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시인답게 살려면 시 쓰기에 절차탁마가 따라야 한다. 시에몰두하고 갈고 닦느라 몸이 마를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인으로 산다는 것은 ‘시간에 맞서는 정신의 긴 투쟁‘이라 했을것이다. 시인으로 잘 산다는 것은 내 경우에는 시로써 나를 살린다는뜻이다. 어떤 일을 해도 시만큼 나를 살려주는 것은 없을 것 같다. - P23
"평범한 사실의 나열은 글이 아니다. 특징적인 점을 포착해 집중적으로 묘사해야만 성공한 작품이다. 이목구비를 그릴 게 아니라고눈썹과 뺨의 세밀함을 살려 그 사람의 가장 특징적인 면모를 드러내라. 내가 오래 전부터 기억해온 조선시대 이건창의 창작법인데 지금도 시인들에게 유효하다. 특징적인 것을 드러낼 수 있을 때 독특한자기만의 개성 있는 글이 될 것이다. - P56
시를 많이 읽다보면, 그 시인이 어떤 소재를 어떤 의미로 어떻게표현하려 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처음으로 시를 읽을 때는 시구 하나하나를 따지듯이 읽지 말고 그냥 스치듯이 읽어야 한다. 자꾸 읽다보•면 무엇인가 느껴지는 것이 있을 것이다. - P78
시는 읽으면 읽을수록 빈 곳이 채워져서 마음속 깊은 곳에 풍요로운 무엇인가를 느끼게 된다. 시 한 편을 읽은 날의 마음과 읽지 않은날의 마음이 확실히 다를 것이다. 좋은 시 한 편을 읽고 며칠을 잘 보낼 수 있고, 감동받은 시를 가슴속에 넣고 평생을 살 수 있다면 그것은 시가 독자들에게 주는 최상의 혜택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P79
말을 가지고 작업해야 하는•것이 시인의 운명이며 팔자는 끌로 파도 파지지 않는다고 하니, 시•쓰는 일을 내 운명이라 생각하기로 한다. 문학이 ‘성격의 힘‘으로밖에 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 성격의 힘이 바로 운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문학은 결국 자기 구원을 위한 글쓰기다. 시는 내게 어둠을 뚫고 나갈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시가 아니었으면 천사와 악마의 싸움터인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 수 있었을까.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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