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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07
레오 리오니 글 그림, 최순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늘 다른 사람과 같은 생각과 행동만이 옳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조금이라도 그 길에서 벗어나면 불안함에 걱정과 고민을 하게되던 시간들. 그런데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조금씩 생겨나면서 결코 '틀린게' 아니라 '다름'일 뿐이라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는데 프레드릭을 읽으며 그 '다름'을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겨울철 양식을 저장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던 친구들이 보기에 프레드릭은 베짱이였다. 늘 망상 속에 빠져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을 본 친구들은 이렇게 묻곤했다. '프레드릭 지금 뭐하는거야?' 라고. 프레드릭이 대답했다. ' 나는 글감을 모으고 있어' 따스한 햇볕 아래서 햇살을 모으고, 색깔을 모으고, 이야기거리를 모으는거라 이야기를 했지만 친구들의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은 분명 일을 하지 않고 놀고 있는 친구일 뿐이였다.
드디어 기나긴 겨울이 찾아오고 차곡차곡 쌓인 양식 곁에 모여든 친구들이 조금씩 양식이 떨어지자 따분해하며 프레드릭에게 이야기해달라 조르기 시작했다. 프레드릭은 그간 자신의 머리 속에 모아놓은 이야기꺼리를 풀어놓으며 무료했던 시간들을 즐겁게 보내게 된다는 이야기였는데, 이 동화책을 읽으며 나는 모두가 똑같았다면 그 기나긴 겨울을 어떻게 보내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마도 모두다 지겹고 따분하기만 하다며 툴툴거리고 무기력한 겨울을 짜증스러워했을테고 그렇게 봄이 찾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렸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다보니 사회 생활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함께 일했던 동료 중에서 한 분은 정말 일을 하기 싫어했고, 매사 툴툴거리기를 좋아했다. 또 자신의 일을 상대방에게 전가시키거나, 의지를 많이해서 상대가 힘들어하는 경우도 참 많아서 기피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때는 그 사람이 정말 싫고 미웠다. '왜 저 사람은 저렇게 행동하지? 왜 자기의 일을 스스로 하려고 하지 않지? 왜 자꾸 의지하는거지?' 등의 수 많은 의문들이 꼬리를 물고서 자주 괴롭히고 심적으로 힘들게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만약, 그 사람이 나와 조금 다른 사람일 뿐이라고 이해했더라면 어땠을까?
분명 의지하고 상대에게 자신의 일을 전가시키는 등, 함께 일하는 동료로는 최악이라 꼽을만 했지만 분명 그 사람도 자신의 분야에서 깔끔하게 해내는 일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좋지 않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눈에 밟히게 되는. 한마디로 내 마음에 낙인 되어버려 상대가 좋지 않은 모습들만 찾아버린 셈이였다는 생각하게 되었다. 어차피 함께 일해야할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도 벗어날 수 없는 구조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거라면 생각을 조금 바꿔서 그의 좋은 장점을 확대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손재주가 좋았던 그가 나를 대신해서 해줬던 많은 일들을 떠올리며 그에게 좀 더 믿음을 줄 수는 없었던 것일까?
지금 다시 그 를 만나게 된다면 나는 그를 '어이~ 프레드릭' 이라고 부르고 싶다. 나와 똑같은 생각과 똑같은 행동만이 옳다고 믿었던 내 자신에게 이 세상에는 수 많은 프레드릭이 존재하고 있음을. 그들이 틀린게 아니라, 다를 뿐이라는 사실을. 그런 의미로 이 동화의 명장면은 바로 이 장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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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드릭 넌 왜 일을 안 하니?" 들쥐들이 물었습니다.
"나도 일하고 있어.
난 춥고 어두운 겨울날들을 위해 햇살을 모으는 중이야"
프레드릭이 대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