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님의 <책으로 가는 문>에서 어린시절 가장 재밌게 읽었던 두 권으로 <어스시의 마법사>와
<작은 백마>를 꼽았는데 그 중에 <어스시의 마법사>를 소개하는 구절에서 평소에 보기 어려운 용에 그림에 관해 언급한 부분이 있었다.

■ 이 이야기만큼 용을 멋지게 그린 책은 없습니다. 인간보다 훨씬 오래된 생물. 거대하고 사악하지만 고상한 뱀. 강철로 된 비늘로 덮인 몸은 속에서 불길을 뿜어냅니다. (p66)

■ 《어스시의 마법사》의 어스시 세계도 확실히 그렇습니다. 시미즈 마사코의 번역이 없었다면 진작 사라져버렸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옮기는 과정에서 고른 말이 일본에서 강렬한 힘을 발휘한 것이지요.`바람의 신`이라던가 `사물의 진짜 이름` 이라던가. 아무튼 두근두근했습니다. `새매`도 그렇습니다. 가슴 설레이는 이름입니다. (p102)

■《어스시의 마법사》 용도 어렵습니다. 여러 작품 가운데 가장 잘 그려진 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보다 훨씬 오래된 태고의 생물로 선과 악도 초월하며, 그것이 사라지면 별 자체가 생명력을 잃어버린다는 상징이지요. 바보처럼 저는 감쪽같이 작가의 손에 놀아나, `용이 없어지면 어떡하지?`하고 가슴을 두근거리며 읽었습니다.(웃음) (p124)

어린시절 읽었던 책의 일러스트에 매료되어 일러스트레이터로 꿈을 키우게 되었다는 글이 좋아서 나도 그 일러스트를 살펴보고 싶어 도서관에서 빌려오게 되었는데,황금가지에서 나온 튼튼한 양장본에 표지 그림도 무척 마음에 들어 소장 욕구가 스멀스멀 나오려던 찰라. 이 책엔 삽화가 한점도 없다는걸 알게되면서 기운이 빠져버렸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님이 극찬했던 용이 궁금했는데 온통 글씨뿐이라니, 너무하자나! 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새매라는 아이가 어느 날 자신에게 마법의 힘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우연히 마을을 구하게 되고 오지언이라는 마법사에게 `게드`라는 이름을 부여받으며 마법을 배우기 위해 함께 떠난다.
(마법의 세계어서는 이름을 지키는 일이 중요했다. 이름을 상대방에게 빼앗겨버리면 다양한 마법에 노출되 자신의 힘을 잃어버리므로)

하지만 오지언(스승)은 게드에게 침묵 수행법만을 가르치며 검소한 생활을이어가고 그 생활에 지겨움을 느낀 게드는 오지언을 떠나 마법학교인 로크의 학생이 된다. 학교에서 첫날 부터 자신을 조롱하던 상급학생에게 힘을 과시하기 위해 벼리던 게드는 상급학생과 결투를 벌이게되고 자신의 힘을 넘어서는 죽은 영혼을 불러내는 주문을 걸고 곧이어 어둠의 정녕인 그림자로부터 공격을 받으며 목숨을 빼앗길 위기에 놓인다. 게드의 위급함을 알아차린 로크 학교의 최고 마법사가 위험에서 게드를 구출하고 이후 어둠의 그림자로부터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위해 싸우는 이야기를 담고있다.


그런데 1권을 읽을 수 록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떠올랐다.
이름을 부를 수 없는 그사람 `볼트모트`와 마법의 학교. 해리의 이마에난 상처 그리고 마법의 돌까지 모든 소재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 우연은 아닌 것 같다. 어쨌거나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으니 이 소설을 읽고 해리포터를 탄생시켰다면 조앤롤링 그녀도 천재가 아닐까! 더욱이 두 권의 책 모두 작가가 여성이라는 점이 좋다. 어떻게 이런 환상적인 이야기를 생각해낼 수 있었는지.


책에는 삽화가 없어 아쉬운 마음이 컸는데 그런 아쉬움은 영화를 찾게되어 누그러졌다. 게드전기라는 애니메이션 말고도 <게드전기- 어스시의 마법사>라는 2006년도에 개봉했던 영화를 볼 참이다. 책 만큼 환상적인 세계가 되기를!

ps. 이 책을 읽으며 소중한 이름(자아)를 잊지 않기위해 고군분투 했던 ˝센과 치히로˝와 하울이 용이 되면서 자신의 본연의 마음을 잃어갔던 부분들이 떠올랐다. 역시 어릴적 읽던 책의 힘은 대단한거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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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1-31 1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스승 이름이 오지헌입니까? 오지헌 하면 개콘 `꽃보다 남자`의 잇몸미소 아니겠습니까? ㅎㅎㅎ

해피북 2016-01-31 20:18   좋아요 0 | URL
댓글보고 빵~~터져버렸어요. ㅋㅋ 저는 아무래도 이름을 외우는게 쥐약인가 봅니다. ㅋ 지금 수정하려고요. 감사합니다.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세요^~^

달팽이개미 2016-01-31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기를 쉽게 잠재우는 마법이 있으면 좋겠어요 ㅎㅎㅎ 해리포터 시리즈를 완독하려했던 마음이 상기되는 리뷰였어요 흐잇! ㅋ 영화후기도 고대하고 있을게요~~~^^

해피북 2016-01-31 20:54   좋아요 0 | URL
ㅋㅋ 달팽이개미님 아기 쉽게 재우기 마법을 찾게되시면 제게도 귀뜸 좀 해주세요. ㅋ 야행성 큰 아기가 저희집에서 잠도 안자고 돌아다녀서 빨리 재우고 싶네요. ㅋㅋㅋ 지금 영화보는 중인데 ㅎ 잘쓰진 못하지만 다 보고 올려볼께요 ㅋ

2016-01-31 2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2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02-02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피북님, 오늘도 따뜻하고 좋은 저녁 되세요.^^

2016-02-02 1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02-03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용이 저기 위에 그 용일까요? 푸핫...!!!

해피북 2016-02-04 15:15   좋아요 0 | URL
꺅!! ㅋㅋ 그 용이 저 용이예요. 정말 푸핫이죵 ㅋㅋㅋ

transient-guest 2016-02-04 0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보니까, 이렇게..-_-: 어스시를 보셨다는 것을 지금 봤네요.

해피북 2016-02-04 15:15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는 이제 1권 밖에 못 읽었는걸요^^ 아직도 갈길이 멀어서요 말씀해주셔서 감사했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