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이란 무엇인가 - 하버드대 최고의 심리학 명강의
브라이언 리틀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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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하버드대 성격심리학 교수인 브라이언 리틀의 '성격이란 무엇인가'는 성격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에 도전한다. 이 책은 모두 10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각각은 우리도 살면서 성격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한 번쯤 가졌봤을 질문으로 시작한다. 10개의 장은 모두 배턴을 주고받는 릴레이 경기처럼 앞 부분의 결론을 뒤에서 좀 더 확장해서 살펴보는 식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처음의 첫인상부터 마지막의 자아성찰까지 여러가지 재밌는 심리 실험과 지금까지 쌓인 연구 결과를 토대로 성격에 대한 보편적 궁금증뿐 만 아니라 그것에 대해 우리가 미처 몰랐던 사실까지 유쾌하고(문자 그대로의 의미다. 브라이언 리틀은 스스로 내향적이라고 하는데 책에 무던히 박혀있는 유머와 위트를 보노라면 정말 내향적일까 의심마저 들 정도다.) 친절하게 알려준다. 한 마디로 성격에 대해 이것저것 알고 싶었다면 추천할만한 안내서라고 하겠다.



 책의 매력은 처음 첫인상을 이야기할 때부터 드러난다. 우리는 늘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첫인상으로 상대의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고 자신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늘 상대의 첫인상을 헤아리고 이러저러한 사람이라 규정 짓는다. 하지만 리틀은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첫인상에 대한 우리의 판단은 그저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행동의 원인을 어디에서 찾는가에 대한 연구에서 많은 자료로 증명된 사실 하나는 사람들은 타인의 행동을 설명할 때 성격에서 원인을 찾는 반면 자신의 행동은 자신이 처한 상황으로 설명하려 한다는 점이다.(p. 17)


 읽고 무릎을 쳤다. 우리는 정말 이렇다. 사소한 행동이라 할 지라도 우리가 할 때는 모두 이유가 있음을 알리고 싶어하고 타인의 경우엔 성격 탓으로 돌리며 말도 안 되는 이유 달지말라고 나무란다. 내가 성격대로 행동하지 않음을 알면서 남들은 성격대로 행동한다고 믿는 것은 모순이다. 리틀은 그러한 우리의 첫인상을 성격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내 개인 구성 개념에 근거한 가정이라고 정의한다. 개인구성개념이란 성격심리학의 용어로 사람에 대한 부분적인 사례 관찰로 한 개인을 구성하는 우리의 행위를 가리킨다. 우리는 개인 구성 개념으로 타인을 바라보는데 그것은 나 자신에게도 해당된다. 첫인상이 드러내는 진실은 타인의 것이 아니라 바로 내 개인 구성 개념이다. 남을 판단할 때, 당신은 '이런 사람이구나'가 아니라 '나는 당신을 이렇게 파악하고 있구나'를 먼저 떠올려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개인 구성 개념은 사람마다 다르다. 타인을 좁은 스펙트럼으로 구성하는 사람도 있고 넓은 스펙트럼으로 구성하는 사람도 있다. 리틀은 이왕이면 보다 확장된 개인 구성 개념으로 타인을 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개인 구성 개념이 제한적일수록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예측하고 대처하기가 어려워 불안은 커지고 자유는 줄어.(p. 23)'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타인에 대한 적대감도 전혀 다르게 해석된다. 타인이 미운 이유가 사실은 바로 내게 있기 때문이다. 리틀은 적대감을 이렇게 정의한다.


 적대감은 스스로도 이미 부당하다고 판단한 구성 개념을 억지로 정당화하려는 시도다.(p. 23)


 리틀의 책은 이런 식으로 사고의 전환을 꾀한다. 우리가 판단하는 성격이라는 것이 우리의 수동적 관찰이 아니라 능동적 해석의 결과라는 것을 주지시키는 것이다. 우리가 타인과 세계에 능동적인 해석자로서 참여한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인식하는 게 리틀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것이 우리가 향유할 수 있는 자유의 폭을 늘려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성격을 좀 더 자유를 증진하는 쪽으로 파악하려 한다. 예컨대, 2장에서는 과연 우리 대부분이 믿고 있는 대로 성격은 고정적인 것인가(이는 심리학의 아버지라 일컫는 윌리엄 제임스의 견해라고 한다.)를 묻는데, 거기에 대해 우리가 흔히 하는 생각과 달리 그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나는 사람들을 내향성 또는 외향성이라는, 윌리엄 제임스의 표현처럼 석고처럼 굳어진 특성으로 나눠 정해진 틀에 집어넣는 것을 결사반대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자신의 성격을 그날의 상황에 맞추고, 우리 관심사를 발전시키는 쪽으로 사회적 자아를 맞춰가는 능력이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윌리엄 제임스의 말은 50퍼센트만 옳다(사실 우리 성격의 절반 정도는 유전적 영향을 많이 받고 나이가 들면서 굳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게 연구로 밝혀졌다고 한다). 우리 인간은 본질적으로 절반만 굳어 있다.(p. 73)'


 이는 단순히 그의 신념이 아니고, 연구로 밝혀진 것이기도 하지만 성격의 본질 때문이기도 하다. 성격은 원래 하나가 아니라 내적 현실과 외적 현실이 공존(p. 79)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 현실이 만나는 지점에서 성격은 만들어지고 도전받고 재구성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얼마든지 상황에 따라 내가 생각하는 내 성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행동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성격 심리학에서는 일상에서 우리가 하는 행동의 동기가 모두 세 가지 차원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는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기질(이를 생물 발생적 근원이라고 한다.)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화에 따른 결과(이를 사회 발생적 근원이라고 하는데 이는 다양한 상황에서 그것이 적절한 행동이라는 인식이 그 사람의 생애를 통틀어 굳어진 것이라 말할 수 있다.)이며 마지막은 내가 추구하는 목표(이를 특수 발생적 근원이라 부른다)이다. 즉 누구나 삶에는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때로는 전혀 나답지 않은 행동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리틀은 이 세 번째의 것을 특별히 자유 특성이라 부르는데, 그만큼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이기 때문이다. 행동의 동기가 되는 성격을 이렇게 다양한 차원의 조합으로 이뤄지고 자유의 영역 또한 꽤나 큰 곳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타인을 쉽게 고정되거나 수동적인 존재로 여긴다. 오래 전 MBTI가 크게 유행한 적이 있다. 그 때는 정말 너나 할 것 없이 별점을 보듯 MBTI를 했던 것 같다. 그건 성격의 레이블링(labeling)과도 같아서 우리는 네개의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유형을 브랜드라도 되는 것처럼 걸고 다녔다. 그것으로 우리는 타인을 쉽게 규정했다. 설령 그가 유형에 맞지 않는 행동을 과도하게 하더라도 그에 대한 내 개념이 오류일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너 왜 이래? 너답지 않아?'하고 도리어 나무랐다. 그러니 '나다운 게 도대체 뭔데?'하며 거센 반박을 받아도 쌌다.


 '성격이란 무엇인가'는 내게 무엇보다 우리가 얼마나 타인에게 나 자신만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지를 깨닫게 해 주는 책이었다. 거기에 더하여 나에 대해서도 얼마나 고정된 존재로만 생각하고 있는 지도.


 비록 유전적으로 성격이 어느 정도 고정되어 있다고 해도 우리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상황에 따라 이런 저런 성격을 넘나들며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능동적인 존재였다. 그러니 나를 한정된 시야로 바라볼 필요는 없었고 타인에 대해서도 고정 관념을 가질 이유는 없었다. 나 자신이 내 상황을 헤아리듯, 타인의 상황을 헤아리는 것이 먼저였다. 이는 특히 리더에게 필요한 자질인데 특히나 스스로 창조적이라고 여길수록 더욱 요구되는 태도였다.


 연구에 따르면 아무리 '스티브 잡스'처럼 창조적인 인물이라 하더라도 독불장군 같은 성격이라면 이룰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성공적인 업적을 이룬 창조적인 리더를 연구한 결과 그들이 결실을 맺었던 것이 바로 다음과 같은 특성 때문임이 드러났던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세계에서 가장 대담하고 혁신적인 성취는 단 한 사람의 창조적 영웅의 머리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건 신화일 뿐이다. 이와 관련해 건축가 '대조군'의 특징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앞에 나온 이들의 성격 특성을 기억해 보라. 이들은 책임감 있고, 성실하고, 신뢰할 수 있고, 믿음직 하고, 생각이 명확하고, 관대하고, 이해심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사교적이며 착실하고, 세밀한 작업도 불편해하지 않았다. 창조적 목표가 결실을 맺으려면 반드시 필요한 특성이다.(p. 221)


 다시 말해, 아무리 창조성이 뛰어난 사람이라 하더라도 인성이 뒷받침 될 때 좋은 성과도 얻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인성이란 무엇보다 타인의 처지를 잘 이해하고 그들의 말을 잘 들어주는 데 있었다. 만일 그렇지 않은데도 성과를 낼 경우, 그건 그가 잘 나서라기 보다는 주변 타인들이 그의 그릇된 인성을 참고 잘 도와준 결과였다. 그들의 희생이 뒷받침 되어 나타난 성과였던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자기 주장이 강한 창조적인 사람과 일을 할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훨씬 더 불안하고 심리적 적응도 낮다고 한다.


 이렇게 보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라도 나를 좀 더 내려놓고 타인을 환대하는 게 필요했다. 미국의 회사들이 왜 창조적인 인재보다 협력 잘 되는 인재를 더 선호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브라이언 리틀의 '성격이란 무엇인가'는 이런 식으로 내 생각의 눈금과 타인에 대한 시선을 다시 조정하게끔 만드는 책이었다. 타인을 의식하는 정도가 삶에 미치는 영향이라든지, 성격과 장소의 관계라든지, 내 삶을 스스로 얼만큼 조절해야 하는지 등등 성격과 삶의 관계 전반에 대해 다루고 있어서 유용한 정보들이 꽤 많았다. 평소 성격에 대해 많이 알고 싶었다면 딱 적당한 안내서가 되어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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