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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부대 - 2015년 제3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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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의 대선용 여론 몰이를 위한 댓글 선동 공작이 계기가 되어 쓰여졌다는 장강명의 '댓글부대'는 정작 그 사건에 직접적으로 뛰어들지는 않고 에둘러 돌아가선 그저 댓글 조작의 위험성만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 실망스럽긴 했어도 장강명 작가의 소설답게 이번에도 역시 빠르게 술술 잘 읽혔다. 흡인력 하나만큼은 인정해줘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소설이 꼭 재미만이 아니라 동시대에 뭔가 의미있는 목소리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에게는 '댓글부대'가 꽤나 아쉬운 작품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장강명 작가는 이 소설에서 무엇을 추구했던 것일까? 댓글이 어떻게 조작되고 대중을 선동하는 지를 여과없이 담아내자는 정도였을까? 사실 소설은 딱 그 정도만 보여준다 오로지 돈을 목적으로 댓글 선동에 뛰어든 팀-알렙의 시작과 성공 과정이 이야기의 전부니까 말이다. 겨우 세 명으로만 이루어진 팀-알렙이 인터넷으로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한 것을 그 중 한 멤버가 기자에게 내부고발 하는 형식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국정원의 뉘앙스를 풍기는 인물이 둘 정도 나와 그들과 얽히고 나름 반전도 있지만 그렇다고 이야기가 풍부한 것은 아니다. 비유하자면 경마장의 말처럼 한 라인만 직선으로 돌파하는 소설이다. 그래서일까? 이야기가 한없이 얄팍하게 느껴진다.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드는 것 중의 하나가 갈등인데, 이 소설엔 아무런 갈등이 없다. 팀-알렙은 한 몸의 유기체처럼 잘 통일되어 움직이고 별다른 고난도 없이 하는 일마다 척척 성공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뭔가 대단한 능력을 소유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런데도 막강한 재력과 권력을 가진 누군가가 그들에게 접근해 오고 성공의 달콤한 향기를 맡게 하더니 정치와 여론 조작이라는 더 큰 판으로 끌어들인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 전체를 이끌어 가는 인터뷰는 얼른 보면 그들의 패망 같지만 실은 그들 성공의 정점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인물의 깊이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종잇장처럼 한없이 얇게만 보인다. 때문에 소설은 다큐멘터리 보다는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 후속편에 가깝다. 인물과 이야기가 아무런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니 소설이 들려주고자 하는 목소리가 마음에 채 와닿기도 전에 그저 영상만 현란하게 스쳐지나가 버리는 것이다. 다시 말해 소설은 독자를 대화 상대자가 아니라 아이-쇼핑 하는 이로 만든다. 공감이 차단 당한 쇼윈도 안의 진열품을 눈으로 훑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엔 인물들이 편하게 소비되고 있다는 것이 이 소설이 가진 최대의 약점 같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그저 장기말 이상의 존재 의미를 획득하지 못한다. 그러니 당하는 자들은 마냥 바보 같고 덕분에 댓글 공작은 그 위험성이 원래보다 더 과잉되어 보인다. 그리고 그 과잉된 위험은 독자로 하여금 설마 댓글이나 이런 저열한 조작이 그 정도나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까 하고 냉철하게 생각해 보기도 전에 마치 그게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이게 한다. 하지만 '댓글부대'는 그런 영향력을 경고하고 스스로 먼저 그것의 진리치를 독립적으로 그리고 객관적으로 성찰할 것을 고취하자는 목적에서 나왔다. 이건 읽어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소설은 원래 자신이 가진 목적과 정반대를 독자에게 행하고 있다. 자기 모순에 빠져버린 것이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실패작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소설은 실패작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이미 출발부터 작가가 우월적 시선에서 작품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과장을 섞어 말한다면, 이 소설은 위험하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유명한 대사, '대중들은 개, 돼지 입니다. 조금 짖어대다가 조용해 질 겁니다' 처럼 대중에 대한 경멸을 은근히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조잡한 조작에도 이토록 쉽게 흔들리는 대중이라니! 이런 작가의 조소가 팀-알렙이 인터넷으로 뭔가 저지를 때마다 은연중 느껴지는 것이다. 내 개인적인 감정을 성급히 일반화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중립적으로 아무리 생각해 봐도 대중을 소설 속 인물들만큼이나 얄팍하게 보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나라가 망해도 여전히 여당을 지지하는 35%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소설의 주제를 강조하다 보니 조금 무리를 해버렸을 수도 있다. 그래도 이런 우월의 시선은 날 불편하게 만든다. 결국 여기엔 이 현실이 아무리 문제가 있다고 해도 이런 대중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자포자기가 있을 뿐, 이 현실을 타개하고 좀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자발적 노력이 차단되기 때문이다. 이것 역시 내 생각일 뿐이지만, 좋은 소설은 독자를 홀로 유폐시키지 않고 타인과 연대하게 만든다. 우리가 유포되는 흑색선전에 휘둘리지 않고 혼자 힘으로 제대로 성찰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 연대를 강고히 만들기 위함이다. 하지만 소설은 나 아닌 타자를 그저 의심하거나 경멸하게 만들 뿐이다. 그러니 위험하다. 이 소설은 달콤하다. 그렇다고 해서 단번에 삼키면 독약이 된다. 이런 설정이 설득력이 있는가, 이런 태도에 문제는 없는가 천천히 따져보며 삼켜야 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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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7 20: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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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8 04: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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