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수업은 내 생애 최고의 배움의 장소였다. 학인들이 이런 삶을 살았다‘고 불쑥 내미는 글은 늘 압도적이었다. 질박하고 진지하고열띠었다. 철학과 문학에서 읽지 못하고 신문과 라디오 사연에서 들을수 없었던 삶의 진귀한 이야기는 많고도 많았다. 그 비밀스러운 생이야기들 덕분에 나는 선입견을 내려놓고 타인과 관계하는 법을 배울수 있었다. 인간에 대한 나의 무지를 깨우치고 인간에 대한 이해를 깨칠 수 있었다. 인간은 삶을 의미 있게 만들려는 본능을 가진 존재임을믿게 되었다. - P33

 학인들에게도 첫 시간에 정중히 말한다. 제부도 바닷가 횟집 벽면에 붙은
‘조개의 효능‘처럼 이 수업이 삶의 모든 질병의 해소와 글쓰기 완전정복을 약속하지는 못한다고.
다만 잘 쓴 글이든, 미완의 글이든, 숨겨둔 글이든, 파일로 저장하지않고 날리는 글이든, 그런 과정 하나하나가 자기 생각을 정립하고 문체를 형성하는 노릇이며 삶의 미학‘을 실천하는 과정이라고 못 써도쓰려고 노력하는 동안 나를 붙들고 늘어진 시간은 글을 쓴 것이나 다름없다고, 자기 한계와 욕망을 마주하는 계기이자 내 삶에 존재하는무수한 타인과 인사하는 시간이라고,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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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장에서 살펴보았듯이 사랑은 관계를맺고 유지하는 데 필수 요소다. 돈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돈을향한 관심을 멈추는 순간, 사랑도 사라진다. 나 자신에게 관심을기울여 건강을 회복한 것처럼 소득보다 지출이 많았을 때 관심을 기울이고 반응했다면, 다른 며칠 또는 몇 주 이내로 찾았을테고, 잔고를 원상태로 복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 P147

내가 뿌린 씨앗은 원래보다 더 큰 싹을 틔운다. 아무리 작은 수박씨를 심어도 큰 수박이 나는 것처럼 말이다. 생각과 말, 행동은 바로 그 씨앗이다. ‘이 정도로는 안 돼‘,
‘난 부족한사람이야‘, ‘이걸 누구코에 갖다 붙여‘, ‘내 직업은 돈이 안 되는 직업이래‘ 등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정말 부족하게 될 것이다. 부유하다고 생각하면 부유하게 살게 될 것이다. - P151

돈은 에너지다. 에너지는 흘러야 하고, 흐름이 막히면 문제가생긴다. 돈을 적절하게 활용한다는 뜻은 돈을 쌓아 놓는 게 아니라 흐르게 놔두는 것이다. 즉, 소득과 지출, 은행에 맡기는 돈(저축 또는 투자)의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 P188

미국의 유명한 라이프코치이자 오프라 윈프리 잡지의 칼럼니스트인 마사 벡Martha Beck은 이 현상을 퍼즐에 빗대어 설명한다.
모든 조각은 자기만의 자리가 있고, 조각들이 맞춰질 때만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 만약 내가 퍼즐 조각 중 하나이고 나의 어떤면을 바꾸고 싶다면, 새로운 환경에 자신을 맞춰야 한다.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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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감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감응(感應), 어떤 느낌을 받아 마음이 따라 움직임. 사전적 정의는 ‘감동‘과 비슷한데 둘에는 차이가있다. 감동(感動)은 ‘깊이 느껴 마음이 움직임‘이란 뜻으로 움직임, 힘그 자체를 뜻한다면 감응은 감동에 응함이다. 개방적 의미로 태도나윤리적인 것을 일컫는다. 감동이 가슴 안에서 솟구치는 느낌이라면감응은 가슴 밖으로 뛰쳐나가 다른 것과 만나서 다시 내 안으로 들어오는 ‘변신‘의 과정까지 아우른다. 감동보다 훨씬 역동적인 개념이다.
- P18


돌이켜 보면 내가 지금까지 글을 썼고 글을 써서 밥을 먹고 살았던

나는 왜 쓰는가I이유는 순전히 감응력 때문인 것 같다. 가까이는 연애 문제로 마음 졸이는 친구에 감응하고, 추석 특집극에 나온 한평생 시난고난 장인정신으로 버텨온 늙은 대목장에 감응하고, 고공 농성 중인 노동자에게감응하고, 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아주머니의 거친 손에 감응한다. 그때마다 글로 쓰고 나면 신체가 새롭게 구성됨을 느낀다. 이는아주 물질적인 감각이다.  - P19

감응하면 행동하게 되고 행동하면 관계가 바뀐다. 내 안에 머무는 것들이 많아지는것이다. 그래서 글쓰기는 언어를 통한 ‘함께 있음‘, 그리고 ‘나눔변용‘이다. - P19

글쓰기도 요리와 다르지 않다. 우선 내 생각을 글로 나타내면 남의말을 잘 알아듣게 된다. 신문, 책, 블로그 등 무수한 텍스트를 접할 때,
글쓰기 전에는 단순한 ‘활자 읽기 라면 글쓰기 후에는 글이 던져져 있는 ‘상황 읽기‘로 독해가 비약한다. 글쓴이의 처지가 헤아려지며 문제의식과 깊게 공명할 수 있다.  - P20

좋은 글은 울림을 갖는다. 한편의 글이 메아리처럼 또 다른 글을 불러온다. 글을 매개로 남의 의견을 듣고 삶을 관찰하다 보면 세상에는나와 무관한 일이 별로 없음을 알게 된다. ‘인간의 삶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균형 감각이 발달한다. 이는 삶에 이롭다. 인간은 아는 만큼 덜 예속된다.  - P21

작가는 세상 모든 것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고 수전 손택은 말했다. 나는 이 말을 이렇게 해석한다. 원래부터 작가라서 지식인의 본분으로 세상에 관심을 갖는 게 아니라 세상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작가라는 뜻으로. 그래서 작가가 되기는 쉬워도 작가로 살기는 어렵다. 엄밀하게 말하면 작가라는 말은 명사의 꼴을 한 동사다. 작가는 행하는자 느끼는 자, 쓰는 자다.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언어로 세공하고 두루나누면서 세상과의 접점을 넓혀가는 사람이다. 세상과 많이 부딪치고아파하고 교감할수록 자기가 거느리는 정서와 감각과 지혜가 많아지는 법이니, 그렇게 글쓰기는 존재의 풍요에 기여한다. - P22

우리 삶이 불안정해지고 세상이 더 큰 불행으로나아갈 때 글쓰기는 자꾸만 달아나는 나의 삶에 말 걸고, 사물의 참모습을 붙잡고, 살아 있는 것들을 살게 하고, 인간의 존엄을 사유하는수단이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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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2 15: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23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든 감정은 소중하다. 부정적인 감정도 마찬가지다. 자연스러운 감정은 나쁜 게 아니다. 평소에 알아차리지 못했던 일들을섬세히 관찰할 기회를 주고, 감정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할 - P69

수 있게 도와준다. 이제부터 돈과 관련하여 가장 보편적으로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과 그 의미를 살펴보자. - P70

두려움을 느끼는 기관은 측두엽 전면에 있는 편도체다. 편도체는 뇌에서 가장 오래된 부분인 뇌줄기와 연결되어 있다. 실제로 위험이 존재하거나 뇌가 위험하다고 인식하면 편도체는 뇌줄기로 위험 신호를 보내고, 도파민과 아드레날린 등 신경 전달물질을 방출한다. 그리고 신경 전달 물질의 상황에 맞서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움직이지 않거나 죽은 척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 P71

부끄러움을 떨쳐버리고 싶을 때도 유용하다. 두발을 땅에 대고땅이 나를 붙잡고 있는 감각을 느껴보자. 부끄러운 감정을 그대로 두고 부끄러움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귀 기울여 보자.
감정 관찰이 끝났다면, 감정에 고맙다고 말한 후 정리하고 행동이나 언어를 바로잡자. - P85

가계부의 목표는 기분 좋지 않은 소비를 없애는 것이다. 일반적인 가계부처럼 숫자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어디에 돈을 쓰면 기분이 좋은지 그렇지 않은지를 간단히 살펴본 후 이에 집중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허리끈을 조이거나‘ ‘절약‘하거나 소비를 ‘포기하거나 ‘비용을 줄이지 않고도 지출 패턴을 변화시킬 - P89

수 있다. 꿩 먹고 알 먹는 격이다. 기분을 좋지 않게 하는 일들을인생에서 제거하고, 불필요한 소비도 줄일 수 있다.
감정 가계부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감정 척도다. 감정 척도의범위를 -10~+10으로 수치화하여 돈을 쓸 때마다 느껴지는 감정을 평가해보자. - P90

처음 감정 가계부를 평가할 때 시간을 넉넉히 투자하자. 편안한 마음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을 최대한 쾌적하게만든다. 가장 좋아하는 소파 자리에 앉아 차나 코코아를 마시면서, 담요를 덮거나, 여름이라면 테라스에서 맨발로 잔디를 느끼며 감정 가계부를 평가할 수 있다. 한 문제에 대한 답을 떠올릴수 없으면 잠시 제쳐놓고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자. - P106

돈은 어디에서 성공하고 실패하는지를 보여주는 거울과 같다. 이 상황에 맞는 또 다른 비유를 덧붙이고 싶다. 돈은 손전등에서 나오는 빛과 같다. 손전등에서 나오는 빛처럼 좁은 곳을비춘다.  - P110

운이 좋아서 화합이 잘 됐다. 언제나 그렇듯 아무런 실수 없이 과제를 마쳤다. 그 후 코치는 누군가 실수를 했을 때 어떻게하기로 했냐고 물었다.

"잔디밭에서 윗몸일으키기를 10회 하기로 했어요."
"한 팀이 되어 서로를 껴안고 ‘자, 한 번 더 해보죠. 할 수 있어요. 파이팅!‘이라고 격려하거나 ‘커피 한 잔 마시면서 5분만 쉬죠.‘ 라고 말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아, 이런! 몰랐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조차 몰랐다. 누군가가 실수를 저질렀을 때 그 사람을 나무라는 대신 실수를 본보기 삼아 다시 시도해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뭔가 잘 풀리지않았을 때 나 자신을 꾸짖는 대신에 정말 좋은 일을 했다면 어떨까?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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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나‘와 오롯이 대면하는 시간이다. 글을 쓰려고 하는 동안은세상의 소란을 등질 수 있다. TV, 부엌, 시계, 가족, 전화 등 번잡한 일상적 장치와 분리가 가능하다. 컴퓨터와나사이에 들어차는 온기와안락과 고독은 오월의 아침 햇살보다 감미롭다. 그렇다고 해서 매번 - P9

값진 글을 쓰거나 알찬 시간을 보내는 건 아니다. ‘사노라면‘으로 쓸까 ‘살다 보면‘으로 할까, ‘쩨쩨하다‘가 맞나 째째하다‘인가 사전을 뒤지고 고만고만한 두 단어 사이에서 고민하는 일로 보낸다. 그러다 보면 그 시간만큼은 전세자금 걱정, 아이들 성적 걱정, 부모님 건강 걱정 등 정체 모를 불안감이 사라진다. 그 점이 참 좋았다. 일상의 중력으로부터 벗어나기. 그런 기회는 저절로 생기지는 않는다. 글쓰기라는 장치를 통해서 나를 세속화시키고 호기심을 무디게 하는 것들과잠시나마 결별할 수 있으니, 관성적 생활 패턴에서 한발 물러서는 기회만으로도 글 쓰는 시간은 소중하다. - P10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가 붙어 있었다. 내가 전화번호를 입력하자 선배가 왜 아르바이트를 하느냐, 글 쓰는 일을 해보라고 했다. 선배는그동안 쓴 글 세 편을 보내달라며 사보 편집자로 일하는 지인에게 나를 추천해주었다. 나는 부랴부랴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보냈고 그쪽에서 연락이 왔다. 첫 취재는 30년 봉사활동을 한 여성의 인터뷰였는데,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글을 쓰는 게 오래전부터 하던 일처럼 편하고 좋았다. 못할까봐 불안하지도 않았고 잘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지도 않았다. 그렇게 이름도 자유로운 자유기고가의 삶에 진입했다. - P12

나는 왜 쓰는가구직에서 취직까지 어떤 구체적 계획도 전망도 없이 단지 ‘글 쓰는삶을 고집하면서 내가 느낀 자유, 곧 암담한 상황 속의 홀가분한 마음이 잘 설명되지 않았는데 나중에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이 하버드 대학에서 했다는 연설문에서 명료한 표현을 볼 수 있었다.
"실패는 삶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모두 제거해주었습니다. 저는 실패한 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저의 모든 열정을 가장소중한 한 가지 일에 쏟아붓게 되었습니다. 두려워했던 실패를 경험했기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졌습니다." - P13

나만의 언어 발명하기. 이것이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까닭이다.
모든 경험은 언어에 의해 규정된다. 그런데 재테크나 피부 관리에 관심이 없고 자식 명문대 보내기를 삶의 주된 동기로 삼지 않는 나는, 가방에 학원 전단지 파일을 넣고 다니고 휴대전화에 유명 강사의 연락처가 저장된 목동 엄마들과 달리, 등단한 ‘여류 작가도 아니면서 감히읽고 쓰는 나는, 아이들 사교육비보다 내 책값과 내 공부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나는 그냥 한마디로 이상한 사람이었다.

느끼고 꿈꾸고회의하는 감수성 주체로 살아가는 여자 인간은 있어도 없는 존재이자 이 시대에 사라지는 종족이었다. 여기 사람 있다, 는 내게도 유효한외침이었다. 이렇게 계속 살아도 괜찮은 걸까, 정말 나는 나쁜 엄마인가.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다만 내가나를 설명할 말들을 찾고 싶었다. 나를 이해할 언어를 갖고 싶었다. 뒤척임으로 썼다. 쓸 때라야 나로 살 수 있었다. 산다는 것은 언어를 갖는 일이며 ‘언어는 존재의 집라는 하이데거의 말을 기억했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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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9-22 15: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어는 존재의 집. 오랜만에 보는 중요한 글귀입니다...

모나리자 2023-09-23 14:59   좋아요 1 | URL
네, 중요하고 멋진 말이지요.
내 언어로 살 수 있고 그렇게 삶을 엮어간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지요.^^

즐라탄이즐라탄탄 2023-09-23 15: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상의 중력으로부터 벗어나기‘ 라는 말이 와닿게 느껴졌습니다. 모나리자님 덕분에 좋은 글귀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모나리자 2023-09-23 15:33   좋아요 1 | URL
네, 우리는 알게 모르게 항상 익숙한 일, 익숙한 곳을 찾느 삶을 살기도 하지요.
그런 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글쓰기라는 장치가 참 좋은 것 같아요.
늘 새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는 호기심이 필요하겠지요.

감사합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즐라탄이즐라탄탄 님.^^

즐라탄이즐라탄탄 2023-09-23 15: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 맞는 말씀입니다. 모나리자님도 즐거운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모나리자 2023-10-02 22:35   좋아요 1 | URL
너무 늦게 댓글을 보았네요.ㅎ
추석 연휴 잘 지내고 계시지요~
긴 연휴도 금세 지나가네요.ㅎ
감사합니다. 즐라탄이즐라탄탄 님.^^
남은 연휴도 편안한 시간 되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