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일기 카프카 전집 6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유선 외 옮김 / 솔출판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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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83년 7월 3일, 체코 프라하. 유대계 상인 부모 밑에서 프란츠 카프카는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에겐 모두 두 명의 남동생과 세 명의 여동생이 있었으나, 남동생 두 명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죽고, 여동생 셋도 독일 나치가 체코를 지배했을 때, 아우슈비츠로 끌려가 사망했다. 그의 유고에 대한 권리가 가족이 아닌 막역한 친구 막스 브로트에게 넘어간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프란츠 카프카는 죽기 직전 친구에게 유언으로 자신이 죽으면 자신의 모든 글을 불태워달라고 했지만, 우리에겐 너무나 다행히도 브로트가 그것을 지키지 않아 프란츠 카프카의 글들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가 일기를 처음 썼던 것은 1909년 초여름이었다. 이것 역시 막스 브로트와 관계가 있다. 그 여름, 카프카는 막스 브로트 형제와 이탈리아 북부에 있는 리바를 여행했는데 바로 그 여행 때문에 일기를 쓰게 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전해인 1908년. 카프카는 이탈리아계 보험회사 '아시쿠라치오니 제네랄리'의 프라하 지점에 취직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바로 그 취직으로 인해 카프카는 일기를 쓰게 된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모리스 블랑쇼의 책을 읽고서였는데, 블랑쇼에 따르면 카프카는 늘 문학에 순수하게 헌신하고 싶어했는데 그것에 가장 많이 방해 되었던 것이 바로 직장인의 삶이었다. 즉, 그는 자신의 시간을 문학인으로 사는 시간과 일상인으로 사는 시간을 철저하게 격리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문학인의 시간에 일상인의 시간이 끼어드는 것을 싫어했다. 그는 그것을 아주 끔찍한 방해로 여겼다. 하지만 그 시간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 직장에는 언제나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시간의 양이란 게 있었고 그 시간만큼은 자신이 아무리 해도 어쩔 수 없이 할애해야 했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문학에 대한 갈망은 커져갔다. 왜 사람의 마음이 그렇지 않은가? 못하게 하면 할수록 더 하고 싶어지는 법이다. 그렇게 문학에 온전히 전념하고 싶다는 갈망은 커져갔고 그러지 못하는 실제 삶과의 격차는 그를 더욱 힘들게 했다. 아마 일기는 그런 고통을 조금이나마 줄여보고자 계속되었을 것이다. 일상과 그나마 공존하기 위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율이 일기였을 것이라는 뜻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카프카의 일기'는 카프카의 문학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열쇠이기도 하다. 작품을 쓰면서 가지게 되었던 모든 곤경과 절망 그리고 상념과 번민이 모조리 투명하게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송'이 대표적인데, 카프카의 소설을 읽으면 여성이 기묘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처음 여성은 선망을 낳지만 이내 절망을 주는 존재로 변하는, 그렇게 이중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카프카의 일기'를 읽으면 카프카가 왜 그런 묘사를 하는지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다. 카프카에겐 오래도록 결혼을 고민하게 만들었던 여인이 하나 있었다. 그것이 바로 '펠리체 바우어'다. 카프카는 그녀를 1912년 여름에 막스 브로트의 소개로 처음 만났다. 그녀는 막스 브로트의 친척이었다. 카프카는 그녀와 여러 번 약혼과 파혼을 거듭했다. 카프카가 펠리체 바우어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 마음은 언제나 그녀와 함께 하고 싶었다. 하지만 직장에서의 경험이 결혼 또한 망설이게 만들었다. 직장이라는 일상의 시간이 문학에 대한 헌신의 시간을 많이 빼앗아 가는 걸 경험한 카프카는 직장 이상으로 희생과 봉사를 하게 될 가정 생활은 문학에 전념하는 시간을 더 많이 희생시킬 것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실제 그의 일기에 나오는 내용이다. 

 3. 나는 많은 시간을 혼자서 지내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해낸 말들은 고독의 성과물에 다름 아니다.
 4. 나는 문학과 관계없는 것들을 싫어한다. 대화는 나를 지루하게 만든다. 누군가를 방문하는 일이나 내 친척들의 기쁨과 슬픔은 내 마음속까지 지루하게 만든다. 대화는 내가 생각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중요한 그 무엇과 진지함, 진실을 앗아간다.
(...)
7. 혼자라면 아마도 한 번쯤 내 직장을 포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결혼하면 그것은 영영 불가능해질 것이다.(p. 468)

 그가 그토록 고민하고 두려워한 것은 오직 하나, 문학에 오롯이 전념할 수 있는 고독의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었다. 왜 '소송'의 처음이 아침에 자신의 하숙방을 느닷없이 방문한 검은 옷의 사람들로 시작하는지 비로소 이해할 것 같다. 작품을 위한 작가의 고독을 중시하는 모리스 블랑쇼가 왜 그토록 카프카에 관심을 기울이고, 카프카의 일기를 그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로 생각하는지도 이제야 알 것 같다. 솔 출판사가 카프카 전집을 기획하고 발간한 지 20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나온 '카프카의 일기'는 그가 일기를 처음 썼던 1909년부터 죽은 해인 1923년까지 그가 썼던 모든 일기가 담겨져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일기에 미처 싣지 못한 글의 모음이라 할 만한 서류 묶음과 여행 일기마저 들어 있다. '카프카의 일기'는 내가 정말 나오기를 기다렸던 책이기도 하다. 블랑쇼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이 소설을 쓸 때 카프카는 과연 어떤 상태였는가 너무나 궁금했기 때문이다. 2월의 며칠을 942페이지에 이르는 그의 삶과 함께 보냈다. 그를 가장 가까이서 만나는 것 같았고 그만큼 그를 더 잘 이해하게 된 것 같았다. 다 읽고 난 뒤 저절로 세 마디의 말이 떠올랐다.
 '이제라도 나와줘서 다행이다.'

 당신도 카프카를 정말 좋아하고 그를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을 읽는다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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