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워크 - 강렬한 몰입, 최고의 성과
칼 뉴포트 지음, 김태훈 옮김 / 민음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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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력이 떨어져서 고민이다. 그것을 나는 특히 책을 읽을 때 느낀다. 읽다보면 어느 순간 잡념이 끼어들고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보면 이미 읽은 부분을 멍하니 읽고 또 읽었다는 것을 깨달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하물며 소설을 읽더라도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고 등장 인물마저 헛갈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처음엔 기억력이 떨어져서 그러나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최근들어 부쩍 산만해진 탓이었다. 이런 내 모습이 갈수록 실망스러워 뭔가 집중력을 높일만한  묘책 같은 것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책을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능력을 만들어준다는 이 책, '딥 워크'를.


 저자는 칼 뉴포트. 현재 조지타운 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조교수라고 한다. 따로 검색을 해 보니 미국에서 공부 잘 하는 사람으로 알아주는 존재였다. 그것도 고도의 집중력에 기반한 학습 방법의 카운셀러로 이름이 높아서 더욱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 책은 단순히 집중력을 증진시켜 줄 뿐만 아니라 왜 우리가 집중력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그것을 배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바로 그것을 앞으로 찾아올 시대 변화와 연계하여 설명해 주는 책이었다. 자기계발서인 줄로만 알았는데 뭔가 인문학적 성찰까지 덤으로 얻게 되었다고나 할까. 기대했던 것 이상을 수확하게 된 풍성한 독서였다. 왜 내가 이런 말을 하는지 이제부터 이야기하려 한다.



 먼저 '딥 워크(DEEP WORK)'란 인지 능력을 한계까지 밀어 붙인 완전한 집중 상태에서 직업적 활동을 수행하는 것을 뜻한다. 저자에 의하면 카를 융, 미셸 드 몽테뉴, 마크 트웨인, 우디 알렌, 피터 힉스, 조앤 K 롤링, 빌 게이츠, 닐 스티븐슨 등의 과거와 현재의 많은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두루 이런 '딥 워크'에 헌신했고 그로 인해 높은 업적을 이룰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딥 워크'의 전통은 지금의 지식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전해지지 못하고 있다.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이메일이나 SNS, 인터넷을 비롯한 네트워크 도구들 때문이다. 무엇보다 맥킨지가 2012년 행한 조사에 따르자면 현재 미국 지식 노동자들의 경우, 평균적으로 업무 시간의 60% 이상을 전자 통신과 인터넷 검색에 쓰고 있는데 그 중 이메일을 읽고 쓰는 시간만 해도 거의 30퍼센트를 차지한다고 한다. 되돌아 보니, 나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 어떤 때는 업무 시간의 절반을 이메일 읽고 쓰는데만 보내고 있을 때도 있다. 바로 이런 네트워크 도구들이 지식 노동자의 몰입을 방해하고 산만하게 만들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피상적 작업으로 변질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피상적 작업이란 딥 워크와 정확히 반대되는 말로써 '지적 노력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아서 다른 것에 정신을 팔아도 얼마든지 수행 가능한 작업'을 일컫는다.


 지금 우리는 고도의 정보화 사회이고 이러한 정보 경제 양상은 줄기차게 가속화 되고 있다. 따라서 딥 워크의 중요성도 앞으로 계속 커질 전망이다. 왜냐하면 정보 경제는 두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계속 자신의 가치를 유지하려면 복잡한 것을 빠르게 익히는 능력을 습득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용한 가치를 하나 창조하면 거대한 소비자 집단에 쉽게 연결되는 환경이지만 바로 그렇기에 결과물이 그리 뛰어나지 못하면 소비자가 온라인을 통해 다른 것으로 손쉽게 대체하는 것이 가능하여 성공하고 싶다면 자신의 능력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어떻게든 최선의 성과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눈에 봐도 이 모든 게 쉽지 않아 보인다이만한 일을 해내려면 설령 짧은 시간이라 해도 고도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정신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바로 '딥 워크'의 능력이다. 그래서 칼 뉴포트는 이렇게 '딥 워크'가 앞으로는 성공을 위해 필수적으로 가져야만 하는 초능력으로 단언할 수 있는 것이다.


 몰입은 의미 없는 낡은 능력이 아니라 밥값을 못하는 사람들을 몰아내려 하는 정보 경제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다. 진정한 보상은 페이스북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혁신적으로 분산된 시스템을 잘 구축하는 사람에게 주어진다. 딥 워크는 너무나 중요해서 비즈니스 저술가인 에릭 바커의 표현을 빌리면 '21세기의 초능력'으로 간주해야 한다.(p. 19)


 하지만 날로 발달하는 이런 저런 네트워크 도구들 때문에 앞서도 말했듯 지식 노동자의 업무 환경은 갈수록 피상적 작업만 쌓여가는 곳이 되어버린다. '딥 워크'를 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점점 희박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저자는 '딥 워크 가설'이라는 걸 내놓는다. 이런 식으로 딥 워크의 희소가치가 점점 상승하여, 그 능력을 키우고 자기 삶의 중핵으로 만든 소수만이 앞으로 크게 성공할 것이라는 가설이다. 바로 이 책의 토대를 이루는 개념이기도 하다. 거기에 맞춰 책은 크게 2부로 나눠진다. 1부에서는 이 딥 워크 가설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2부에서는 어떻게 딥 워크를 하고 그것을 습관으로 만들 수 있는지 그 방법들을 공개한다.


 요즘 '제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대선 때문에 한층 더 유행하게 된 이 말엔 알파고와 같은 인공 지능의 발달로 가까운 미래에 많은 일자리들이 기계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내재되어 있다. 아니, 조립이나 피자를 굽는 것 같은 단순 노동들은 이미 기계로 대체되고 있다. 운동화를 만드는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회사의 공장들이 대표적인 경우인데, 50만 켤레의 운동화를 고작 10명의 관리인이 생산할 정도로 무인 생산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10명이라는 수조차 더욱 줄어들 예정이다. 올해 초엔 트럭에 피자 굽는 로봇을 태워 지역을 돌아다니며 판매하는 'ZUME'라는 기업까지 생겨났다.


 'ZUME'의 피자 굽는 로봇


 2016년에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는 이런 식으로 2020년까지 무려 7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번역가, 회계사나 변호인 같은 전문직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법률 을 전문으로 하는 ROSS라는 인공 지능이 개발되어 미국 대형 로펌에 취업한 바가 있다. 유엔 미래 보고서는 적어도 2030년엔 이 세 직업이 모두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라 내다 보았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히든 피겨스'에서는 거대한 IBM 컴퓨터가 삽시간에 많은 흑인 여성 계산원들을 실직의 위기로 내모는 장면이 나왔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변화를 예리하게 간파하고 미리 거기에 맞춰 능력을 향상시킨 사람들은 모두 살아남았다. 아니,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발빠른 대처의 대가로 오랫동안 그토록 원하던 관리자로 승진까지 하게 되었다.


영화에서 신기술에 대한 지식을 누구보다 빨리 습득하여 자신에게 숙원과 같았던 관리자 지위까지 오르게 된 도로시 본.


 바로 이런 일이 앞으로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것이다. 급격한 시대의 변화 속에서 누군가는 자신의 자리를 잃겠지만 거꾸로 누군가는 더 높은 곳으로 상승할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미국 아이비리그 우등생 클럽인 파이 베타 카파의 맴버이자, 공부 관련 블로그인 '스터디 핵스'로 공부에 있어 미국 최고의 전문가 중 하나로 인정 받고 있는 저자 칼 뉴포트는 선언한다. 바로 그 후자를 딥 워크가 우리에게 줄 것이라고.


 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그것은 우리의 직장만 둘러봐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저자는 피상적 작업만 양산하는 온갖 네트워크 도구들로부터 자유로워지라고 말하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다. 지금 우리 업무 환경은 '상시접속 문화'와 '최소저항의 원칙' 아래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상시접속 문화'는 수신한 물음에 언제든 빨리 답신을 해야 한다는 의무를 낳았다. 기업 환경에서 어떤 행동들이 과연 실적으로 연결되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기가 어려워(이것을 저자는 '계량의 블랙홀' 현상이라 부른다.) 현재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행동을 중시하게 만드는 '최소저항의 원칙'은 네트워크 도구들을 사용하여 빨리 답신하는 것을 일하는 자신에게 있어서나 기업에게 있어서나 생산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 중 하나로 여기도록 만들었다. 그리하여 장기적 계획과 집중 보다는 그저 단기적인 불편만 피하면 된다는 풍조를 이루었다. 그러다 보니 바쁘다는 것이 높은 생산성과 직결되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분주함이 생산성과 동의어가 되었고 지식 노동자들은 그보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더 나은 방법이 없기에 갈수록 분주한 모습만 보이게 되었다. 이것이 우리 자신도 공유하고 있는 오늘날의 문화이고 이런 문화가 지배하는 곳에서는 아무래도 '딥 워크'는 실현되기가 어렵다. 한다고 해도 분명 일을 안 한다거나 나태하다는 오명만 잔뜩 뒤집어 쓸 게 뻔하다. 뉴욕대 교수이자 커뮤니케이션 이론가이기도 한 닐 포스트먼은 컴퓨터 혁명이 시작되었던 90년대 초에 이미 이런 상황을 경고한 바 있었다. 신기술이 가져다 줄 효율성에만 혈안이 되어 그것이 야기할 문제들은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좀 더 발전된 기술이라면 무조건 좋은 것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형성 될 것이라고 말이다. 그 예언을 들어 맞았고 새로운 기술만 무분별하게 편식한 결과가 바로 우리의 현재인 것이다. 날마다 산적된 피상적 작업만 분주하게 잘 처리하는 것으로 자신의 가치를 납득하며 영화 '올드보이'의 주인공인 '오대수'라는 이름처럼 그저 오늘만 대충 수습하는 것으로 자족하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말이다.


 딥 워크는 오늘날의 사업 환경에서 우선시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 딥 워크는 어려운 반면 피상적 작업은 쉽고, 직무에 따른 명확한 목표가 없는 상황에서는 피상적 작업을 통해 분주하게 보이는 일이 자리 보존에 도움이 되며, 우리의 문화가 가치 있는 것을 창조하는 능력에 미치는 영향과 무관하게 '인터넷'과 관련된 모든 것을 좋게 보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이 모든 추세가 형성된 이유는 몰입하는 데서 나오는 가치나 몰입하지 않는 데서 생기는 대가를 직접 측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p. 70 ~ 71)


 하지만 시대의 거대한 흐름은 이제 우리가 그런 식으로 살 수 없는 방향으로 점점 나아가고 있다. 계속 그런 삶의 방식을 고수하다간 끝내 도태되거나 쉽게 대체되는 운명으로 말이다. '히든 피겨스'의 도로시 본처럼 노력과 훈련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상승시킬 필요가 있다. 거기에 딥 워크, 즉 몰입은 아주 에너지 넘치는 동력이 되어줄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말해도 선뜻 시도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인정한다. 사람은 아무래도 환경에서 자유롭지 못하니까 말이다. 때문에 저자는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되도록 두 가지를 독자에게 제안한다.


위니프리드 갤러거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책


 하나는 위니프리드 갤러거의 이론이고, 다른 하나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이론이다. 둘 다 '몰입'의 긍정적 가치를 한껏 강조하는 이론들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환경에 관해서라면 특히 갤러거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녀는 우리 앞에 놓인 환경이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실은 특정한 대상에 우리가 주의를 기울인 결과로 나타난 주관적인 것이라 전제한다. 다시 말해 오랜 시간 몰입하여 나름의 정신 세계를 구축하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거기에 맞춰 달라진다는 의미다. 몰입, 즉 딥 워크는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감각이 내재되어 있기에 몰입한 상태로 시간을 충분히 보내면 우리 마음 또한 세계를 의미와 중요성이 넘치는 곳으로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즉 환경을 자신이 주도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얼마든지 의미와 가치가 부유한 세상으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갤러거에 따르면 우리가 세상에 대해 쉽게 권태를 느끼고 자신의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것은 스스로 그 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는 산만하고 너절한 피상적 작업만 하고 있는 탓이라는 설명이 가능해진다.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이론도 여기에 거들고 나선다. 그에게 '몰입(flow)'이란 자발적으로 어렵고 가치 있는 일을 이루기 위한 노력으로 육체나 정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일 때 찾아오는 최고의 순간을 의미한다. 갤러거는 그냥 몰입하는 게 아니라 중요한 대상에 몰입을 해야 삶 역시 중요하고 긍정적으로 변한다고 말하지만 칙센트미하이는 대상과 상관없이 몰입만 하면 최고의 순간이 찾아온다고 말한다. 비록 이런 차이는 있더라도 '딥 워크'가 자신의 삶을 참으로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드는 데 있어 최고의 방법이라는 데는 둘 다 찬동하고 있다.


 이만하면 귀가 솔깃해지지 않을 수 없다. 삶의 무의미와 권태에 지쳤다면 당장 '딥 워크'부터 시도해 볼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딥 워크'를 할 것인가? 그 의문에 답하는 것이 바로 2부이다. 2부는 '딥 워크'를 실행하는 네 가지 규칙을 제시하고 각 규칙마다 한 챕터씩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 네 가지 규칙이란 이러하다.


  1. 몰두하라.

  2. 무료함을 받아들여라.

  3. 소셜 미디어를 끊어라. 

  4. 피상적 작업을 차단하라.

 

  '몰두하라'에서는 일상 생활 속에서 '딥 워크' 습관을 만들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무료함을 받아들여라'에서는 딥 워크 최대의 적인 산만함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그 방법들을 제시한다. 특히 여기서 '데드라인 공략법'이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는데, 미국 대통령으로 유명한 시어도어 루즈벨트가 하버드 재학 시절 주로 사용한 방법으로써 그 양태가 우리가 시험칠 때 자주 하는 '벼락치기'와 흡사해 눈길을 끌었다. 빠듯한 시간이 '딥 워크'를 가능하게 만들고 향상까지 시킨다니, '벼락치기'도 영 쓸모 없는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수험생이라면 여기에 나오는 '집중력을 높이는 암기 훈련'이 이목을 끌 것 같다. 전미 기억력 챔피언이자 카드 암기 부문 기록 보유자이기도 한 론 화이트의 카드 암기법이 소개되어 있는데, 카드 한 장을 따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먼저 다섯 개의 방이 있는 집을 그리고 그 방에 친숙한 가구들로 채운 다음 카드를 한 장씩 볼 때마다 가구와 특정 인물의 상황을 연결시켜 집에 하나하나 배치하는 기억법으로 누구든 훈련을 거치면 카드 한 벌을 쉽게 외울 수 있다고 한다. 칼 뉴포트가 쉽게 된다고 장담하고 있어서 나도 한 번 시도해 볼 생각이다.


 바로 이런 그림처럼 암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딥 워크 습관 형성을 위해 더욱 힘써 주장하는 것은 소셜 미디어와 피상적 작업의 차단이다.

 하나는 개인적 차원에서 다른 하나는 조직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단절로, '소셜 미디어 차단'에선 라이언 니커디머스가 취한 '짐싸기 파티'와 같은 '30일 간의 근절 방식'이 그리고 '피상적 작업 차단'에선 '37 시그널스'라는 기업이 실제로 실시했던 제도가 관심을 집중시킨다.


  저자가 많은 네트워크 도구들 중에서 하필이면 소셜 미디어만 딱 꼬집어 말하는 것은 그것이 딥 워크를 가장 심하게 저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는 예측할 수 없는 간격으로 개인화된 정보를 제공하여 엄청난 중독성을 지닌다고 말이다(p. 193)'. 우리의 경험에 비추어 봐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가디언 오브 갤럭시 VOL.2' 시사회 장에 갔었다. 공식 개봉 전의 상영이라 주최측에서 혹시 있을지 모를 영화 도촬을 막기 위해 관객들이 입장하기 전에 핸드폰을 모두 수거했다. 그런데 자리에 앉자마자 마치 반사신경처럼 핸드폰을 찾는 동작을 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곧잘 보였다. 무심코 손이 갔다가 '아, 참 맡겨놨지' 하면서 '핸드폰도 없는데 영화 상영까지 뭘 하면서 보내나?' 하는 말도 들려왔다. 사정이 이러하니 엄청난 중독성이라는 말도 그리 과장되어 보이지 않는다.


 왜 우리는 이토록 중독되어 있을까? 저자는 그것이 사람들의 주의를 빼앗아 돈을 버는 회사들이 능숙한 마케팅으로 소셜 미디어를 하지 않으면 많은 것을 놓칠 것이라는 생각을 깊이 심어준 탓이라고 대답한다. 또한 소셜 미디어가 이렇게 급격하게 부상할 수 있었던 이유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생산된 콘텐츠가 트윗이든 페이스북이든 실제 가치와는 아무 상관없이 얼마나 교환했느냐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도록 만든데 있다고 한다. 즉 '나의 업데이트 상태에 '좋아요'를 눌러주면 나도 '좋아요'를 눌러주는 식으로 가치가 만들어지고 이렇게 되면 모두에게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중요한 콘텐츠를 올린 듯한 허구적인 느낌(p. 195)을 주어 소셜 미디어가 지금처럼 창궐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소셜 미디어가 주는 '잠시라도 하지 않으면 금방 도태될 것 같은 두려움' 그리고 허구적인 만족감이 사실은 전혀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라도 저자는 30일 간 소셜 미디어와 단절할 것을 권유한다. 이 부분이 꽤나 설득력이 있었기에 나도 한동안 그간의 소셜 미디어와 블로그 활동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 모두를 나름 주체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소상히 되짚어 보니 착각에 불과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소셜 미디어에 대한 지은이의 제안을 보다 더 진지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피상적 작업 차단'과 관련한 '37 시그널스' 기업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 업무 환경을 주도하고 있는 '상시접속 문화'와 '최소저항의 원칙'이 그렇게 강력한 것이 아니며 제도적 차원에서 변화를 준다면 얼마든지 '딥 워크'가 가능한 환경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37 시그널스' 회사가 주도하여 상시접속 문화를 차단하고 직원마다 한 달에 걸쳐 자신만의 프로젝트에 '딥 워크' 할 수 있는 시간까지 할애해 주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매출이 줄기는 커녕 이익이 오히려 더 늘어났던 것이다. 



 한 마디로 이러한 '37 시그널스'의 모습은 저자가 제시한 '딥 워크 가설'이 옳다는 것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증거였다. 그러니 더욱 딥 워크의 유혹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바라건대, 이런 '37 시그널스'의 사실이 널리 알려져 조직적 차원에서 이제는 피상적 작업의 양산과 분주함이 생산성과 동의어가 되는 흐름에서 벗어나 '딥 워크'가 보다 중시되는 분위기가 주류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 내 생각에 이러한 변화는 조직 문화에 일대 파란을 가져올 것 같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회사와 사원의 관계란 주종이나 다를 바 없는 수직적 상하 관계였는데, '딥 워크' 문화가 자리잡게 되면 직원 모두가 회사의 이익과 문화 그리고 가치 구현에 있어 저마다 주체로서 참여하는, 그렇게 '파트너'라는 수평적 관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 혁명을 목전에 앞두고 대체 불가능한 개인적 가치의 확립과 더 높은 상승을 위해서도 '딥 워크'가 많은 의미를 가지지만 여기에 더하여 조직 문화마저 이제까지의 강제와 착취에서 벗어나 협력과 상생으로 인도해 줄 것이기에 그 의미가 가일층 높아지는 것 같다.


 이 책, '딥 워크'는 개인과 조직 모두에 대해 몰입이 가진 창조와 변화의 힘을 제대로 느끼고 습득하게 만드는 책이다. 앞으로의 내 삶에 구체적 설계를 위해 뭔가 길잡이가 될 만한 정보들이 필요한 분이나 그런 몰입의 시간이 한번쯤 내게도 주어졌으면 하고 많이 바랐던 분들은 물론 현재 조직 문화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 중인 분들 모두에게 감히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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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5 0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20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