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 -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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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을 오래 붙잡고 있다가 겨우 완독했다. 주된 내용은 스완 부부의 살롱 이야기와 화자와 질베르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전직 대사였던 노르푸아 씨가 화자의 아버지의 초대받은 손님으로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길게 이어진다. 아버지는 항상 외교관이 되기를 바랐는데, 화자는 처음부터 문학에 뜻이 있었다. 그에게 보여 주었던 짧은 글에 대한 노르푸아 씨의 말에 낙담하고, 평소 존경하던 작가 베르고트 이야기도 듣게 된다.


 스완 부인의 집에 초대된 손님들이 화가 제롬의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고, 칸트의 ‘순수이성 비판’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기도 한다. 오늘날 파리지앵들의 토론 문화도 널리 회자되고 있는데, 당시 이러한 살롱 문화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짐작할 수 있었다. 스완 부부는 초대에 참석하지 못하는 지인들의 전보를 모두에게 공유하는 바람에 온천지 호텔과도 같았다. 예전의 삶과 다른 오데트의 변화된 삶이 자긍심을 느끼는 것 같았다.


 스완 부부 이야기가 길게 언급되고 있었다. 그렇게 반대하는 결혼을 했지만, 서로 잘 어울리는 듯했다. 이전의 스완은 ‘게르망트 사단’의 교제에 있어서 따분하고 천박한 느낌이 들면 제명선고를 내리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리 신중하지 않았고 까다롭게 굴지 않는 것을 주변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변했다.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았던 스완이 다른 여인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얘기가 나온다.(하지만 그 이야기는 더이상 언급이 없다) 스완은 결혼하기 전에 오데트에게 받은 고통을 복수하고 싶던 열망도 벌써 사라진지 오래고 이제는 오데트가 눈치 챌까봐 조바심을 내고 있다.


 한편 ‘나’의 질베르트의 사랑은 어디까지 진전되었을까. 스완은 둘의 교제를 그다지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함께 어울리다가 헤어질 때면 슬프고 그녀가 어머니와 함께 외출할 때는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하니 슬프다. 언젠가는 질베르트를 만나러 갔는데 그녀는 없고 스완 씨와 함께 시간을 보내다 온 적도 있다. 스완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답장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마음이 찜찜했는데 질베르트에게 이런저런 영향력을 행사해 주기를 바라는 스완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 얘기를 듣고는 “내가 뭘 하는지 더이상 알 수 없”을 정도의 기쁨을 안겨 주었다. 하지만 스완의 이런 바람에도, 그녀를 사랑하는데도 불구하고 질베르트가 ‘나’를 거부하기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지는 ‘나’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안타깝고도 웃음이 났다. 짝사랑은 원래 그런 게 아닐까.


 오데트가 연주하는(스완이 그토록 좋아했다는 뱅퇴유 소나타 일부를) 소나타를 듣고 베토벤의 사중주곡 이야기로 이어진다. 바그너와 슈만, 베토벤을 마르셀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였다고 한다. 여기서 예술가의 지향점을 언급하는 부분이 나왔다. 자신의 작품이 제 갈 길을 가기 원한다면, 작품을 아주 깊은 곳으로, 아주 먼 미래의 한복판을 향해 내던져야 한다고 ‘나’는 소나타를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스완 부인의 연주를 들으며 황홀해한다. 그게 질베르트를 향한 사랑이 밑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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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스완 부인의 ‘작은 회식’에 초대되었는데 거기서 베르고트를 만날 줄이야! 그렇게 존경하던 인물을 만났는데.. 상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기리기 위해 전당처럼 축조해 놓았던 그 몸’을 뜻밖에 보게 되었는데 땅딸막한 키의 그를 보자 어이없이 무너진다.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자기가 그토록 좋아한 책을 쓴 사람, 그 작가에 대한 당혹감을 길게 표현하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외모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노르푸아 씨가 말했던 이야기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목소리도 괴상하고 발음도 글쓰기 방식도... 모든 것에서 환상이 깨지는 순간이다. 그렇게 작품에 대한 비판이 길게 이어지는데.. 베르고트의 모델로 그려진 작가는 아나톨 프랑스라고 한다.


취향에 대한 엄격함이나 단지 ‘부드럽다’고 할 수 있는 것만을 쓰겠다는 의지, 그리고 그를 수년간 무익하고도 멋부리는 하찮은 것들의 세공사로 통하게 했던 그러한 것들이 반대로 그의 힘을 만들어 내는 비결이었는데, 왜냐하면 습관이란 인간의 성격뿐 아니라 작가의 문체를 만들어 내며, 또 자신의 사상을 표현하는데 있어 여러 번 기쁨을 느끼며 만족하는 작가는 그렇게 하면서 자기 재능에 영구히 한계를 긋기 때문이다.(231P)


 주석에 의하면, 아나톨 프랑스는 19세기 작가들을 ‘부드러움’을 가진 작가들과 ‘힘’을 가진 작가들로 구별했다고 하는데 위에서는 그의 글쓰기에 대한 취향을 비판하는 부분이었다.


 위대한 음악가와 철학자들이 말하는 음악에 관한 견해를 언급하는 장면도 나왔다. 도대체 프루스트는 얼마만큼의 독서와 다양한 문화, 예술을 섭렵하고 있었던 것일까,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이래서 20세기 문학적 사건이 되는 작품이라고 하는구나 싶었다. 최근 미술 관련 책을 읽는데 이 작품이 많이 언급되고 있었다. 거기서 인용된 내용을 만나서 반가웠다. 짝사랑인 듯 위태로움이 느껴졌는데 결국 후반부는 만날 수 없는 질베르트의 집에 가서 스완 부인을 만나 이야기하거나, 실연의 아픔을 가득 메우고 있다. 많은 나날 눈물을 흘려야 했고, 사랑하던 여자 질베르트를 마음속에서 잔인하게 죽이려고 안간힘을 썼다. 길고 긴 이야기였지만 참 안타까웠다. 그 과정에서 조금 성숙한 화자가 보였다. 2권에 비해 좀 지루했지만, 한 권씩 이렇게 나아가는 기쁨을 우선으로 여겨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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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8-01 21:3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3권 완독 축하드려요~!! 저는 당시 문학 예술 관련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다 이해는 못하겠더라구요. 그냥 읽는데 집중했던 것 같은 ^^ 나중에 다시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ㅋ

모나리자 2021-08-03 10:11   좋아요 2 | URL
네.. 정말 한가지 화제를 붙들면 2,30장은 그냥 넘어가요.ㅎ 2권에 비해 좀 지루했어요.나중에 두번때 읽을 때는 훨씬 낫겠죠. 뭐 이렇게 어려우니 읽어낸 것만으로 뿌듯하네요.^^
감사합니다~ 새파랑님.^^!

미미 2021-08-01 23: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모나리자님 완독 응원할께요~♡♡ ✊

모나리자 2021-08-03 10:1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미미님~~
다 읽으셔서 스스로가 대견하실 것 같아요.ㅎ
새로 나올 책 기다리는 일도 설레실 것 같아요. 책이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내가 기다리는 것이니.ㅋㅋ
8월도 화이팅입니다~^^

붕붕툐툐 2021-08-02 00:2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3권 완독 축하드려용!!^^
저도 2권 오래오래 읽는 중이라, 기쁨을 조금은 알 거 같네용!ㅎㅎ

모나리자 2021-08-03 10:13   좋아요 2 | URL
감사해요~툐툐님~~
어려운 책은 좀 속도를 내서 읽는 게 낫다는 말을 다른 책에서 보았어요.
그래서 좀 자주 읽으려고 노력중이에요.^^

바람돌이 2021-08-02 00:4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것은 소설인가 철학인가? ㅎㅎ 화이팅하십시오.

모나리자 2021-08-03 10:16   좋아요 2 | URL
맞아요. 음악, 미술, 건축, 문학 등이 어우러져서 소설같지 않은... 철학적인 것이 상당하게 녹아들어 있어서...
더구나 장 구분이 없어서 읽는 게 더 힘든 것 같아요. 어디까지 읽어야 이 얘기가 끝나나.. 짐작할 수 있으면 좀 수월할 텐데.
감사합니다~바람돌이니~ 8월도 화이팅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