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정신은 평면에 굴복하지 않는 나무의 수직성과 같다. 어떤 홀륭한 시인이 있다면 그 시인의 시를 본받을 것이 아니라 그 정신을본받아야 한다는 말을 오랫동안 옷처럼 입고 살았다. 속에서는 불꽃을 피우나 겉으론 한 줌 연기로 날려 보내는 굴뚝의 정신, 세찬 물살에도 굽히지 않고 거슬러 오르는 연어의 정신, 속을 텅 비우고도 마디가 굵어져도 굽어지지 않고 꼿꼿하게 푸른 잎을 피우는 대나무의정신, 폭풍이 몰아쳐도 눈비를 맞아도 독야청청하는 소나무의 정신이 시인의 정신이라 믿으면서, 시마(詩)에 끄달리면서 궁하게 견뎌온 것이다. 정신이란, 고독을 공기처럼 필요로 해야 한다는 것을 안시기의 내 시의 비밀이다. - P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