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작가들은 낭만주의 시대에 있으나 마나 한 존재였으며, ‘천재‘라는메달을 별로 걸어본 적도 없습니다. 사실 ‘천재‘라는 단어와 ‘여성‘이라는 단어는 영어에서 보통 어울려 다니지 않아요. 남성 ‘천재‘들이 하는 기이한 행동을 여성이 하면 보통 ‘미쳤다‘는 꼬리표가 붙거든요. 심지어 ‘재능 있는‘ ‘대단한‘ 같은 단어들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사회에 실제로 영향을 끼쳐놓고도 수많은 여성 예술가들이 자신의 야심을 시인하지 않았지요. 그러다 보니 오늘날여성 작가들은 그들의 힘이 감소했다거나 세계 무대에서 위신이낮아졌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 P151

 예를 들어 사람이 사람을 죽이면 살인자로 붙잡혀서 재판에 회부되지요. 하지만 작가가 책에서 사람을 살해하면, 그러니까 미적으로 뛰어난 예술 작품을 만든다는 착각에사로잡혀 완벽한 살인에 집착하는 인물을 그리면(앙드레 지드의 교황청의 지하실>에서처럼요) 무슨 죄가 될까요? 그리고 어떻게 그 죄를판단해야 할까요? ‘문단이 얼마나 감미로운가‘ ‘구조가 얼마나 대칭적인가‘ ‘은유가 적절하고 독창적인가‘ ‘플롯 말미에 만족스러한 방이나 역설적 슬픔이 있는가‘처럼 단지 미학적 기준으로만,
예술 작품으로만 평가해야 할까요? (그렇게 할 수는 있을까요?) 혹여그의 지면 위 살인이 누군가에게 진짜 살인을 하도록 영감을 준다면 어떻게 할까요? - P154

하지만 이모의 옷장을 훔치는 게 정말 작가로서의 당연한 권리일까요? 버스 정류장에서 남의 대화를 엿듣고 몰래 재구성해서자신의 문장에 집어넣어도 괜찮을까요? 앨리스 먼로의 단편소설<재료>에서 아내에게 "도덕관념 없는 추잡한 멍청이라고 불리는작가 휴고처럼, 모든 사물과 모든 사람을 "재료"로 여기고 사용해도 되는 걸까요? 휴고는 혐오스런 작가의 전형입니다. 처음에 그의 아내는 그가 진짜 작가라는 걸 믿지 않지요.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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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예술가로서 시인의 영혼은 인간사가 벌어지는 곳으로 가야 합니다. 테니슨에게 있어 이는 언제나 높은 곳에서 내려오는것을 의미하지요. 한 인간에 대한 사랑이든, 인류에 대한 사랑이든, 사랑은 낮은 계곡에 있으니까요. 따라서 이 시에서 ‘예술의 궁전‘은 부정되고 파괴될 게 아니라 인간화되어야 합니다. - P115

남성 예술가에게도 이렇게 희생이 요구됐다면 여성 예술가에게는 어땠을까요?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글씨>에서 죄인으로 낙인찍힌 헤스터 프린의 가슴에 화려하게 수놓아진 주홍글씨 A가 간통녀Adulteress 일뿐 아니라, 예술가Artist 또는 작가Author를 의미한다는 의심이 드는 건 왜일까요? 위대한 예술가 역할을 맡은 남자가 ‘삶을 사는 Live Life‘ 건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졌는데(그들에겐 자질구레한 일상도 오롯이 예술을 위한 행위니까요), 여기서 ‘삶은 산다‘는 것은 특히나 술, 여자, 노래를 즐긴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 P128

앞서 언급한 이자크 디네센의 소설을 보면, 젊은 여배우 말리는연극 <템페스트>에서 쇠렌슨 경이 맡은 푸로스퍼로의 상대역에어리얼을 연기합니다. 말리는 고통스럽지만 예술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포기하지요. "그러면 그 대가로 얻는 게 뭐죠?" 그녀가소렌슨 경에게 일리 있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자 그가 답하지요. "세상의 불신과 끔찍한 외로움이지. 그게 다야."
- P129

내가 작가가 되었을 무렵엔 여성 작가, 특히 여성 시인이 되면얼마나 고약한 일을 겪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어요. 저메인 그리어도 정성을 들여 집필한 자신의 저서 《단정치 못한 시들을통해 18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활동한 여성 시인들의 슬프 인생사와 암울한 죽음에 대해 설명했지요. 에밀리 디킨슨의 은둔 생활, 크리스티나 로세티의 고립된 삶,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의 마약 중독과 거식증, 샬롯 뮤의 자살, 실비아 플라스의 이어진 자살, 앤 섹스턴의 또 이어진 자살 솟구치는 피는 시다." 실비아 플라스는 목숨을 끊기 10일 전에 이렇게 썼습니다. "그것을멈출 수 있는 건 없다. 상상력의 여사제는 결국 바닥의 붉은 웅덩이에서 생을 마감할 운명인 걸까요?
- P135

하지만 ‘길은 좁고 문은 협소한‘ 예술지상주의로 향하는 길에놓인 ‘절망의 늪‘을 피해서, ‘사회적 책임‘이라는 다른 길을 택하면 어떻게 될까요?" 공개토론회에라도 회부될까요? 만약 그렇다면 그 토론회가 열리는 곳은 지옥일까요? 하지만 ‘사회적 책임‘이라는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결국 ‘예술의 궁전‘에 놓인 금박 의자에 언어의 덮개를 얹는 정도의 위업은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그거야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요.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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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세계는 여러 사람의 자기화를 통해 성장한다. 다시말해,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한 것을 가져와서 거기에다가 내생각을 10퍼센트쯤 없는 게 학문의 방법이다. 책이 됐건, 리포트를 쓰기 위한 자료가 됐건, 다른 사람의 말이 됐건 키워드 위주로 소화하고 거기에 자기 이야기를 10퍼센트 얹는 것이 바로 자기화다. 어떤가? 생각보다 할 만하지 않은가. - P125

물론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는다. 지식에 대해서, 일에 대해서, 나의일상에 대해서 요약을 하겠다고 결심했는데도 자꾸 잊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처음이 어려울 뿐잘 안되더라도 계속 시도해 보길 바란다. 그렇게 3개월만 실천해보면 요약하는 습관이 서서히 붙기 시작할 것이다. - P143

사람들은 창조적 기획을 굉장히 뛰어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착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기획은 재능보다는 습관에 가깝다. 반복하다 보면 늘고, 반복해 봐야만 이해할수 있다. - P152

요즘 당신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당신은 고민이 있을때 어떻게 하는가? 무조건 누군가에게 상담하는 사람도 있고반대로 혼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끙끙 앓는 사람도 있다. 솔직히 말하면 둘 다 효과적이진 않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단언컨대 ‘가록하는 것‘이다. - P153

무엇인가를 생각해 내려면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록은 필수다. 기록하는 행위 자체, 즉 펜촉의 촉감과 글씨를 쓸 때의 소리 등 모든 감각을 통해 ‘어떤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지‘에 관한 강렬한 이미지가 우리 안에 남게 된다. 기록은 아이디어를 내기 위한 사전 예열 작업이다. - P229

기록형 천재 전략가의 일기

역사에 이름을 남긴 수많은 천재들의 기록이 있지만 개인기록의 최고는 역시 고전 중의 고전,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다. 『난중일기』에는 내가 당신에게 권하고 싶은 기록의 본질이 담겨 있다. 그는 삶에 필요한 여러 기술들을 일기라는 형태로 종합해 서술한 기록의 달인이었다. - P245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내면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는가? 보통 우리는 비어 있는 내면에 미디어 속 신기루를 주입하면서 살아간다. 나도 드라마를 즐겨 보지만 미디어에 비치는 허상을 늘 경계하고자 노력한다. 미디어 속의 화려한 삶을보고 있자면 그 신기루가 마치 손에 닿을 듯하다. 그 모습을현실의 나와 비교하다가 결국엔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며 체념하고 스스로를 깎아내리게 된다. - P252

나는 누구인가. 여태까지 살아온 내가 바로 나다. 현재의 나를 만드는 건 과거에 내가 했던 행동들이다. 장면 기록은 나다움을 찾는 첫걸음이다. 회상을 통해 떠오른 장면이 앞으로의삶을 잘 살아가도록 도와줄 것이다. - P256

다이어리를 쓰는 사람은 많다. 그런데 다이어리를 써서 눈에 띄게 성장한 사람은 많지 않다. 보통 사람들은 1년 단위로다이어리를 쓰지만 나는 월간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했다. 이것이 내가 유학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아주 중요한 힘이다. 조금 자랑을 하자면 보통 10년에 걸려 받을 수 있는 도쿄대 박사학위를 나는 6년 반 만에 받고 한국에 들어와 교수가 되었다. - P284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다이어리 작성법이 내 인생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지식만 쌓인 것이 아니라 생활 태도도 바뀌어서 스스로 성실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물론 그렇다고 삶이 각박해지지는 않았다.
다이어리를 기록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 계획을 세우면서도 그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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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모든 것을 기록한다. 오늘 할 일과 여유 시간에 즐길 거리, 사람들과 나눈 대화, 나의감정, 심지어는 집안일까지 기록한다. 다만 업무 내용이나 대화를 하며 오간 말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그대로 적는 것은 아니다. - P109

요약은 기억을 압축하고 새롭게 창조하는 일을 말한다. 예를 들어 어제 길을 가다가 나뭇잎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고 해 보자. 그 순간 나는 ‘나뭇잎이 말하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그 경험을 기록한다면 뭐라고 적을까? - P111

‘나뭇잎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것을 보고 마치 나뭇잎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라고 적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기록학자인 나라면 ‘나뭇잎의 말‘이라고 기록해 놓을것이다.
이 짧은 한마디에는 내가 나뭇잎을 본 순간의 느낌과 감정등 공감각적 이미지가 모두 들어 있다. 그 경험을 최대한 짧은말로 압축해 새롭게 창조한 것이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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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유의 영토를 넓혀 가는 것이 인생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용기와 의지를 가지고 부지런하게 움직이자, - P90

그게 무엇이든 끈기 있게 지속하면 성장할 수 있고 그러면자유로워진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자유로워지고 싶다면 기록을 무기 삼아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어 보자.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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