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무도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1
신시은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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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과 표지가 인상적이라 읽게 된 소설. 신시은 작가의 '해무도'다.



 책 날개에 있는 작가 소개를 보니 놀랍게도 94년생. 현재 나이 23. 나중에 알았는데, 스무 살에 쓴 소설이라고 한다. 그것도 장편. 헐! 잠깐 나는 그 나이 때 뭘했더라 생각한다. 술과 여자 뒤꽁무니를 쫓아다녔다. 그런데 누군가는 세상에 내놓을 한 권의 작품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구나. 그러고 보니, 지금은 작고한 콘도 요시후미의 '귀를 기울이면'이 떠오른다.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소년의 밝고 맑은 에너지로 가득했던 애니메이션. 거기에, 학업도 포기하고 남들은 놀기 바쁜 여름방학마저 온전히 소설 쓰기에 바친 여자 아이가 있었다(그녀가 쓴 소설은 나중에 '고양이의 보은'이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 이름은 츠키시마 시즈쿠. 그리고 일찌감치 바이올린 장인이 되기로 결정하고 어린 나이에 이탈리아 유학길에 오르는 타카하시 잇세이. 아직 뭘해야 될 지 모를 시기에 보았던 애니메이션이라 일찍 자신의 꿈을 확정하고 일직선으로 달려나가는 이들이 얼마나 부럽던지. 그 동경을 내내 '컨츄리 로드~'를 흥얼거리는 것으로 대신했었지. 하는 리뷰와는 별 상관도 없는 이야기를 했다. 원래 하고 싶었던 말은 그 시즈쿠와 이 소설의 작가 신시은이 겹쳐보인다는 것이었는데.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해무도'는 표지만 보면 호러 필(feel)이 난다. 사실 그렇다. 프롤로그부터 해무가 끼면 사람을 데리고 가는 귀신 노파가 등장한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장례식. 주인공이 되는 현직 교수인 치수는 자신의 스승인 정교수가 죽었다는 부고를 받고 20년 전 정교수가 살았던 섬에서 겪은 살인 사건을 떠올린다. 그 섬이 바로 '해무도'다. 두 사람이 죽었는데, 섬 사람들은 다들 귀신 노파 짓이라면서 부들부들 떨었다. 아직도 그 사건은 해결되지 않았고 너무나 공포스러웠던 기억인지라 치수는 그 섬으로 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리고 정교수의 장례식장. 그의 유일한 혈육인 두 딸이 장례를 치르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시신이 머리가 사라진다. 몸은 그대로 놔두고 머리만 없어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동생 주연은 너무나 갑작스러웠던 아버지 죽음을 두고 해무의 짓이라고 말했다. 이제 머리가 사라지자 그 심증이 더욱 굳어진 동생은 분명 머리는 원래 자신들이 살던 곳인 해무도로 갔을 것이라고 하면서 섬으로 떠날 채비를 한다. 결국 혼자 남게 되는 것이 무서웠던 언니 주경마저 주연과 함께 해무도로 가게 된다.


 치수는 섬의 선착장에서 20년 전 같이 살인 사건을 겪은 선장을 만난다. 그는 치수에게 내내 귀신의 짓이라면서 돌아가라고 종용한다. 그래도 기어이 가려는 치수에게, 선착장에서 정교수의 집까지 가려면 중앙의 산을 넘어야 하는데 자정에는 절대 넘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한다. 귀신에게 죽는다면서. 그래도 치수가 말을 듣지 않자(원 이 사람 고집도 참~), 산길을 잘 아는(정해진 루트로 가지 않으면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자신의 아들을 길잡이로 붙여준다. 소설 전반부의 이야기는 치수와 선장 아들의 산을 넘는 이야기가 차지한다. 아들은 계속 겁을 주고 공포 분위기로 몰아간다. 그런 길을 안내 하겠다고 나선 선장 아들이 거의 성인의 경지에 이를 무렵,


 주경과 주연이 섬에 도착한다. 아버지 시신이 사라졌다며 얼른 자신의 집으로 가야한다는 이들의 말에 선장은 올 것이 드디어 왔구나 하는 식으로 반응한다. 아들이 치수와 산으로 떠난 지도 제법 시간이 흘러, 이제 슬슬 걱정이 되던 참의 선장은 자신의 배로 가자고 말한다. 알고 보니, 정교수의 집으로 가는 루트는 산길말고 물길도 가능했던 것. '아니, 이런 길이 있었으면 진작 이리도 데려다 줘야 하는 것 아냐?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아들을 사지로 내몰다니, 선장, 당신은 잔인한 아버지로세.' 이런 생각이 자막처럼 소설 장면 아래로 지나간다.


 어쨌든 이들은 정교수의 집에서 만난다. 치수는 정교수 집에 오고나서야 장례식장이 그 곳이 아니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된다. 또 다시 하게 되는 헐~! '아니, 전화로 장례식장이 어딘지도 안 알려준단 말이야?' 하는 한편, '치수 이 사람은 도대체 뭘 믿고 그 무서운 곳으로 바로 직행할 생각을 한 거야?' 하는 생각이 동시에 떠오른다. 거듭 어쨌든, 호러 아닌가? 이런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세계다. 납득을 강요한다. 지금까지 분위기가 좋았다. 조금은 더 이 세계에 빠지고 싶다. 그런 생각으로. 그리고 그런 나의 바람을 들어주듯, 사랑채 가장 안쪽의 방에 있는 침대 위에서 정교수의 머리가 발견된다. 그리고 함께 발견된 누군가 남겨 놓은 글이 예고이기라도 한 것처럼 일어나는 살인 또 살인. 그것도 밀실에서. 선장은 이것이 이 집에 얽힌 귀신 노파의 저주 때문이라고 하면서 20년 전 사건도 그것과 관련있다고 이야기 하는데. 과연 정교수의 머리와 뒤이은 연속 살인은 귀신 노파의 짓인가? 아니면 그것을 가장한 사람의 짓인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가운데 치수는 뜻하지 않게 탐정의 역할을 맡게 된다.


 줄거리 소개가 너무 길었다. 소설은 이렇게 괴기와 미스터리가 혼합되어 있다. 그러고 보니, 이와 비슷한 소설이 하나 떠오른다. 바로 일본의 국민 탐정이라 할 만한 긴다이치 코스케가 데뷔한 작품으로도 유명한, 요코미조 세이시의 '혼진 살인사건' 이다. 그것도 괴기로 잘 가다, 밀실 미스터리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해무도'도 유사하다.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혼진 살인사건'은 미스터리 사건의 무대로 일본 전통 가옥을 가져왔는데,  '해무도'도 우리나라 전통 가옥인 한옥을 미스터리의 중심 무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혼진 살인사건'처럼 공간 자체의 구조를 트릭의 장치로 이용하지는 않고 다른 것을 사용했다(무엇인지는 스포일러가 되기에 밝히지 않는다.). 이것이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다른 것을 사용했다는 것이 아니라, 트릭 자체가 어쩐지 좀 반칙이 아닌가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왕 아쉬운 점을 말한 김에 하나 더 부언해 본다. 앞에서 너무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강조하는 바람에 결말이 과도한 부담을 안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앞부분의 한껏 고조된 공포스런 분위기 때문에 결말이 더 맥빠지게 느껴진다는 말이다.(그럼, 앞에서 이렇게 말하라고! 하실 것 같다. 하하...) 그래도 흡인력 하나만은 높이쳐 줄 만하다. 어쨌든 약관의 나이에 이만한 작품을 쓰는 것도 대단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일본의 작가 오즈 이치는 십대 때 데뷔 했다지. 신시은 작가도 오즈 이치처럼 우리 나라 장르 소설계를 든든히 바쳐 줄 등뼈 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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