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 번역가 권남희 에세이집
권남희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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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학 번역에 대한 관심으로 읽었다. 번역 관련 이야기와 가족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가 감동이었고, 번역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단연 으뜸! 나도 꼭 일본어 번역가가 되고 싶다고 다짐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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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잘 읽는 방법 - 폼나게 재미나게 티나게 읽기
김봉진 지음 / 북스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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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이 다른 다양한 사람이 있는 것처럼 책읽기의 방법도 다양한 것 같다보통은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읽고 나서 다음 책을 보는 경우가 가장 흔할 것이다하지만 독서의 고수들을 보면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 경우가 많아서 관심이 생긴다나도 전자의 경우인데 요즘 일본어 원서와 다른 책 한 권을 아침저녁으로 교대하거나 하루걸러 읽는 방식을 활용해 봤는데 나름 만족스러웠다생각해 봤더니 아침저녁 독서캠페인 이벤트가 있어서 짧은 시간을 이용하여 읽고 정리하는 습관이 좋은 효과를 본 것 같다아마도 좀 어려운 책이나 소설의 경우는 그 흐름을 방해할 우려도 있기 때문에 자기계발 분야나 실용서독서법과 글쓰기 관련 책이 이 방법에 적합할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김봉진은 스스로를 과시적 독서가로 칭하며 서점에서 과소비를 즐기고 읽은 책이나 감명 깊게 읽은 문장을 페이스북에 올려 자랑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한다또 배달의민족에서 한나체주아체도현체연성체기랑해랑체 같은 폰트를 디자이너들과 함께 만들어 배포하는 등 부업으로 우아한형제들을 창업하여 배달의민족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1장은 책 잘 아는 법, 2장 책 잘 읽는 법, 3장 책 잘 써먹는 법부록으로 저자의 도끼 같은 책 31권을 소개하고 있다.

 

 다양한 독서법을 알려준다발췌해서 읽기속독의 방법으로 읽기, 3~5권씩 동시에 읽기 등이다책을 여기저기 눈에 띄게 놓고 손에 걸리는 대로 들춰보는 방법도 있다책을 다 못 읽고 쌓아 두었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낄 필요 없단다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겠다책을 깨끗이만 보는 것보다는 접거나 낙서도 하고 그래야 책에 대한 애정이 생기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나는 최소한의 밑줄을 치거나 거의 깨끗하게 보는 편인데 변화를 주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고 언젠가 꼭 읽어야 한다는 부채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고전을 읽는 가장 쉬운 방법은 만화책으로 고전 읽기라고 한다또 중학생들이 즐겨 읽는 중학생을 위한 시리즈등을 먼저 읽고 본서를 읽으면서 이해를 높이는 방법도 소개한다실용서적은 직장의 선배에게 물어보는 것보다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찾을 수 있으며 시대정신에 관심을 갖기 위해서는 베스트셀러의 목록도 눈여겨 볼 것을 권하고 있다또 6개월 간격으로 어려운 책 읽기 도전해 보기를 권한다쉽게 읽히는 책만 읽다보면 독서 편식에 빠질 수 있다는 이유다순서대로 안 읽고대충 읽고두껍고 어려운 책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넘기면서 그렇게 2~3년 반복하다보면 언젠가 눈에 들어오게 되는 데 이것을 지식의 거름망이라고 한다이제까지 고수해왔던 독서방식을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의도적으로 노력한다면 독서로 인해 사고의 확장과 함께 글쓰기 능력도 성장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도끼 같은 책 31권은 책 소개와 더불어 저자가 감명 받은 바를 간략하게 얘기하고 있어서 책을 선택할 때 도움이 될 것 같다책읽기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책과 친숙해지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또한 정통적인 책읽기 방식을 고수해 온 독자라면 변화를 모색하여 입체적인 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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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 - 어느 젊은 번역가의 생존 습관 좋은 습관 시리즈 3
김고명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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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하며 먹고 살 수 있을까그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행복한 사람임에 틀림없다이 책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는 12년 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고명 저자가 오늘의 그를 있게 해 준 좋은 습관 20가지를 소개하는 책이다책을 좋아하고 영어 좀 하니까 번역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영문학을 전공하고 혹시 모르는 일에 대비하여 경영학도 전공했다 한다대기업 인턴에서 미끄러진 후 미련 없이 번역가의 길을 선택하여 지금까지 생존하고 있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일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대표 역서로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사람은 무엇으로 성장하는가≫ 등 40여 종의 번역서를 출간했다번역에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번역가의 일상 루틴을 알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감으로 읽었다출판사 좋은 습관 연구소’ 에서 펴낸 습관 시리즈’ 중 세 번째 책이었다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는 저자답게 맛깔스런 글 솜씨와 핵심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멘트 덕분에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강의를 들은 기분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미래의 저에게 보내는 나의 분투기 같은 것입니다.

아니분투기라고 하긴 좀 그렇네요제가 뭔가 남들이 하지 못하는 대단한 노력을 하고 있는 건 아니니까요말씀드렸다시피 이 책에 대단한 건 없습니다그저 좋은 습관일 뿐입니다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어찌어찌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그저 좋아하는 것을 좇아 그걸 잘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을 만들고그냥 조금씩 걸어왔을 뿐.’ (P6- 프롤로그)

 

 어떤 일을 좋아하고 흥미를 느끼면서도 끝까지 지속하지 못하고 후회하곤 했던 일이 얼마나 많은가그렇기에 그저 좋은 습관일 뿐이고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실천할 수 있으며 대단한 건 없다고 하는 저자의 말은 따듯한 겸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그러면서 그래그렇게 쉬운 일이라면 다시 힘을 내서 해볼까 하는 마음이 불끈 솟는다.

 

1. 원서 읽기의 시작은 어린 왕자부터

번역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그 시작은 원서 읽기가 아닐까저자는 너희 중에는 나중에 영문과 나왔다는 게 부끄러울 사람도 있을 거야.”(P11)라는 교수님의 일성을 들은 뒤 어린 왕자를 읽기 시작하고 인생 최고의 책이 되었다고 한다만만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선택했지만 읽기를 마친 후 감동은 오랫동안 여운이 남았고 공익 시절 동안 읽은 서른 권의 책이 번역가가 되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했다짧은 분량의 원서를 읽으면서 성취감을 늘리고 많이 읽고 다양한 문장에 노출되는 것이 핵심이다여기에 이어 글쓰기 실력을 키우는 법좋아하는 분야 덕질 하기집중력을 발휘하는 뽀모도로’ 기법메모 습관미니멀리즘일의 성과를 내기 위한 운동 등 번역에 집중하여 능률을 올리는 방법과 수입까지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이 좋은 습관 스무 가지는 번역가 지망생이나 번역에 관심이 있는 독자를 위한 친절한 안내서이기도 하지만 대번역가를 꿈꾸는 미래의 저자를 위한 좋은 습관의 목록들이기도 하다.

 

2. 레벨 정도의 글을 쓰는 방법


원서 읽기도 그렇고 뭐든 꾸준하게 해야 늡니다일주일에 한 번씩 90점짜리 글을 쓰는 것보다 이틀에 한 번씩 50점짜리 글을 쓰는 게 좋아요점수를 합치면 전자는 한 달에 360후자는 750점이죠실제로 실력이 향상되는 것도 그 정도 차이가 납니다매일 써야 감각이 길러져요소설가 김연수스티븐 킹무라카미 하루키가 공통으로 하는 말이 뭔 줄 아세요글이 잘 써지든 안 써지든 무조건 매일 꼬박꼬박 쓰라는 겁니다내로라하는 작가들이 그런 말을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겠죠.’(P25)


 번역가에게 있어 해당 외국어 실력도 중요하지만 한국어 실력은 더 중요하다고 했다글 솜씨의 레벨을 편의상 1~5로 나누어 볼 때 기본적으로 레벨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글쓰기는 훈련을 통해서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이렇게 구체적으로 쉽게 알려주어서 좋았다마음에 드는 글을 쓰려는 욕심이 앞서다 보면 이상하게 더 안 써질 때가 있다완벽하게 만족스러운 글이 써질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다소 만족스럽지 못한 글이라도 쓰는 횟수를 늘리다보면 언젠가는 비약적으로 향상되어 있을 거라는 저자의 조언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글은 쓴 만큼 늘게 되어 있으며글쓰기는 정직한 행위라는 것을 명심해야겠다.

 

글 솜씨를 키우기 위한 방법을 정리하면,


1. 블로그에 쓴다.

2.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쓴다.

3. 최소 열 문장씩 쓴다.

4. 준비 없이부담 없이 편하게 쓴다.(P31)


 번역에 대한 관심으로 카페 회원이 되고 우연히 블로그를 개설하게 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참 잘 한 일 같다자주 쓰고 부담 없이 마음 편하게 쓰는 것이 글쓰기 실력을 키우는 일이라니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4. 25분씩 집중하는 뽀모도로 기법 아세요?



그걸 간파한 형님이 제게 가르쳐준 게 지금부터 소개할 뽀모도로 기법입니다사실 소개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을 만큼 간단해요. 25분 일하고 5분 쉬는 것을 반복하는 게 다거든요그렇게 네 번을 반복했으면 20~30분씩 길게 쉬어주고요정말 그게 다예요.’(P47)

 

뽀모도로기법에 대해 처음 듣게 되었다보통 강의나 학교 수업은 40분 내지 50분에 휴식 시간 10분이다그런데 이 방법은 한 시간을 둘로 나누어 30분씩 사용한다. 25분 집중, 5분 휴식이라는 것이다특히 공부할 때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다고 해서 공부하는 분량이 많아지는 것은 아니다더구나 고자세로 오랫동안 앉아 있으면 건강상의 문제도 생기기 쉽고 집중하는 것도 쉽지 않다이 방법을 10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고수하고 있으며총 작업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있어서 효과적이라고 한다.

 

7. 중도 포기 없이 꾸준히 운동하는 비법


 운동의 중요성이 번역가에게만 해당 될까공부하는 학생이든 일을 하는 직장인이든 체력이 있어야 오래 버틸 수 있다하지만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열심히 운동하겠다고 결심하지만 꾸준히 하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 걸까첫 마음과 달리 한두 번 거르다 보면 모든 것이 귀찮아진다그런 우리를 응원이라도 하는 것처럼 가벼운 제안을 한다.


1. 번역가로 오래 살려면 주 3일은 운동을 해야 한다.

2. 운동은 가까운 데서 하는 게 최고다.

3. 10분 만 해도 운동한 것으로 치면 운동이 만만해진다.

4. 운동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면 덜 지친다.(P84~P85)


 오늘 운동을 빼먹었다고 자책하기 보다는 이만큼이라도 했으니 다음엔 좀 더 하면 되지하고 넘어가면 된다공부든 운동이든 너무 중압감을 가지기보다 짧은 시간을 하더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는 것이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8. 번역은 연기연기를 위해 필사를 합니다



제가 들었던 조언은 크게 두 가지였어요하나는 한자를 줄여보라는 것한자어는 순우리말보다 딱딱한 느낌이 강합니다그래서 한자어를 의도적으로 줄였어요다른 하나는 한국 소설을 많이 읽어보라는 것이었어요언어의 귀재들이 어떻게 언어를 요리하는지 맛보라는 거였죠그래서 한국 소설을 많이 읽었어요그리고 그것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 필사를 했습니다김애란 작가의 침이 고인다를 주로 필사했어요남성적인 느낌을 완화하기 위해 일부러 여성 작가의 책을 선택한 거죠.’(P83)


 번역서들을 읽다보면 매끄럽게 잘 읽히는 책이 있는 반면자꾸만 겉돌아서 이해하기 힘든 문장을 만나기도 한다저자도 문장이 너무 건조하고 딱딱하게 읽힌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한다그래서 한자어를 줄여보거나 한국 소설을 읽고 필사를 한 노력 덕분에 도둑 비서들은 역서 중 가장 많은 서평이 올라온 책이며 호평 일색이라는 평가를 받았단다그 후 번역한 애티커스의 기묘한 실종 사건은 천명관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라는 평가를 들었다는데바로 그 작가의 나의 삼촌 브루스 리를 필사했던 덕분이라고 했다필사를 함으로써 다른 성의 느낌을 살릴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하게 느껴졌다그게 바로 감정이입의 효과인 걸까또 원저자의 성격이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 동영상을 시청하기도 하는데 일방적이지만 그렇게 대면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저자에 대한 애정이 생기고 잘 아는 사람처럼 느껴진다고 한다이런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 아무래도 글 속에서 저자와의 교감하는 부분도 생기고 저자의 분위기나 말투를 잘 살려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외에도 번역 원고를 검토하는 방법번역 작품의 내용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검색을 하는 방법영단어 암기법편집자와의 관계 등 번역가가 하는 일의 전반적인 내용과 슬럼프를 극복한 사례도 알려 준다인공지능 발달과 4차 산업 혁명의 영향으로 번역 업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거라는 얘기가 무성했었다그런 상황에는 어떻게 대처하게 되는지 궁금했는데언급된 이야기가 별로 없어서 약간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아무리 기계 번역이 발달하더라도 인간의 감정적인 부분까지 교감할 수 없기 때문에 큰 걱정은 기우라는 말을 과학 관련 책에서 본 것이 생각났다좋아하는 일이라면 이것저것 재며 망설이기보다는 먼저 발을 들이는 것도 상책이 아닐까 싶다번역가는 못 되더라도 원서를 읽는 것이 만만해 질 수도 있을 테니까.


 각 장마다 번역에 대한 유용한 깨알 팁을 소개하고 있다.


20. 저와 일의 가치를 매일 되새깁니다


 어떤 일에 10년을 바쳤으면 안정기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돈과 명예를 먼저 생각한다면 결코 할 수 없다는 번역 일을 이 만큼 오래 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어디에 소속된 것도 아닌 프리랜서로서 스스로 시간 관리를 해야 하고 모든 일정을 마감 기한에 맞추어 조절해야 하는 직업이다건강에 이상이 생겼을 때나 한 달 넘게 일이 안 들어 와서 막막했던 상황에 부딪히기도 했다그런 난감한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 수 있었을까.

 

1.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

2. 나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3. 내가 빛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P214)

 

 저자는 프리랜서 번역가로 꿋꿋이 살아가기 위해 이 세 가지를 습관적으로 되새긴다고 한다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을까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쉽게 일하고 쉽게 성공하는 것처럼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어려움을 갖고 살아간다일전에 일본문학 번역가 권남희의 에세이를 읽었는데 300여 권이나 역서를 낸 베테랑 번역가라면 부러움의 대상이기만 할 것 같았다하지만 들여다보니 마냥 화려한 것만은 아니었다저자와 닮은 점이 있다면 그 일이 좋아서 하다 보니 30여 년이나 계속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그러니 좋아한다면 자기가 하는 일의 가치를 믿고 자신의 가치를 믿으라고 조언을 한다여기서 알려주는 좋은 습관 스무 가지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적용하거나 응용할 수 있는 분분이 많았다로망으로 여기던 번역가들의 시간관리나 번역 일의 전반적인 과정을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영어책 번역가의 이야기지만 다른 언어에 관심이 있더라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변역가 지망생은 물론이고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사는 게 가능한지 확인하고 싶은 사람또 지금 하는 일에서 성과를 내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유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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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 번역가 권남희 에세이집
권남희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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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문학을 번역하고 있다는 권남희의 에세이를 만나게 되었다. 프로필 소개를 보고 알았는데 전에 읽었던 <츠바키 문구점>이 그녀가 번역한 작품이라고 해서 반가웠다. 포포가 문구점을 운영하면서 할머니에게 대필업을 물려받아 대필을 의뢰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이웃 사람들과 훈훈한 정을 주고받는 이야기여서 따듯하게 느껴졌었다.


  이 에세이는 그동안 일본문학을 번역하면서 만난 편집자, 일본 작가들의 이야기와 일상에 관한 여러 에피소드가 많이 들어있다. 웃음도 주었고 때로는 살짝 눈이 젖어드는 뭉클한 감동도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왠지 번역가들은 그 언어권 작가와 친근감이 있는 것 같아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어쩌면 이것도 번역가들의 특권이 아닐까. 또 딸과 친구처럼 지내는 단출한 가족 이야기도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고 약간의 외로움도 느끼게 했다. 그리고 번역일이라는 게 먼발치로 바라보는 것처럼 그리 낭만적인 일은 아니구나 싶었다. 그녀는 근사한 서재도 없이 거실에서 책상을 두고 일을 한다고 했다. 물론 소박한 공간을 좋아해서 일 것이다. 자신은 번역가라는 호칭보다 번역하는 아줌마로 불리는 게 더 편하다고 했다. 거의 뿌리 깊은 집순이 라고. 게다가 앞 못 보는 애완견 나무를 돌보아야 해서 어지간한 일이 아니고서는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이미 한글을 독학으로 떼고 만화방을 다녔단다. 역시 어릴 때부터 활자와 친했어. 중학교 때부터 인생의 계획을 세우면서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열심히 한 것 같다. 그때부터 번역을 생각했는지 그건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꿈과 계획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밀고 나가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를 추억하는 부분은 좀 먹먹하기도 했다. 왜 옛날 아버지들은 그렇게 자기밖에 몰랐을까 싶다. 시골에서 목욕탕과 여관을 운영할 정도였으면 집안 살림은 큰 걱정 없이 살았을 것 같다. 그런데 뼛속까지 부지런하고 뼛속까지 구두쇠인 일중독인데다 다혈질 성격 때문에 가족들을 평생 힘들게 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가보다. 아무리 그렇게 힘들게 했더라도 가족은 가족이다. 이별의 순간이 가까워지면 그냥 그걸로 잊어버리고 안타까운 마음이 되는 건가 보다. 말년에는 와병 환자로 지내던 아버지를 어머니가 돌보는 게 너무 힘들어서 가까운 곳에 요양원 입소를 결정했는데 1시간 만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는다. 요양원 들어가는 것을 그렇게 싫어했다는데.


  좋아하는 일을 해서 평생 밥 먹고 산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로망일 것이다. 종일 책과 씨름하면서 번역을 하고... 멋진 일이기는 하다. 그런데 일 년에 한번쯤 34일 이내로 일본 여행 정도를 다녀올 수 있다고 해서 마음이 좀 짠해졌다. 왜냐하면 일거리는 계속 대기하고 있을 것이고 마감에 맞추려면 어디 돌아다니는 것은 제한적일 것이다. 그래서 정말 그 일이 좋고 밖에 돌아다니지 못하는 것을 감수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겠구나 싶었다. 나이 50에 국카스텐에 빠져 들다가 그들의 콘서트를 섭렵하는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단조로운 일상에 가끔은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도 필요하겠지.


  예전에 사오정 시리즈가 유행인 적이 있었다. 어머니의 이야기로 추억의 사오정을 소환하는데 너무 웃겨서 몇 번을 읽었다. 웃다가 눈물이 나기도. 크게 웃을 일 없는 요즘이라 여기 소개해 본다.

엄마: (여기)공물(곡물) 파는 데는 없심니까?

노인: 동물이요?

엄마: , 공물요.

노인: 무슨 동물이요?

엄마: 공물이 공물이지 무슨 공물이 어데 있심니까.

노인: 동물도 종류가 있지. 뱀 같은 거요?

엄마: 콩 같은 거요.

노인: 곰 같은 걸 왜 여기서 찾아요!

  일에 충실하게 살아가던 그녀가 마스다 미리의 마음이 급해졌어, 아름다운 것을 모두 보고 싶어를 번역하면서는 그간의 굳은 마음이 변했단다. 더 늙기 전에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는 일념으로 혼자서 용감하고 씩씩하게 패키지투어를 다닌 이야기란다. 그러고 나서 자신도 친구와 언감생심 꿈도 못 꾸던 동유럽 여행을 다녀온다. 한번 가보면 정말 반하게 되어있다. 여행이 여행을 부른다. 다시 열심히 일해서 장거리 여행 또 갈 거란다. 목표가 생기면 일도 더 열심히 할 거고 건강을 위해서 열심히 운동도 할 것이다. 여기에 소개된 책 중 제목만 알고 있던 유명한 작품이 많았다. 카모메 식당은 영화로도 알려져 있던데. 30년 가까이 번역에 시간을 보냈단다. 얼마나 긴 시간인가. 그런데 지난 세월을 생각해보면 정말 잠깐이다. 오랜 시간 일하면서 다듬어진 언어 속에 땀과 노력, 많은 감정의 숨결이 담긴 그녀의 작품을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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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복의 성자
아룬다티 로이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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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일에 싸인 신비의 나라로 여기던 인도의 이야기인데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평가가 워낙 호평이어서 궁금한 마음과 기대감으로 만나게 되었다. 결코 평범하다고 할 수 없는 주인공을 내세워 인도의 아픈 역사, 정치 현실을 놀랍도록 예리하게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주인공 안줌은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게 태어났는데 이런 제3의 성을 힌두어로 히즈라로 부른다고 한다. 자웅동체의 동물이 있다는 것은 들어보았지만 인간에게 그런 경우가 있다니. ‘불가촉천민에 해당하는 히즈라안줌이 인도의 역사, 종교, 정치상황의 소용돌이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 변화되어 가는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종교 때문에 분리된 역사가 있다는 것은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잔혹한 이야기가 들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작가의 분신인 듯한 건축학도 틸로를 비롯하여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이 많이 나온다. 시체 안치소에서 일하다 잔혹한 폭도들에게 아버지를 잃고 그들에게 복수하려고 이슬람교도가 되어 사담 후세인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담, 자본주의 제국과 인도와 미국의 국가 테러리즘, 모든 종류의 핵무기와 범죄 등 온갖 사회문제를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십년이 넘도록 단식투쟁을 하는 아자드 바르티야 박사 등 인도라는 나라를 이해하는데 생생한 역할을 하는 등장인물들이다.

 

 자하나라 베굼이 네 번째 아이를 낳았는데 아들이라는 산파의 말을 듣고 엄청 기뻐한다. 미리 준비해 두었던 이름 아프타브 라고 지어주고 이튿날 아침 찬찬히 아이의 몸을 살펴보던 베굼은 소스라치게 놀란다. 아들인 줄 알았던 아이의 몸에 남자와 여자의 성징이 함께 있었던 것이다. 처음엔 심장이 죄어들고 뼈가 재로 변하는 기분이 들더니 자신과 아기를 죽여 버릴까 하는 복잡한 마음까지 생긴다. 세상 대개의 것에는 암수가 정해져 있거늘. 참담한 심정이 된 베굼은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신께 기도를 올리면 여아의 성징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는다.

 

 다섯 살이 되자 학교에 들어가 일 년도 안 되어 쿠란을 거의 암송하고 아홉 살에는 고전음악과 전통 경음악을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지만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하자 학교에 가는 것을 거부하게 된다. 또 미루고 미루었던 할례를 받아야 할 차례가 되자 베굼은 어쩔 수 없이 남편에게 고백을 하는데... 혼자서 감당해야 했던 악몽을 털어 놓으며 울음을 터뜨린다. 부부는 절실한 마음으로 의사를 찾아갔는데 봉합수술을 하고 약도 처방해 줄 수 있는 외과의사를 소개할 수도 있지만, 표면적인 것만이 아니라 히즈라의 성향은 사라지지 않을 거라 말을 듣는다. 지푸라기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비용을 마련하려는 부모의 노력과 달리 아프타브는 립스틱을 바르고 하이힐을 신은 여자의 모습에 매료되고 점점 여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꿈의 집이라는 의미의 콰브가로 불리는 하벨리(인도의 전통적인 저택)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님모 고라크푸리와 친해진다. 여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과 여자가 되고 싶다는 아프타브와 달리 님모는 뭔가 세상 물정을 아는 듯한 말을 한다.

 

신이 왜 히즈라를 만들었는지 알아?”

아뇨, 왜 만들었는데요?”

일종의 실험이었어, 신은 행복할 수 없는 생물체를 만들어보기로 결심한 거야. 그래서 우리를 만들었지.”(P39)

 

 콰브가에서 사는 사람은 모두 행복하다고 여겼던 아프타브에게는 충격적인 말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는 행복한 사람이 없고 있다고 해도 가짜고 속임수 일 뿐이라니. 보통 사람들은 물가 상승, 자녀 입시, 남편의 폭력이나 힌두-이슬람 폭동, 인도-파키스탄 전쟁에 대한, 결국은 해결되는 외부적인 걱정이지만 히즈라들은 그것 말고도 극복해야 할 걱정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불행한 존재라는 것이다. 행복하다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못하고 열네 살이 되어서야 님모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게 되는데. 키가 커지고 근육질이 되고, 더구나 여자가 되고 싶은 아프타브에게 치명적인 변성기가 찾아오자 자신이 혐오스럽고 두려운 마음이 된다. 삶의 의욕을 잃고 혼란스러운 아프타브는 열다섯 살이 되자 히즈라들의 공동체 꿈의 집을 뜻하는 콰브가로 들어가 우스타드 쿨숨 비의 제자가 되어 안줌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세월이 흘러 안줌은 델리에서 가장 유명한 히즈라가 되었고 버려진 아이 자이나브를 만나 엄마가 되고 싶다는 소망도 이루었다. 더 완벽하게 여자가 되고 싶어서 수술을 하고 후유증으로 두 개의 목소리를 갖게 되었지만 그렇게 콰브가에서 삼십 년 넘게 살다가 마흔 여섯이 되었을 때 그곳을 떠나겠다고 선언한다. 유치원생이 된 자이나브가 시름시름 앓게 되자 기도를 하러 아지메르에 갔다가 구자라트를 경유하게 되는데 구자라트의 폭동을 겪고 죽을 뻔했던 고비를 넘기고 돌아오지만 그 충격으로 딴 사람처럼 변하고 콰브가 식구들과 불협화음이 결심을 굳히게 한다.

 

늙은 새들은 어디에 가서 죽나요? 하늘에서 우리 머리 위로 돌처럼 떨어지나요? 길거리에서 새들의 시체가 우리 발부리에 걸리나요? 우리를 이 지구에 보낸 전지전능한 존재가 우리를 데려갈 적당한 방도를 마련해 놓았을까요?”(p16~17)

 

그녀는 묘지에서 나무처럼 살았다. 새벽이면 까마귀들을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박쥐들을 맞이했다. 해질녁엔 반대로 했다. 새벽과 저녁 사이엔 그녀의 높은 가지들에 흐릿한 형체로 앉아 있는 유령 독수리들과 교류했다. …… 사람들이 그녀를 서커스 없는 광대, 궁전 없는 여왕이라고 헐뜯을 때에도 그 상처가 그녀의 가지들 사이로 산들바람처럼 불어가게 했고, 살랑거리는 잎사귀들의 음악을 고통을 달래주는 진통제로 삼았다.(P13~14)

 

 돌아올 거라 믿었던 콰브가 식구의 생각과 달리 묘지에서 정착한다. 이맘에게 삶의 의미를 묻던 안줌은 황폐한 묘지에 살면서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데 이전과 달리 정치 상황이나 사회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오랜 염원을 실천하며 세상이 아무리 헐뜯고 상처를 주어도 산들바람을 음악처럼 여기고 고통을 나누며 살아간 것이다.

 

비루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그런 것처럼 일단 벼랑 끝에서 떨어지면 추락을 멈출 수 없어.”

그리고 우리는 추락하면서 역시 추락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매달리게 되지. 그 사실을 빨리 깨달을수록 좋아. 우리가 사는 여기 이곳, 우리가 보금자리로 삼은 이곳은 추락하는 사람들의 집이야. 여기엔 하키 카트(‘현실의 의미)가 없어. 이봐, 심지어 우리 자신조차도 현실이 아냐. 우린 진짜로 존재하는 게 아냐.”(P117~118)

 

 콰브가에 두고 온 자이나브를 키우며 행복했던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울적해진 안줌이 자신은 엄마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하자,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냐고 반박하는 사담에게 다그치는 말이다. 아무것도 아닌, 없는 존재로 살아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너무나도 적확하게 직시하는 안줌의 말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작가는 이렇게 철저하게 한 사람 한 사람 그 마음속을 꿰뚫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 한다. 죽을 것 같은 고통과 체념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도 어떤 연민과 동정을 보태지 않는다. 그 태연자약함이 더욱 마음을 아리게 한다. 이것은 조국의 현실을 아파하고 진실 그대로 알리려는 그녀만의 방식이며 내공이 아닐까 싶었다.

 

 안줌의 삶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한편 다른 쪽에서는 인도의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첨예한 대립 상황과 부패한 권력자들의 정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2002년 힌두교도가 수천 명의 무슬림을 학살한 구자라트 폭동은 인도 역사상 가장 잔혹했던 폭동이라고 한다. 대학 때 연극 연습에서 만난 친구였던 나가, 비플랍, 무사, 세 사람 모두 이 소설의 또 다른 중심인물인 틸로를 사랑하지만 틸로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무사이다. 이들은 분리 독립운동으로 들끓었던 카슈미르에서 재회한다. 카슈미르 분쟁은 영토 문제를 중심으로 하여, 종교 문제, 지역 패권 문제, 그리고 주권 관련 정치문제로서의 여러 가지 성격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정부군의 총에 맞은 아내와 어린 딸을 잃은 무사는 정부군에 맞서는 이슬람 전사가 되어 지하운동을 하며 쫓기는 신세이고, 정보국에서 일하는 비플랍과 신문 기자인 나가는 그 지역에서 근무 중이었다. 무사의 은밀한 연락을 받고 카슈미르에 오게 된 틸로는 위기에 빠지고 비플랍에게 구조 신호를 보내면서 이들의 운명은 뒤얽히게 되는데...

 

언젠가는 카슈미르도 그런 식으로 인도를 자폭하게 만들 거야. 그때쯤 너희는 공기총으로 우리 모두를, 한 사람도 빠짐없이 전부 눈이 멀게 만들어버렸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눈이 성한 너희들은 너희가 우리에게 한 짓을 볼 수 있을 거야. 너희는 우리를 파괴하고 있는 게 아냐. 일으켜 세우고 있는 거지. 너희가 파괴하고 있는 건 너희들 자신이야. 쿠다 하피즈, 가슨 씨”(P567)

 

 어느 날 무사가 틸로의 셋방에 찾아왔다가 만난 비플랍에게 얘기하는 장면이다. 언제나 군인의 총 조준기 안에 들어있었던 카슈미르인 사람들의 억압적인 삶, 무고한 사람들을 잔혹하게 학살하고 아무런 가책도 느끼지 않는 사람들, 그 역사적 현장을 자세히 알게 되어 참으로 마음이 무거워졌다. 파괴하려 할수록 민중은 일어선다는 것을 많은 역사를 통해 알 수 있지 않은가. 이제는 군부와 카슈미르인의 대립의 양상도 바뀌었는지 군중의 분노는 결국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을 무너뜨리겠다는 망상으로 몸담아왔던 일이 틀렸음을 비플랍은 인정하게 된다. 종교적인 신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분리되고 또 방글라데시로 분열되었음에도 지구촌에서는 아직도 안타까운 종교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아룬다티 로이는 1997년 데뷔소설작은 것들의 신으로 인도 여성 작가로는 최초로 부커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고 한다. 상금과 인세를 NBA(나르마다강 보전운동)이라는 단체에 기부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을 만큼 환경운동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한편 정치에 대한 관심과 인권을 옹호하는 다방면의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한 노력의 시간과 신념이 담긴 이 작품을 통해서 인도의 슬픈 역사와 민중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남자도 여자도 아무것도 아니었던 안줌은 세상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여성정체성으로 잔나트 게스트하우스에서 꿈을 펼쳐 나갔다.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된 사람들을 편안히 쉴 수 있게 보금자리를 내어주고 매춘부라는 이유로 냉대를 받던 여자의 시신을 받아들여 장례를 치러주기도 한다. 그곳은 힘없고 가엾은 타인과 자신을 위한 파라다이스였던 것이다. 틸로는 아이를 원한 적이 없었지만 버려진 아이를 유괴하여 미스 제빈의 엄마가 되어 잔나트 게스트하우스에 들어온다. 엄마에게 버림받은 아픔이 아이를 원하게 했을까. 자신도 모르게 한 행동에 놀랍고 의아해 한다.

 

  ‘지복의 성자이며 위로받지 못한 자들의 성인사르마드를 의지했던 안줌은 자나이브와 우다야 제빈의 엄마만이 아니라 세상에서 환영받지 못한 모든 이들의 어머니로 거듭난 것이 아닐까. 억압에 굴종하지 않고 자유와 사랑을 향한 자신의 길을 나아갔던 것이다. 히즈라였던 안줌과 틸로의 만남이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었다. 아픈 상처가 없는 사람들이 어디 있을까. 서로 함께 도우며 살아가는 세상, 그것이 자유와 평화로 나아가는 길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로 느껴졌다. 보석 같은, 거대한 폭풍 같은 소설, 물에 풀어놓은 잉크처럼 느껴지는, 대담하고 충격적일 만큼 아름다운 작품이라는 언론의 호평이 더없이 잘 어울린다는 것을 깊이 공감하고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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