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 브레인 - 새대가리? 천만에! 조류의 지능에 대한 과학적 탐험
나단 에머리 지음, 이충환 옮김, 이정모 감수 / 동아엠앤비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새에게는 대단히 실례되는 일이지만, 아주 멍청하다는 뜻으로 '새대가리 같다'는 말이 널리 쓰인다. 어쩌다 새는 이런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된 것일까? 그 첫 시작은 아무래도 17세기 대항해 시대에 있었을 것이다. 그 때 인도양의 한 섬에서 그 어떤 포식자도 없이 한가로이 평화를 누리고 있던 도도새는 생애 처음으로 포식자를 만났다. 그것도 하필이면 정말 운이 없게도 포식자 중에서도 가장 상위이자 악랄한 유럽 선원들을 말이다. 자비도 없고 한계도 없는 그들에게, 사냥 당해 본 경험이 전무 했기에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지 그 기본적인 방법조차 가지고 있지 못한 도도새는 그저 속절없이 사냥 당하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유럽 선원들은 "이런 멍청한 새를 다 보겠네." 하고 낄낄 웃었지만, 도도새는 그저 태어나서 처음 당해보는 것이라 대처를 못 하는 것 뿐이었다. 어쨌든 그러한 도도새의 대량 학살을 통해 새는 지능이 낮다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되었다. 여기에 19세기의 비교해부학자 루트비히 에딩거가 또 단단히 한 몫을 했다. 당시 아주 유명한 비교해부학자였던 그는 새의 뇌에는 생각을 책임지는 피질 같은 영역이 거의 없거나 아예 없으며 오직 본능에 따른 행동만 할 수 있는 선조체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단언했다. '새에게 생각하는 능력은 허락되지 않았다'고. 루트비히 에딩거의 이 주장으로 도도새로 비롯된 새의 지능에 대한 폄하는 더욱 확고해졌다. 이 주장은 20세기까지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런던 퀸메리 대학이 인지생물학 부교수이자 까마귓과와 유인원, 앵무새의 사회 심리학적 행동 이해의 전문가인 나단 에머리는 50년대 이후 지금까지 다양하게 진행된 새의 두뇌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새의 두뇌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결코 멍청하지 않다는 것을 한 권의 책으로 증명한다. 그것이 바로 '버드 브레인'이다.



 새의 두뇌에 대한 시각의 결정적인 변화는 1990년대에 일어났다. 인간이나 유인원에게만 있다고 여겨졌던 행동을 새 역시도 하고 있다는 증거들이 학계에 쏙쏙 보고되었기 때문이다. 가빈 헌트는 뉴칼레도니아 까마귀들이 판다누스 잎과 고리형 나뭇가지를 가지고 두 가지 형태의 도구들을 만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했으며 아이런 페퍼버그는 회색앵무새가 부리와 혀로 다양한 물건들을 탐색한 뒤, 어떤 물건을 지목하자 정확하게 '양털'이라고 대답했음을 알렸다. 이 발견들은 나중에 사실로 검증되었다. 새가 도구도 사용할 줄 알고, 언어 능력도 있다니! 이러한 발견들은 루트비히 에딩거가 형성한 새의 두뇌에 대한 인식 지평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새의 두뇌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해졌고 새의 지능이 알려진 것과 다르게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여기저기서 증명되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사실들을 충실히 담고 있다. 이해를 돕는 자세한 설명과 눈을 즐겁게 하는 많은 그림 자료들까지 더해서 말이다.


 책은 주로 이런 형식으로 되어 있다. 하나의 꼭지마다 이렇게 꼭 커다란 그림과 사진이 삽입되어 있다. 


 새의 두뇌에 대한 이러한 발견들은 한편으로 진화에 대한 시각까지 변화하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종의 진화는 직선적이었다. 어류에서 영장류까지 일련이 연속된 흐름으로 상정되었다. 그래서 인간이 진화의 최종 단계라는 생각에 인간을 가장 우월하게 여기는 인간 중심주의를 낳았다. 하지만 현재 새의 두뇌로 통해 알게된 사실들은 타고난 육체적 한계를 가지고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느라 모든 종들이 저마다 다른 능력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진화는 열등에서 우월로 나아가는 '직선'이 아니라 저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맞춰 최선을 다해 적응해 온, 비유하자면 여러 방향으로 뻗어 나가는 가지를 가진 관목에 가까웠던 것이다. 이런 면까지 더해 '버드 브레인'은 지금까지 오해로 점철된 새의 두뇌에 대해 올바른 지식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진화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만드는 좋은 책이었다. 생물학, 특히 새에 관심 있다면 꼭 한 번 봐야하는 책이 아닐까 싶다.



  새의 두뇌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열등하지 않다는 것은 이렇게 조류가 장거리 여행이 가능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책은 새가 어떻게 비행기에 있는 첨단 항법 장치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몸만으로 이런 여행이 가능한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놀라운 것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귀소 본능이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비둘기의 경우 자신의 집을 어떻게 찾느냐 하면 일단 집에서 출발할 때 커다란 지형 지물을 가지고 자신이 있는 공간의 전체적인 지도를 뇌의 해마 속에 코드화 한다고 한다. 더 긴 여행을 떠나거나 이용해야 할만한 지형 지물이 없을 경우엔 몸에 내장된 나침반을 사용한단다. 새의 몸 자체가 나침반이 되는 것으로 체내 시스템을 그런 나침반이 활용 가능하도록 아예 바꿔 버리는 것이다. 대양을 횡단해야 하는 철새의 경우엔 태양의 위치를 관측해서 비행한다고 한다. 태양의 위치가 확인 불가능한 밤에는 놀랍게도 옛 선원들이 그랬듯이 별자리를 이용한단다. 이렇게 되면 인간이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새는 이것만 있지 않다. 더 나아가 지구 자기장 자체마저 이용한다니, 정말 양파도 아닌 것이 까면 깔 수록 놀랄 것 투성이다. 어떤 존재를 판단할 때는 섣불리 단정하지 말고 먼저 그것에 대해 제대로 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이런 이유까지 더해 '버드 브레인'을 더욱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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