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은 ‘글쓰는 독재자‘라는 표현을 했다. 거칠지만 꼭 맞는 비유다. 상대방(독자)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행동한다는 것이 아니라, 지독하게 나에게 몰두했을 때 얻게 되는 의외의 효과. - P99
글을 쓰다 보면 ‘이런 것까지 글로 써도 되나‘ 싶을 만큼 개인적이라 고민에 빠질 때가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내용이 아니라면 써도 된다고, 아니, 써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야하나마나 한 소리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 P102
박완서 작가는 베의 뻣뻣함을 성깔에 비유했다. 묘하게 공감이 간다. 베는 면과 달리 유연하지않고 성격이 까다로운 사람이 쉽게 고집을 꺾지 않듯 잘 구겨지지 않는다. 타협하지 않는 완고한 자연의 성미는 음식을다룰 때 오히려 매력이 된다. 오랫동안 물건을 써본 사람만이 아는 고상한 취향 아닐까. - P106
좋은 글이란 읽기 편하고 아름답게 가꾼 문장만은 아니다. 선택지의 벽을 허물고 무한대로 확장하는 글이다. 고정관념과 편견을 양산하고, 알고 있는 것을 세뇌시키듯 반복재생하는 글은 지겹다. 그동안 몰랐던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오늘의 필사 문장 같은 글이 좋은 글 아닐까. - P139
사는 동안 축적한 관찰 재료를 그러모아 동사라는 그릇에넣고 야무지게 버무리자, 신선한 샐러드처럼 살아있는 묘사를 하고 싶다면 ‘관찰‘과 ‘동사‘ 이 두가지 요소를 꼭 기억해야한다. - P147
남이 쓴 글을 읽는 건 떠나고 싶은 욕망의 발현이다. 나라는 육체에 묶인 한계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를 살아보고 싶은충동, 큰 범주에서는 여행이지만 결국에는 또 다른 일상이 아닐까 매일 겪는 일상이라도 여행지에 온 것처럼 낯설게 바라보는 일. 우리가 놓치고 있는 글쓰기의 비밀인지도 모른다. - P195
그렇다면 글을 꾸미는 것에 앞서 잘 살아야 한다. 인생에진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나와 상대에게좋은 영향을 어떻게 줄지 고민해야 한다. 좋은 사람이 되면좋은 글은 절로 흘러넘친다. - P244
글쓰는 사람은 조금 ‘삐딱‘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런 사람에게만 보이는 사실 너머의 진실이 있다. 아무것도 아닌 게 아무것이듯,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듯, 빠르고 편리한것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세상이 요구하는것과 반대로 할 때 보인다. - P252
글쓰기는 ‘사는 방법을 스스로 찾으려는 의지‘이다. 상처받고 주저앉은 내가 다시 일어서는 서사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무너지고 다시 쌓고 깨지고 다시 붙이는 나의 성장 과정을 기록하는 일, 어떻게 이겨내고 다시 일어났는지 내가 쓴글이 증명한다. 글은 이보다 더한 일도 과거의 내가 이겨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래서 글을 쓰면 상처가 치유되고회복탄력성이 키워진다.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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