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서 살아남기 - 우리가 몰랐던 신기한 전쟁의 과학
메리 로취 지음, 이한음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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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 과학 하면 얼른 뭐가 떠오르시나요?

 아마도 대부분은 확증 파괴대량 살상이 주된 목적인 병기 제작 같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그러나 메리 로치의 책, '전쟁에서 살아남기'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른 전쟁 과학의 면모를 보여줍니다적을 무찌르고 승리해서 살아남는  아닌정말로 전쟁을 수행하는 병사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전쟁 과학의 모습을 말이죠지금까지 전혀 생각해보지도 못했고 접해보지도 못했던 분야를 열어주는 책이라 읽으면서 사실 놀랐습니다. '아니이런 것까지 과학자들이 열심히 연구하고 있었단 말이야그것도 오직 병사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겠다는 일념으로?' 하고 말이죠그야말로  책은 좁은  시야를 활짝 열어주었습니다.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오늘의  연구와 실험이 전쟁에서 하나의 목숨이라도  살릴 것이라 믿으며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연구에 매진하는 과학자들을 보면서 세계가  생각보다는  희망찬 곳이라는  믿지 않을 수 없더군요. 이처럼 이 책은 우리가 전혀 몰랐던 전쟁 과학의 분야를 알려줄 뿐만 아니라 그것과 연관된 여러 과학적인 지식마저 습득하도록 하며 어느덧 세계와 인류를 바라보는 시선까지 달리 만들어 줍니다. 그것이 바로 '워싱턴 포스트지가 미국에서 가장 유쾌한 과학 저술가로 평가한 메리 로치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인 것입니다.



 과연 저자에 대한 '워싱턴포스트지의 평가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책은 피부와 온도 그리고 감각과 설사  여러 분야의 과학적 지식을 망라하고 있지만 결코 어렵다거나 지루하지 않습니다작가의 유머러스한 문장들이 곳곳마다 들어차 유쾌하게 읽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굳이 그것이 아니더라도 이 책을 중간에 덮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 같네요. 왜냐하면 책에 담긴 내용이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했던 것들로 가득이라 여간 흥미로운 게 아니었거든요. 진정 이 책이 아니었다면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어딘가에서 이런 기막히는 연구가 행해지는 것을 몰랐을 것이며 우리가 무심히 여겼던 것들이 의외로 인류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도 몰랐을 겁니다. 그런 것을 수시로 던져주니 아무래도 책에서 눈을 떼기가 어렵더군요. 


 너무 칭찬만 하는  아니냐구요하지만 과장이 아닌  어쩌죠감히 법정에서 선서도   있을만큼 제겐 좋은 책이었습니다올해의 가장 좋은 책으로 뽑을 수도 있을  같습니다.

 

  페이지부터  책은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아 버립니다여러분 대포 존재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닭을  대포입니다. 물론 죽은 닭이죠. '아니, 그래도 그렇지 불쌍한  가지고 무슨 만행이야?' 하면서 삿대질을 하기 전에, 왜   대포가 필요한지  이유를 얼른 말씀드리도록 할게요혹시 영화 '인디아나 존스' 3 보셨나요 코네리와 해리슨 포드가 부자지간으로 나오는 영화 말이죠거기에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인디아나 존스 부자가 해변에서 전투기에게 공격을 받습니다주인공에겐 달리 대항할 수단이 없는 상황   코네리가 우산을 활짝 펼치고는 갈매기 무리에게 달려가 하늘로 날아오르도록 합니다마침 전투기가 다가오는 시점이었습니다갑자기 전투기는 비상한 갈매기 무리에 둘러싸이고 많은 갈매기들이 전투기에 부딪힙니다수많은 갈매기와의 충돌로 결국 전투기는 추락하고 맙니다이건 절대 영화적 과장이 아닙니다실제로 새들에게 부딪혀 비행기가 추락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고 합니다. 전쟁 중에는 더 그렇구요. 그래서 비행기를 새떼들과 부딪혀도 추락하지 않게끔 만들어야 하는데 강도의 실험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바로  대포인 것입니다몸무게 1.8킬로그램의 닭을 시속  650킬로미터 이상의 속도로 쏘아 과연 비행기가 견딜 수 있는지 실험하는 것이죠하하그런 닭대포라니. '정말 희한한   있구나!'  만하지 않습니까? 세상 어딘가엔 지금도 죽은 닭이 펑펑 날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닭 대포의 실제 모습.


 이런 것들이 여기엔 잔뜩 있습니다. 우리는 전쟁 영화에서 전투 중에 위생병이 너무나 당황하여 부상병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는 것을 볼 때가 왕왕 있습니다. 관객들은 그걸 보면서 인지상정을 여길 뿐, 놀랍게도 그런 것을 막는 훈련이 실행되고 있는 것은 모르겠죠. 영화 감독까지 데려와 무대와 각종 특수 효과 장치로 실제에 버금가는 치열한 전투 상황을 연출하여 위생병이 그런 상황에 심적으로 내성을 가지도록 만드는 훈련이 말이죠. 그리고 또 전쟁 과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연구되는 것 중 하나가 인간의 설사라는 것도 알 수 없을테죠. 역사적으로 전쟁 중에 적군의 총알에 맞아 죽는 병사 보다 이질이나 설사로 죽는 병사가 더 많다는 거 알고 계셨나요?


 1848년 멕시코 전쟁 때 미국인 1명이 전투로 사망할 때마다 7명이 병으로 죽었으며, 대부분은 설사 때문에 죽었다. 미국 남북 전쟁 때 설사나 이질로 죽은 병사는 95,000명이었다. 베트남 전쟁 때는 말라리아에 걸려 입원한 군인보다 설사병으로 입원한 군인이 4배가 더 많았다.(p. 178)


 세계보건기구의 통계에 따르면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연간 220만명이 설사로 사망한다고 합니다. 질질 싸는 것도 허투루 볼 수 없는 겁니다. 그래서 설사 근절에 여념이 없는 한 학자는 오늘도 군대의 점심 시간에 밥을 먹고 있는 병사들의 테이블을 돌며 "왜 설사를 참고 견디나?"고 묻고 다닌다고 합니다. 병사들이 지사제를 사용하면 4~12 시간 정도면 설사가 멈춰 정상 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데 그걸 사용하지 않고 평균 3~5일 동안 설사를 참기 때문이죠. 그럴수록 안 좋은 것도 모르고 말이죠.


 냄새 폭탄은 또 어떻습니까? 2차 대전 때 미국은 일본 장교들에게 사용할 냄새 폭탄을 만드는데 꽤 심혈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일본인은 소변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보고 있어도 아무데나 눌 정도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데 유독 대변에서는 그런 걸 많이 느낀다는 점에 착안하여 그런 대변 냄새가 나는 소형 분무기 같은 것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주로 일본 장교에게 뿌려 냄새 때문에 부하들이 장교를 기피하게 만들고 장교 역시 부하들 앞에 나서지 못하게 만들 작정으로 말이죠. 네, 이런 것도 미국은 아주 진지하게 연구했습니다. 그것도 엄중한 기밀 프로젝트로 말이죠. 이름도 있었습니다. <누구, 나?> 폭탄이라는. 


 뭐든 깊이 들어가면 진지함과 개그의 차이 같은 건 없어져버리나 봅니다. 이런 내용들이 연타로 나오니 어떻게 중간에 덮어버릴 수 있겠어요? 거기다 메리 로치는 실제 그 현장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그 현장 체험기가 또 재밌습니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의 냄새도 달라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냄새를 잘 판별하여 병사가 스트레스를 받기 전 개입할 것을 목적으로 스트레스 냄새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인데, 여기에 메리 로치도 일조를 했습니다. 자신의 겨드랑이 냄새를 기부한 것이죠. 이러한 생생한 체험기까지 도처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더욱 '큭큭' 하면서 읽었습니다. 


 바야흐로 명절이 코 앞입니다. 선물처럼 한껏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져 있습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 중이신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해 드립니다. 가진 정보가 남달라서 지식의 범위를 확장시켜 줄 뿐 아니라 부담없이 읽을 수 있으며 재미도 충만하기 때문에 연휴의 편한 시간을 보내기에 딱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야말로 한 번 거닐어 볼만한 지식의 신세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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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1 0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15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