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의 관점 - 남들이 보지 못하는 가치를 찾아내는
오윤석 지음 / 페이지2(page2)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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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가져볼까, 생각하던 차에 눈에 띄어 읽게 되었다. 오래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부동산 투자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이 부동산 공부 영역으로 조금 확장되었나 싶다. 그래서 모든 공부는 때가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쓴 저자 오윤석은 20대 중반에 전세로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갔는데, 호기롭게 그 집을 입찰에 성공하지만 높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빈털터리가 된다. 그 후 부동산 현장에서 20년을 보낸 저자는 이론과 실전에 능통한 부동산 투자 사업가로 업계에서 명성을 얻었고 다양한 매체에서 활약하고 있다. 저서로 부동산 유치원, 마흔 전에 부동산 부자가 될 수 있는 5가지 방법, 아파트밖에 모르던 황 과장, 빌라 한 채 값으로 건물주 되다가 있다. 이 책은 저자가 겪었던 고통에서 시작되었으며 독자들은 자신과 같은 실수를 겪지 않고 행복한 부동산 투자의 길로 안내하기 위해 썼다고 한다.

 



다루고 있는 내용은 1. 가격이 아니라 가치에 답이 있다 2. 낡은 부동산 승자이론에서 벗어나라 3. 급변하는 시장이 미래가치를 선점할 시기 4. 진짜 가치를 알아보는 판단력을 기르자 5. 입지와 사업성을 분석할 수 있는가 6. 부동산 투자에도 기획력이 필요하다 7. 부동산 정책,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8. 성공을 결정짓는 사고의 차이이다. 리뷰는 내가 공감했던 내용과 저자가 자주 언급하며 강조했던 부분 몇 가지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쓰려고 한다.

 



1. 인문학적 관점


저자는 이 책 전반에 걸쳐 부동산 투자에 있어 인문학적 관점이 매우 중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혹자는 부동산과 인문학이 무슨 상관이 있지? 하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생소했지만 금세 공감할 수 있었고 저자의 부동산 투자에 대한 철학적 통찰을 엿볼 수 있어서 신선했다. 부동산은 사람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함께 하며, 좋은 집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을 꿈꾸는 존재이기에 인문학적 관점이 중요하다고 했다. 부동산의 입지나 가격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욕망과 심리를 더 중요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인문학적 관점이란 예를 들면,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관찰하고 투자시에 접목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인문학적 관점은 남다른 안목을 키울 수 있고 수익으로도 연결된다는 얘기다.

 



2. 자신만의 판단 기준을 가질 것


부동산 투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리스크 관리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편견과 왜곡에 사로잡혀 헤어나지 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이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가장 먼저 할 일은 나로부터의 탈출을 감행해야 한다. 주관적인 시야에서 벗어나 부동산 투자의 5가지 프로세스에 집중하고 무엇보다도 리스크 제거에 초점을 맞추라고 말한다. 5가지 프로세스란 저자가 겪은 실패 스토리를 다섯 가지로 분석한 것이다.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라고도 말하며 현재의 상황 판단’, ‘가치 판단’, ‘추측과 예상’, ‘의사 결정’, ‘이익 실현이 다섯 가지이다.

 



부동산 = 시세차익 부동산 = 리스크 관리’(p30)

 



자기 판단의 중요성은 것은 쏟아지는 경제 관련 뉴스에서도 유효하다. 자극적인 표제의 뉴스는 조회수를 올리는데 매우 유용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의 시각을 혼란시키고 왜곡시켜 부동산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부동산의 가격에만 집중하게 만들고 심리적으로 불안과 초조감을 불러일으키는데 일조를 한다. 그렇게 가격에만 집중하게 되면 부동산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이런저런 분쟁에 휘말려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상황에 2030 청년층이 지금 하지 않으면 나만 뒤처지는 것 같다는 두려움에서 영끌족이라는 신조어가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3. 부동산 투자의 4가지 관점

 

부동산 투자에 있어 저자가 자주 강조하는 4가지 관점은 1) 경제적 관점, 2) 기술적 관점, 법률적 관점, 4) 사회문화적 관점을 말한다. 우리가 부동산 물건을 접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4가지 관점으로 분석하고 거기에 숨어 있는 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경제적 관점은 현재 물건의 가격이 얼마인지, 투자금 대비 어느 정도의 이익을 거둘 수 있는지 등 재무적인 관점으로 부동산을 파악하는 방법을 말한다. 또 레버리지를 활용할 때는 금리의 변동성을 고려하여 어느 정도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 마지노선을 정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법률적 관점은 부동산과 관련된 행위는 모두 법률에 근거한 법률행위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검토하고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럼으로써 리스크를 줄이고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계기를 얻기도 한다고. 기술적 관점은 부동산 활동에 있어 핵심인 임장활동을 말한다. 부동산은 자연, 공간, 위치, 환경 등에 둘러싸인 특성상의 요인을 기술적 관점이라고 하는데 직접 현장에 가서 확인하는데 단순히 건물의 내외부의 하자를 찾는 것을 넘어 트렌드와 도시계획, 이것이 반영된 공간의 진화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문화적 관점은 부동산은 인간의 활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인간의 삶을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문화적 관점의 좋은 예로 경기도 가평에 있는 기억의 사원이라는 펜션을 언급하고 있다. 건축 기간만 무려 5년이 걸렸고 건축대상까지 받았을 정도로 수려한 모습을 자랑한다고 한다. 먹을거리를 미리 준비해야 하고 그 펜션 하나만 덩그러니 있는 그야말로 오지에 있음에도 예약은 언제나 꽉 차 있다고 한다. 불편함을 감내하면서까지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은 사람들의 수요가 늘어났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인간의 행복의 기준이 달라지고 이러한 인간 활동의 결과로 인해 부동산의 가치도 변화되었음을 시사한다.

 



부동산 투자의 4가지 관점은 부동산 투자를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요소임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이밖에도 부동산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 부동산은 미래가치에 있다 등, 더 나아가 상상력과 최신 트렌드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예로 다다미방에서 커피를 마시며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스타벅스 카페, 일본 교토의 니넨자카(二年坂)와 파주에 있는 카페 더티 트렁크의 탄생 사례가 흥미롭다. 더티 트렁크는 산업혁명기인 18~19세기를 배경으로 스팀펑크(steam punk)’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입혀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공간이 되었다 한다.

 



또 하나의 예를 들자면, 문경시 산양면에 있는 고택 화수헌90년대 생 청년 5명이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로 탈바꿈한 사례는 대단히 흥미롭다. 20년이나 방치된 고택, 4천 명의 고령자 마을을 소멸의 위기에서 구출하고 8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한다.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통찰력, 쇠퇴하는 곳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인문학적 관점, 상상력 등이 어우러져 성과를 발휘한 것이 아닐까.

 



그저 수익률과 법률지식만 꿰뚫고 있다고 해서 투자의 승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저자가 직접 경험한 투자활동과 풍부한 상담 사례는 어떻게 해야 부동산 투자에서 이길 수 있는지 알려준다. 투자의 전설 워런 버핏이 강조했던 잃지 않아야 하는 것은 부동산 투자에도 적용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휘둘리지 않는 자기 판단 등 부동산 투자에대한 지식은 부단히 공부하고 현장 검증을 통해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저출산 세계 1, 고령화 사회로 향하는 시대에 아직도 부동산 투자는 유효한 걸까, 의구심이 든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잘 몰랐던 도시 변천사 이야기도 흥미롭고, 앞으로 30년 부동산의 미래가치는 어떻게 변화하는지 폭넓은 투자 지식과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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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11-29 2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신만의 판단 기준을 가질 것. 저는 제 판단을 신뢰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저를 믿을 수 없는 상태라서요.ㅋㅋ

모나리자 2023-11-29 23:03   좋아요 0 | URL
다들 그렇겠지요.ㅎ 주변의 새로운 정보가 나오면 솔깃해져서 휩쓸리기 마련이지요.
정확한 지식을 갖고 훈련을 통해서 그런 단단한 마음을 지니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내 마음대로 투자하면알아서 시세 차익이 생기고, 알아서돈이 불어날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한 이야기다. 어떤 부동산전문가도 해낼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우리는 가장 먼저 ‘나로부터의 탈출‘을 감행해야 한다. 주관적인 시야에서 벗어나 ‘5가지의 프로세스‘에 집중해야 하며, 그 모든 과정 중에서도 ‘리스크 제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 P29

눈앞의 현상에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자신이 알지못하는 상황이 펼쳐진다면 섣불리 동요하지 않고 관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혹은 아무리 공부해도 모르겠다면 아예 완전히마음을 내려놓고 쉬는 여유를 가질 필요도 있다.
- P50

정리하면, 우리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흐름, 문화적변화가 부동산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 P61

즉 경제 요소는 ‘해당 지역의 객관적 상황을 파악하고 어느정도 돈이 되는가?‘를 따지는 일이기도 하지만, 나 자신이 어떤활동을 해서 지역의 효용성을 높일 수 있는지도 함께 판단하는것이기도 하다. - P71

그것이 정확한지 아닌지를 떠나최소한의 ‘나만의 기준‘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만약 이런 자신만의 기준마저 없다면 더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이 오르면 이유도 모른 채 초조함과 불안감에 뛰어들고, 가격이 내리면 또다시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P80

오늘날뿐만 아니라 조선시대에도 부동산 문제는 심각했다.
시대와 공간이 변했어도 보다 살기 좋은 공간을 원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부동산은 단순한 땅의 문제가 아닌, 그 위에서 숨을 쉬고 살아가는 인간의 삶과 연결된 문제다. - P94

투자와 사업에 있어, 자기중심적 사고에 빠져드는 순간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부동산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좋아하는 부동산을 찾아야 한다. - P105

부동산 투자자도 스타벅스를 배워야 한다. 인간의 니즈를 자극시켜 인간을 끌어들일 수 있는 공간을 상상해야 한다. ‘저곳에 가면 정말 즐겁고 행복할 것 같다!‘라는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곳을 상상해야 한다는 뜻이다. - P116

백종원 효과

왜냐하면 백 대표는 단순히 외식업 사업가를 넘어 탁월한부동산 상권 분석가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는 음식의맛에만 머무르지 않고, 특유의 통찰력으로 죽어가던 공간을 재해석한다. 사람이 찾지 않는 공간에 사람이 다시 찾아올 수밖에없도록 마법을 부린다.  - P133

공리(axiom)란 일반 사회에서 두루 통하는 진리나 도리를 말한다. 결국 두 인용문 모두 부동산 투자의 모든 것은 입지로 귀결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입지를 알기 위해서는 무엇을알아야 하는가? 바로 지역과 상권이다. - P179

예를 들어 주거지역 내에서 북측 도로와 접하고 있는 필지가 사업하기에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 볕이 드는남향을 선호하는 전통적인 관점과는 배치되는데, 건축법상의일조권 사선제한으로 인한 용적률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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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 -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필사 문장 30 좋은 습관 시리즈 34
김선영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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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출판사 대표님이 신간을 보내주셨다. 제목을 대표님이 지으셨나. 제목만 봐도 입가에 미소가 피어난다. 내 생각만이 아니고 여러 블친이 읽고 싶은 책이라고 했다. 읽어보니 제목만 잘 지은 게 아니었다. 술술 읽히고 재미도 있다.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작품에서 뽑아 올린 주옥같은 문장을 필사하며 보낸 시간이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나도 책을 읽으면서 좋은 문장을 만나면 필사하고 글쓰기에 도움을 받곤 했는데, 글쓰기 코치라는 저자 김선영은 그야말로 필사꾼이었다. 바인더 노트는 물론이고 필기감을 올려주는 만년필, 날짜를 기록하는 도장에 문진까지!(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 5분 동안 필사를 하고 날짜 도장을 찍었을 때 저자가 느끼는 뿌듯함이 내게도 확 전해져 왔다. , 그리고 나도 좀 열심히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용은 세 가지 주제로 되어 있다. 1장 흔들리지 않는 글쓰기 루틴을 만드는 법, 2장 더 다채롭게 표현하는 법, 3장 인간미 넘치는 쓰는 사람이 되는 법으로 30개의 필사 문장에 작가의 경험과 감상을 담았다. 작가는 서두에서 필사가 어떻게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지, 필사할 책을 고르는 방법, 필사 도구를 갖추고 필사 루틴을 만드는 시간과 장소에 대한 유용한 팁을 알려준다.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하듯이 시작은 미미하나 성공을 향해 한걸음 씩 나아가는 일이다. 필사는 바쁜 일상에서 숨을 고르며 의도적으로 찍는 쉼표라고 말한다. 필사가 습관이 되면 글쓰기 소재도 마를 날이 없다고. 정말이지 공감한 부분이었다. 몇십 년 전에 노트에 적어둔 문장을 내 책을 쓰면서 활용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흔히 책을 속도감 있게 읽고 싶은 이라면 괜한 시간 낭비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저자는 하루 5분 길어도 10분을 넘기지 않아야 매일의 즐거운 루틴으로 만들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필사 문장을 접하며 내가 읽었던 책이 나와서 반가웠고 아직 접하지 않은 책은 한 권쯤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리뷰는 내게 깊은 공감을 주었던 몇 가지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쓰려 한다.

 



어떤 일을 해야지 결심하지만, 매번 관성의 법칙에 휘말려 작심삼일에 그칠 때가 많다. 1장에서는 꾸준히 글쓰기를 하려면 갖추어야 할 것을 알려준다. 자신의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등 자기검열에 빠지다 보면 시작도 하기 전에 지치고 만다. 작가는 일단 뻔뻔해지라고 한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면서 두려워하기보다는 일단 써야 한다. 그래야 무슨 일이든 일어난다.

 



쓰는 게 뭐 대단한 것 같지? 그건 웬만큼 뻔뻔한 인간이면 다 할 수 있어. 뻔뻔한 것들이 세상에 잔뜩 내놓은 허섭스레기들 사이에서 길을 찾고 진짜 읽을 만한 걸 찾아내는 게 더 어려운 거야.”(p34, 정세랑, 시선으로부터p166)

 



이 문장을 접하고 잠시 생각해본다. 난 뻔뻔한 인간인가? 그렇지 않다. 그저 글쓰기가 좋아서 계속 쓰다 보니 책을 쓸 기회도 생겼다. ‘뻔뻔함을 들이대고 있지만 쓰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누구든지 쓸 수 있다는 말에 왠지 통쾌한 기분이 든다. 이보다 더 큰 응원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 일단 시작하자.

 



이 밖에도 산책하며 글을 얻는 법, 책에 대해 자주 말하기, 글 쓰는 에너지를 회복하는 법, 개인적이고 사소한 일을 써야 하는 이유 등 공감할 법한 이야기가 많았다. 잠시 내 이야기를 하자면, 일본어 공부 목적으로 뉴스기사 번역 포스팅을 365일 빠뜨리지 않고 수행한 적이 있다. 그 후 건강 문제가 생겨서 휴식모드를 취하다가 이전의 건강을 회복했지만, 다시 그 열정적인 공부모드로는 돌아오지 못했다. 글은 쓰고 있어야 계속 써지듯 공부도 하고 있어야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래서 공부 얘기든 무엇이든 매일 글쓰기를 해보자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작가가 뽑은 필사 문장과 얘기를 읽다 보면 응원과 격려를 얻고 식었던 열정까지 되살아나는 게 이 책의 매력이다.

 



어느 정도 꾸준히 쓰는 글쓰기 루틴이 생겼다면 이제 좀 더 큰 욕심을 부려도 된다. 글이 교훈적이기만 하다면 감동은 있겠지만 재미는 좀 떨어질 것이다. 책을 읽다가 어쩜, 이건 내 얘기 아냐?” 하며 무릎을 치며 공감할 수 있다면 더욱더 독서 효과가 클 것이다. 2장에서는 나의 흑역사 쓰기부터 시작하여 흑백논리에서 벗어나기, 묘사 잘하는 법 등 틀에서 벗어나 쓰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그중 델리아 오언스의 가재가 노래하는 곳에서 필사한 문장은 살아있는 듯 눈앞에 그려졌다. 그건 문장에 동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문장에 동사를 사용하지 않으면 밋밋하고 죽은 문장이 된단다. 저자의 비유처럼 동사를 제거하고 읽어보니 생생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생명처럼 활발하게 느껴지는 역동성 있는 문장을 쓰려면 꼭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물론 관찰 또한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요건이다.

 



글쓰기가 무르익으면 이제는 왜 글을 쓰는가?’ 하는 물음에 봉착하게 된다. 소설가, 자기계발 등 실용서를 쓰는 작가마다 약간 다른 면도 있을 것이다. 어떤 글이든 작가의 경험이나 생각이 담겨있게 마련이다. 3장 인간미 넘치는 쓰는 사람이 되는 법에서는 작가의 위치나 역할에 있어 다소 철학적인 질문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 문장 예를 들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아무것이고, 아무것이라고 생각했던 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p232, 박웅현, 여덟 단어)

 



언어 유희 같기도 한 이 문장은 관찰과 관심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듯 느껴졌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사물에서 시구를 뽑아내는 시인들의 관찰력에 놀라본 적이 어디 한두 번인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어서 비로소 이 되고 의미를 찾았다는 김춘수 시인의 시를 빌리지 않더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문장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아무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일이 글쓰기의 시작’(p236)이라는 말을 명심하자. 자세히 보아야 예쁜 것도 볼 수 있고 그것을 글로 옮길 수 있다. 이밖에도 잘 살아야 하고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글은 흘러넘친다는 말도 좋았다. 여기서 좋은 사람이란 자기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충실하고 자기답게 살아가는 일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이상 몇 가지만 언급했어도 필사의 장점과 중요성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왠지 읽기만 해도 글쓰기 실력이 쑥쑥 오를 것 같은 희망으로 설레지 않는가. 글쓰기 습관을 갖고 싶지만, 도대체 무얼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이나 꾸준히 쓰고 싶은데 글감이 없어 막힌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다. 그냥 쓰고 쓰다 보면 늘게 되어 있는 것이 글쓰기다. 글쓰기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이치가 그렇다. 필사는 글쓰기의 시작이다.

 

 

 


** 이 리뷰는 좋은습관연구소 대표님이 보내주신 책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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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11-21 1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나리자 님의 책을 출간한 출판사에서 나온 책인 줄 지금 알았네요.
저는 이 책을 글감을 찾기 위해 샀죠. 글감 구하기 위해 몇 권의 책을 샀거든요.
다 읽고 나면 얻는 것들이 있을 것 같아 기대됩니다. 완독하고 리뷰도 쓰시고 뿌듯하시겠어요.
저도 오늘 몇 쪽 읽기는 했는데... 몸 컨디션이 좋지 않은지 눈 피로가 느껴지네요.
이럴 땐 오디오북이나 듣고 집안일이나 해야죠.ㅋㅋ 잘 읽고 갑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모나리자 2023-11-24 18:55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읽은 책은 얼른 써야 마음이 편하더라구요. 간격이 길어지면
점점 잊어버리고 귀찮아지거든요.ㅎ
컨디션 안 좋을 때는 무조건 쉬는 게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병 나고 나면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리니까요. 그런 걸 미리미리 깨달았어야 하는데
저도 그걸 못했어요.ㅎ 쉬엄쉬엄 하시는 게 좋아요.
감사합니다. 페크님.^^^

서니데이 2023-11-22 06: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쓰기에 관한 책인가봅니다.
평소엔 큰 관심이 없어도 일상에서 각자 필요에 맞는 글쓰기형식을 잘 배워두는 건 좋은 것 같아요.
작가가 아니어도 작성할 문서가 있을 수 있고요.
모나리자님,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모나리자 2023-11-24 18:59   좋아요 1 | URL
네, 책 읽고 필사하면서 글쓰기 능력도 키울 수 있고 좋은 문장을
수집하는 것도 할 수 있고 글감의 소재를 찾을 수도 있다는 여러 장점을
얘기하고 있어요.
글쓰기는 광범위하게 쓰임새가 많으니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선생은 ‘글쓰는 독재자‘라는 표현을 했다. 거칠지만 꼭 맞는 비유다. 상대방(독자)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행동한다는 것이 아니라, 지독하게 나에게 몰두했을 때 얻게 되는 의외의 효과. - P99

글을 쓰다 보면 ‘이런 것까지 글로 써도 되나‘ 싶을 만큼 개인적이라 고민에 빠질 때가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내용이 아니라면 써도 된다고, 아니, 써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야하나마나 한 소리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 P102

박완서 작가는 베의 뻣뻣함을 성깔에 비유했다. 묘하게 공감이 간다. 베는 면과 달리 유연하지않고 성격이 까다로운 사람이 쉽게 고집을 꺾지 않듯 잘 구겨지지 않는다. 타협하지 않는 완고한 자연의 성미는 음식을다룰 때 오히려 매력이 된다. 오랫동안 물건을 써본 사람만이 아는 고상한 취향 아닐까. - P106

좋은 글이란 읽기 편하고 아름답게 가꾼 문장만은 아니다. 선택지의 벽을 허물고 무한대로 확장하는 글이다. 고정관념과 편견을 양산하고, 알고 있는 것을 세뇌시키듯 반복재생하는 글은 지겹다. 그동안 몰랐던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오늘의 필사 문장 같은 글이 좋은 글 아닐까. - P139

사는 동안 축적한 관찰 재료를 그러모아 동사라는 그릇에넣고 야무지게 버무리자, 신선한 샐러드처럼 살아있는 묘사를 하고 싶다면 ‘관찰‘과 ‘동사‘ 이 두가지 요소를 꼭 기억해야한다. - P147

남이 쓴 글을 읽는 건 떠나고 싶은 욕망의 발현이다. 나라는 육체에 묶인 한계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를 살아보고 싶은충동, 큰 범주에서는 여행이지만 결국에는 또 다른 일상이 아닐까 매일 겪는 일상이라도 여행지에 온 것처럼 낯설게 바라보는 일. 우리가 놓치고 있는 글쓰기의 비밀인지도 모른다. - P195

그렇다면 글을 꾸미는 것에 앞서 잘 살아야 한다. 인생에진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나와 상대에게좋은 영향을 어떻게 줄지 고민해야 한다. 좋은 사람이 되면좋은 글은 절로 흘러넘친다. - P244

글쓰는 사람은 조금 ‘삐딱‘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런 사람에게만 보이는 사실 너머의 진실이 있다. 아무것도 아닌 게 아무것이듯,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듯, 빠르고 편리한것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세상이 요구하는것과 반대로 할 때 보인다. - P252

글쓰기는 ‘사는 방법을 스스로 찾으려는 의지‘이다. 상처받고 주저앉은 내가 다시 일어서는 서사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무너지고 다시 쌓고 깨지고 다시 붙이는 나의 성장 과정을 기록하는 일, 어떻게 이겨내고 다시 일어났는지 내가 쓴글이 증명한다. 글은 이보다 더한 일도 과거의 내가 이겨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래서 글을 쓰면 상처가 치유되고회복탄력성이 키워진다.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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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11-20 1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갑게도 저도 이 책 샀어요. 산 이유는 글감이 없어 헤매다가 이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완독은 하지 못했지만 훑어 보니 도움이 될 것 같더라고요.

모나리자 2023-11-20 21:42   좋아요 1 | URL
사셨군요.ㅎ 평소에 카톡방에서 필사 인증하신다고 하셨지요.
공감하실 부분이 많을 것 같네요. 필사해 두면 언젠가 꼭 필요할 때가 있더라구요.
저도 좋은 문장 수집하고 있습니다.ㅎ
편안한 밤 되세요. 페크님.^^
 

필사가 습관이 되면 글쓰기 소재도 마를 날이 없다. 무엇을 써야 할지 고민될 때는 필사 노트만 펼쳐봐도 무궁무진한이야깃거리가 튀어나온다. 작가의 문장에 찬반을 얹어보기도 한다. 필사 내용과 비슷한 경험(생각)을 했던 오래전 기억도 끄집어낼 수 있다. 누가 자꾸만 옆구리를 콕콕 찌르는 것만 같다. ‘이래도 쓸 거리가 없다고?‘ - P23

필사 습관을 꼭 문체를 가꾸는 용으로 한정할필요는 없다. 작가의 정신을 닮기 위해, 지적 탐구의 기록, 글씨체를 교정할 목적이어도 좋다. 내 머리로 들어온 ‘작가의 생각이 손끝으로 나가는 동안, 그게 무엇이든 흔적을 남긴다. - P25


매일 하려면 부담스럽지 않아야 한다. 필사 시간은 5분,
길어도 10분을 넘지 않는 게 좋다. 양치질 한 번 할 때 30분이 걸린다면 매일 할 수 있을까? 일부러 시간을 빼야 하고 그것을 떠올렸을 때 한숨부터 나온다면 필사는 즐거운 습관이아니라 마지못해 하는 숙제일 뿐이다. 하루 한 단락을 곱씹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 P28

쓰는 사람이니 다만 쓸 뿐이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미리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설사 남들이 내 글을 갖고서 이러쿵저러쿵 한다 해도 어쩌랴. 내 손 밖의 일 아닌가. 글을 쓸때는 좀 뻔뻔해도 괜찮다. 다만 뻔뻔함에는 내 글에 책임을지겠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것은 수없이 반복하는 퇴고로해결해야 한다. - P38

글 쓰는 사람에게는 노는 것도 일이다. 매일똑같은 하루를 겪고, 똑같은 음식을 먹고, 똑같은 사람을 만나면서 새로운 글을 쓰기 바라는 것은 변의도 없는데 변기에앉아 힘을 주는 것과 똑같다. 안 해본 경험을 하며 자주 놀아봐야 전에 없던 글이 나온다. - P48

예전에는 몰랐지만 이제는 안다. 긴급한 일과 중요한 일,
이 중 긴급한 일만 하다 보면 중요한 일은 우선순위에서 밀려영원히 못 하게 된다는 것. 긴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중하나가 독서와 운동이다. 당장 안 한다고 해서 티가 나거나, 어떤 손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책을 안 읽었다고 해서 방송이펑크 나거나 직장에서 잘리지도 않는다. 마찬가지로동안 운동을 안 했다고 죽을병에 걸리지도 않는다.
- P61

역할에 파묻혀서 점점 소멸하는 ‘나‘를 지상 위로 끌어올리는 일로 누군가는 글쓰기를 선택한다. 혼자가 아닌 여럿이함께하며 매일 인증을 하고, 글쓰기 전용 의자에 앉는다. ‘꺾이지 않는 시스템‘은 세상이 나를 꺾지 않게 도와준다. 해리엇 비처 스토는 그 어떤 방해물에도 ‘꺾이지 않는 마음을 고수했고 노예제 폐지에 불씨를 지핀 위대한 소설 (톰 아저씨의오두막)을 완성했다. 그리고 마침내 ‘꿈은 이루어졌다. - P71

글쓰기 근육이 붙을 때까지는 분량이나 완성도에 너무 집착할 필요없다. 짧아도 괜찮으니 되도록 매일 훈련하듯 글을쓰는 게 좋다. 일주일에 한 번 세 시간 운동하는 것보다 매일30분씩 운동하는 것이 몸에 더 이로운 것처럼. - P85

현 상태를 계속해서 유지하려는 관성의 법칙은 글쓰기에도 적용된다. 글을 쓰고 있으면 계속 써진다. 하지만 한 번멈추면 다시 시동을 걸고 예열하고 출발하는 데 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 P93

‘함께‘의 힘도 있지만 ‘매일 쓰는‘ 힘도 무시 못한다. 글쓰기권태를 극복하고 계속 쓰는 힘을 얻고 싶다면 글쓰기 모임을추천한다. 마감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 두바퀴가 당신의 멈춰있는 차를 굴릴 테니까.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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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11-20 1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필사 시간은 짧게, 이군요.
저는 가지고 있는 책 중에 알라딘에 올리지 않은 책이 많아요. 완독하면 올려야지, 했다가 잊는 거죠. 하하~~ 모나리자 님처럼 바로바로 읽고 알라딘에 올려야지, 하는 생각 듭니다.

모나리자 2023-11-20 21:44   좋아요 1 | URL
네, 주객이 전도되면 안 되니까요.ㅎ 짧은 5분이라도 모이면 대단한 분량이 되는 거죠.
북플 밑줄긋기는 필사 역할을 하는 도구라고 생각됩니다. 가끔 진도가 안 나가면 못 다 읽은 책이 쌓이는 게 흠이지만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