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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미 여행자다 - 일상이 여행이 되는 습관 ㅣ 좋은 습관 시리즈 13
섬북동 외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1년 8월
평점 :
좋은습관연구소의 열세 번째 책이다. 내가 세 번째 책부터 읽었는데 벌써 열한 권을 읽었다. 이번 신간은 이전에 나온 경제, 자기계발 등의 책들과 달리 감성이 느껴지는 여행에 관한 에세이다. 코로나 시대는 2년이 다 되어가고, 여행길이 막혀 점점 정신이 피폐해지는 상황이라 ‘여행’이란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술렁술렁하다.
하얀 표지 디자인에 포물선을 그리며 점점 멀어지는 비행기 그림만 보아도 설렘과 그리움으로 일렁인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어서 바이러스 깨끗이 사라지고 다시 창공을 날아오르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 이 책은 ‘섬북동’이라는 독서 모임의 구성원인 이유정, 서미현, 김경영, 김주은, 박재포, 이승은, 차매옥 7명의 작가가 풀어놓는 이야기다. 이들은 카피라이터, 드라마 작가, 영화 마케터, 번역가, 디자이너 등의 직업으로 살고 있다.
총 스물다섯 개의 이야기가 들어있는데, 1부 방구석 생존 여행, 2부 집 밖 일상 여행 3부 기억에 기댄 여행 이렇게 세 종류 이야기다.
1부의 이야기에는 브랜드 관련 일, 외국어 공부, 여행지의 현지식, 소설책 여행, 왼손잡이의 낯섦으로 여행기 분을 맛보는 여러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나는 유튜브를 즐기며 여행의 상실감을 달랜 이야기와 영화&드라마로 뉴욕과 파리를 만나는 이야기에 많이 공감했다. 나 또한 작년 2월 나고야 가족 여행 이후 여행이 고픈 1인이라 여행 기분으로 일드를 가끔 보면서 그리움을 달래기 때문이다. 요즘 일드 <방랑의 미식가>를 보고 있는데, 축 처져 있다가도 이걸 보게 되면 저절로 화색이 돈다. 이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재밌기도 하지만 20분 정도라 부담없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껴가며 보다가 이 책을 읽고 나머지 3편을 모두 보면서 행복감 작렬이었다. 또 여행에서 먹었던 현지식을 요리해 먹는 이야기도 나왔는데, 문득 16년의 교토여행에서 먹었던 야키소바가 생각났다. 그곳 음식은 아니지만, 큰아이가 직접 만들어주었는데 얼마나 맛있었던지, 그리움이 몽글몽글 피어났다. 좀 한가해지면 만들어 먹어야겠다.
2부 이야기는 플랭크부터 만보 걷기, 자전거로 출퇴근, 공동묘지 답사기, 무술 까뽀에이라 동작을 하며 매일 브라질을 느낀다는 이야기 등 ‘나의 시간’을 살기 위해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바깥 여행 이야기다. 특히 플랭크라는 운동에 푹 빠진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었다. 우연히 단톡방에서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코어 체력을 키울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플랭크 동작 인증샷을 올리다가 어느 날, 다른 멤버의 해외 인증샷이 날아든다. 관광명소를 찾아 플랭크 스팟을 찾아다니며 인증샷을 남기는 열정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동유럽 여행 때 다녀왔던 부다페스트의 어부의 요새,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를 비롯한 명화를 보고왔던 벨베데레 궁 이야기가 정말 반가웠다. 3초의 인증샷을 만들기 위해 평평한 바닥을 두리번거리며 찾는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웃었다. 습관의 힘이란 이런 거겠지. 무언가에 몰입하고 있으면 부끄러움은 잠깐일 것이다. 남들에겐 별것 아닌 것이 누군가에겐 의미가 되고 여행이 된다.
교통비를 줄이자는 마음에서 시작한 자건거 출퇴근 이야기도 좋았다. 차창 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과는 전혀 다른 풍경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4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느끼며 몸은 점점 건강해지는 많은 이점을 가진 자전거 사랑 이야기. 그것을 5년이 넘도록 계속한 한결같음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습관이란 사람을 열정적인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시간을 나만을 위해 고스란히 쓰는 것, 그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여유 있는 삶을 살게 된다. 나는 오늘도 나만의 시간 사이를 여행한다.’(171p)
코로나 시대의 일상은 인터넷에 의지하는 시간이 어느 때보다 더 길어진 것 같아 피곤하고 지칠 때가 있다. 이럴 땐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며, 기분전환을 하려고 애쓰게 된다. 작가는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일과를 마치며 걷다가 마주한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며 하루를 잘 보낸 뿌듯함을 말하고 있다. 그렇게 대단한 일이 아니어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고 여행처럼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이 얘기를 읽으며 오랫동안 가지 않았던 천변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저쪽 동네에 살 땐 천변을 걸으며 4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꼈었는데 이사 오고부터 멀어졌다.
3부 이야기에는 여행지에서 사오는 기념품 이야기부터 BGM, 노을, 단톡방 추억 여행까지 기억을 되살리는 여행 이야기다. 아, 기념품으로 사온 덧버선을 10년이나 신으면서도 여행 기분을 느낄 수 있구나. 내가 마지막 여행지에서 사온 기념품이 뭐였더라. 작년 1월 나고야 여행을 갔다가 기후현 시라가와고(白川鄕) 갓쇼무라合掌村)에 갔다가 뭔가 사오긴 했는데... 어딘가 고이 모셔두었는데 기억이 없다. 꺼내보고 여행기분을 느껴봐야겠다.
기후현 시라가와고(白川鄕) 갓쇼무라合掌村)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며 사진을 공유해 본다.
기념품을 샀던 가게. 이 가게 방명록에 일본어로 인사말을 쓰고 왔는데...
언젠가 다시 가서 볼 수 있으려나...
하얀 타월과 화장품 파우치를 사왔는데.. 포장도 뜯지 않은 채다.
이제 사용하면서 여행기분을 느껴봐야겠다.ㅎ
‘내게 노을은 가장 짧은 여행이며,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을 여운이다. 나는 노을을 닮은 사람이고 싶다. 매일매일이 여행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나는 오늘 하루도 충실히 잘 살아낼 것이다.그리하여 다음날에도 새롭게 저물기 위해 다시 열심히 타오를 것이다.’(212P)
카피라이터 이승은은 첫유럽 여행을 소환하며 아름다운 노을에 감탄하며 그 여운으로 하루를 충실히 살아낼 각오를 다진다. 이렇듯 소소한 일상을 여행하듯 살아가는 이들이 사실은 여행 고수였다. 출장을 위한 여행, 여행을 위한 여행, 바르셀로나 몬주익 묘지를 둘러본 이유정, 320일간 23개국을 여행했다는 차매옥 등 여행 고수들의 여행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도 여행 心을 자극한다. 그리고 지금처럼 여행이 사라진 일상에서도 여행하는 마음으로 살 수 있는 설렘을 배울 수 있다.
‘여행과 일상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는 어쩌면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의 차이가 아닐까? 그렇다면 일상에서도 열린 마음과 호기심 어린 눈으로 하루를 보낸다면 나만의 당일치기 여행이 끊임없이 이어지지 않을까?’(63P)
그렇다. 일상에서도 호기심을 갖고 낯섦을 발견하려는 마음만 있다면 언제나 우리는 일상이 여행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책 제목처럼 우리는 이미 여행자다. 그것을 잊고 살았을 뿐이다. 시간을 쪼개고 계획하고 준비하는 동안 여행의 설렘은 시작된다. 아직 언제인지 기약할 수 없지만, 우리에겐 약간의 활력소가 필요하다. 바로 ‘여행’이란 단어를 떠올리며 엔돌핀을 돌게 해야 한다. 그날이 그날 같은 일상에서 조금 벗어나고 싶다면, 나도 몰랐던 여행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우리 안에서 여행을 발견하고 하루하루가 조금 더 의미 있고 행복해질 것이다.
** 이 리뷰는 좋은습관연구소 대표님이 보내주신 책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