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홍한별 옮김 / 민음사 / 2021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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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0월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있는 나날을 읽었던 여운과 기대감으로 이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태양을 상징하는 듯 빨간색 표지와 해의 모습이 비친 창문을 연상하는 디자인이 잘 어울린다.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로 본 적은 있지만, 소설로는 처음 만났다.

 


 작품의 내용은 가까운 미래에 AF(Artificial Friend)라 불리는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 아이들의 친구로 생산되어 팔려나가고 인간과 로봇이 함께 살아가는 환경에서 빚어내는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화자는 클라라다. 로사와 클라라는 매장에서 매니저의 지휘를 받으며 인간 친구를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태양광을 받아야 몸에 자양분을 받아서 활동할 수 있다. 자리에 따라 빛의 양이 달라지니 그것 때문에 다른 에이에프 친구들과 옥신각신하기도 한다. 소년 에이에프 렉스와 단짝 친구인 로사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로사와 클라라는 이 매장에서 대표로 여길 만큼 중요한 존재다. 이들은 창가에서 밖을 바라보며 사람들을 관찰하고 사람들의 감정을 읽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 중 단연 클라라가 월등하다.

 


 어느 날 클라라가 창가에 서 있는데, 불편한 걸음걸이로 다가오는 한 소녀를 발견한다. 바로 14세 반 나이가 된 조시다. 사람들의 나이도 추정하고 슬픔, 기쁨 등 감정을 읽어낼 줄 하는데, 다정하게 웃는 조시의 얼굴에서 한 조각 외로움도 읽어낸다. 인간의 감정을 읽을 줄 아는 에이에프라니. 이 부분에서 몇 해 전 읽었던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에서 접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과 공생을 말하는 부분에서 인공지능에 대해  ‘제대로 ’ 배워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아직 까지는 우리 인간이 인공지능보다 잘하는 것이 더 많다고 했다인공지능의 한계는 바로 제대로 이해를 못하고 문제를 풀려고 하기 때문에 어이없는 실수를 한다고 했다. 반면 인간은 사람이나 물건환경을 이해하고 상호작용을 하는 고등한 영역이 있기에 인공지능을 좋은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말에 안도했었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사람과 상호작용을 위해서는 감정 읽기 능력공감 능력이 필요하다는데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그런 날이 올까 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해졌던 기억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그렇게 인간의 감정을 읽기 위해 노력하고 인간의 아이와 친구가 된 클라라를 만나게 된 것이다. 꼭 찾아오겠다던 조시와의 약속이 이루어지고 드디어 클라라는 조시의 집으로 왔다. 새로운 환경은 왠지 조금 불편해 보인다. 늘 깔끔하게 정리된 매장과 달랐다. 더구나 가정부 멜라니아는 클라라를 대놓고 싫어한다. 같은 동료인 에이에프들끼리 있다가 인간의 가정에서 어떻게 적응해 나갈 수 있을까 궁금했다. 조시의 이웃집 친구 릭과 그의 어머니, 조시의 언니 샐을 잃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조시의 어머니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매장에만 있던 클라라는 새 환경에서 제법 당당한 모습이다. 교류 모임 때문에 조시의 집으로 몰려든 손님들 속에서 짖궂은 친구들의 장난에 시달리다가 아이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B3 에이에프로 살 걸 그랬다는 조시의 푸념을 듣기도 한다. 그때 클라라의 마음은 어땠을까. 감정을 느낄 줄 아는 클라라지만 내색할 수도 없다. 모건 폭포에 조시의 어머니와 함께 바깥나들이를 하다가 죽은 언니 샐의 이야기를 했다가 혼나기도 하고, 조시 흉내를 내달라는 어머니의 요구를 들어주는 등 지금은 아프지만 조시가 좋아지리라는 희망을 얘기하며 돌아왔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조시와 어머니는 클라라에게 냉랭한 태도를 보이면서 클라라를 힘들게 한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을 수 있지만, 자신의 감정은 표현하지 않아도, 아니 표현할 수 없어서 편리한 존재가 인공지능 로봇일까. 사람들 사이에서는 감정이 상하면 관계가 틀어질 텐데 클라라와 조시 사이에서는 그런 게 없었다. 그저 조시를 최선을 다해 도와주고 조시에게 좋은 친구가 되면 바랄 것이 없었다. 여기서 남아있는 나날의 집사 스티븐스가 오버랩 되었다. 달링턴 가의 위대한 집사35년을 살면서 나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복종하며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했던 스티븐스 말이다. 사람과 로봇이라는 성격만 다를 뿐이다. 스티븐스는 나중에 일에 파묻혀 자신이 잃어버린 것에 대해 회한을 품지만 클라라는 끝까지 희망을 이야기는 부분이 대조적이었다.

 


 클라라의 희망과 달리 조시의 상태는 점점 나빠져 가고 어머니 등 주변 사람들은 체념하기에 이른다. 이제 조시는 어떻게 될까. 이 작품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꼽는다면 멕베인 씨의 헛간에서 조시를 위해 기도하는 장면이 아닐까. 꺼져가는 생명 조시를 살려 릭과 연결시켜 달라고 클라라는 기도를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 영혼의 기도를 들어주듯이 어두운 밤 갑자기 태양이 떠오르며 눈부신 빛을 발산하는데... 이 장면은 그야말로 환타지였다.

 


 어느 정도 사람의 감정을 읽으며 공감하는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 사이에서도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다고 했는데, 인간과 동일한 속마음을 가진 인공지능 로봇이 탄생하는 날도 올까. 왠지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이전보다 인간관계가 단절되고, 첨단 과학 변화의 과도기를 지나는 상황에 로봇이 가정의 구성원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가능성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또 사람의 빈자리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의 특성을 보면. 그래서 가즈오 이시구로의 이 작품은 사람과 인공지능의 상호 관계를 통해서 우리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사람이 채워주지 못하는 따뜻한 정을 로봇이 채워줄 수도 있다는 희망. 그래도 그런 세상은 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

 

본문 번역 내용 중에 이런 표현이 있었다.(자주 나온다)

등급이 높은 양복이나 등급이 높은 드레스이런 문장 말이다. 그런데 내 생각은 그것을 고급의 양복이나 고급의 드레스또는 고품격의 양복이나 고품격의 드레스가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어차피 같은 의미인데, ‘등급이 높다는 표현은 좀 어색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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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4-11 17: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모나리자님이 지적하신 ‘등급이 높은 양복; 등급이 높은 드레스‘ 부분 원문에서 찾아 봤는데
*suit we could tell she was high-ranking
*mr. vance was wearing a high-rank suit with a buttoned-up white shirt and blue tie.
*~both dressed in high-rank office clothes.
등급이 높은 양복이 아니라 ‘상류층 옷차림‘ 상류층들이 셔츠를 입을때 단추끝까지 채우고 블루 타이를 매는(전문직에 종사하는 상류층 옷차림-영국,미국도 격식차릴때 단추 전부 채움) 이부분 해석을 등급이 높은 양복이라고 해석했네요.
‘등급이 높은 드레스‘ 부분도 고위직종에 근무하는 옷차림으로 해석해야하지만(고품격은 영어에서 High- class를 지칭함)
인공지능 로봇 클라라에게 계층 계급 구분보다 등급별로 구분지어 해석 한것 같습니다.

*모나리자님 굉장히 예리 하쉼 ^ㅎ^


모나리자 2021-04-11 23:17   좋아요 2 | URL
역시 스콧님은 친절한 해결사!!ㅎㅎ 감사해요.^^

문학 작품의 문자에는 좀 어색한 해석이었던 것 같아요. 직역으로 번역한 것 같죠.
전 아무래도 먼저 읽었던 <남아있는 나날>이 더 좋은 작품으로 남았네요.
워낙 AI 가 나오는 소설을 선호하지 않다보니..ㅎㅎ

아쉽게 주말이 다 지나갔네요. 새로운 한 주도 화이팅 하세요~^^

청아 2021-04-11 17: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모나리자님~♡ 저는 오늘 시작함요!(ㅋ.ㅋ) 언제 본격적으로 소설에 나온 로봇형태가 가정마다 보급될진 모르겠지만 저는 이미 시킬일이 많음.ㅋㅋㅋㅋㅋ

모나리자 2021-04-11 23:20   좋아요 2 | URL
네, 즐독 시간 되세요~

그러게요. 시킬만한 일이 있을까요. ㅎ 그런 면에서는 급 땡기는데요.
음... 저라면 청소하고 밥 해주는 우렁이 각시 노릇을 완벽하게 해 주는 로봇이 있다면 얼른 살 텐데요. ㅎㅎ 그런 거라면 얼른 나왔음 좋겠네요.^^

새파랑 2021-04-11 19: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미래사회는 등급이라는게 나눠져 있어서 그렇게 표현한걸로 이해했는데 그게 아니었군요 ㅎㅎ (조시 남자친구도 그렇고 조시 아버지도 그렇고 뮌가 다른 계층 느낌이 있어서?)
저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로봇도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나도 사람의 마음을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해도 노력은 해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모나리자 2021-04-11 23:24   좋아요 2 | URL
ㅎㅎ 네 옷에 대한 얘기마다 저렇게 ‘등급이 높은‘ 이라고 써 있더라구요. 영 어색했어요.

그쵸. 어쩌면 요즘 현대인의 고립의 상황을 볼 때 클라라가 사람의 감정을 읽어내려는 노력과 탐구가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이런 클라라를 보면서 우리는 인간관계에서 서로 외롭지 않게 보듬어 주어야 할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