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의 비밀 - 중국 역사에 나타난 관리들의 생존법
천웨이 지음, 이기흥 옮김 / 인간사랑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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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중국 역사에 나타난 벼슬살이 관리들이 자리를 지키거나 승진에 필요한 비법 46가지의 생존법 전략을 다룬 책이다. 구성은 제1장 면벽십년/ 제2장 모르는 사람과 관계 맺기/ 제3장 예물이 많아도 탓하지 않기/ 제4장 완급의 책략/ 제5장 머리 조아리기, 꼬리 내리기, 꼬리 흔들기/ 제6장 신중, 냉정, 침착, 결연, 단호함/ 제7장 값싼 자존심 거두어들이기/ 제8장 윗사람 명령에 절대 복종하기/ 제9장 ‘밉보이기’의 보이지 않는 규칙으로 되어 있다.


 한 사회에서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듯이 관리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서로 관계맺음 속에서 자리를 지키고 승진하는데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은 맨 입으로는 되지 않는다. 무언가 대가가 있어야  성립하기 때문이다. 뇌물은 ‘예물’이라는 이름으로 근사하고 우아하게 포장되어 불린다.


‘설령 상사에 대해 아는 바가 하나도 없을지라도 예물을 먼저 보내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p113)

‘돈이면 신과도 통한다.’(p115)

‘이 사람이 내게 보낸 코담배가 정말 훌륭했소. 그러니까 괜찮은 양반이라고 알고 있소.’(p116)

‘뇌물을 주지 않으면 일을 이룰 수 없다.’(p127)

‘벼슬길에 오른 인물이 자기를 지키고 보전하는 일은 큰 돈을 써야 한다. 큰 돈 쓰기를 아까워하면 자리보전은커녕 목숨까지도 날라 갔다.’(p136)


 이와 같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도 금품을 받음으로써 인품이 높이 평가되고 벼슬의 가까이에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별난 예물을 받아 축적한 경우도 있었다. 당나라 때 원재라는 재상의 집에서는 후추가 8백석, 지금의 64톤에 해당하는 양이 나와 사람들을 탄식하게 했다. 수입에 의존했던 그 당시로서는 고급 소비품이었다. 이는 하루아침에 모은 것이 아니라 하찮은 벼슬아치들의 손에서 오랫동안 걷어 들인 것이다. 이렇게 예물을 보내는 일은 벼슬살이의 길에서 대대로 이어져 하나의 제도로 굳어지고, 출세의 지름길로 통했다.


 ‘한 번은 조이고 한 번은 푸는 방식’(p146)은 벼슬살이의 기술이다. ‘잠깐을 참으면 바람 솔솔 구름 둥실, 한 발을 물러서면 얽매임 아무것도 없어라.’(p147) 이는 새 벼슬아치가 자리에 앉은 뒤에는 자신을 둘러싼 관아의 환경이나 일의 상황을 잘 살피어 ‘느슨함’을 보여 주는 방식과 한 발 물러나 훗날을 도모하기 위한 전진을 위한 방식이다. 한나라의 명장 한신이 깡패들 가랑이 사이로 기어간 일화나 월왕 구천의 와신상담으로 자신을 단련시킨 유명한 이야기는 ‘완급의 책략’이다.


 한서(漢書)에 ‘지나치게 맑은 물에는 노는 물고기가 없으며, 지나치게 따지는 사람에게는 따르는 무리가 없다.’(p192) 재능이 출중했던 공융은 조조에게 조소와 풍자로 통쾌함을 얻은 대신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야 했다. 머리를 조아리고, 꼬리 흔들기에 서툴렀던 탓이다. 삼려대부(三閭大夫) 굴원은 충만한 정기와 나라를 위한 마음뿐이었지만 오히려 권신들에게 눈엣가시가 되었고, 곧 남후(南后)의 모함으로 유배를 당한다. “그대는 깨끗하게 씻은 몸에 다시 더러운 옷을 입는 이를 어디서 보았소? 나 참! 어떻게 깨끗한 몸으로 더러운 것을 뒤집어쓸 수 있겠소?”(p195) 라며 멱라수에 뛰어들어 천고의 명예를 남겼지만, 관계의 어두운 면을 용납하지 못하고 스스로 막다른 길에 몰아넣은 것과 다름없었다. 자신을 꿈을 펼치지 못 한 점, 그의 죽음 자체는 국가의 손실이었다. 안타까운 삶이다.


 명나라 성조 때 해진도 그러한 예이다. 오래된 규범인 ‘장유유서(長幼有序)’를 들어 성조의 둘째 아들의 태자의 옹립에 반대했다가, 그의 모함으로 눈 속에 생매장 당하는 불행에 처했다. 한 편 주원장의 의심병에 꼬리를 내리고 미친 척 한 원개는 천수를 다 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러한 예에서 볼 때 너무 자신의 의지와 도덕을 앞세우면 반드시 모함하는 자가 나타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조금은 어리석은 체 하며 주위를 살피는 것도 자기 목숨을 온전히 지킬 수 있다는 진리임을 알 수 있다. 벼슬살이도 좋지만, 생명은 더 소중하니까 일단은 살아남아서 훗날을 도모해야 한다.



 ‘머리 조아리기, 꼬리 내리기, 꼬리 흔들기’의 겸손을 실행하여 성공적인 벼슬아치의 길을 간 인물도 있다. 당나라 초기의 태종 이세민의 눈에 들어 궁중으로 들어간 마주이다. 이는 국가가 대량의 인재가 필요했던 시기에 기회를 준비하며 기다린 것이 적절하게 맞아 떨어진 것이다. 그는 간언을 올릴 때에도 아름다움과 효(孝)를 중시하는 내용으로 꾸며 태종이 한 마디의 짜증도 없이 받아들이게끔 하는 재주가 있었다. 이 세민의 대단한 총애를 받았다.


 역사속의 삶에서 사람들이 살아간 흔적을 발견하는 일은 참 흥미진진하다. 한 편 안타까움도 있다. 내가 살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제의 친구가 오늘은 적이 되기도 한다. 그야말로 삶을 위한 각축전이다. 내가 살기 위해서 친구의 목숨을 없애야 하는 비정함이 끊임없이 도사리고 있다. 손빈과 방연의 이야기는 그 비정함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미친 척 하며 겨우 살아남은 손빈에 의해 방연은 계책에 말려들어 사지에서 숨을 거두었다.


 ‘깊은 못에 이르는 것 같고 살얼음을 디디는 것 같이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럽게’(p330) 뿐만 아니라 언제나 ‘윗사람을 즐겁게’(p330) 하는 것이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며 끊임없이 승진하는 방편이었다. ‘감투를 얻기 위하여 뇌물이나 예물을 쓰고 다니는 일’유세(遊說)라고 한다. 이러한 일을 제일 먼저 한 일은 공자였고,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상가인 맹자, 묵자, 순자도 있다. 간알(干謁)도 마찬가지이다. ‘높은 어른께 올린다.’는 의미이지만, 결국 감투를 ‘찾아 헤매는 일’이다. 시인으로 뛰어난 두보도 벼슬길에 올라 명예를 얻기 위한 욕망이 남달랐다고 한다. 두보의 시를 보면 공자처럼 부끄러움도 없이 찬 밥 더운 밥 가리지 않았음을 잘 알 수 있다.


아침이면 부잣집 문을 두드리고,

저물면 살찐 말 뒤를 따릅니다.

마시다 남은 술과 식어빠진 고기 조각뿐이니,

가는 곳마다 슬프고 가슴 쓰립니다.(p345)


 예로부터 벼슬아치가 되고자 하는 관리에게 청렴과 결백이 요구되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청렴하고 공정한 벼슬아치는 대체로 윗사람이 좋아하지 않았다는 점은 참으로 아이러니하고 부조리한 점 인 것 같다. ‘비뚤어진 것이 바른 것을 이길 수 없다.’는 말도 참 씁쓸하다. 오래 전 이야기 <관리의 비밀>은 현 시대에 대입시켜 볼 때 좀 황당한 면도 없지 않지만 ‘뇌물의 법칙’은 수 천 년이 흘렀어도 그대로 제도화 된 점은 어쩔 수 없는 관행인가. 시대를 거듭하며 살아오면서 유전자에서 답습한 삶이런가. 오늘날에도 참고 견디고, 한 발 물러날 줄 아는 지혜, 뛰어난 재능이 너무 돋보이지 않게 감출 수 있는 센스, 관계의 원만한 유지 등 두루 살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는 필수적인 요소일 것이다. 삶을 지탱할 수 있는 한 방편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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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책을 읽는가 -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독서를 위하여
샤를 단치 지음, 임명주 옮김 / 이루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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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를 단치(Charles Dantizg)는 1961년 프랑스 남서부 타흐브 출생으로 의학교수 집안에서 자란 그는 집안의 권유로 툴루즈 법대에 입학했지만, 문학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했다. 적성에 맞지 않는 법대시절을 이렇게 회고했다. “법대는 내게 최고의 학과었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을 수 있었으므로.”라고. 28세 때 파리에서 박사 논문을 마친 그는 첫 에세이집과 첫 시집을 출간했다. 이 책은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고 장지오노 그랑프리를 수상하였다. 주요작품은 소설 <범죄로 버무리다> <성급한 우리네 삶> <사랑의 영화> <내 이름은 프랑스아> <카라스행 비행기 안에서> 등 다수 있다. 로제니미에상과 장 프로지테상을 수상하였다.


 ‘어디나 수렁인 것은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 진흙탕 속에 빠져 있다.

그러나 누군가는 하늘의 별을 쳐다본다.’


‘창작은 생기를 빼앗아 가는 기술이다.’(폴 레오토 <어느 하루에 대해서>)


‘우리는 책에 조언을 부탁하는 대신 책 속의 보물을 훔쳐 내야 한다.’


‘책은 인생이다. 진지하고 난폭하지 않은 삶, 경박하지 않고 견고한 삶, 자긍심은 있되 자만하지 않은 삶, 최소한의 긍지와 소심함과 침묵과 후퇴로 어우러진 그런 삶이다. 그리고 책은 실용주의가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초연히 사유의 편에 선다.’


‘독서는 그 어느 것에도 봉사하지 않는다. 그래서 독서가 위대한 것이다.’

                                          (본문 中)


 그는 이미 유년기부터 독서광이었다. 부모가 “밖에 좀 나가 놀아라”라는 말을 수없이 들을 정도로. 그 어린 나이에도 책이 그렇게 좋았다고 하는 그는 길을 걸으면서도 책을 읽다가 어떤 것에 부딪혀서 “어이쿠 죄송합니다.”하고는 고개를 들어보니 주차권 발행기였다는 우스운 에피소드도 있을 만큼. 어려서부터 광적으로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작가가 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또한 책을 읽으면서 열광의 도가니를 느끼는 사람은 작가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이 책의 내용만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광적으로 책을 읽는지 알 수 있다. 주석에 달린 작가를 보니 그 숫자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마치 비평가처럼, 유명한 작가의 비판도 개의치 않는다.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다. 책을 많이 읽으면 그 다음 단계는 쓰는 것이며, 읽지 않고는 ‘쓰는 것’이 될 수 없다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광적으로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어서 그것을 업으로 삶을 꾸려가는 이들을 보면 무한한 존경심이 든다. 세상에 책은 차고 넘치며 골라서 읽어야 한다는 말도 있다. 그렇지만 열광의 도가니를 아직 느껴보지 못한 다수는 닥치는 대로 읽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위대한 그들과 ‘비교하는 심리’를 반복하면서 주저앉을 것이 아니라, 그런 마음이 똬리를 틀지 못하도록 읽고 또 읽어야 한다. ‘책읽기’는 ‘죽음’에 대한 공포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이고 책 속의 삶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들과 한 몸이 될 것이므로. 나는 자유를 찾기 위하여 ‘책읽기’를 멈추지 않고, 또한 ‘열광의 도가니’를 느낄 때까지 계속하고 싶다. 이 책은 프랑스 문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화제의 베스트셀러이며, 장지오노 그랑프리(Grand Prix Jean Giono) 수상작,《르 푸엥》지(紙) ‘2010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바 있다. 책을 좋아하거나 책읽기를 통해 세상을 사유고자 하는 이들에게 깨달음을 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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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칵 마음이 쏟아지는 날 - 아무 일 없듯 오늘을 살아내는 나에게
가와이 하야오 지음, 전경아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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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가와이 하야오는 일본 융 심리학의 제1인자, 임상심리학자, 교토대학교 및 국제 일본문화연구센터 명예교수, 융의 분석심리학을 일본에 최초로 소개한 선구자로 일본인이 가장 존경하는 마음 전문가이다. 저서로는 <하루키, 하야오를 만나러 가다>, <콤플렉스 카페>, <울보 하야오>, <마음 경영>, <그림책의 힘>, <아이들의 우주> 등이 있다.


 이 책은 <마이니치신문>에서 발행한 정보지 <하나이치몬메>에 연재되었던 것을 책으로 엮은 것이며, 독자의 고민과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러쿵 저러쿵 말하기 전에 산다는 것이 선행(先行)되어야 한다. 우리는 좋든 싫든 살고 있는 것이다.’(p13)


 사람은 누구나 고민 한 가지씩은 있다. 좌절하기도 한다. 항상 좋은 일만 생기는 것도 아니며, 불행한 일을 한 사람에게 몰아주지도 않는다. 날씨에 비유해보더라도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는 맑은 날이 있는가 하면, 비바람이 불고 눈보라치는 날도 있다. 어떻게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상에 나와 살아가는 것이다. 아무런 변화 없이 살아가는 것은 얼마나 따분하고 지루한 일인가.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시련만을 준다고 하는 말도 있다. 이런 일 저런 일 겪으면서 사람은 성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깨닫고 스스로 마음의 변화에 주위를 기울여야 한다. 자신이 중심이 되어 온전하게 살아가려는 지혜를 키워야 한다.


 사람과의 관계에선 남녀의 마음을 문학작품을 예를 들어 얘기하고 있다. 융이 말했듯이 남녀관계란 ‘두 사람’의 관계가 아니고 남성 안의 여성성, 여성 안의 남성성 이렇게 늘 ‘네 사람’의 관계라고 한다. 이렇게 각자의 ‘내면에 자리한 이성’까지도 포함해야 완전해진다는 것에 매우 공감이 되었다.


 개인의 정체성과 성장에 대한 것으로 비밀과 꿈을 다루고 있다. 아이에게 비밀이 생긴다는 것은 자립과도 관계가 있는데,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통제하는 과잉보호는 그 과정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 비밀을 캐내려고 부정적으로 대처하지 말아야 한다. 비밀은 긍정적으로 작용하면 성장할 수 있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니까.


 꿈에 큰 관심이 없던 저자는 융 심리학에 끌리게 되어 꿈을 연구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꿈과 자아실현의 관계를 주제로 쓴 <묘에, 꿈을 살다>가 나왔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분석하는데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라고 한다. 꿈속에서 일어난 일에 죄책감을 가질 수도 있고 이상한 건 아닐까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면서. 인생에 정답이 없듯이 꿈에도 정답이 없으며, 적당한 거리를 두고 탐구하는 편이 낫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심리상담이라는 학문에 대해서 언급하는데, 전문가외에도 일상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들어주기’라는 것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라는 것. 상담의 근본은 상대의 이야기를 ‘그저 열심히 듣는 것’,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고 쭉 곁에 있어 준다.’ 이다. 마음을 다해 들어주는 과정에서 응어리졌던 마음이 조금씩 풀어지고 열린 마음으로 되는 것이다. 심리치료사인 저자가 융 심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 말을 걸어 오는 것처럼 느껴져 잔잔하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나란 누구인가’ 하고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묻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도 필요하며 차라리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한다. 인간의 심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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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전과 내시 - 조선조 정치적 복종의 두 가지 형식
박종성 지음 / 인간사랑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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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전과 내시>라는 제목만 보면 재밌게 보던 사극이 떠오른다. 수없이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희한한 목소리를 내던 내시와 관아의 문 앞에 서서 출입을 하는 사람들을 견제하고 통제하는 아전. 여기서는 사극에서의 재미와는 좀 거리가 멀다. ‘조선조 정치적 복종의 두 가지 형식’으로 정치적 상황에서의 ‘아전과 내시’의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백년 넘도록 왕조국가체제를 지탱한 힘의 근본은 뭘까. 가장 가까이 꼽는 이유는 유교의 막강한 저력이었고, 정치체제를 강고히 지탱한 정치적 기운은 견제와 균형을 중심으로 한 제도적 긴장이나 힘의 균형을 도모하려는 지배 권력과 민중 부문의 길항이었다.’(p6~7)


 단일 성씨로 세습군주체제를 이어 간 예는 세계역사에서도 찾을 수 없다고 한다. 그 시대의 정치미학은 ‘변화’를 지향하지 않고 ‘보존’과 ‘유지’에 초점을 맞추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하나의 체제가 그것을 오래도록 유지하기 위해서는 법제도를 비롯한 많은 것이 있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지배하는 자가 믿을 수 있는 심복을 두는 것이 우선일 게다. 자신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고, 자신들이 할 수 없는 (또는 하기 싫은) 궂은일을 도맡아 할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아전은 지방행정의 일을 내시는 왕명의 출납을 맡아, 왕이 눈과 귀가 되어 줌으로서, 서로 공존하고 공생할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된 셈이다. 신분상으로 말하면 ‘중인’이라 하였지만, 형식적인 말이었을 뿐 엎드려 조아리는 자에게 더욱 불공평이 존재하는 채로.


 두 가지 모두가 역사에서 들여다보면 부정적인 편견이 많은 편이다. 아전에게는 공식적으로 급여를 주지 않았으며 이것을 당연시 했다. 이것은 그들의 불안정한 경제적 처지를 빌미로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았음을 대변해 준다. 내시는 군왕과 내시, 양반관료 사이의 긴장의 삼각구도를 이용하여 삶이 유지되는 직군이었다.


 ‘바닥 찧도록 머리 조아린 채 곁눈으로 세상을 향하면 가없이 너른 땅일랑 그리고 잘 보이고 저리도 키 큰 이가 아니건만 어찌하여 그처럼 높이 보이나 희한하였다. 그 이치인 즉 아전이나 내시에게도 매일반이었다. 굽히라는 명을 받아 하는 수 없이 엎드린 땅이라면 도저한 눈길이야 같을 리 없었을 터다. 복종의 미덕은 기나긴 세월 물려받은 법도요, 습관보다 더한 관행으로 몸속 깊이 배어든 운명이었다. 굳이 천직이라 이름붙이지 않아도 굽힘의 자세는 그들에게 굴욕도 수모도 아닌 일상의 생활이자 체화한 삶, 바로 그 자체였다.’(p174)


 이처럼 아전과 수령, 내시들에게는 임금이 그들의 삶을 지탱할 수 있는 ‘빌붙기’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봉급이 없는 아전들의 부정부패와 타락을 보면서도 집권세력은 어쩌지 못하는 무능은 왕조가 해체되는 결말을 보게 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자신의 비리를 알고 있는 자를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러한 역사 속에만 있는 일은 아니다. 현 시대에도 그러한 사례는 넘친다. 감추고, 눈감아주는 비굴함의 반복. 수 세기가 흘러도 그런 일이 되풀이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강자에게 빌붙어 힘을 얻고자하는 삶의 몸부림으로 치부하기엔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과제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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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고민하는 게 더 편할까 - 고민될 때, 심리학
가토 다이조 지음, 이현안 옮김, 이정환 그림 / 나무생각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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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의 일상적이고 흔한 고민이라기보다는 좀 더 깊어진 우울증에 가까운 또는 우울증에 기인한 고민을 이야기 하고 있다. 고민이 지나치면 신경증이 깊게 되고 증오와 분노 공격성을 내포하게 된다. 늘 불만을 입에 달고 살면서 자신의 불행을 이야기 해 보려 하지만, 그럴수록 사람들은 떠나게 된다. 그것을 배출할 수 없게 되면 자학하게 되고 점점 고통의 늪으로 빠지게 되는 악순환의 반복인 것이다. 고민의 한 가운데에 있는 고통에는 ‘현실의 고통’과 ‘마음의 고통’이 있다. 늘 고민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은 그 중 ‘마음의 고통’을 호소한다. 이러한 사람은 자신의 고민, 불행만을 호소하며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마음은 전혀 없다.


“사람은 행복해지기를 바라면서 왜 불행해지는 쪽으로 노력을 하고 불행해질 수밖에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일까?(p11)


“의지는 자기 파괴적으로 작용한다.”(p12)

-미국의 실존주의 심리 상담사 롤로 메이(Rollo May)


생각한 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이유는 ‘의식’이라는 관점으로만 자신을 생각하기 때문이다.(p15)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은 외부에 관심을 가지지 못한다. 사랑을 받고 싶다는 욕구가 지나치게 강해서 그 이외의 대상에 관심을 가질 수 없는 것이다.(p34)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이 요란스럽게 여기저기 친절을 베풀면서 돌아다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친한 사람이 없다. 그런 사람은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어머니 밑에서 자란 사람이다.(p35)


우울증 환자의 인식적 특징은 낮은 자기평가와 의존성 증대이며, 서로 깊은 관계가 있다. ‘의존성 증대’란 퇴행 갈망이나 퇴행 욕구가 심해진다는 뜻이다. 어린아이처럼 칭찬을 받고 싶어하며 자신의 괴로운 심정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욕구 말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은 성장 동기가 있다는 뜻이며 성장 동기를 바탕으로 움직이면 고통은 줄어들며, 자신이 바뀌면 고민을 반복하는 질병 또한 나을 수 있다고 한다.


그들에게는 “정말 대단합니다”라는 말은 치유가 되지만 “이렇게 해보십시오.”라는 말은 분노만 낳는다.(p70)


몇 년 전에 우연히 방송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는데, 배우 이모씨 부부가 이혼조정인가 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부인의 말인 즉, 남편인 이모씨는 무슨 일이든지 하고 나면 칭찬을 해 주어야만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칭찬을 해 주지 않으면 삐진다는. 더 깊은 내막이야 모르지만, 이것도 이 책에서 말하는 칭찬을 받아야 만족하는 퇴행 욕구의 일종으로 느껴진다. 처음엔 그 방송을 보고 그런 경우도 있구나... 하는 정도였는데, 이 책을 읽는 도중 떠올랐다. 사실 어린 아이도 아닌 어른에게 어떻게 사사건건 칭찬을 해가며 비유를 맞추겠는가.


고민을 안하려고 해도 고민을 하게 되고 그것이 습관이 되어 오히려 고민을 해야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렇게 되면 고민의존증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한 단계 진화하면 우울증이 된다고 한다. 두려운 일이다. 분노와 증오 복수심을 항상 마음에 담고 있다. 모든 것이 불만이다. 밝은 새아침이 찾아와도 어제와 똑같이 기분이 나쁘다. 삶의 토대 자체가 불만인 것이다. 분노와 증오가 누구를 향하는가? 그것을 밝혀야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가혹한 자기비판이나 잔학한 자기 멸시 등은 근본적으로 대상을 향한 것이며, 대상에 대한 복수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우울증 분석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프로이트(p121)


‘마음에 상처가 있는 사람은 가족이라는 이름의 감옥 안에 갇혀 있었다.’(p240)


요즘은 우울증이 만연한 시대이다. 예전엔 ‘착한 아이’로 키우는 것이 큰 자랑이었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랑스럽고 예쁠지는 몰라도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칭찬을 받기 위해서,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 마음속에서는 그렇게 분투하고 있었을 그 마음에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이미 성인이 된 이가 깊은 고민, 우울증에서 벗어나려면 싫으면 싫다고 확실하게 의견을 표시해야 한다. 자기연민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아무도 당신의 동정이나 불행의 호소를 받아 주려 하지 않는다. 편한 것 보다는 행복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남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는 노력을 멈추어야 한다. 그리고 내면에 감추어진 분노의 크기를 이해하고, 마음의 역사를 공부해서 행복을 붙잡으라고 한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나 고민에 사로잡혀 힘든 사람이 있다면 내면 심리를 공부삼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고민의 실체를 이해하고 나면 행복을 선택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되찾을 수 있으리라.


                                    

                                      마음의 거주지가 없는 사람은

                                        늘 태풍 속에서 살지만

                                     마음의 거주지가 있는 사람은

                                      맑고 평온한 날씨 속에서 산다.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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