 3단계 폭포가 있는 곳을 용문龍門이라 하고, 이곳을 뛰어오른 잉어는 용이 된다는 염원에서 입신양면의 뜻을 품게 되었다고 한다p181 제법. 통통하게 오른 살에 갑옷처럼 걸친 비닐, 또랑한 눈망울이 금방이라도 지면에서 튀어오를듯한 생동감이 느껴진다. 아버지와 아들의 염원이 가득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너무나도 유명한 신윤복의 <미인도>에 관한 이야기다. 이 그림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너무 잘 아는 그림인데도 너무 잘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 때문이였다.

 

 

 <미인도> 신윤복

 

이 부분을 이 책의 장점으로 놓고 설명해보자면, 보통 그림을 설명해줄때 전체 그림을 놓고 설명해주는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책에선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부분을 클로징한듯 잡아서 세세히 설명해주는 부분들 때문에 좀 더 깊이 느끼고 이해할 수 있었고 그러면서 <미인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 사실 이 그림은 퍽 '야한' 그림이다. 그 '야함'을 일견 모순되게 보이는 장치들로 교묘하게 감춰 두었을 뿐이다. 노리개를 만지작거리며 옷고름을 푸는 손은 뭇 남자들을 홀릴 듯한 교태지만, 건조하리만큼 무미한 표정을 보면 경박한 연정을 품기에는 조심스럽다. 또한 흘러내린 허리끈, 풍성한 치마, 치마 아래로 살포시 내민 버섯발에서는 성숙한 여인의 관능미가 물씬 풍기지만, 시선을 위로 돌리면 멈칫하지 않을 수 없다. 단정한 머릿결과 가녀린 상체에서는 앳된 소녀의 청초함이 감돌고 있기 때문이다.'p253

 둥그스런 얼굴형에  이목구비가 안정감있게 자리잡고, 꼭 다문 입술과 눈매가 그윽하게 느껴진다. 틀어올린 탐스러운 머리와 목뒤의 잔 머리가 여성스러움을 극대화시키며 정말 매혹적인 아름다움이 깃든 미인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책에서 싣고 있는 36점의 그림중에 대표할 만한 표지 그림들이 많았는데 저자가 선택한 그림은 신윤복의 <미인도>였다. 김흥도의 <마상청앵- 말 위에서 꾀꼬리 소리를 듣다>이나 강세황의 < 향원익청- 향기가 멀수록 더욱 맑다>또는 김득신의 <야묘도추- 들고양이 병아리를 훔치다>의 그림들도 표지를 장식하기에 충분했는데 왜 <미인도>를 채택했을까 하는 의문들이 일시에 풀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간송 미술관 연구실장이신 백인산 저자의 이야기들이 직접 가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주지만, 책에 실려 있는 그림들은 독자들을 위해 많이 보정된 상태로 실제 그림들은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꼭 이번 전시회가 끝나기 전에 다녀오고 싶다. 백인산님의 친절한 도움으로 사전지식을 얻었으니, 감상과 이해를 통해 내 스스로의 안목을 키워가고 싶다. 더불어 간송 전형필님에 대한 궁금증이 크게 생겼다. 기와집 한 채 값에 해당하는 금액을 주고서라도 우리의 문화유산을 지키기위해 노력하신 이야기들이 인상적이였는데, 전형필님에 관한 책도 찾아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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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간송 평전
    from 突厥閣 2015-03-03 18:22 
    손에서 뗄 수가 없는 평전이다. 소설처럼 읽힐 정도로 이야기가 매우 박진감이 있다. 간송 전형필 선생이 우리 문화재 수집에 뜻을 두게 된 경위와 일본 사람들과 경쟁하면서 수많은 보물들을 수장하게 되는 일화들이 쉴새없이 이어진다. 처음에 나온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을 사들인 얘기며, <혜원전신첩>을 두고 일본인 야마나카와 벌인 심리전 등등...글쓴이가 여러 자료를 통해 드러난 사실에다 자신의 상상을 조금 덧붙여서 무척 현장감 넘치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